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중학교 수학에서 집합 안 배우는 것 아시나요

좀좀이 2015. 5.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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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많은 학생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존재. 공부를 못하는 학생 대부분이 수학을 못해요. 그리고 그 수학을 못하는 학생 대부분이 간단한 사칙연산만 등장해도 인상을 찌푸리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죠.


인터넷에서 가끔 어느 정도 어려운 수학을 고등학교까지 배워야하는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면 '수학적 사고를 위해' 라든가 '수학이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등의 주장이 판을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고교 시절 배우는 수학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지요. 고작 한다는 말이 전자제품을 만들 때 수학 없이는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인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납땜하고 해서 전자제품을 만드는 일은 없지요. 기껏 해야 전자제품 구입해서 전선 이어주고 배터리나 끼워주는 정도에요. 예전에는 복리 계산을 위해 등비수열을 알고 직접 계산할 수 있어야 했지만,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 '이자 계산기'라고 딱 입력하면 이율과 기간만 입력하면 알아서 이자 계산이 되는 프로그램이 떠요. 다운로드할 필요조차 없지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우리들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각자 처한 상황과 제시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보니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매우 과격한 표현이기는 한데, '창의력'과 '수학적 사고'처럼 학부모 주머니 속 돈 털어먹기 좋은 말도 없을 거에요. '서울대 보내기'라는 말은 '서울대 입시 커트라인'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이라도 있지, '창의력'과 '수학적 사고'는 분명 실체가 있을 거 같기는 한데 그 실체가 대체 무엇인지 매우 알쏭달쏭한 말이거든요. 설령 '창의력', '수학적 사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 감이 쉽게 잡히지 않지요.


수학 교육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논쟁을 떠나서, 수학 중 정말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주는 단원도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집합이에요.


과거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첫 부분이 바로 이 집합을 배우는 단원이었어요. 손때에 절고 침에 저는 바로 그 단원이지요. 밴다이어그램, 합집합, 교집합, 차집합, 여집합 등등...수학을 손에 놓은 학생도 학교가 바뀌며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단원.


집합이 중요한 이유는 수포자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단원이라서가 아니에요. 집합이 진짜 중요한 이유는


설명과 공책정리 방법은 집합을 배우기 전과 배우기 후로 나뉜다.


무언가 여러 개를 비교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은 단순히 수학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것은 다른 과목에서도 많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특히 사회, 역사 과목에서는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구요.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정리할 때 집합 - 특히 밴다이어그램은 매우 강력한 도구에요. 직관적이면서 깔끔한 정리가 가능하게 만들어주거든요.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할 때 밴다이어그램을 이용하면 설명하는 사람쪽에서는 구질구질하게 말 많이 할 필요 없어서 좋고, 듣는 쪽은 그림 보면 직관적으로 바로 알 수 있으니 좋아요. 노트 필기에서 가히 혁명급이라 할 수 있지요. 단순히 사회, 역사 뿐만 아니라 문법 정리할 때도 간간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즉, 매우 추상적인 '수학적 사고'와 달리 '집합'은 실제 그 활용이 무궁무진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잘 써먹는 부분이에요.


수학을 쉽게 만들어 수포자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정작 중요하고 요긴하게 잘 써먹고 다른 과목 학습에도 도움을 주는 집합 단원은 현재 중학교 과정에서 아예 안 배워요.


저도 이 사실을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답니다.



집합을 배운 분이라면 A, B, C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거에요. 집합을 안다면 이런 문제는 상당히 쉬운 문제에 속하지요. '법'도 어기고 '도덕'도 어긴 경우는 모두 B에 집어넣으면 되니까요.


이것은 그냥 다 대충 풀어도 맞추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이 문제를 보고 쩔쩔 매는 것을 보자 이해가 안 되었어요.


"너희들 집합 안 배웠냐?"

"예."

"응?"


설마 하는 마음에 쉬는 시간에 수학 선생님께 진짜 중학교 애들 집합 안 배우냐고 여쭈어보았어요. 그리고 중학교 수학책도 확인해 보았어요. 정말로 중학교 과정에서 집합을 배우고 있지 않았어요.


"집합을 대체 왜 안 가르쳐?"


도대체 왜 집합을 안 배우는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어요. 중학교에서 배웠던 집합은 전혀 어렵지 않은 단원이었을 뿐더러, 수학과 관련없는 다른 과목에서 그거 만큼 유용하게 잘 써먹는 수학 단원도 없거든요. 수학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수학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들께서 수학과 관련 없는 다른 과목들에서도 유용하게 잘 써먹는 집합은 왜 중학교 단원에서 제외한 거지? 이게 무슨 그래프 360도 회전시켜서 부피 구하던 정적분 만큼 계산 복잡한 단원도 아니고.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써먹지도 않는 것을 가르친다고 불만인데 이건 유용하게 잘 써먹는 거잖아?


학생들이 집합을 안 배워서 저 문제는 과거 매우 쉬운 문제에서 이제는 응용력을 요구하는 수준 높은 문제로 격상되었어요.


5월은 가족의 달이라고 하지요. 학부모님들께서는 한 번 시간 내어서 자녀분들의 교과서를 쭈욱 훑어보시기 바래요. 참고로 중학교 사회, 역사 교과서는 더더욱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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