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서울 성수동 퀸겹겹이명품돈가스 - 양고기 돈까스

좀좀이 2017. 2.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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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나라에 양고기 파는 곳이 매우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양고기 먹으러 간다고 하면 동대문에 있는 동북화과왕에서 중국식 양꼬치를 먹든가, 마찬가지로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에서 중앙아시아식 양꼬치를 먹는다든가, 이태원 가서 양고기 케밥을 먹는다든가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양고기 파는 가게가 많아서 여러 곳을 놓고 골라가야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양고기 요리는 거의 다 구이에요. 구이에서 벗어난 양고기 요리라고 해야 훠궈 정도이고, 그 외의 양고기 요리는 정말로 접하기 어려워요. 양고기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 거의 전부 양꼬치 아니면 훠궈집이에요. 요즘은 양꼬치 대신 양고기를 구워먹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양고기를 구워먹는 거나 양꼬치를 구워먹는 거나 일단 구워먹는다는 점에서 조리법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요. 케밥은 구운 양고기고, 마라탕은 물에 빠친 양고기에요. 즉, 아직까지도 양고기 요리 종류는 케밥을 제외하면 실상 양꼬치와 훠궈로 통일되어 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한때는 양고기를 정말 많이 먹으러 갔지만, 요즘은 양고기 먹으러 가는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물에 빠친 양고기도 많이 먹었고, 불에 지진 양고기도 많이 먹었거든요.


"양고기로 돈까스 만들어서 파는 곳이 있네?"


성수동 카페거리에 대해 알아보던 중, 성수동에 양고기로 돈까스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건 꼭 먹어봐야 해!"


이것이 맛있고 없고를 떠나서, 양고기로 돈까스를 만들어 파는 가게는 아직 못 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없을 거고, 다른 나라에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양고기 돈까스 글을 본 기억이 없었어요. 양고기로 돈까스를 만들어서 판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희귀한 일. 그래서 성수동으로 갔어요.


양고기 돈까스를 파는 가게 이름은 '퀸겹겹이명품돈가스'에요. 여기는 성수이로 카페거리와 거리가 조금 있어요.


가는 방법은 성수역으로 간 후, 여기에서 성수2가3동 주민센터로 가야 해요. 성수2가3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골목길로 쭉 올라가면 나와요. 네이버에서 퀸겹겹이명품돈가스 라고 검색하면 지도에 나와요.


퀸겹겹이명품돈가스


가게는 이렇게 생겼어요.


들어가자마자 양고기 돈까스를 시켰어요. 정식 이름은 '양 가스'에요. 그런데 그냥 양고기 돈까스 달라고 주문해도 상관 없어요. 양고기 돈까스는 딱 한 종류 있거든요.


퀸겹겹이명품돈가스 양가스


이것이 이 가게의 양고기 돈까스에요. 가격은 9500원이에요.


양고기 돈까스


돈까스에서 양고기 냄새가 은은히 풍겨나왔어요.


가게에서는 이 돈까스에 대해 '특별메뉴(겹겹이명품양가스) - 양고기를 가지고 겹겹이 양가스를 세계최초로 개발하여 여러분께 먼저 선보입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라고 설명하고 있었어요. 저 멘트가 벽에 붙어 있더라구요.


라자오펀


흥미로운 것은 돈까스 소스로 중국식 양꼬치 주문하면 나오는 고춧가루인 라자오펀이 나왔다는 것이었어요.


서울 성수동 퀸겹겹이명품돈가스 - 양고기 돈까스


이 돈까스는 양고기 향이 확실히 느껴지나 강하지 않았어요. '양고기의 풍미' 정도로 받아들여도 될 수준이었어요. 확실히 양고기 냄새를 잘 제어했어요. 양고기 냄새가 역하게 확 올라오거나 양고기 냄새를 아예 다 죽여버린 것 아닌가 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양고기 냄새를 잘 제어한 것이 기술이라 할 만 했어요.


라자오펀을 찍지 않고 그냥 한 조각 먹어보니 조금 느끼했어요.


라자오를 찍어서 먹으면 고소한 튀김맛과 양고기 맛이 딱 맞아 떨어졌어요. 고기 맛은 확실히 양꼬치 맛과 비슷한데, 돈까스이다보니 양꼬치와는 맛이 확실히 달랐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돈까스의 맛과 양꼬치의 맛의 교집합에 위치한 맛이었어요. 양꼬치를 먹는 것 같지만 양꼬치와는 다르고, 돈까스를 먹는 것 같지만 돈까스와는 다른 맛이었어요. 먹는 내내 '이 맛을 양꼬치와 비슷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돈까스와 비슷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맛은 있었으나, 확실히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고, 개성이 확실한 음식이었거든요.


이것은 외국인들에게 팔면 아마 꽤 잘 팔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특히 한국 여행 온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못 먹어서 돈까스를 못 먹는데 양고기 돈까스라면 먹을 수 있거든요.


저는 맛있게 먹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것이 맛있다고 확실히 장담하지는 못하겠어요. 맛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인데다, 양고기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니까요. 이것은 '맛이 있다, 없다' 라는 주관적 평가를 떠나서 양고기로 만든 돈까스라는 점에서 한 번 먹어볼 만 했어요. 천편일률적인 물에 빠친 양고기와 불에 지진 양고기에서 벗어난 양고기 돈까스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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