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컵홀더와 벚꽃핀으로 만든 장식물

좀좀이 2017. 4. 1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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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서 벚꽃을 보려고 했어요. 제 고향집 앞에는 벚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이 벚나무를 매우 좋아해요. 아기때부터 본 벚나무라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한 벚나무에요. 이 벚나무에 꽃이 피고 꽃비가 내릴 때가 제 생일 즈음이라 특히 더 좋아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벚꽃을 보러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어요.


'여의도 벚꽃도 제주도 왕벚나무 많이 섞여 있어. 그러니 괜찮아.'


딱 그 나무의 벚꽃은 볼 수 없지만 여의도 가면 벚꽃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벚꽃 축제때 여의도를 갔어요. 당연히 벚꽃은 없었어요. 여의나루쪽에서 벚꽃 핀을 팔고 있었어요. 겹벚꽃 핀도 있었고, 홑벚꽃 핀도 있었어요.


'이거 사서 책상 위에 올려놓을까? 그러면 1년 내내 벚꽃 감상 비슷한 건 할 수 있을텐데.'


제 자취방은 난리통. 뭐가 있는지는 다 알지만 지저분하고 정신 산만하고 삭막해요. 화사하게 생긴 것이라고는 1나노그램도 없는 방. 그래서 벚꽃 핀이라도 하나 가져다놓기로 했어요. 꽃은 쓰레기통에 있어도 예쁘니까요.


그래서 겹벚꽃 핀 2개와 홑벚꽃 핀 2개를 샀어요. 그렇게 사와서 일단 책상 위에 방치.


4월 16일 새벽. 연남동에 있는 오늘은 쉼표 카페에 갔어요.


'이 컵홀더 예쁘다!'


컵 홀더 자체도 예뻤지만 컵홀더에 적혀 있는 문구가 너무 예뻤어요.


꿈같은 당신의 하루에 오늘은 쉼표,


이 문구가 너무 좋았어요. 일상에서 하루 쉼표를 찍고 머리를 싹 비울 수 있다면 정말 아름다울테니까요.


그래서 컵홀더만 집으로 들고 왔어요.


'이걸 어떻게 하지?'


책상은 더 지저분해졌어요. 가뜩이나 산만하고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책상인데 벚꽃 핀 4개에 컵홀더까지 굴러다니니 이건 꽃집 앞 쓰레기통.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컵홀더에 벚꽃 핀을 물렸어요.




그래. 너라도 있으니까 좀 낫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 한숨 푹푹 나오는 책상에 이거라도 있으니 조금 나았어요. 이 정도면 아주 만족.


다행히 꽃집 앞 쓰레기통에서는 탈출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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