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팥빙수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여름이 되면 매우 즐거워요. 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패스트푸드점 가서 팥빙수를 사먹을 수 있거든요. 팥빙수 먹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샤워하고 벌러덩 드러누우면 모기가 앵앵거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쿨쿨 잘 잘 수 있어요.
하지만 겨울이 되면 팥빙수 파는 곳들이 거의 다 없어져요. 그렇다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우유 빙수라면 겨울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데, 우유 빙수도 좋아하지만 시원한 그냥 얼음 빙수가 먹고 싶을 때가 더 많아요. 아무래도 우유 빙수는 조금 텁텁한 맛이 있다 보니 목이 마르고 빙수가 먹고 싶을 때에는 우유 빙수를 대체재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친구들과 돌아다니다 종로5가 광장시장 근처에서 팥빙수 파는 카페가 보여서 팥빙수를 먹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어요.
칵테일 후르츠가 듬뿍 올라간 빙수를 먹고 싶었지만 그건 없어서 그냥 '광장시장 빙수'라는 메뉴를 시켰어요.
친구들은 커피와 고구마 라떼를 시켰고, 저는 팥빙수만 시켰어요.
팥빙수는 이렇게 작은 양은냄비에 담겨져 나왔어요. 일단 양은 가격에 비해 괜찮은 편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위를 살살 비벼먹다 마지막에 팥을 넣어 섞어 먹는 것.
맛은 그냥 평범했어요.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어려서부터 팥빙수란 칵테일 후르츠 또는 과일이 듬뿍 올라간 것이라고 알고 지내와서인지 이런 빙수는 진짜 먹고 싶던 빙수의 대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친구들 말로는 팥을 넣고 비벼 먹는 게 맛이 더 좋다고 했어요. 팥을 넣지 않고 먹으면 그냥 밍숭밍숭 빙수였어요.
그래도 아직 날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빙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 하나에 기분이 좋았어요.
'어서 날이 더워져서, 이왕이면 날짜는 흘러가지 않고 날만 더워져서 제가 좋아하는 빙수 파는 가게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