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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슬슬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제 눈 뜨면 후에인가?'


하지만 버스는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어요. 버스가 가면서 몇몇 곳에서 사람들을 계속 태우고, 물건도 싣고 그랬거든요. 창밖을 통해 베트남 야간 풍경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창가가 아니라 버스 한가운데 자리이다보니 창문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버스는 물건을 싣는다고 자꾸 멈추어섰고, 그때마다 몇 분씩 시간이 걸렸어요.


앞자리에 있는 베트남인들이 버스가 정차할 때 눈치껏 내려서 담배를 태우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어느 곳에서인가 버스 정차 시간이 길어지자 백인 여자가 2층에서 내려가더니 밖으로 나갔어요. 기사는 나가지 말라고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백인 여자는 이것을 무시하고 나가서 바로 옆 가게로 들어갔어요. 버스 기사가 뭐라고 소리치는데 백인 여자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가게에서 태연하게 고를 것을 골랐고, 버스 기사는 화가 났는지 문을 닫고 버스를 출발시켜버렸어요. 그제서야 정신 차린 백인 여자는 가게에서 뛰쳐나왔고, 가게 주인은 급히 거스름돈을 쥐어주었어요. 백인 여자는 헐레벌떡 뛰었고, 버스는 조금 가다 멈추어주었어요. 백인 여자는 버스에 타서 씨불씨불 불만을 토해내었어요. 진짜로 버스를 출발시키는 화끈한 모습과 당황한 백인 여자와 가게 주인의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그리고 버스는 매우 평화로워졌어요. 오만방자하게 굴던 탑승객의 굴욕적 말로 이후에는 버스가 잠깐 손님이나 화물을 싣기 위해 정차한다 해서 기사 말 무시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사람이 없어졌어요. 창밖은 도시를 벗어나 정말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골로 바뀌었어요. 가운데 위치한 제 자리에서는 이제 건너편 창밖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GPS로 위치를 확인했을 때가 닌빈이었어요.


'여기 나중에 갈 곳인데 버스로 먼저 지나가네.'


버스가 닌빈을 통과하고 있을 때 잠이 들었어요. 밤을 새고 쉬지 않고 여기까지 왔기에 긴장이 풀리니 바로 잠이 몰려왔거든요.


눈을 떴을 때에는 아직 어두컴컴한 때였어요.


"아, 추워!"


유일하게 사다리가 없는 2층칸은 괜히 사다리가 없는 것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제일 안 좋은 자리였거든요. 환풍기와 에어컨이 같이 있어서 화장실 문이 열릴 때마다 악취가 확 덮쳐왔어요. 왜 하필 여기를 기어올라왔을까 후회가 마구 되었지만, 버스 안에 남아 있는 자리는 없었어요. 남아 있는 자리가 없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앞쪽 복도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바닥에 눕거나 앉아 있었어요.


지금 한파래매? 추워서 옷 다 두껍고 입고 돌아다니잖아?


진짜 이해할 수 없는 일. 춥다고 옷은 우리나라 초겨울 수준으로 두껍게 입고 있으면서, 버스 안의 에어컨은 우리나라 한여름 수준으로 빵빵 틀어놓았어요. 추우면 에어컨을 끄든가, 에어컨을 틀 거면 옷을 얇게 입든가. 에어컨은 신나게 틀어대고 옷은 옷대로 두껍게 입고 있는 전형적인 에너지 낭비의 모습. 그렇다고 특별히 습한 것도 아니었어요. 에어컨을 틀 이유는 하등 없었는데 에어컨 바람은 제 얼굴과 몸을 강하게 때리고 있었어요.


이런 매우 안좋은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 하나라면 이불이 우리나라 털이불 비슷한 두꺼운 이불이라는 것이었어요. 그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면 화장실 악취를 안 맡아도 되었고, 차가운 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어요. 이불마저 얇았다면 정말 최악이었을 거에요. 아마 자다가 추워서 깨어난 후 또 잠을 설쳐버렸겠죠. 그러나 그렇게까지 최악이 되지는 않았어요. 더욱이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버스를 탄 거라 환풍기 악취 같은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구요. 실컷 잘 자고 일어나서야 악취와 추위를 깨닫게 된 것이었어요.


어쨌든 이불을 잘 덮고 잤기 때문에 감기는 걸리지 않았어요. 푹 자고 일어났기 때문에 앉아서 옆 좌석 너머로 창밖이나 보고 있으려고 했어요.


슬리핑 버스인 이유는 슬리핑 버스이기 때문이다.


가방을 두 개나 들고 탔기 때문에 자리가 좁기는 했지만 누워서 자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차멀미는 아예 안 하는데다 버스에서 앉아서도 매우 잘 자는데, 이렇게 누워서 자라고 하면 정말 푹 자요. 그래서 전날에는 예전 발칸반도에서 야간 이동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좋아했어요. 하지만 새벽이 찾아오고 잠에서 깨어나 앉아 있으려 하자 정말로 불편했어요. 무언가 맞지 않아서 목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갔어요. 누워 있기는 편한데 앉아 있기는 불편한 좌석이었어요.


GPS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버스는 후에를 향해 잘 달리고 있었어요. 이대로라면 아침 8시 반이면 도착할 것 같았어요. 아침 8시 반에 도착해서 숙소 들어가서 씻으면 얼추 10시. 친구를 이때 즈음 만나서 후에성을 보고 동바 시장 근처에서 점심 먹고 오후에 또 같이 돌아다니고, 저녁 먹고 후에 야시장까지 보고 나면 오늘 하루 일정은 매우 알차게 끝낼 수 있었어요. 일단 친구 말에 의하면 이틀이면 빠듯하기는 해도 중요한 것들은 다 볼 수는 있다고 했거든요.


그건 당신 희망사항일 뿐이고.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아침 7시 무렵부터 버스는 점점 느리게 달리기 시작하더니, 톨게이트를 지나자 정말로 기어가기 시작했어요.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도 느릿느릿 굴러갔어요.


'버스가 갑자기 왜 이러지?'


버스가 도시 안으로 들어와서 갑자기 속력이 줄어들은 건가? 하긴, 전날 밤에 여기저기 다 들리면서 사람과 짐을 실었으니, 이제는 목적지마다 다 들리겠지. 도시 안에서 마구 밟는 것은 안 되나 보네? 차 없을 때에는 그냥 확 달려도 될 거 같은데. 이제 후에 거의 다 왔으니 느리게 달려도 큰 상관이야 없겠지. 얼추 한 시간이면 후에 들어가지 않을 건가? 늦어도 9시까지는 도착하겠지.


갑자기 주유소 앞에서 버스가 멈추었어요.


'또 누구 내리나보네.'


주유소에 들어가서 멈춘 것이 아니라 주유소 앞에서 멈추었기 때문에 누군가 여기에서 내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버스 문이 열렸고, 차장과 기사가 버스에서 내리더니 누구와 말하기 시작헀어요. 창밖을 내다보니 승용차 한 대에서 세 명이 나와서 버스 기사와 차장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어요. 버스가 어디 들이박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무슨 동네 친구인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차장은 서류를 보여주었고,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있었어요. 버스는 계속 출발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맨 앞에 탄 베트남인들은 신발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어요.


'저 사람들은 여기에서 그냥 내리나?'


그러나 그들은 짐은 챙기지 않고 버스에서 나누어준 물통 하나만 들고 내렸어요. 주유소에는 당연히 '금연' 표시가 딱 붙어 있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주유소 옆 골목 입구로 들어가서 담배를 태우고, 생수통 물을 가지고 양치하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어요. 창가쪽 자리에 있었다면 사진을 찍었을텐데, 창가쪽이 아니라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베트남인들은 골목 입구에서 칫솔에 치약을 짜서 양치를 하고, 생수통 물로 옴졸옴졸 입안을 헹구어서 퉤 뱉고, 남은 물로 고양이 세수까지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그래도 버스는 출발할 줄 몰랐어요.


"예전에 같은 버스를 탔는데 오후 6시에 도착한 적도 있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이 옆 자리에 누워 있는 외국인에게 영어로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오후 6시? 안 돼!!!!!


지금 후에가 코 앞인데 오후 6시라구?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다니! 오후 6시 도착할 거라면 지금 내려서 오토바이 뒷좌석에 낑겨타고 가고 만다. 만약 오후 6시에 후에 도착하면 오늘 일정은 야시장 구경 말고는 죄다 날라가는 것이었어요. 다음날 친구와 만나 후에 구경을 하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아마 두어 곳 보면 끝. 그리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 호이안으로 떠나야했지요. 그야말로 최악. '그런 재수없는 소리는 말하지 마!'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 단지 그 꿈이 악몽일 뿐'처럼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어요. 버스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버스 승객들 모두 창밖을 유심히 내다보고 있었어요. 30분이 지나도 버스는 출발할 줄 몰랐어요. 후에에 오후 6시에 도착한 적도 있다고 말한 베트남인은 태연하게 검은 비닐봉지에서 바나나잎으로 싼 하얀 떡을 꺼내 까먹기 시작했어요. 바나나잎으로 포장된 것의 크기는 주먹만 했는데, 다 푸르고 나서 나온 떡은 아기 주먹만 했어요. 정말 쓰레기가 무섭게 많이 생겨갔어요. 다행히 그 베트남인은 공중도덕을 아는 베트남인이라서 바나나잎을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게 아니라 검은 봉지에 잘 집어넣었어요. 이러한 모습들에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조금 좋아졌어요. 그래도 시간이 나니까 나가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쓰레기는 비닐봉지에 잘 집어넣는 모습을 보니 여기도 그럭저럭 위생상태는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아시아 사람들이 청소 및 청결에는 신경을 참 많이 쓰는 것 같았어요. 우즈베키스탄처럼 한겨울 빙판길 위에 청소한답시고 물을 뿌려놓아서 넘어지는 줄도 모르고 뒤로 자빠지게 만드는 빙판길을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요.


버스가 멈춘지 30분이 지나도 버스는 출발할 줄 몰랐어요. 한참 지나서야 버스가 다시 출발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어요. GPS로 버스가 이동하는 것을 확인해보니 꼭두새벽과는 너무나 차이가 났어요. 물론 굳이 GPS로 확인하지 않고 창밖 풍경만 보아도 얼마나 느리게 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요. 꼭두새벽이었으면 1시간 안에 주파할 거리를 1시간째 가도 절반 채 못 가고 있었어요.


버스 터미널 도착 예정 시각은 원래 9시 30분. 그러나 막상 버스 터미널 도착하니 10시 30분이었어요. 원래 예정시각은 고속도로 벗어나서부터 엉금엉금 기어갈 것이라는 것을 반영한 시각 같았는데, 그 예정시각보다도 1시간 연착이었어요. 그리고 이 1시간 연착의 대부분은 바로 그 어느 주유소 앞에서 발목 잡혔던 시간이었어요.


"택시! 택시!"


달려드는 택시 기사들. 그리고 나는 지금 대체 어디인가.


신카페에서 버스를 예약했기 때문에 당연히 신카페 앞에서 내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내린 곳은 전혀 엉뚱한 버스 터미널이었어요. 버스 터미널에서 내릴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보았기 때문에 내리자마자 당황스러웠어요. 후에성이 보이면 그것을 기준으로 방향이라도 찾아볼텐데, 후에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우중충한 하늘과 씽씽 달려대는 오토바이들. 그리고 옆에 달려온 택시기사들과 오토바이 택시기사들.


분명 여기에서 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택시 기사들을 뚫고 터미널 밖으로 나왔어요.


이건 도저히 모르겠다.


방향을 잡고 걸어가야 하는데 그 어떤 것도 기준이 되지 않았어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데다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핸드폰에서 GPS를 켜고 지도를 보며 걸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문제는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졌다는 것. 일단 숙소 근처까지는 가야했어요. 그래야 숙소 근처에서 길을 못 찾았을 때 핸드폰에서 GPS를 켜고 지도를 보며 걸어가 찾을 수 있었거든요. 터미널에서부터 GPS를 켜고 돌아다닐만큼 핸드폰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최후의 상황을 위해 지금은 핸드폰을 꺼두어야 할 때.


1시간 연착하는 바람에 오전 일정은 날아가버렸고, 여기가 후에라는 것만 알지,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에 대해 끝없는 물음표만 나올 뿐이었어요. 그렇다고 핸드폰의 GPS에 의존해 길을 찾아갈 수도 없는 상황. 좋든 싫든 택시를 이용해야 했어요.


오토바이 택시 기사에게 가서 숙소 주소를 보여주었어요.


"투 달라."

"콩. 못 달라."

"에...하이 달라!"

"콩. 못!"

"방."


오토바이 택시 기사는 처음에 2달러를 불렀지만, 친구가 알려준대로 반값으로 가자고 했어요. 택시 기사는 몇 번 튕기다가 그렇게 가겠다고 했어요.


"하이 므어이 응인 동!"

"방."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1달러는 2만동+약간'이라는 베트남 환율이었어요. 그래서 2만동에 가자고 했더니 택시 기사는 좋다고 했어요. 택시 기사는 하이바를 쓰라고 주었어요. 하이바가 작은 느낌이 있어서 하이바를 쓰고 머리를 손으로 탁 쳤어요. 그러자 하이바가 쑥 내려와 딱 씌워졌어요. 등에는 배낭을 매고, 앞에는 노트북 가방을 위치시키고 오토바이 택시 기사 뒤에 올라탔어요.


오! 이거 짜릿해!


전날 거리에서 보며 기겁했던 오토바이 위에 이제 제가 올라타 있었어요. 이게 차에서 보는 것과 오토바이 위에서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어요. 끼어들기, 칼치기, 곡예운전을 하는데 짜릿짜릿했어요. 이건 그냥 택시로 이용하는 것을 떠나, 1달러 내고 한 번 쯤 충분히 느껴볼 만한 재미였어요. 축축하면서 시원한 바람, 그리고 요리조리 샤샤삭 피해가고 끼어들어가는 재미. 안전만 보장된다면 놀이기구로 만점이었어요. 단지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니 문제일 뿐이죠.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니 금방 도착했어요. 택시 기사에게 2만동을 주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어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던져놓고 혹시 아침을 먹을만한 곳이 있나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제가 머문 숙소가 있는 곳은 현지인들이 '서양 거리'라고 부르는 곳으로, 여행자 거리였어요.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늦게 도착했기 떄문에 당연히 거리의 쌀국수 가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침에 쌀국수 먹기는 글렀기 때문에 일단 카페에 앉아 친구에게 연락을 하며 어찌할지 결정하기로 했어요.



"나 후에 도착했어!"

"잘 왔어! 오늘 어떻게 할까?"

"점심 같이 먹고 같이 돌아다니자."

"응! 뭐 먹고 싶어?"

"네가 말했던 껌 헨을 먹고 싶어."


친구가 후에에서 유명한 것은 '껌 헨'이라는 음식과 '분 보 후에'라고 알려주었어요. 분 보는 쌀국수인데, 이것의 고향이 바로 후에라고 예전에 알려주었었거든요. 이 둘 만큼은 꼭 먹어보고 싶었어요.


"분 보 후에는 아침에 먹어야 해. 베트남 음식 맛있게 하는 곳 있는데 거기에서 만날래?"

"응!"


친구는 Mọc viên 레스토랑으로 오라고 했어요. 여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하므로 숙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알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향도 맛도 진한 베트남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한 후, 숙소 사람들에게 Mọc viên 레스토랑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거기 여기서 멀어. 택시 타고 가야 해."


숙소 직원은 오토바이 택시 기사에게 가격을 물어보더니 요금 차이가 별로 나지 않으니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어요. 하늘이 구리구리해서 우산을 챙겨 나왔는데, 택시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부슬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택시를 타고 꽤 가자 Mọc viên 레스토랑이 나왔어요.


"여기 진짜 고급식당 아냐?"



'여기서는 진짜 한 끼에 100달러 이러는 거 아니야?'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식당 모습에 여기는 정말 비싼 식당이라는 생각이 바로 확 떠올랐어요. 돈을 넉넉히 환전해오기는 했지만 부족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일단 진짜 여기로 부른 거 맞나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나왔어요.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직원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드디어 채팅으로 대화만 나누었던 친구가 웃으며 나왔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친구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할 자리를 찾았어요. 식당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앉고 싶은 곳에서 앉을 수 있었어요. 실외에서 경치 보며 먹고 싶다고 하자 정자로 데려갔는데, 하필 날씨가 쌀쌀하고 정자는 바람길이라 들어가자마자 싸늘함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정자가 아니라 본 건물 지붕 아래 좌석으로 가서 앉았어요. 한 사람당 음식을 하나씩 시켰는데, 저는 무난한 베트남식 볶음밥을 시켰어요. 그리고 선물 교환.


"이것은 전에 말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야."



친구에게 베트남 가서 베트남어로 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구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비록 제 실력으로 도저히 읽을 수 없지만, 주인공이 황금을 찾아 멀리 돌아다녔던 것처럼 언젠가는 공부해서 읽겠다는 것이었지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어로 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기 때문이에요. 그 후부터 여행을 가면 그 나라 말로 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을 구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것은 따로 준비했어요."



"너무 예뻐!"


나무로 된 판 위에 채색된 액자였어요. 위에 적혀 있는 것은 시. 친구가 읽어보라고 했는데 베트남어를 잘 모르는데에다 필기체로 적혀 있어서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괜찮았어요. 아무리 봐도 너무나 아름다웠거든요. 비록 이때, 이 그림이 후에의 어느 곳을 그렸는지는 몰랐지만요. 그저 강이 흐엉강 (香江)일 거라는 것만 추측할 뿐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제가 주문한 베트남 볶음밥. 서로 각자 하나씩 고른 후 같이 덜어가며 먹었어요. 음식은 모두 매우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서, 친구는 이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어요.


"후에성이나 동바 시장을 가보고 싶어."

"그러면 후에성이나 동바 시장?"

"응.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두 곳 구경하면 되지 않을까?"


친구는 제가 후에성과 동바 시장을 가고 싶다고 하자 후에성부터 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음식값을 지불했어요. 다행히 음식은 하나당 약 만원 정도였어요.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매우 저렴한 가격인 것은 사실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 레스토랑에 갔을 때 얼마를 지불해야하는지 잘 모르지만, 하여간 우리나라였다면 허리가 앞으로 숙여질 정도로 비싸지 않을까 싶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천천히 둘러보았어요.


restaurant in Hue


사진 오른쪽 건물  하얀 담 바로 옆 테이블이 바로 저와 친구들이 점심을 먹은 자리.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왔기 때문에 택시를 불러주었어요. 식당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택시를 부르지 않으면 마땅히 후에성으로 갈 방법이 없어 보였어요. 택시를 기다리는데 가랑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비가 내리네.'


올 듯 말 듯 부슬비 몇 방울 떨어뜨리던 하늘은 드디어 가랑비를 질질 흘려대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베트남인 친구를 만나서 돌아다녀보려는데 센스 없게 가랑비를 질질 흘려대는 하늘이 참 미웠어요. 하늘 관리자가 있다면 멱살 잡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장대비는 아니었다는 것. 사진 찍기는 힘든 날씨였지만, 그렇다고 못 돌아다니고 사진도 못 찍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택시가 오자 저는 택시를 탔고, 친구는 오토바이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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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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