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10 터키

좀좀이 2011. 12. 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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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표를 살 때부터 한 가지 너무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대체 스코페에서 이스탄불 가는 버스는 왜 40유로씩이나 해?'


이 지역에서 40유로면 엄청나게 큰 돈이에요. 마케도니아에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1유로가 63디나르인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물가가 비싼 것도 아니었어요. 열쇠고리만 해도 그랬어요. 80디나르에 구입했는데 왠지 한국돈 1만원을 주고 구입한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그냥 기분 때문인지 실제와 다르게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둘째 치고 버스비가 40유로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 지역 버스비를 비교했을 때 절대 40유로까지 나올 리는 없었어요.


후배가 운전기사가 터키어를 안다고 했어요. 터키인과 터키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 번 기사에게 물어보라고 시켰어요.


"이 버스, 소피아 거쳐서 이스탄불 들어간대요."


마케도니아와 터키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케도니아에서 이스탄불로 가기 위해서는 그리스나 불가리아를 통해 가야해요. 그래서 버스가 소피아를 거쳐 가는 것. 꽤 멀리 돌아가는구나...


버스 안에서 곰곰히 생각했어요. 확실히 둘이 여행하니 편한 점이 많았어요. 가장 중요한 점은 버스에서 잠을 편히 잘 수 있다는 점. 제가 복도 쪽에서 자고 후배는 창가 쪽에서 잤는데 귀중품은 모두 창가쪽 주머니에 집어넣고 옷을 잘 잠그고 자면 소매치기 걱정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잠을 편히 잘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편했어요.


"우리 동유럽 여행 같이 갈래요?"

후배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후배는 무슨 여행을 한 달 씩이나 다니냐고 했어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동유럽 다 돌아보겠어요? 그리고 혼자보다는 둘이 다니는 것이 경비 절감도 되고 좋잖아요."

제 말에 후배는 솔깃해하는 것 같았어요.

"나왔을 때 여행을 다녀야죠. 한국에서 다시 여행 나온다고 생각해봐요. 비행기표만 200 넘어요."


지금이 기회라는 점을 최대한 강조했어요. 제 말에 후배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같이 가요."

후배가 결심했어요. 그래서 같이 다니기로 했어요. 하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한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면 오빠는 이스탄불에서 하루 머물러요. 저는 앙카라 가서 짐 좀 꾸리고 올께요."

"저도 앙카라까지 같이 갈께요."

왠지 후배만 앙카라로 보내면 후배가 결정을 바꿀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스탄불에 혼자 머무르고 싶지도 않았어요. 저는 중동에서 나와 여행을 시작한 거라서 이슬람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이스탄불을 썩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처음 중동에서 이스탄불로 왔을 때에는 정말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잠시. 여행을 조금 하니 흥미가 뚝 떨어졌어요.


아침. 이스탄불에 도착했어요.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가는 버스는 매우 많았어요. 그래서 바로 앙카라행 버스를 타고 앙카라로 갔어요.


앙카라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후배가 고등어 케밥을 사 주었어요. 맛이 꽤 좋았어요. 고등어 케밥을 먹고 후배는 자기 숙소로 돌아가고 저는 호텔로 돌아왔어요. 호텔에 돌아와 한 일은 빨래. 열심히 빨래를 하고 드라이기로 말린 후 잠을 청했어요.


다음날. 후배가 호텔로 왔어요. 짐을 들고 호텔에서 나왔어요. 후배가 쿰피르를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쿰피르는 고등어 케밥과 더불어 꼭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후배가 산다길래 따라갔어요.


쿰피르는 구운 감자 속에 야채를 넣은 음식이었어요. 양은 많은데 맛은 그럭저럭이었어요. 그래도 잘 먹었어요. 공짜였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역시 누가 공짜로 사주는 음식이에요.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길.



눈 내리는 터키. 왠지 안 추울 줄 알았는데 추웠어요.


이스탄불 도착하자마자 후배는 환전하러 술탄 아흐멧 지구로 갔어요. 저는 이스탄불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후배 뒤만 졸졸 따라다녔어요.


"정말 이스탄불 안 봐도 되요?"

"예. 저 중동에서 왔다니까요!"

"그래도 그건 아니죠!"


후배는 저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갔어요. 그러더니 사진을 찍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찍은 사진이에요.





뭔지도 모르고 찍었어요. 뭐라고 설명해주는데 그냥 찍었어요. 사진을 찍고 이스탄불 오토가르로 갔어요. 오토가르에서 표를 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이스탄불에서 소피아로 가는 버스는 많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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