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인사동 아침 풍경

좀좀이 2017. 4. 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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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하고 친구와 같이 고시원에서 지낼 때였어요. 친구가 일을 마치고 밤늦게 들어오면 그때부터 둘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서울의 밤거리를 사진으로 찍곤 했어요.


인사동을 낮에는 많이 가 보았지만, 새벽 시간에 가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새벽의 인사동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어요.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어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온통 쓰레기 천지였어요. 낮에 본 모습과 완벽히 정반대라 경악을 금할 수 없었어요.


마치 진실을 본 것 같았어요. 낮의 모습도 진실이고 새벽의 모습도 진실이나, 진짜 원래 모습을 본 기분이 확 들었어요.


친구와 서울의 새벽 풍경을 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풍경을 보여준 것은 인사동이 최고였어요.


그 너무나 고요하고 지저분한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이었어요.


이번에 밤에 카페를 돌아다니다 홍대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나오니 동이 텄어요.


"이제 꽃단장한 풍경이 뒤덮을 시간이네."


순간 인사동의 그 지저분하고 고요한 풍경이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273번 버스를 타고 종로3가로 갔어요.


종로3가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걸어가다보면 인사동 입구가 나와요.


인사동 입구


아...내가 늦게 왔구나. 조금 더 빨리 왔었어야 했는데...


카페에서 글을 쓰다보니 늦게 출발했어요. 나름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일찍 출발해야 했어요. 제가 보고 싶은 그 조용하고 더러운 인사동 거리를 보려면요.



환경미화원분들께서 인사동 거리를 깔끔하게 많이 치워놓은 상태였어요.



그래도 아직 쓰레기가 조금 있었어요.




"그래도 인사동 거리 둘러보고 가자."


새벽에 그 더러운 거리를 보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대신 아주 한적하고 깨끗한 인사동 거리를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참고로 아침에 이 조용한 인사동 거리를 볼 때는 이어폰을 꼽고 음악, 라디오 들으며 다니더라도 한쪽 귀는 빼놓고 다니기 바래요. 왜냐하면 아침에는 이 길로 차가 씽씽 달리거든요. 양쪽 귀에 이어폰 꽂고 사진찍겠다고 돌아다니면 갑자기 달려오는 차와 오토바이 때문에 조금 위험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한국스러운 디자인


저는 이런 디자인을 매우 좋아해요. 왜냐하면 이것이 참 우리나라스러운 디자인이라 생각하거든요. 괴작, 망작 디자인만 쏟아내던 1990~2000년대에 비해 정말 많이 좋아진 점이라 참 좋아요. 대장금의 히트가 단순히 세계 여러 나라에 한국 드라마 붐을 일으켜 한류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 뿐만 아니라 정신 못차라고 쓰레기 디자인만 쏟아내던 우리나라에 우리나라 문화 중 외국에 팔릴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정작 저는 대장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인사동 간판


인사점에 화장품 로드샵이 들어찬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길을 걸어갈수록 이렇게 청소하시는 분들 때문에 거리는 더욱 더 깔끔하고 아름다워져가고 있었어요.


인사동 스타벅스


이것이 한때 그렇게 유명했던 인사동 스타벅스에요.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입점하겠다고 했을 때 상당히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그때 스타벅스에서 영문명이 아닌 한글명 간판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입점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인사동 방문하면 이 스타벅스 한글 간판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이것도 나름 명물이라면 명물이에요.






계속 인사동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한국 전통인형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디자인의 인형. 예전 어렸을 적 장구춤 추는 한복 입은 여인 인형도 있었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 디자인 자체가 꽤 오래된 풍이에요.







대학교 다닐 때 쌈지길은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았어요. 그리고 정말 실망했어요. 그런데 유명하다보니 지방에서 친구들 올라와서 인사동 구경시켜줄 때, 그리고 외국인 친구가 한국 왔을 때 꼭 데려가는 곳이에요. 여기는 제게 '유명하니까 데려가는 곳' 이상의 의미는 크게 없어요.



극단적으로 다른 인사동 새벽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늦게 와서 깔끔한 인사동 아침 풍경을 보았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바글거리는 낮시간 인사동과는 많이 다른 느낌인 것은 분명해요.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가끔 고요함을 깨는 빠르게 달리는 차도 있고, 시원하게 바닥을 긁는 빗자루질 소리도 있었어요.


낮에 북적이는 인사동도 좋지만, 이렇게 청소가 된 깨끗하고 조용한 인사동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아요.


인사동 그 자체는 사실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장소는 아닐 거에요. 하지만 낮, 밤, 새벽, 아침에 따른 인사동 풍경을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이렇게 확실하게 각각의 때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곳도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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