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7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 소노부도요 박물관 sonobudoyo museum

좀좀이 2015. 8. 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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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톤 다 보는 데에 2시간이면 충분하겠지?'


9시 조금 넘었는데 2시간이면 11시. 넉넉잡아 3시간이라고 해도 12시. 아직 시간이 널널했어요. 원래 숙소에서 출발하려고 했던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기는 했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오늘 일정 계획을 짤 때, 처음부터 중간에 쉬고 길 헤매고 늦장부릴 것을 다 집어넣어서 숙소에서 일찍 출발하려고 했던 것이었거든요. 최대한 일정이 꼬일 것이라고 가정해서 일정을 짠 것이었고, 아직까지 크게 일정이 꼬인다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시간이 만회되어가고 있었어요.



길거리 표지판에는 자바어도 적혀 있었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진짜 자바어를 사용하나보구나.'


노란색 라틴 알파벳 아래 적혀 있는 글자가 바로 자바어 문자에요. 첫날 친구가 제 앞에서 가는 사람들이 자바어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바어 글자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저 글자는 아랍 문자, 태국 문자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려워 보였어요. 게다가 교재도 아예 없었고, 하루만에 글자를 외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중앙우체국에서 크라톤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고, 길을 찾는 것도 쉬웠어요. 별 어려움 없이 크라톤까지 왔어요.



'이게 궁전인가?'


다가가서 보니 이것은 소노부도요 박물관 sonobudoyo museum 이었어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박물관부터 보고 갈까?'


원래 박물관은 오늘 일정에 없었어요. 전날 오늘 일정을 짤 때, 오늘은 시간이 빠듯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숙소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9시 17분이었어요. 이 지역 문화에 관심이 생긴 것도 있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궁전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박물관부터 보고 조금이라도 뭔가 알게된 후에 궁전을 들어가는 것이 더 괜찮을 것 같았어요. 일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파쿠알라만 궁전을 오늘 꼭 보아야할 이유도 없었고, 설령 그것까지 오늘 본다 하더라도 프람바난 사원을 너무 일찍 가면 프람바난 사원을 보고 난 후 할 게 없었어요.



'30분이면 충분히 다 보겠지?'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 정도 박물관이면 30분이면 충분히 다 볼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입구를 지나가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자바섬의 전통 악기들이었어요.



traditional instruments in jawa




혹시 거리에서 본 악기들이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그러나 거리에서 보았던 앙클룽과 짤룽 같은 악기들은 없었어요. 여기에 전시된 악기들은 궁중 음악에서 사용되던 악기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전날 밤 연주를 해 보았던 악기는 여기에 전시되어 있었어요. 똑같이 생긴 악기라 하더라도 크기가 다른 것들이 여러 개 있었어요. 악기들을 보니 한 번씩 다 쳐보고 싶었어요.




내부 전시실로 들어갔어요.




내부 전시실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이슬람 역사 관련 파트도 있었어요.



이것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초기 모스크 양식이라고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스크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어요.



이것은 자바어로 적힌 책이에요.


인도네시아 코란


그리고 이것은 아랍어로 적힌 책이에요.


인니 전통의상



이것저것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어요.



"인도네시아 그림자 인형극에 사용하는 인형이다!"


이 인형은 wayang kulit 라고 해요. 그리고 이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을 Dalang 이라고 하지요.



방 한 면이 엄청난 와양 쿨릿으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실제 보면 작은 것들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들의 일대 행렬이었어요.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전통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인형들을 흥미롭게 관찰한 후, 계속 앞으로 갔어요.






박물관은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가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 와요!"


보수중이라 그냥 대충 보고 지나가려는데 인부들이 불렀어요.


"안녕하세요."

"이거 사진 찍고 가요."

"이거요? 이거 무엇인가요?"


인도네시아인들이 무언가 설명해주었는데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섞어가며 설명해주어서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제가 알아들은 것이라고는 이것이 발리 양식 건축물 모형이라는 것 정도였어요.




박물관을 다 보고 나가려는데 박물관 관리자가 저를 불렀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박물관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이거 무엇인지 알아요?"



"이거요? 글쎄요..."

"이것은 큰통안이라는 것이에요."


아저씨께서는 문 앞에 걸려있는 커다란 나무 종 같이 생긴 것의 이름이 큰통안 kentongan 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이것은 옛날 자바섬에서 일종의 전화기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요. 큰통안은 잭프루츠 나무로 만들었대요. 느리게 퉁퉁 치면 아무 일 없는 것이고, 빠르게 두드리면 화재, 한 번 퉁 치고 다다다 치면 사람이 죽은 것을 알리는 것인데, 이 소리가 1km까지 퍼졌다고 해요. 그리고 욕야카르타의 큰통안은 머리 장식이 여기 전통 모자를 쓰고 있는 형태라고 알려주셨어요.


"여기 문화와 발리 문화가 다르다고 들었어요."

"예, 요그야카르타 문화와 발리 문화는 달라요. 여기에 전시된 것은 주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전통 공연과 관련된 것들이에요. 그리고 전시된 것들 가운데 발리 문화와 관련된 것도 여러 개 있어요. 발리 민속춤은 템포가 매우 빨라요. 그러나 요그야카르타 민속춤은 템포가 매우 느려요."


아저씨께서는 제게 인형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없다고 하자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와양 쿨리트는 가죽으로 만들어요."



아저씨께서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과 그것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인도네시아 전통 예술



인도네시아 수공예품



이거 왠지 구입을 권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그런데 점점 분위기가 이 인형들을 판매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어요. 이런 경험이라면 이미 전날 한 번 했었어요. 솔직히 인형들이 너무 예뻐서 하나 구입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인형을 여행 마지막까지 잘 들고갈 자신이 없었어요.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었고, 여행 초기이다보니 이런 것을 사모으는 것도, 이런 것을 구입하는 쪽에 돈을 쓰는 것도 조금 꺼려졌어요.


"설명 감사합니다. 저 이만 가볼께요. 왕궁은 어떻게 가나요?"


계속 있으면 분위기가 매우 이상하게 흘러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겠다고 하자 내심 아쉬워하시는 눈빛을 보이며 왕궁은 박물관 바로 맞은편이라고 알려주시며 잘 가라고 하셨어요.



박물관을 나와 앞을 바라보았어요.



저기가 바로 오늘 맨처음 가려고 했던 왕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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