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외대 식당 - 본가 할머니 보쌈

좀좀이 2017. 7. 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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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외대 근처에 살 때였어요. 외대 근처에서 혼자 밥을 먹을만한 식당이 몇 곳 있었는데, 항상 어지간하면 5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골라가곤 했어요. 그러다 아주 가끔 혼자 있는데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을 때에는 보쌈 정식을 파는 식당에 가곤 했어요. 당시 가격이 7천원인가 그래서 다른 식당들보다 가격이 있는 곳이었어요. 식당은 낡은 한옥 건물이었어요. 홀에 탁자가 몇 개 있고, 안에 방으로 들어가서 먹는 구조였어요.


외대 근처에서 떠나서 의정부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그 보쌈 정식 파는 식당이 가끔 떠오르곤 했어요. 왜냐하면 그 동네 살 때 제가 먹은 밥 중 가장 고급이었으니까요. 혼자서 파스타 먹으러 갈 일은 없고, 결국 먹는 거라고는 돈까스, 어쩌다 다른 사람들과 밥 같이 먹게 되면 부대찌개, 그리고 작정하고 고기 맛을 보고 싶어서 가는 식당이 그 식당이었어요.


"어? 어디 갔지?"


위치를 분명히 기억하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간 곳이기는 했지만 그 위치를 잊어버릴 리가 없었어요. 은주네 식당이 있는 길에서 외대 반대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식당이었거든요. 그 골목 중 식당이 있게 생긴 골목이라고는 하나 뿐이라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었어요. 그 골목길로 들어갔는데 제가 어쩌다 큰맘 먹고 고기맛 보러 보쌈 정식을 먹던 식당이 안 보였어요.


'거기 망했나? 나름 인기 괜찮은 편이었는데...'


많이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쉬워한다고 해서 사라진 식당이 갑자기 뿅하고 등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외대 근처에서 살 때 제가 자주 가던 식당들이 여럿 없어졌고 다른 식당들이 많이 생겼어요. 길바닥은 그대로인데 식당만 조금씩 바뀌었어요. 제가 가던 식당 중 남아 있는 식당이라고는 닭터와 그 길가에 있는 왕돈까스 파는 가게 뿐. 지하에 있던 피자 돈까스 팔던 가게도 없어졌고, 러시아 식당인 바보 이반도 없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살 때는 없었던 베트남 쌀국수집은 있었구요.


골목길을 돌아다니는데 보쌈집이 하나 보였어요.


'이거 보쌈정식 가격이 예전이랑 같은데? 여기로 옮긴 건가?'


식당 이름은 본가 할머니 보쌈이었어요.


외대 식당 - 본가 할머니 보쌈


간판에 붙어 있는 사진이 예전에 제가 먹었던 보쌈 정식과 매우 비슷했어요.


본가 할머니 보쌈


"일단 들어가보자."


안으로 들어갔어요. 홀에서 먹고 싶었지만 홀에 자리가 없어서 좌식 탁자로 갔어요.


"보쌈 정식 하나 주세요."


보쌈 정식 1인분 파는 건 내 기억 속 식당과 비슷한데 여기 맞나? 왠지 맞는 것 같았어요.


밑반찬과 공기밥이 나왔어요.


보쌈 정식 밑반찬


"어? 이거 예전에 그 보쌈집이랑 똑같은데?"


저 마요네즈로 버무린 하얀 당면 같은 것. 저건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도 저건 대체 뭔지 미스테리. 그 당시에도 이것은 대체 정체가 뭔가 하면서 집어먹었어요.


보쌈 정식이 나왔어요.


외대 보쌈 정식


"생마늘 어디 갔어?"


예전에 제가 가던 집에서는 생마늘도 나왔어요. 여기는 생마늘이 안 보였어요. 그거 말고는 그대로였어요.



보쌈정식 1인분인데도 된장찌개도 나왔어요.


반찬맛, 고기맛은 예전에 다른 식당에서 먹었던 보쌈 정식과 맛이 매우 비슷했어요. 고기 양은 그 식당보다 미세하게 더 많은 것 같았어요. 일단 양에서는 참 만족스러웠어요. 역시 대학가로 가면 가성비가 좋은 식당들이 있어요.


단지 김치는 제 입맛에 안 맞았어요. 신맛을 식초로 낸 것처럼 느껴졌어요. 김치 그 자체와 신맛이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김치가 팍 익은 것은 아니었어요. 김치의 신맛이 제게는 거슬렸어요. 그래서 고기를 김치랑 먹다가 나중에는 김치는 거의 손 안 대고 쌈장에 찍어먹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예전 그 식당 같은데?


계산할 때 아저씨께 여쭈어보았어요.


"아, 한옥집? 거기는 없어진지 한참 되었어. 거기 내 처남이 하던 가게야. 여기랑 거기 같다고 해도 돼."


외대 근처에서 7천원에 보쌈 정식 먹고 싶으면 본가 할머니 보쌈으로 가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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