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1장 13화

좀좀이 2017. 8. 1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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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바하르가 서점에 놀러왔다.


 "타슈갈, 뭐해?"

 "보면 몰라? 일하잖아."

 "그게 일하는 거야?"

 "뭔 말이야?"

 "그냥 자리에 앉아 있잖아."

 "야, 이것도 일하는 거야."


 바하르가 웃는다. 나도 같이 웃었다. 바하르가 과자를 꺼냈다.


 "오는 길에 샀어. 여기 맛 괜찮아."

 "고마워."


 바하르가 가져온 과자는 보자마자 꽤 좋은 과자 같아보였다. 살짝 갈색 빛이 도는 둥근 과자였다. 지름이 검지 손가락 정도 크기였다. 과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 안에 향긋한 사과 잼이 들어 있었다. 과자도 잘 구워서 적당히 바삭하고 고소했다. 이런 것은 또 어디에서 파는 거지? 내가 본 수레정거장과 키란 동상이 에드자의 전부가 아니구나.


 "이고, 이거 먹어."


 이고에게 과자 하나를 주었다. 이고가 한 입 먹었다.


 "이거 좋은 과자인데? 이거 어디서 팔아?"

 "중앙학문연구소 앞에서요. 이거 인기 좋아요."


 바하르가 이고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고는 과자 하나를 다 먹고는 의자에 기대어 두 눈을 감았다. 어젯밤 매우 늦게 들어왔으니 엄청 피곤할 거다. 나한테 미리 서점 문 잠그고 자라고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수레를 끌고 나갔구. 어제 책 수거 자체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돌아와서 혼자 책 정리 다 해놓았다. 그러고는 아침부터 계속 서점 일을 했으니 지금 엄청 졸릴 거다.



 "바하르, 감비르 요즘 저주술 한다고 하던데 그거 제정신이야?"

 "응? 그게 왜?"


 바하르는 감비르랑 친하고 저주술도 공부하니 감비르가 저주술을 수련하고 저주술로 전공을 바꿀지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들어봐야겠다. 바하르는 전공이 저주술이니 분명히 감비르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대답하겠지?


 "너는 너네 학교에서 저주술 연구하잖아. 네가 봤을 때 감비르가 진짜 저주술 쓸 수 있을 거 같아?"

 "응. 그건 충분히 가능해."


 뭐? 충분히 가능하다고? 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걔 저주술로 전공 바꿀까 하던데 될까?"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걔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하느냐가 문제지. 정말 목숨걸고 수련한다면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있어."

 "그래?"


 지금까지 감비르가 저주술 수련해서 저주술로 전공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만 생각했다. 아다비아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라키사는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몇 년은 걸릴 일이라고 보았다. 나는 사실 아다비아 의견에 거의 동의하고 있었고. 그런데 정작 저주술을 전공하고 있는 바하르는 이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 감비르가 정말로 열심히 수련하면 내년에 저주술로 전공을 바꿀 수 있다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해. 단지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자기만의 방식을 깨닫는 것이 핵심이니까."


 자기만의 방식이라...저주술은 딱히 정해진 형태가 없다. 인간이 다 다르고 그 인간들이 상상하는 것이 다 다르니까. 그런데 감비르가 사용하는 자기만의 방식? 그런 게 과연 있을까? 있기야 하겠지. 감비르가 '머리'라는 신체부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걔의 방식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웃길 거 같다. 이 자식 외국어로 적힌 것들만 다 불싸지르는 저주술을 깨우치는 거 아냐? 아니면 외국어를 말하고 쓰지 못하게 하는 저주술을 깨우치든가. 이것이라면 은근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런데 너는 저주술 책 보면 이해돼?"

 "왜 당연한 것을 물어봐? 내가 저주술 전공인데 당연히 책 보면 이해를 해야지."

 "저주술 책 봐봤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어서."

 "자꾸 보고 떠올려보면 언젠가는 이해가 될 거야."


 바하르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그게 내가 보는 저주술 책이야."


 대충 한가운데를 펼쳐보았다. 왼쪽 페이지에는 '광기의 토끼가 피를 마신다'라는 문장만 적혀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파랗게 부서지는 피의 노랫소리'라고만 적혀 있다. 한 페이지에 문장 하나가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하얀 여백이다.


 '진짜 이것도 책이라고 만들었냐?'


 솔직히 욕이 나오려고 한다. '광기의 토끼가 피를 마신다', '파랗게 부서지는 피의 노랫소리'...이 문장들은 대체 뭐야? 그리고 이 여백들은 왜 있는 거야? 왜 저주술 책은 전부 이따위일까?


 "너 이거 뭔 말이고 이해가 돼?"

 "'광기의 토끼가 피를 마신다', '파랗게 부서지는 피의 노랫소리'? 이 두 문장?"

 "응. 그 두 문장."

 "아직 여기까지 보지는 못했어.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저주술을 공부하는 방법이야."

 "이 문장들을 이해하는 것이 저주술 수련 방법이라구?"

 "응."

 "이걸 어떻게 이해해!"


 이고가 안 자고 나와 바하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고한테 물어보자.


 "이고, 너는 '광기의 토끼가 피를 마신다', '파랗게 부서지는 피의 노랫소리'...이 문장들 이해돼?"

 "나는 남아드라스 공화국 출신이라 그런 것을 이해할 능력 자체가 없어."


 그래, 이고는 남아드라스 공화국에서 왔지. 이 문장들을 듣고 속으로 마딜인들이 얼마나 미개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할까? 내가 봐도 뭔 헛소리를 적어놓은 거냐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그리고 이 여백! 이 여백이 참 마음에 안 든다. 이 여백은 대체 왜 있는 거야? 한 페이지당 한 문장이다. 이 문장들을 평범한 책을 인쇄하듯 인쇄하면 이 책에 사용되는 종이가 대체 얼마나 절약될까? 이건 엄연한 종이 낭비다. 괜히 있어보이려고 책 형태로 만들기는 해야겠고, 자기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모르면서 있어보이려는 척하는 문장 몇 개 만들었는데 그나마도 몇 개 안 되니까 일부러 한 페이지에 한 개씩 쓴 거다. 그거 외에는 설명이 안 되다.


 라키사의 말이 맞고 바하르의 말이 맞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저주술 책만 보면 아다비아보다 더 극단적으로 저주술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얼마나 엉터리면 저주술을 설명하는 책 한 권 제대로 없어? 이것은 어떻게 해도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주술이 그렇게 위대하다면 최소한 저주술을 설명하는 제대로 된 책 한 권은 있어야 정상 아닌가? 이것을 전공으로 배우는 바하르가 이걸 보고 이해하는 것이 공부라 하니 그러려니 하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이해가 전혀 안 된다.



 "타슈갈, 안녕?"

 "치롤라! 안녕."


 치롤라가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쟤 누구야?"

 "'치롤라'라고 쟤가 우리 학교 저주술 전공에 중간 입학한 애야."

 "진짜 대단하다! 중간 입학은 어지간하면 안 받아줄 건데? 야, 나 쟤 좀 소개시켜주라."

 "알았어. 그거 뭐 어렵다구."


 치롤라를 불러서 바하르를 소개시켜주었다. 바하르가 활짝 웃으며 치롤라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치롤라도 바하르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자기 소개를 했다.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어?"

 "우리? 저주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저주술? 어떤 저주술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바하르가 자신과 내가 저주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하자 치롤라가 매우 흥미로워했다. 치롤라도 저주술 전공이라 이쪽 이야기에 관심이 많지? 치롤라는 저주술 책을 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치롤라까지 보며 이해한다면 이건 내가 저주술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야하나? 바하르는 책을 치롤라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이 내가 공부하고 있는 거야."


 치롤라는 바하르가 건네준 책을 받아들더니 눈에 힘을 주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보며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치롤라의 얼굴도 굳어간다. 책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치롤라 얼굴에 물음표가 하나씩 생긴다. 그렇게 열 장쯤 넘기더니 책을 바하르에게 돌려주었다.


 "이 책으로 어떻게 저주술을 익혀?"

 "이 책의 문장들을 상상하고 느끼고 외워."

 "외워?"

 "응. 이 문장들 음미하고 완벽히 상상해서 느낌과 문장을 같이 외워."

 "왜? 이 문장들을 외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데?"


 바하르가 이 책의 문장들을 외운다는 말에 치롤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이런 것을 외우냐고 물어보았다. 치롤라, 잘했어! 나도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 나는 그 단계보다 훨씬 아래 단계 - 즉 이 책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그 자체가 의문이기는 했지만. 그 의문이 풀렸다면 바하르에게 이런 문장을 외워서 어디에 써먹냐고 물어봤을 거다. 조금 더 뒤에 떠오를 질문을 치롤라가 시원하게 먼저 물어봐주었다.


 "이 문장을 외우는 것은 중요해. 이 문장들을 외우면 필요할 때 문장을 떠올려 바로 저주술을 쓸 수 있거든."

 "그건 전혀 비효율적이야. 쓸 데 없는 짓이라구."


 치롤라의 말이 상당히 독했다. 어지간하면 꼭 그럴 필요가 있냐고 적당히 돌려서 물어볼 수도 있을텐데 치롤라는 그러지 않았다. 아주 직설적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바하르의 말이 틀렸다고 이야기해버렸다. 치롤라가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자기 전공이라서 이렇게 독하게 이야기한건가? 자기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알고 있으므로 너의 생각은 틀렸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걸까?


 "인간의 정신과 생각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변동이 심한 줄 모르니? 그 요동치는 물결을 문장 하나로 통제가 될 거라고 믿니? 그건 전혀 쓸모없어. 정말 중요한 것은 순간에 집중하는 거야. 바로 그 순간에 몸과 마음을 완벽히 맡기는 것이야말로 힘을 만들어내는 저주술의 핵심이라구! 이런 같잖은 문장 따위를 외우는 건 저주술의 기본에서 크게 벗어난 거야. 지나치게 불필요한 형식에 의존하려 하는 거라구!"


 치롤라가 엄격하게 훈계하듯 바하르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했다. 이건 나도 충격이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바하르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정면으로 모욕을 당한 듯 이를 악다물었다. 바하르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이야기했다.


 "오히려 그렇게 정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런 형식이 필요한 거야! 순간의 감정이 얼마나 빠르고 변덕스럽게 변하는데 거기에 모든 것을 맡겨?"


 바로 그때였다. 의자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던 이고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네들 시끄러우니까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여기가 저주술 대결 장소인 줄 알아? 여기는 서점이라구! 너네가 여기에서 저주술 쓰다 책에 불 붙으면 책임질 거야? 불 붙는 순간 여기 홀라당 다 타버릴 건데? 정 싸우고 싶으면 냇가 가서 실컷 불덩이 만들며 싸우든 말든 해!"


 이고의 말에 바하르와 치롤라가 조용해졌다.


 "이고, 서점에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


 치롤라가 이고에게 사과했다.


 "치롤라,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어."


 바하르가 치롤라에게 사과했다. 치롤라는 입술을 실룩이며 무슨 말을 해야할까 잠시 고민했다.


 "아니야. 네가 말한 것은 루즈카에게 물어볼께."

 "루즈카? 루즈카님께서 에드자 오셨어?"


 치롤라의 말에 바하르가 깜짝 놀랐다. 루즈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었나? 바하르가 '루즈카'도 아니고 깍듯이 '루즈카님'이라고 하다니...


 "지금 나랑 같이 지내고 있어."

 "너 그러면 루즈카님께 직접 저주술 배우고 있는 거야?"


 바하르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금 전 치롤라의 말에 반박하며 소리지를 때의 모습은 어디가고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우러러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배우는 것까지는 아니고...저주술은 혼자서 깨우쳐야 하는 거라서...가끔 저주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해."

 "정말? 진짜 대단하다! 그런 분과 저주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이고의 여자친구가 훌륭한 저주술사라고? 바하르가 깍듯이 '루즈카님'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엄청나게 유명한 저주술사인가 본데? 이거 더 이해가 안 된다. 이고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바로 그 여자친구가 그렇게 훌륭한 저주술사라니 믿을 수가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루즈카가 그렇게 뛰어난 저주술사라면 이고가 단순히 남아드라스 공화국에서 넘어온 사람이라고 사귀는 것은 아닐텐데?


 "우리 찻집 가서 더 이야기할래?"

 "네가 괜찮다면."

 "내가 괜찮은 찻집 알고 있는데 거기로 가자. 네가 루즈카님께 저주술을 배우고 있을 줄은 몰랐어! 진짜 굉장하다!"

 "배우는 건 아니라니까."


 바하르는 치롤라를 데리고 서점에서 나갔다. 바하르 얼굴을 보니 오늘 서점 놀러왔다가 커다란 횡재를 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주술사 둘이서 잘 놀라지. 나야 저주술은 관심 하나도 없으니까. 서점에서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카페 가서 자기들끼리 떠들고 노는 게 훨씬 낫다. 아까 이고가 소리지르지 않았으면 분명히 쟤들 여기에서 저주술 직접 사용하며 누가 맞는지 확인하려 들었을 거야. 그 상황까지 갔다면 머리가 엄청 아파지는 일이 발생했을 거다. 꼭 불이 아니라도 서점에서 골치아플 상황은 충분히 많다. 도서 카드를 다 섞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파질 수 있으니까.



 둘이 나가자 이고에게 말을 걸었다.


 "이고, 루즈카 정말로 저주술사야?"

 "어."

 "진짜 바하르가 저렇게 깍듯히 높여 불러야할 정도로 훌륭한 저주술사야?"

 "뭐 그런가봐."


 이고의 대답이 너무 시큰둥하고 건성이다. 자기 여자친구인데 뭐가 '뭐 그런가봐'야.


 "그렇게 뛰어난 저주술사라니 하나도 안 믿겨!"

 "왜?"

 "너랑 사귀잖아."

 "응, 그렇지?"

 "그러니까 안 믿긴다구!"

 "그게 왜 안 믿기는데?"

 "그렇게 훌륭한 저주술사가 왜 너랑 사귀어?"

 "그러면 사귀면 안 되냐? 훌륭한 저주술사는 뭐 이상한 거랑만 사귀어야 해?"

 "아니, 그건 아닌데..."

 "뭘 쓸 데 없는 것을 물어보고 있어."


 이고는 의자에 기대어 두 눈을 감았다. 내 질문에 매우 귀찮아한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고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줄 리가 없지.


 "루즈카랑 어떻게 만났어?"

 "뭐 어쩌다가."


 역시나 아주 성의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이고이 대답은 내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못 벗어나냐. 내가 예언자 해도 될 판이다.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저주술에 시큰둥해? 저주술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이고가 내 질문에 짜증이 났는지 허리를 세우고 똑바로 앉았다.


 "야, 그러면 내가 여자친구를 사랑하면 여자친구의 직업까지 사랑해줘야 하냐?"

 "여자친구가 저주술사잖아."

 "그건 걔가 하는 일이고. 내가 '저주술사'라는 일 자체까지 사랑해줘야 하냐구. 온 세상 모든 저주술사를 다 사랑해줘야 해? 막 저주술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해야 해?"

 "그래도 여자친구가 하는 일 잘 알면 좋잖아."

 "좋긴 뭐가 좋아? 내가 걔 저주술사라서 좋아하는 줄 아냐? 그냥 루즈카가 좋으니까 좋은 거지."


 이고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루즈카'라는 인간 그 자체가 저주술은 아니니까. 이고의 말은 '루즈카'라는 인간만 좋아한다는 이야기겠지. 그래도 여자친구의 일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알고 있는 것이 정상 아닌가? 하긴, 그러니 아직까지도 루즈카와 결혼을 못 하고 이렇게 도서관에서 썩고 있지. 누가 보면 서점이랑 결혼한 줄 알 거다. 저런 남자친구와 사귀어주고 있는 루즈카가 대단하다. 내가 루즈카였으면 이고랑 헤어졌어도 벌써 헤어졌다. 아마 헤어지고 다른 남자 만나서 애 낳고 잘 살고 있겠지. 루즈카가 훌륭한 저주술사라던데 성격도 정말 훌륭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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