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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 내부 반한 감정 확산을 계층 갈등으로 볼 수 없을까

좀좀이 2017. 3. 2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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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일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뉴스로 나오고 있어요. 보복 내용은 크게 두 가지에요. 한국으로의 관광을 막고,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을 조성한다는 내용이에요.


사실 생각해보면 중국의 보복은 결국 자기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어요. 선진국 기업이 후진국으로 진출할 때는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왜냐하면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공장을 후진국으로 이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보복을 하면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손실을 보겠지만, 중국 또한 졸지에 늘어나는 실업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이에요.


관광업 또한 마찬가지에요. 한국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을 많이 고용하는데, 이는 관광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더욱이 이렇게 고용된 중국인의 가치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할 때만 있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안 오면 이들의 가치는 없어지죠. 중요한 점은 이들이 과연 중국에서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에요. 한국 비자 받기 정말 어려워요. 상류층까지는 아니지만 중산층은 된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편의점에서 알바 뛰고 등록만 하고 공장으로 도망간다 해도 일단 한국에 올 정도가 되려면 중국 내에서는 하류층은 벗어나야 한다는 거에요.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 보고 한국에 투자한 중국인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모아 한국으로 보내며 돈을 벌던 중국 관광회사 또한 손해를 입어요.


중국은 한국을 때린다고 좋다고 했겠지만, 그 피해는 일렬로 늘어선 진자 3개처럼 다시 중국으로 또 돌아가요.


과거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 공산당이 반일감정을 적극 활용했을 때와는 상황이 꽤 다르다는 것이에요. 왜 상황이 다른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 특히 중국인을 많이 수입했어요. 기업들이 중국에 상당히 많이 진출했구요. 이것들이 한국과 중국이라는 추 사이에 있는 추 역할을 해요. 이 추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을 때리면, 한국은 이 가운데 추 역할을 하는 한국과 관련된 중국인 노동자에 타격을 입히고, 이 타격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구조이지요.


두 번째,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항일운동을 강조해오고 있어요. 그래서 반일감정을 일부러 크게 조장한다 해도 중국인들이 이에 대해 나름 근거 있는 행동이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 대륙 인민들을 살육한 쪽바리놈들이 우리 영토를 다시 침범하려 한다. 본때를 보여주자' 라고 선동하면 잘 먹힌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이런 지속된 반한 감정 조장의 움직임이 없었어요. 심지어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영토분쟁조차 없어요. 이어도 문제가 있기는 한데, 이어도에 대해서는 양국이 일단 영토 문제는 아니라고 합의를 했거든요. 즉, 왜 반한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납득이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사드 배치 확정으로 보복은 해야 겠고, 중국이 우리나라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사실 그렇게 많지도 않고 더욱이 이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나 실제로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이기 때문에 반한감정을 조장하고 한국으로의 관광을 막고 한국산 소비재 수입을 방해하는 거라 할 수 있어요.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중국 내 반한감정의 확산이에요.


제가 얻은 현지 정보에 따르면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요. 주로 못 배운 사람, 하류층들이 중국 정부의 반한 감정 조장에 동조하고 있고, 중산층 이상부터는 직접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귀찮아하고 짜증나하는 분위기라고 해요.


일단 언론이나 중국에서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지인들, 중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일한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중국 정부가 일부러 조장하고 선동하는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어요. 지인들의 견해는 이랬어요.


1. 우리나라로 치면 극우들이 설치는 것. 그냥 몽니부리는 거다.

2. 중국인들이 원래 중화사상을 탑재하고 있어서 한국을 무시하는데 열병식도 참석하고 중국 열심히 빨아제끼는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뒤통수쳐서 분노.

3.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취직하기 어렵고,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증가하다보니 보호주의 일환으로 반한감정 유도.


분명 다 일리가 있는 견해였어요. 그런데 저는 뉴스를 보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읽었어요. 그것은 바로 중국 공산당이 예상하고 의도하고 유도하는 방향과 자꾸 엇나가려고 한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위해서는 과감히 탱크로 인민을 깔아뭉갤 수 있는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적당히 통제를 하고는 있으나, 중국 정부가 원하던 방향과는 자꾸 다른 쪽으로 진행되려 하고, 이를 막고 원하는 쪽으로 돌리기 위해 고심중이라는 것이에요.


중국은 빈부격차가 상당히 큰 나라에요. 그리고 주요 대도시 부동산 시세는 중국인의 월급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요. 중국은 어떻게든 주요 대도시로의 이촌향도 현상을 막으려고 여러 규제를 활용해 노력중이고, 이럴 수록 프리미엄이 붙어요. 구매하려는 사람은 넘치는데 판매할 물건이 없다면 당연히 웃돈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즉, 가진 자는 이것저것 마음껏 누리는데 없는 자는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게 없고, 중산층에 대한 하층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반감은 커지게 된다는 거에요. 이는 경제적으로 아직 취약한 계층인 대학생 및 청년층, 그리고 도시 하층민에게서 크게 나타나요.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계급' 갈등이 아니라 '계층' 갈등이라는 거에요.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소득이 얼마냐를 놓고 보아야한다는 것이에요. 같은 노동자라 할지라도 월급 300만원 받는 노동자와 월급 104만원 받는 노동자의 삶의 질과 모습은 크게 달라요.


중국에서 한류의 위상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한국 제품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한국 문화 및 제품이 어떤 계층을 떠올리느냐가 중요해요.


잠시 우리나라 과거를 돌아보면, 2000년대 우리나라의 반미 분위기는 단순한 종속관계, 신군부 독재정권의 옹호국가에 대한 반발 뿐만 아니라 '상류층에 대한 반감' 성격도 갖고 있어요. 지금은 그 당시보다 많이 희미해졌지만, 상류층의 상징에 아직도 미국 여행을 가고, 미국 유학을 가며, 미국 문화를 즐기는 것이 남아있어요. 2000년대 초반에도 일반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맥도날드를 먹으며 팝송을 들었지만, 이 '미국 문화 향유'는 상류층의 특징 중 하나처럼 여겨졌어요. 상류층에 대한 반감은 종종 반미적 성격을 띄었구요.


중국에서 한국 제품을 반드시 중산층 이상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 문화 및 한국 제품은 중국산보다는 낫고, 그래도 소비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 주로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또한, 하류층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전체를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이는 단순히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단체'의 특징을 내세워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수능 9등급 학생이 '우리 학교는 서울대에 10명 입학했어!'라고 자랑하는 식이라는 거에요. 자기네 학교에 서울대 10명 입학하든 100명 입학하든 수능 9등급 학생의 수능 성적은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자기 학교에서 서울대 10명 입학했다는 것을 내세워서 최소한 '자신은 그래도 공부를 잘 하는 학교에 들어간 학생'이라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즉, 실제 이익이 있어요.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노숙자도 우리나라 여권을 받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 때문에 전세계 상당수 국가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요. 자신이 속한 무리의 특성 중 장점은 자신의 실질적 이익이 되는 자신이 되는데, 갖고 있는 재산이 적은 하류층으로 갈 수록 당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 전체에서 이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하류층으로 갈 수록 극우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져요.


중산층 이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반한 분위기 조장 및 선동을 귀찮아하는 분위기인 반면, 하층민쪽에서 이 선동에 호응한다는 것은 한국 문화 및 한국 제품을 '중산층 이상이 소비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중산층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이라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에요.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관제 시위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의도와 달리 계층 갈등이 반한 감정 확산으로 표출된 경우,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중국 정부가 잘 통제한다 하더라도 중국 사회 내부의 취약점 하나가 드러난 셈으로 볼 수 있구요.


아직은 대부분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선동한 것이고 얼마 안 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견해가 대세이나, 이 문제를 중국 사회 내 계층 갈등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거라 생각해요.





바쁜 현대인을 위한 간단 요약


1. 중국 정부가 반한 감정을 조장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

2. 중국 사회 내부 빈부격차는 상당히 심하다

3. 한국 상품 및 한국 문화는 중국 사회 내에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중산층 이상만 소비한다는 것은 아님.)

4. 중국 정부가 반한 감정을 조장하자 하층민들이 적극 옹호.

5. 중국 정부의 반한 감정에 대해 중산층 이상은 귀찮아하고 짜증나하는 분위기.

6. 즉, 반한 감정 확산은 중국 내 계층 갈등의 표출로 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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