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2017. 7. 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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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 가게 창문 열어도 돼?"

 "어. 좀 열자. 뭐 이렇게 덥냐?"


 어제보다 더 덥다. 날이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별 생각 없이 창문을 닫아놓았더니 덥다. 이고도 어지간히 덥나 보다. 이고는 어지간하면 창문을 닫으라고 한다. 밖에서 먼지 들어오면 책 상할 수 있다고 항상 창문을 꼭 닫는다. 사실 꼭 책 때문은 아니다. 밖에서 먼지 들어오면 청소하기 귀찮거든. 나도 청소하기 귀찮아서 어지간하면 이고 말대로 창문을 안 여는데 오늘은 정말 어쩔 수 없다.


 창문을 열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야, 창문 열은 거 맞아?"

 "응. 열었어."

 "그런데 왜 시원한 바람이 하나도 안 들어오냐?"

 "기다려봐. 조금씩 시원해지겠지."


 이고는 의자에 기대어 축 늘어져 있었다. 어지간히 졸린가 보다. 웬일로 어제 밤 늦게까지 책을 읽더라. 이고가 책을 그렇게 밤늦게까지 읽는 모습은 별로 없다. 내가 학교 가 있는 동안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있을 때 책 읽는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다. 책을 읽더라도 잠깐 몇 페이지 읽고 덮어버리곤 했다. 어떤 책을 읽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외국어로 된 책만 읽는다. 아, 이고에게는 아드라스어가 모국어니까 모국어로 된 책을 주로 읽는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가끔 몇 페이지씩 읽는 정도였는데 어제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서점 돌아와보니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졸리면 안에 들어가서 조금 자."

 "아니야. 그래도 일하는 시간인데."


 이고는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냥 들어가서 잠깐 자고 나오라니까. 안으로 쫓아보낼 수도 없고. 어차피 주인은 이 시각에 서점에 올 리도 없는데. 자기가 저러겠다는데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말을 편하게 해도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구. 대출 목록을 쭉 확인해보았다. 오늘은 반납일이 닥친 책이 없다. 이따 일찍, 그리고 편하게 서점 문을 닫을 수 있겠다. 이고 꼴을 보아서는 저녁에 혼자 나가서 밥을 사먹고 돌아와야할 듯 싶다.


 "더운데 손님 오지 마라. 이런 날 무슨 독서야? 강에서 시원하게 바람이나 쐬라고 해."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교수가 없는 사람 취급해도 수업을 들어가야 한다. 과제를 완벽히 해서 가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책에 대한 거부감이 한결 적다. 대신 책이 줄어든 거부감만큼 눈에 안 들어온다. 전에는 억지로 꾸역꾸역 보는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거의 없다. 과제 따위야 제출할 필요도 없겠지. 어차피 낙제다. 교수 반응을 보아서는 낙제 확정이다. 과제 자체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진급과 낙제 여부는 오직 시험으로 결정되니까. 장학금을 노린다면 과제도 꼬박꼬박 잘 해서 제때 제출해야겠지만 내가 장학금을 탈 확률은 없다. 내가 생각해도 씁쓸하지만 잔인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내가 우연히 학교에 안 간 날 학교 건물이 무너져서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시험을 못 치르게 되지 않는 한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당연히 없고 말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고가 순간 허리를 번쩍 세웠다.


 "아다비아!"

 "안녕?"

 "응, 안녕."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아다비아였다.


 "네가 여기 왠일이야?"

 "나? 오면 안 돼?"

 "아니, 그건 아닌데...무슨 책 찾아?"

 "책? 꼭 책 찾아야해?"

 "응? 그러면 여기 왜 왔어?"


 얘는 서점에 와놓고서는 헛소리를 한다. 서점에 책을 사거나 빌리러 오지, 잠자러 오나?


 "너랑 같이 공부하려고 왔어."


 이것은 또 무슨 황당한 소리야? 내가 일하는 서점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나랑 같이 공부하려고' 라구? 이제는 찾아와서 사람 놀리나.


 "내가 너랑 뭔 공부를 같이 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다비아가 당황해서 말끝을 흐렸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너랑 수준이 같냐? 뭐 굳이 공부 같이 하자고 찾아와준 것은 고맙다만...너랑 책을 같이 볼 실력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내가 너 도와주면 되잖아. 그러면 나도 내 공부 되구."

 "응?"

 "가르치는 것도 공부니까 내가 너 공부 알려줄께."

 "응."


 얘 뭐지? 왜 뜬금없이 서점까지 와서 나한테 공부를 알려주겠대? 도서관 오면 공부 도와준다는 거 약올리는 말 아니었어?


 "여기 와서 앉아. 둘이 책 좀 보고 놀아."

 "그래도 되요?"

 "어. 그렇게 해."


 이고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다비아가 옆에 와서 앉았다.


 "오늘 본 거 복습부터 하자."

 "응."


 책을 펼쳤다. 아다비아가 하나씩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아드라스어를 몰라서 책을 못 보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단어 뜻부터 하나씩 다 알려주었다. 단어 뜻을 하나씩 알려주고, 문장 해석을 해주고,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같은 단어가 몇 번을 나와도 내가 계속 모르면 짜증내지 않고 그때마다 단어 뜻을 알려주었다.


 '확실히 공부 잘 하는 애는 뭔가 다르구나.'


 그런데 이거 아다비아 맞아? 얘가 이렇게 친절한 애였어? 둘이 같은 애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얘가 평소 말하는 것을 보면 내게 신경긁는 소리를 벌써 내 키만큼 해대었을 거다. 사실 같이 전공 듣는 학생들 중 아다비아와 친한 애가 있는지 모르겠다. 툭하면 사람 신경 긁는 말을 해서 학생들 사이에서 그렇게 평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얘 실력을 보면 달라붙는 애들이 많아야 정상일텐데 아무도 안 달라붙는다. 그런 아다비아가 지금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매우 친절하고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얘 뭐 귀신 씌인 거 아냐?'


 잘 알려주어서 고맙기는 한데 기분이 참 이상하다. 너무 어색하다. 어쨌든 아다비아가 도와주자 내일 진도까지 순식간에 다 보았다.


 "여기까지 할까? 이거 다시 보려면 너 힘들텐데."

 "응...그래.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 내 공부하려고 도와준 거야."


 아다비아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얘 대체 뭐야? 내게 가르쳐줄 때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더만 끝나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얘 설마 영혼이 두 개? 영혼 두 개가 서로 돌아가면서 나타나는 거야? 아니면 원래 정신이 조금 돌은 건가? 무슨 약 먹고 와서 약발 떨어지니까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그렇게 심각한 것까지야 당연히 아니겠지만 참 희안한 일이다. 아다비아는 조용히 가방을 꾸렸다. 그때 문이 열리고 두 명이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던 이고가 책을 탁 덮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루즈카!"

 "오빠!"


 이고가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커다란 은빛 지팡이를 들고 있는 키 큰 여자를 향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키 큰 여자도 활짝 웃고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자도 아드라스인이었다. 마딜인들 남자 키에 맞먹는 키와 검은 머리. 아무리 보아도 아드라스인이었다. 이고와 아드라스인 여자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오빠, 잘 지냈어요?"

 "응! 너는 잘 지냈어?"

 "예. 별 일 없었죠?"

 "여기야 항상 같지. 너는?"


 둘 다 아드라스인 같은데 왜 마딜어로 대화하지? 블랑쉬블르는 이고랑 꼭 아드라스어로 대화하던데.


 "저 여자 누구야?"

 "몰라."


 아다비아가 이고와 껴안고 있는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나도 모른다. 저 여자는 서점에서 처음 보는 여자다. 저 여자는 당연히 모르는 여자고, 이고가 저렇게 기뻐하는 것 자체를 처음 본다. 게다가 이고를 저렇게 껴안는 여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누구길래 둘이 저렇게 좋아하며 껴안지? 아다비아도 꽤 궁금한 눈치다.


 "에드자까지 왠일이야? 오느라 힘들지 않았어?"

 "별로 안 힘들었어요. 수레 타고 왔거든요."


 이고가 내게 오라고 손짓했다. 이고에게 갔다.


 "인사해. 내 여자친구 루즈카야."

 "안녕하세요. 타슈갈이라고 해요."


 이고의 여자친구라구? 말도 안 돼! 오늘 무슨 날이야? 뜬금없이 아다비아가 서점 와서 공부를 알려주지를 않나, 이고의 여자친구가 서점에 찾아오지를 않나...이고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여자친구 있다는 사람이 맨날 서점에만 처박혀 살았어? 그 전에 이고가 어떻게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지? 솔직히 저 나이 먹도록 서점에서 점원 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미래가 안 보이는 건데. 게다가 결혼할 나이도 훌쩍 넘었잖아?


 "안녕하세요."


 루즈카가 고개를 가볍게 숙여서 인사했다.


 "루즈카, 말 편하게 해. 얘 너보다 훨씬 어려."

 "예, 말 편하게 하세요."

 "알았어. 쟤는 누구야?"


 루즈카가 아다비아를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아다비아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다비아에요. 타슈갈과 같은 전공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요?"

 "말 편하게 하세요, 언니."

 "아, 알았어. 너도 어서 인사해야지!"


 루즈카가 자기 뒤에서 말없이 서 있는 푸른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는 소녀에게 우리에게 인사하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치롤라에요. 루즈카 언니께 저주술 배우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타슈갈이에요."

 "안녕하세요. 아다비아에요."


 '치롤라'라는 소녀와 어색하게 인사했다.


 "네가 치롤라였구나! 루즈카가 보낸 편지에서 읽었어. 이번에 저주술 전공하려고 올라온 거야?"

 "예."

 "그러면 1학년?"

 "예.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치롤라의 말에 이고가 당황해했다.


 "아니, 뭐가 영광이야?"

 "루즈카 언니께 많이 들었어요."


 이고의 표정이 참 묘한 표정이었다. 뭔가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주술 전공이면 중앙 학문 연구소? 아니면 에드자 대학교?"

 "에드자 대학교요."

 "그러면 얘들이랑 같은 학교네?"

 "그런가요?"

 "응. 얘들도 에드자 대학교 다녀. 타슈갈, 얘 좀 잘 챙겨줘."


 이고가 내 어깨를 가볍게 탁 치며 말했다. 교수가 나한테 저주술 전공이나 알아보라고 했는데 진짜 저주술 전공하는 학생이 나타났네. 이게 우연이야, 필연이야?


 "치롤라 좀 많이 도와줘. 얘가 에드자 생활 적응하려면 시간 많이 걸릴 거야."


 루즈카도 나와 아다비아에게 부탁했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루즈카, 잠깐 찻집 갈래?"

 "응? 서점은 어쩌구? 지금 일하는 시간 아니야?"


 이고가 루즈카 손을 잡고 말했다. 둘이 다녀와도 상관없다. 오히려 여기에서 둘이 이야기하면 모두가 참 어색할 거다. 그렇지 않아도 자리를 비워줄까 하고 아다비아를 배웅해줄까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다녀오세요. 찻집 여기 바로 앞인데요. 제가 서점 보고 있으면 되요."

 "그래도 돼? 그러면 정말 고맙구."

 "괜찮아요. 다녀오세요."

 "그러면 치롤라랑 인사하고 이야기 좀 나누고 있어. 치롤라, 너도 여기에서 잠깐 기다려줄 수 있지?"

 "예. 다녀오세요, 언니."


 치롤라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고가 루즈카 손을 잡고 서점을 나갔다. 서점에는 나와 아다비아, 치롤라만 남았다.


 "우리 말 편하게 할래요?"

 "그래요."


 아다비아가 치롤라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다비아도 이 상황이 참 어색하게 느껴지는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도 하라고 하는데 어색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아다비아, 네가 이 어색한 상황 좀 개선시켜 봐! 너는 그래도 여자니까 같은 여자끼리 뭔가 할 말이 있을 거 아니야? 아다비아를 쳐다봤다. 아다비아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다.


 "여기 서점 참 크다."

 "응."


 또 다시 침묵.


 "너 학교 언제부터 다녀? 내년?"

 "모레부터."

 "모레?"

 "응."


 모레부터? 우리 학교가 중간 입학이 되었나?


 "모레부터? 입학 시험은?"

 "루즈카 언니가 추천해줬어."

 "그래? 추천으로 중간 입학이 가능해?"

 "저주술 전공은 가능해."


 설마 중간 입학 되니까 교수가 나한테 저주술 전공이나 알아보라고 한 건가? 저주술 전공이면 저주술 쓸 줄 안다는 거야?


 "너 저주술 쓸 줄 알아?"

 "응."

 "진짜? 그거 어떻게 해야 쓸 수 있어?"

 "저주술? 집중해서..."


 대화가 하루 종일 먹는 것을 까먹고 방치한 국물 속 면발처럼 툭툭 끊긴다. 여자애들은 쉴 새 없이 잘 떠들던데 아다비아와 치롤라 사이에 말이 거의 없다. 아다비아가 없다면 이고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기라도 할텐데 아다비아까지 있어서 그것을 물어보기도 조금 그렇다.


 "너 오늘 에드자 왔어?"

 "응."

 "에드자 와본 적 있어?"

 "아니."

 "그러면 우리 내일 같이 에드자 구경할래?"

 "진짜?"


 아다비아 말에 치롤라 표정이 밝아졌다. 아다비아, 오늘 정말 고마워! 공부도 알려주고 이 어색한 상황도 끝내주는구나!


 "나 여기 종종 놀러와도 돼?"

 "응. 나는 여기에서 학교 수업 끝난 후 일해. 학교 수업 끝나고 나서 항상 여기 있어."

 "종종 놀러올께. 아다비아, 너도 여기 자주 와?"

 "자주는 아니고...나도 오늘 처음 와봤어."

 "너희들은 에드자 대학교에서 뭐 전공해?"

 "우리들은 셀베티아어 전공이야. 그나저나 진짜 신기해! 학교에서 저주술 전공하는 애들 한 번도 못 보았는데! 타슈갈, 너는 본 적 있어?"

 "아니."


 나도 저주술 전공 학생들은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야 당연히 다른 전공 학생들과 어울릴 일이 없다. 수업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일하러 와야 하다보니 다른 전공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 자체가 없다. 그런데 서점에서도 저주술 전공으로 보이는 학생은 본 적이 없다. 저주술 책을 빌려가는 학생 자체를 본 적이 없다. 저주술 책을 빌려가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 저주술 책을 열심히 빌려가는 사람은 오직 딱 하나. 책 반납 지지리 안하는 블랑쉬블르 뿐이다.


 "여기 책 둘러봐도 돼?"

 "응."

 "우리 같이 보자! 나도 여기 오늘 처음이야!"

 "그러자."


 아다비아와 치롤라가 서점을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 둘러볼 것이 뭐 있기는 한가? 둘이 책 제목도 읽어보고 책을 뽑아서 페이지를 넘겨보기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 책을 구경하는 것을 보니 치롤라도 나보다 아다비아어를 훨씬 잘한다. 하지만 대륙공통어는 내가 치롤라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치롤라는 대륙공통어 글자도 더듬더듬 읽는다. 나는 그래도 글자는 더듬거리지 않고 읽는다.


 "너희들 대륙공통어 정말 잘 해!"

 "우리들?"


 치롤라 말에 아다비아가 깔깔 웃었다.


 "왜?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미안."


 아다비아가 이러는 거에 놀랄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웃지 않고 얌전히 말로 했다면 얘가 왜 이러냐고 생각했을 거다. 아까 공부 도와줄 대가 정말 특이한 경우야. 얘가 이래야 정상이지. 아다비아가 내 팔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계속 웃는다. 치롤라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다. 내 입으로 아드라스어랑 대륙공통어 참 못해서 학교에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어쩌라는 거야? 진짜 아까 약 처먹고 왔다가 이제 약 기운 깼나?


 "너희들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니야?"

 "아...아다비아는 잘 하는데 나는 잘 못 해."

 "미안. 놀리려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웃음이 터져나왔어."

 "아니야. 너희들 다 정말 잘 하는 거 같은데."


 아까 루즈카가 쟈딜에서 왔다고 했지? 나도 쟈딜 내려가면 대륙공통어 잘하는 엘리트 대우를 받을까? 쟈딜도 대륙공통어 그렇게 잘 안 가르쳐주나? 거기는 또 얼마나 시골이길래 글자만 읽어도 잘한다고 하냐? 치롤라를 보니 대륙공통어 공부 자체를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 저주술 전공이라 필요가 없어서 잘 모르는 거야, 쟈딜 자체가 대륙공통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인 거야? 에드자 대학교에 나보다 대륙공통어를 못 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아, 모레부터 학교 다닐 거라고 했으니 모레부터는 에드자 대학교에서 대륙공통어를 제일 못하는 사람은 나와 감비르가 아니다!



 이고와 루즈카가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치롤라가 루즈카를 따라 돌아갔고, 아다비아도 집으로 돌아갔다.


 "이고, 루즈카랑 언제부터 사귀었어?"

 "왜?"

 "진짜 너 여자친구 맞아? 네가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없잖아."

 "헛소리하고 있어."


 이고가 대출카드를 챙기고 수레를 끌어내었다.


 "루즈카도 이제 에드자에 있는대?"

 "응. 이번에 올라왔대."

 "그러면 종종 만나겠네?"

 "일해야지. 걔 만나서 놀 시간이 어디 있어?"

 "걔도 여기에서 책 빌려갈까? 설마 걔까지 책 반납 안 하는 거 아니야?"

 "설마...무서운 이야기 하지 마라."


 이고가 수레를 끌고 연체된 책을 받으러 나갔다. 오늘은 참 재미있는 날이었다. 책을 펼치고 아다비아가 알려준 것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다비아가 도와주니 확실히 많이 보았구나. 나중에 밥이라도 한 번 사주어야겠다. 그나저나 이고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충격이다. 이고는 여자를 어떻게 사귄 거야? 이고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솔직히 옆에서 보면서 저래서 어떤 여자가 좋아할까, 저러니 저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못하고 있지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있었어! 잠깐만, 생각해보니 블랑쉬블르가 전에 내가 보던 책을 이고가 공부했었다고 했다. 이고가 자기 이야기하는 것 썩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오늘 일 때문에 조금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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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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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좀이님 소설도 쓰세요? 완전 능력자~ 잘 읽고 가요^^

    2017.07.22 1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선댓글!!! 1화까지만 읽고 정신이 없어서 쟁여두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여유 생기면 2화부터 주루룩 다 읽을 생각에 꿀단지 숨겨놓은 듯한 기분이에요 ㅋㅋ

    2017.07.22 22: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최악의 응원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귤과 김치를 한 박스씩 선물받은 기분이에요. 이런 선물은 안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마운데요 ^^

      2017.07.23 02:47 신고 [ ADDR : EDIT/ DEL ]
    • 잉 저는 읽고픈게 있음 간직해뒀다 주루룩 읽는게 기쁨이라 꿍쳤다가 오늘 아침 일찍 깨서 쭉 읽었어요 귤과 김치였다니 흑 앞으론 귤과 김치 선댓글은 안할게요^^; 근데 갑자기 귤이 먹고픈 저 ㅠㅠ

      2017.07.23 09:36 신고 [ ADDR : EDIT/ DEL ]
    • liontamer님께서는 귤 좋아하시는군요. 지금은 귤 파는 가게 없죠?;; 저는 참외 먹고 싶어요 ㅎㅎ

      2017.07.24 20:10 신고 [ ADDR : EDIT/ DEL ]
  3. 수수께끼의 인물 이고에 이어 루즈카와 치롤라 등장! 그리고 마딜어와 저주술.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어요 :) 역시 아다비아가 맘에 드는게 저는 헤르미온느 같은 캐릭터들을 좋아하나봐요 타슈갈이 저주술로 전공을 바꾸려나요?

    2017.07.23 0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다비아를 응원하시는군요! 소설을 영웅들의 스토리가 아니라 영웅보다 많이 떨어지는 인물들의 스토리로 구성하고 있어요. 타슈갈은...수업 들어야죠 ㅋㅋㅋㅋㅋㅋ 아다비아가 열심히 도와주잖아요^^

      2017.07.24 20:48 신고 [ ADDR : EDIT/ DEL ]
    • 전 다크한걸 좋아해서 타슈갈이 막 흑화해서 다 불지르는걸 상상까지 으악!!!! ㅎㅎ 타슈갈 되게 그래도 착하고 온순한거 같아요 교수가 그렇게 갈구는데도 수업 들어가고 예습도 하고 ㅠㅠㅠ

      2017.07.24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 아무리 소설이지만 학교에 불지르면 갑자기 '10년후. 하늘이 맑다. 산들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이 얼마만에 느끼는 자유의 바람인가' 이렇게 가버리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 퇴학당하지 않게 하려고 강제로 공부시켰어요 ㅠㅠ

      2017.07.25 08:1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