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친구와 미래 사회 전망에 대해 나눈 잡담 (+그냥 잡담)

좀좀이 2017. 4. 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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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가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하나 보내왔다. 보자마자 크게 웃었다. 예전에 친구와 같이 돈을 벌어보자고 친구 이름으로 내가 썼던 판타지 소설을 친구 블로그에 올렸던 적이 있었다. 인기가 없어서 당연히 망했는데, 그 판타지 소설 팬이 몇 년만에 한참 검색을 해서 다시 읽었다는 댓글이 달린 것이었다.


"너 이거 손 좀 봐서 출판 도전해보는 거 어때?"

"됐어. 그거보다 나중에 그거 3부 쓰고 싶은데 스토리가 안 나오는 게 더 답답하다."

"그러면 내가 심심할 때 교정 좀 해볼까?"

"그러든가."


참고로 이 친구도 그 판타지 소설의 팬이다. 이 정도면 그래도 성공한 건가? 그래도 팬이 2명은 있었으니 말이다.


판타지 소설 쓰는 것을 좋아했던 이유는 구조를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글을 쓰다보면 '구조적 한계'라는 것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된다는 거다. 소재와 스토리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천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황금 1톤을 구입한다?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지. 반면 환상소설은 자기가 구조를 적당히 잘 만들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게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다. 물론 변형시킬 때 납득이 가도록 변형을 시키기는 해야하지만 구조 자체를 변형시킬 수 없다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갑자기 3부가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역시나 스토리가 안 나왔다. 며칠간 다시 환상소설을 써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안 써.




2.


중국 여행을 같이 갔던 친구는 종종 중국 여행기를 들고 출판사에 가보라고 한다. 그건 정말 내가 약 빨고 쓴 거 아닌가 싶다. 지금 봐도 마지막 기차 타는 스토리는 웃겨 죽겠다. 이상하게 주변에 내 글을 읽은 후 글을 출판해보라는 사람은 여럿 있는데 정작 출판 제의는 안 들어온다. 무턱대고 출판사에 이메일로 내가 블로그에 이런 글 썼는데 이거 출판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 하나?




3.


1번에 등장한 친구와 나눈 잡담. 이건 이야기한지 꽤 되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나눈 이야기다.


어떻게 하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으로 흘러갔을 거다.


아이폰 등장 이후 뭔가 화끈하게 사회를 바꿀 무언가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스마트폰 사용을 상당히 늦게 시작했다. 2011년 겨울에야 중고로 아이폰 3GS를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이때도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것이 아니라 당장 2012년 1월에 우즈베키스탄 가야 했기 때문에 우즈벡에서 3G를 이용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어쩔 수 없이 바꾼 것이었다. 우즈벡에서 그 아이폰이 고장난 후, 2013년 1월에 귀국해서 갤럭시S3를 구입했고, 지금까지도 갤럭시S3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대인관계에서 딱히 불편한 점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전에는 주변에서 민원(?)이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나 혼자 카톡 없어서 불편하니 제발 그 구질구질한 폰 좀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지금까지 갤럭시S3를 사용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불편하다고 나에게 스마트폰을 바꾸라는 민원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즉, 세부 기능이야 좀 많이 발전했겠지만, 사회를 바꿀만한 커다란 것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거다.


친구는 세부 기능들이 이것 저것 계속 등장하고, 이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며 내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대인관계에서 지금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없으니까.


친구 말의 근거는 분명 맞는 말이었다. 이런 저런 기술이 쌓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한 방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여기에서 요새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요즘 AI 네 어쩌네 하면서 대단한 것이라 뉴스에서 떠들지만, 무인 자동화의 기초적인 기술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 뒷편 작은 매점에는 라면 자판기가 있었다. 1000원 지폐 한 장 넣으면 기계가 라면을 끓여주는 것이었다. 다 끓여진 라면에 옆에 비치된 김가루만 취향대로 뿌려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무인 계산대는 홈플러스 가면 볼 수 있다. 거창하고 대단해보이지만 그게 아직 사람 고용하는 것보다 돈이 안 되어서 상용화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사실 본질적 문제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소비자'라는 것이다. 거리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이 지금 당장 무인 자동화 매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인데 굳이 그러지 않는 이유는 아직 사람 고용해서 운영하는 것보다 기계 구입해서 무인 자동화 매장으로 돌리는 것이 돈이 안 된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생산자에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 있는 거다.


기술의 발달이 일자리를 급속도로 줄여나가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 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고용없는 성장이니 사내유보금 얼마니 하지만, 큰 흐름은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다.


기업은 점점 더 인원 면에서는 작아질 거고, 규모 면에서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형태가 전환되어버릴 거다. 그 형태는 아마 생산센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가 자영업자이자 생산자가 될 거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상품 생산을 기업에 주문해서 기업이 생산하면 그것을 판매하는 식으로 사회가 변화할 거다. 아마 그 시발점은 3D 프린터 보편화가 될 것이다.


친구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도 이제 시작이 되어야할 거라 이야기했다. 현재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였다.


여기에서 잠깐 말이 새어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왜 서로를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한국의 미래는 일본이고, 일본의 미래는 한국. 현재 상황으로 한정해서 보았을 때 이 보자마자 뭔 루프물이고 순환론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법한 이야기가 바로 그 원인 아닐까 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이야기에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여러 이야기 중 근미래에 우리나라는 정규직 기피 현상이 생길 것이며, 일본은 정년보장이 깨질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시험을 치르는 방식 또한 미래사회에서는 바뀔 거라 이야기했다. 이제 많이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 찾는 것이 중요한 거다. 물론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지. 그래야 검색을 하고 검색결과를 보고 이해하니까. 여러가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알고 이를 적용하는 능력이 이미 훨씬 중요해졌는데 아직 시험은 단순히 많이 외울 것을 요구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조선 최초의 왕은 누구인가'를 물으며 외워서 풀라고 하는 건 의미없고, 연대표를 주고 '조선 10번째 왕은 누구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훨씬 현대 사회에 적합한 시험이라는 거다. 많이 외우면 자연적으로 외워지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시험 치르는 방식이 오픈북 시험에 상당히 가까워질 거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기계에 정복당하지 않을 최후의 것은 무엇인가.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결론은 언어와 예술이었다. 기계가 랜덤으로 오류를 만들어낼 능력이 생기지 않는 한 이것들은 기계가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기계가 스스로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긴다면?


친구와 결의했다. 기계가 스스로 오류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생긴다면 우리는 그때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자!


친구와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킬 시기를 결정하고 결의한 후 훈훈하게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자친구가 말 없이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


- 중국에서 로봇이 인간 공격.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주었다.


"헉...중국..."


둘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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