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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좀이의 추측 - 4인칭 시점 소설의 형태 및 인칭 확장의 한계

좀좀이 2017. 8. 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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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칭 시점 소설 작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체화시키면서 liontamer님, 중국 여행 같이 다녀온 친구, 여자친구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모두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아이디어로 소설을 써야만 그 아이디어가 가치를 갖는다는 가장 큰 문제였다. 이 아이디어로 논문을 써서 기고할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인정받을 것도 아니고 결국은 이걸로 소설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결과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내 필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구상하면서 내가 얼마나 글을 못 쓰는지 너무나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소설 쓸 때 가장 취약하고 가장 신경 안 쓰던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아이디어로 소설을 써야만 아이디어가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은 나 역시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문제. 그래서 4인칭, 5인칭, 더 나아가 1590인칭 시점도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작법이 정립되지 않았고 작법을 토대로 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작품이 없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소리로 존재할 뿐이라는 이야기를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언해주신 한 분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 106번 버스 타고 자정 넘어서 집에 와서 24시간 카페를 갈까 집에서 그냥 쉴까 고민하며 속옷만 입고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방이 후덥지근해서 땀은 나는데 나갈까 말까 고민되었다. 그래서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4인칭 시점 소설은 어떤 형태로 나올 것인가?


이 시리즈를 쓸 때마다 내가 꼭 쓰는 말이 있다.


모든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단 한 줄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어떤 소설도 일단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머리 속에 소설의 모든 것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존재한다. 세계관도, 스토리도 모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하나씩 정해가며 깎아내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할 때 갖고 있던 생각의 모든 것이 소설에 나오지는 않는다. 소설에 집어넣을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암흑으로 덮어버린다.


1인칭 주인공을 자신의 아바타화하여 완벽히 몰입해서 소설을 쓰고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간다 해도 마찬가지다. 떠오르는 대로 스토리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간다 해도 마찬가지다.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을 만들어내어 대화를 나누는 순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려면 상대방의 내면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나'가 어떻게 '남'의 속을 안단 말인가? 그 이전에 기초적인 스토리가 나와 있는 순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미래를 확실하게 내다본단 말인가. 아무리 1인칭 화자 '나'에 완벽히 몰입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쓴다 해도 이것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세계관과 스토리가 심각하게 미완성 상태라는 것이다.


1인칭 시점은 화자가 '나', 2인칭 시점은 '너', 3인칭 시점은 '그'라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시점 차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다음 예문들을 보면 시점 차이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다.


1인칭 : 아침 9시. 나는 일어났다.

3인칭 : 아침 9시. 그는 일어났다.


1인칭 문장 속 '아침 9시'는 화자 '나'가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어떤 식으로든 화자 '나'는 아침 9시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거다. 만약 아침 9시까지 자고 있다가 아침 9시 1분에 잠에서 깨었다면? 1인칭 시점을 잘못 쓴 거다. 이런 식의 실수가 1인칭 시점 소설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고, 가장 많이 두들겨맞는 실수다. 예를 들어서 1인칭 시점 소설인데 '나는 영희를 보았다. 영희는 속으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것. 나는 이런 것을 '전지적 1인칭 시점'이라고 부르곤 한다.


3인칭 문장 속 '아침 9시'는 '그'가 반드시 알 필요가 없다. 3인칭 시점에서는 저렇게 쓴다 해서 문제가 될 일은 일단 없다.


2인칭 문장은 조금 애매하다.


아침 9시. 너는 일어났다.


만약 '너'가 아침 9시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것은 1인칭 시점 문장이 된다. '내가 시각을 확인해보았는데 아침 9시였다. 그때 너를 보니 너는 일어났다' 라는 의미인 것이다.


반면 '너'가 아침 9시라는 사실을 안다면 일단 2인칭 시점 문장이 된다.


기본적인 시점의 개념은 이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도출할 수 있다.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의 합은 반드시 3인칭 전지적 시점보다 작아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다음 예시를 보면 이 문제는 간단히 증명된다.


아침 9시. 나는 일어났다. 너는 일어났다.


이 문장에 등장하지 않은 '그'와 '그녀'는 아침 9시에 일어났는가, 안 일어났는가? 그 어느 쪽도 맞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다. 1인칭 '나'와 2인칭 '너'가 아침 9시에 일어났다고 해서 인지영역 밖에 있는 '그', '그녀'가 9시에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이전에 '그', '그녀'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다. 저 예문의 경우, 그 뒤에 '그', '그녀'가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아침 9시에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는 전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 바로 '좀좀이'만 알고 있다.


3인칭 전지적 시점은 소설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범위다. 위에서 말했지만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세계 전체다. 이것을 소설에 필요한 만큼, 집어넣고 싶은 만큼만 보여주는 것이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는 작가 머리 속에 있는 소설에 대한 전체 구상까지 소설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의 부분집합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보는 세계'와 '네가 보는 세계'를 합쳐도 이 세상 전체보다는 반드시 작다는 거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4인칭 시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1인칭 시점 + 2인칭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

얼핏 생각해보면 4인칭 시점은 '신을 만든 신의 시점'이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말 그대로 '창조주의 시점'이나 마찬가지인데 4인칭은 이것에서 더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을 보면 4인칭 소설의 범위를 짐작해볼 수 있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 < 4인칭 시점 소설


4인칭 시점 소설 안에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을 합쳤을 때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보다 작은 것처럼 말이다.


시점은 소설 속 작가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 1인칭 시점 소설의 작가는 기본적으로 소설 안에 위치하고, 3인칭 시점 소설의 작가는 기본적으로 소설 밖에 위치한다.


또한 시점은 독자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 1인칭 시점 소설에서 독자는 이야기 속 화자 '나'와 동일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3인칭 시점 소설에서 독자는 이야기 밖에 있다. 그렇다면 4인칭 시점에서 화자와 독자의 위치는 대체 어디여야 하냐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독자->작가->이야기 구조다. 작가는 이야기만 볼 수 있으며, 독자는 작가와 이야기 둘 다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를 보며 저자의 의도 생각하기'다.


그러므로 4인칭 시점 소설은 독자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x -> 독자 -> 작가 -> 이야기


이 구조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지의 x를 풀어야 4인칭 시점 소설의 형태를 추측해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위 도식에서 미지의 x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제일 쉬운 방법은 독자와 작가를 동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면 이 도식은 아래와 같은 형태로 변한다.


x -> 독자 = 작가 -> 이야기


또는 4인칭 시점 소설의 구조를 다음처럼 떠올려볼 수도 있다.


독자 -> y -> 작가 -> 이야기


최종적인 독자와 작가 사이에 미지의 y를 집어넣는 방법을 통해 한 층위를 더 만들어 낸다.


그리고 미지의 y가 작가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이 도식은 아래와 같이 변한다.


독자 -> y = 작가 -> 이야기


지금까지 나온 도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x -> 독자 -> 작가 -> 이야기

x -> 독자 = 작가 -> 이야기

독자 -> y -> 작가 -> 이야기

독자 -> y = 작가 -> 이야기


이 도식들을 조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독자 x = 독자 y -> 작가 -> 이야기


여기에서 '독자 x = 독자 y -> 작가 -> 이야기' 형태는 결국 '독자 -> 작가 -> 이야기' 형식이기 때문에 4인칭 시점 도식이라 볼 수 없다. 또한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는 결국 '독자 -> 작가 -> 이야기' 형식이므로 4인칭 시점 도식이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4인칭 시점 도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2개 도식이다.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그러므로 4인칭 시점은 소설을 읽는 독자를 읽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누가 소설을 볼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냥 소설도 아니고 독자를 읽는 소설을 만들어낼 것인가?


얼핏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만 방법이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2인칭 대명사 '너, 너희들, 당신, 당신들'.


다음 문장을 보자.


너는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있다.


이 문장 속 '너'는 의미적으로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위 문장을 적은 좀좀이가 설정한 가상의 '너'. 이 경우 2인칭 시점 문장이 된다. 이 경우 '너'는 이 글 안에 존재한다.

두 번째, 위 문장은 위 문장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경우 '너'는 이 글 밖에 존재한다.


이 두 문장 속 '너'의 차이가 안 와닿는다면 이렇게 바꾸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01. 좀좀이가 설정한 가상의 '너' - 2인칭 시점 문장.

너는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있다. -> 사람들은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있다 (의미적으로 두 문장은 다름)

02.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을 지칭한 경우

너는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있다. -> 사람들은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있다 (의미적으로 같음)


2인칭 시점 소설 아이디어를 다 완성한 후, 이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2인칭 시점에 대한 정리를 찾아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내가 다르다고 한 '2인칭'의 두 의미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뒤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2인칭 대명사가 갖고 있는 확실히 다른 이 두 의미를 구분하면 4인칭 시점 소설 작법을 위한 방법이 드러난다.


즉, 4인칭 시점 소설 작법의 기본은 독자에게 끊임없는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너는 이 글을 보고 있어. 너는 내가 무슨 말을 이해하는지 못해. 그래서 너는 지금 당장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버리려고 하고 있어.


위 예문에서 '너'는 이 글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을 향해 쓴 글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지 않았겠지. 이것이 바로 4인칭 시점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글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독자는 2인칭 대명사로 나온다. '너 뭐뭐해라', '너 뭐뭐할 거다'라고 끊임없이 참여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때 독자는 작가의 지시를 따르는 임의의 독자를 떠올리게 된다. 위의 도식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에서 독자 y 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작가의 지시를 따르는 독자를 상상하는 순간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한 그 작가가 지칭하는 '너'는 독자 y가 되고, 실제 그 글을 보는 사람은 독자 x가 된다.


너는 이 글을 보고 있어.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 그래도 너는 이 글을 계속 읽어가고 있어. 나는 그래서 네게 정말로 고마워.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독자와 교감하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독자를 구체화해나간다. 이러면 진짜 독자 (독자 x) 는 작가의 말을 따라가는 독자 (독자 y) 를 그리게 된다.


이제 기본 방법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제부터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이것들을 놓고 보면 흥미로운 것을 도출해낼 수 있다.


독자 x -> 독자y  ->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4인칭 시점은 기본적으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출발한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을 토대로 작가는 소설에서 생략된 (암흑으로 덮어버린) 부분을 독자에게 이야기해주거나 독자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좀좀이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좀좀이 머리 속에는 4인칭 시점에 대한 환상이 들어 있다. 너는 4인칭 시점을 상상해본 적 있어? 없는 거 다 알아. 아직도 좀좀이의 상상이 궁금해? 그러면 계속 읽고. 좀좀이는 생각한다. '4인칭 시점이라는 것이 왠지 가능할 것 같아. 그런데 사람들이 이 구상을 인정해줄까?' 좀좀이는 한숨을 쉰다. 너 좀좀이가 4인칭 시점 구상하면서 창밖을 보고 있는 거 알아? 좀좀이 집에 가면 놀랄껄? 에어컨 안 끄고 나왔거든. 좀좀이는 흡연실 문을 보며 잠시 담배를 태우고 올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좀좀이 맞은편에 한 남자가 앉았다. 그 남자는 오늘 이 카페가 처음이었다. '여기는 사람도 없는데 24시간 카페를 열고 있네?' 그 남자는 자신이 오기 얼마 전까지 카페 안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다.


보면 상당히 난잡해보인다. 이것은 내 필력 부족.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 4인칭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보다 더 범위가 넓어야 한다고 했다. 4인칭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품어야 하는데,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은 어떻게 품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면 4인칭 전지적 시점과 4인칭 비전지적 시점이 나올 거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둘의 차이는 4인칭 시점 소설 안에 담긴 이야기가 전지적 시점 소설인지, 비전지적 시점 소설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4인칭 전지적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로 넘어간다. 그러므로 4인칭 전지적 시점이 먼저 등장할 거다. 작법이 쉽기 때문이다.


4인칭 비전지적 시점은 상당히 까다롭다. 뺄 거 빼고 넣을 거 넣은 스토리에서 뺄 거를 다시 독자에게 따로 이야기해주는 구성인데 이 경우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 지저분한 잡소리 들어간 것으로 보이기 딱 좋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쓰기 쉬워보이지만 제대로 쓰려면 정말로 많이 까다로운 시점이다. 지나치게 독자에게 따로 말해주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글을 작성했다가는 퇴고 과정에서 4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바뀔 것이다.


또한 1인칭 시점에서 출발해 바로 4인칭 비전지적 시점으로 가면 1인칭 시점과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독자에게 행동을 강요해 미지의 독자 y 를 만들기 위한 '작가의 이야기'가 1인칭 화자의 독백과 분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못 쓴 '전지적 1인칭 시점'이 되어 망한 글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나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내 머리 속에는 4인칭 시점에 대한 환상이 들어 있다. 너는 4인칭 시점을 상상해본 적 있어? 없는 거 다 알아. 아직도 좀좀이의 망상이 궁금해? 그러면 계속 읽고. 나는 생각한다. '4인칭 시점이라는 것이 왠지 가능할 것 같아. 그런데 사람들이 이 구상을 인정해줄까?' 나는 한숨을 쉰다. 너 좀좀이가 4인칭 시점 구상하면서 창밖을 보고 있는 거 알아? 좀좀이 집에 가면 놀랄껄? 에어컨 안 끄고 나왔거든. 나는 흡연실 문을 보며 잠시 담배를 태우고 올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 맞은편에 한 남자가 앉았다. 그 남자는 오늘 이 카페가 처음이었다. 그 남자가 지금 속으로 여기는 사람도 없는데 24시간 카페를 열고 있다니 참 신기한 카페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알아? 그 남자는 자신이 오기 얼마 전까지 카페 안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어. 그 남자 웃기지 않니? 자기가 사람 없을 아침 7시에 온 건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야.


4인칭 시점은 소설 속 작가가 독자에게 행동을 요구하되 소설과 독자 사이에 명확한 벽을 세워놓는 것이 작법의 핵심이다.  이 명확한 벽이 바로 미지의 독자 y 역할을 해서 한 덩어리였던 독자를 진짜 책을 읽는 독자 x 와 독자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미지의 독자 y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4인칭 시점은 발전하면 층위적 구성이 등장할 것이다. 4인칭 시점 속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있고, 그 안에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이 있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4인칭 비전지적 시점이 될 것이다.

(1인칭 시점 + 2인칭 시점 + 3인칭 세계에 대한 나레이션 구조. 또한 1인칭 시점, 2인칭 시점, 3인칭 세계에 대한 나레이션은 각각의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5인칭 시점, 6인칭 시점 등 다인칭 시점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 건지 상상해볼 수 있다.


무대 위에 연극이 상연되고 있다. 공연 중 가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유도당한 관객의 입장이 바로 4인칭 시점. 5인칭 시점은 이 관객의 입장 너머에 있는 전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공연에의 참여를 당한 관객을 보는 관객의 입장이다.


이 말은 소설의 이야기가 가변적일 거라는 것이다. 고정된 스토리가 아니라 독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바뀐다는 거다. 연극으로 비유하자면 연극을 보러 사람들이 왔는데 관객들에게 대본만 덜렁 던져준다. 그리고 알아서 연기를 하든 뭘 하든 하면서 연극을 즐기라고 하며 서로를 구경하라고 하는 거다. 5인칭 시점은 4인칭 시점을 완벽히 품어야 하기 때문에 연극에 비유하면 이런 장면이 나와버릴 것이다. 소설에서는 과거 게임북처럼 선택지가 계속 나와서 선택지 따라 읽어가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이 앞에서 뒤로 순서대로 읽어갈 수 있고 종이로 인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설의 모습으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 지는 나도 전혀 모르겠다.


4인칭 시점 소설의 형태에 대한 좀좀이의 추측 요약


01. 4인칭 시점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완벽히 품을 수 있어야 한다.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  작가가 만든 세계 전체 < 4인칭 소설

02. 4인칭 시점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출발한 거다.

03. 소설의 기본적 형태는 독자->작가->이야기 구조다.

04. 4인칭 시점 소설의 구조는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가 된다.

05. 4인칭 시점 소설에서 4인칭은 독자 자신이 된다.

06. 소설 형태는 작가가 독자의 참여를 직접적으로 계속 요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실제 소설을 읽는 독자인 '독자 x' 와 소설을 읽는 독자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독자인 '독자 y' 로 분화되어 '독자 x -> 독자y -> 작가 -> 이야기' 구조가 완성된다.

07. 4인칭 시점 소설에서 독자는 2인칭으로 지칭된다.

08. 4인칭 시점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토대로 집필된 4인칭 전지적 시점과 그 외 1,2,3인칭 시점들로 집필된 4인칭 비전지적 시점으로 분류된다.

09. 이 중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로 출발하는 4인칭 전지적 시점이 먼저 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4인칭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완벽히 품을 수 있음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인칭 시점 중 제대로 인정받는 작품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출발한 4인칭 전지적 시점이 될 것이다.

10. 4인칭 시점 소설이 발달하면 4인칭 시점 속에 3인칭 시점이 있고 그 속에 다시 1인칭 시점 2인칭 시점이 있는 층위적 구성 작품이 나타난다.


이를 토대로 한 5인칭 시점 및 그 이상의 인칭에 대한 좀좀이의 상상


- 독자에 의해 스토리가 가변적이다.

- 5인칭 시점은 연극 보러 온 관객들에게 대본을 던져주고 알아서 연극 공연하고 서로를 감상하라는 것과 비슷할 것.

- 5인칭 시점은 계속 선택지가 나오며 스토리가 바뀌는 식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게임북이 아니라 앞에서 뒤로 순서대로 읽어가야 하고 종이로 인쇄할 수 있어야 하며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소설의 기본 형식 속에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 지는 미지수.

- 5인칭 시점은 화자가 '우리들'로 표현될 거다. 6인칭 시점은 화자가 '너희들', 7인칭 시점은 화자가 '그들' 형태로 나올 거다.

- 5인칭 시점보다 더 큰 시점들은 어쨌든 그 바로 전 단계의 모든 시점을 완벽히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연극 대본은 던져준다고 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 연극 대본은 일단 3인칭 시점은 품고 있다는 거다.

- 단, 만약 5인칭 시점 화자가 '우리들'이라면, 1인칭, 2인칭, 3인칭과 마찬가지로 '5인칭 시점+6인칭 시점 < 7인칭 시점', '5인칭 시점 ≠ 6인칭 시점' 형태가 될 수 있을 거다.


- 그렇다면 5인칭 시점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게 된다.


좀좀이의 추측 - 5인칭 시점 소설의 특징


01. 화자는 우리들. 각각의 '나'는 '우리들'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4인칭 소설이며, 스토리 라인은 동일하다. 하지만 각각의 '나'의 관점에 따라 스토리는 미묘하게 변한다. 하지만 결국 다 합쳐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02. 각각의 '나'의 내면 묘사 문제 : 우리들로 나타난다. 즉 화자 '나'를 제외한 '우리들에 속하는 화자들의 내면'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전체적으로 '우리들의 내면'은 참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어진다.

03. 5인칭 시점에서 4인칭 소설 밖의 이야기의 화자의 인지범위 또한 각각의 화자의 인지범위의 총합이 '우리들의 인지범위'로 나오게 된다.

04. 독자의 위치는 화자 '우리들'과 4인칭 시점 '2인칭 대명사'다.

05. 독자가 '우리들'로 합류했다가 '우리들의 이야기'속 4인칭 화자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주 나쁜 예) 우리들은 이제 전철을 탄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전철에서도 계속된다. 이야기 속에서 철수는 민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철수는 민희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기를 바랬다. 너는 민희가 사과하지 않기를 원하지? 민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이제 전철에서 내린다.

06. 개인이 혼자 쓰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거다. 집단창작의 영역이 될 것이다.

07. '우리들'은 대체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서 3명이 '우리들'이라 한다면 A, B, C 모두 오직 '우리들'로만 나온다. 그러나 A, B, C 는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즉, 3명이 모여 있는 집단이고 각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소설상에서는 전부 '우리들'로 나와버린다는 것이다. 독자는 우리들이 몇 명으로 구성되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직접 구분해야 한다.


- 이를 토대로 보면 6인칭 시점은 5인칭 시점을 바라보는 '너희들'이 된다.

- 7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5인칭 시점+6인칭 시점 < 7인칭 시점'이 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4인칭 소설'이 될 거다.

- 이론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독자들이 위치를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구조가 되기 때문에 무슨 글인지 읽고 파악이 아주 어렵게 된다. 더욱이 '그들' 밖의 이야기라면 작가의 인지영역에서 완벽히 벗어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즉, 7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너머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론적으로야 존재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소설이 되어가는지를 대입해보면 7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으로 단계적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7-5-4-3-1or2, 7-6-4-3-1or2 형태로 내려간다. 


7인칭 시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

5인칭 시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 중 우리들의 이야기

4인칭 시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 중 우리들의 이야기 중 우리들이 직접 관련된 이야기

3인칭 시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 중 우리들의 이야기 중 우리들이 직접 관련된 이야기 중 작가의 이야기 전체

1인칭 시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 중 우리들의 이야기 중 우리들이 직접 관련된 이야기 중 작가의 이야기 전체 중 '나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설마 시점의 끝은 7인칭인가? 7인칭까지만 확장이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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