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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송탄 아프리카 식당 -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Saveurs Et Afrique

좀좀이 2017. 2. 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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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태원에 있는 아프리카 식당을 간 적이 있어요.


용산구 이태원 아프리카 식당 African heritage http://zomzom.tistory.com/1031


지금은 이전한 것인지 망한 것인지 그 자리에 없어요. 하지만 이 식당은 제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어요. 왜 충격이었냐하면 정말로 음식이 맛이 없었거든요. 같이 간 일행은 한 입 먹자마자 못 먹겠다고 숟가락을 내려놔버렸고, 저는 돈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입 속에 우겨넣었어요. 얼마나 맛이 없었냐하면 먹고 진심으로 분노할 정도였어요. 죽지 못해 먹는다는 기분이 전해졌어요. 기아로 삐쩍 골은 아프리카 어린이가 눈에 그려졌어요.


그러다 송탄 부대찌개를 먹으러 경기도 송탄에 내려갔다가 거기에도 아프리카 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여기는 좀 다를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저 식당의 음식맛은 잘못된 것일 거야. 아프리카 사람들도 인간인데 저런 맛이 좋다고 하겠어?


하지만 계속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어요. 왜냐하면 송탄에 내려가서 부대찌개를 안 먹고 오는 것은 제게 불가능한 일이었거든요. 2시간 넘게 전철 타고 가서 송탄 부대찌개를 안 먹고 다른 것을 먹고 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점심을 부대찌개 먹고 저녁으로 아프리카 식당을 가도 되기는 하는데, 문제는 송탄 쪽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낼 곳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미루었어요. 부대찌개를 포기하고 반드시 아프리카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미루었어요.


이와 더불어, 저 이태원 아프리카 식당 다녀온 것은 제 친구들 사이에서 일종의 전설처럼 되었어요. 제가 음식 맛 없다고 길길이 날뛴 적도 없을 뿐더러, 같이 갔던 일행은 한 숟갈 먹고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아버렸거든요. 이 일행이 원래 입맛이 상당히 까다롭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음식 맛 없다고 숟가락을 도중에 놔버리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숟가락을 놓아버렸고, 저 역시 먹고 와서 격분했으니 친구들 눈에는 상당히 웃기게 보였을 거에요.


송탄에 아프리카 식당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자 친구 하나가 이 식당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너 진짜 거기 가서 후회해도 난 모른다."

"괜찮아. 아프리카 음식도 음식 아니겠어?"


몇 번을 경고했지만 괜찮다고 해서 같이 송탄에 있는 아프리카 식당인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로 갔어요.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식당 간판을 보면 카리브, 프랑스, 아프리카 음식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 식당은 딱 봐도 서아프리카 -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임을 알 수 있어요. 옛날 신대륙으로 끌려간 아프리카 흑인들은 주로 아프리카 대륙 서쪽 출신들이었고, 프링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역서 아프리카 대륙 서쪽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서아프리카 음식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아프리카 식당


식당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흑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사진은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쪽을 찍은 것이구요. 여기는 바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어요.


송탄 맛집 -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어? 이 고급진 분위기는 뭐지?


저의 혹평 때문에 마구 기대하는 친구. 하지만 저는 여기서부터 대충 감이 오고 있었어요.


일단 음식은 플렌테인, 졸로프 라이스, 케제누를 주문했어요.


송탄 아프리카 맛집


이게 아닌데!


친구는 저의 혹평에 아프리카 식당은 얼마나 뒷목 잡는 음식이 나오나 보자고 온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에피타이저처럼 빵과 버터가 나온 것을 보는 순간 절대 그 망할 이태원의 African heritage 같은 웃음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어요.


무려 버터 위에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나름의 멋까지 내었어! 이 사람 최소 요리 좀 먹어본 사람이야!


이미 여기에서 끝났어요. 식당 분위기에서 이건 정상적일 거라는 생각이 조금 일어났고, 흑인 여성 주방장이 제대로 요리사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는 여기는 이상한 곳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을 보는 순간 음식은 볼 필요도 없었어요. 분명히 아주 멀쩡하고 괜찮은 음식이 나올 것이었어요. 맛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먹고서 으엑할 요리는 절대 안 나올 거라는 것을 직감했어요.


플랜테인


이것은 플랜테인이에요. 튀긴 바나나에요. 맛있었어요.


졸로프 라이스


이것은 졸로프 라이스에요. 나이지리아, 가나, 말리, 카메룬, 코드디부아르,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먹는 음식이에요. 워낙 이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 8월 22일을 국제 졸로프 라이스의 날이라고 지정할 정도에요.


맛은 평범하게 맛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케찹 들어간 오므라이스 좋아한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살짝 매콤한 맛이 나기는 했지만 케찹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 맛이었어요.


서아프리카 음식 - 케제누


이것은 케제누에요. 닭도리탕 비슷한 음식이었어요. 맛이 칼칼하고 후추향이 강했어요. 살짝 매콤했고 끝맛이 깔끔했어요. 졸로프 라이스는 무난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나, 이것은 정말로 맛있었어요.


친구는 맛있다면서 냠냠좝좝 음식을 먹었어요.


그럼 그렇지! 아프리카 흑인들도 사람인데!


음식의 레시피 자체가 쓰레기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어요. 레시피 자체가 핵폐기물이라 음식이 맛없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얼마나 못 만드냐에 따라 음식이 맛이 없어져요. 넣어야할 재료를 뺀다든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재료로 대체해버린다든가, 정말 조리를 엉망으로 했다든가에 따라 점점 음식의 맛은 떨어져가고, 결국 방사능 폐기물 우주쓰레기 같은 패악질 요리가 완성되는 것이죠.


아프리카 흑인도 사람인데 우리와 똑같이 맛있는 음식 먹고 싶겠죠. 그 맛있는 음식은 몇몇 향 때문에 살짝 거부감이 들 수는 있지만, 누가 먹어도 처음 겪는 향이 문제라고 할 뿐 맛 자체가 없을 리는 없어요.


여기 음식 정말 맛있었어요. 아프리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가도 좋은 곳이었어요.


"야, 맛만 좋구만! 다음에 아프리카 식당 있으면 또 가자! 그 아프리카 헤리티지도 꽤 맛있었겠네."

"아니야! 그 식당만큼은 아니야!"


친구를 처음부터 너무 좋은 곳으로 데려와버렸어...


친구가 다음에는 이태원에 있는 나이지리아 식당도 가보자고 했어요.


그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친구는 여기에서 아프리카 음식을 먹고 매우 용감해졌어요. 독충과 독샘이 우글거릴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황금과 찬란한 문명의 땅이었다는 눈빛이었어요. 여기는 맛있지. 하지만 정말 저 전에 먹었던 이태원의 그 식당은 독충과 독샘이 버글거리는 푸른 사막 같은 곳이었어.


여기는 음식이 매우 맛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맛들이었거든요. 격찬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구를 데려오든 욕먹을 일은 없는 식당이었어요.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는 점은 '아프리카 음식'이라는 희소성으로 퉁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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