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트빌리시 6

뜨거운 마음 - 36 조지아 트빌리시

계획 단계에서의 실수. 저는 여행 계획을 칼 같이 짜지 않아요. 그쪽에 소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차피 빡빡하고 칼같이 짜봐야 실제 여행할 때 더 피곤하게 된다는 것을 여행을 해보며 깨달았거든요. 어차피 계획대로 다 되지 않는 게 여행이다보니 그냥 적당히 대충 짜는 편이에요. 오히려 칼같이 짜서 다녀봐야 그 일정 따르려고 스트레스 받고, 그 일정대로 안 되는 경우도 태반이거든요. 그래서 일정을 칼 같이 짜지 않는 대신, 여분의 시간을 조금 넣어 놓아요. 만약 시간이 부족하면 가져다 쓸 수 있게 여분의 시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죠. 이 여행 계획을 짤 때 여분의 시간을 하루 주었어요. 아무래도 국경을 5번 넘어야하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문제가 터질 거 같아 여분 시간을 하루 주고, 그 이상으로 여분의 ..

뜨거운 마음 - 35 조지아 트빌리시 구시가지

낯익은 얼굴 셋은 같은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는 에스토니아인들. 그리고 매우 낯선 처음 보는 여자는 아마 그 에스토니아인의 애인일 거였어요. 이것들 여기서 노가다 알바 뛰었나... 넷이 바닥에 널부러져 앉아 있는데 온몸이 먼지투성이였어요. 하도 먼지를 뒤집어써서 몸에서 반짝이는 부분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뿌연 덩어리들. 무슨 관광을 그리 험악하게 했길래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어서 이렇게 널부러져 앉아 있나 궁금했어요. "물 꼭 사서 가! 위에 가게 없어!" 막노동 뛰다 잠깐 쉬는 인부들처럼 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바닥에 주저앉아 물을 마구 들이키던 에스토니아인들이 우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반드시 물을 사서 올라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에스토니아 청년들의 조언대로 근처 가게에서 1.5리터 물을 ..

뜨거운 마음 - 34 조지아 트빌리시 올드타운

트빌리시 이곳 저곳 다 둘러본 거 같았는데 왠지 못 본 것들이 몇 개 있었어요. 사건의 발단은 우리들과 방을 같이 쓰던 미국인이 우리에게 기념으로 사온 엽서라고 보여준 것. 트빌리시라고 했는데 트빌리시에서 그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트빌리시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고 이제 별 볼 일 없는 곳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현실은 그 정반대. 우리들은 그다지 볼 것 없는 곳만 열심히 돌아다닌 것이었고, 정말 볼 것이 있는 곳은 가지 않은 것이었어요. 호스텔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은 당당히 우리들이었어요. 모두 씻고 나간 후에야 일어나서 느긋하게 씻고 호스텔에서 나왔거든요. 트빌리시에서 계속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급함도 없었어요. 제일 빨리 나간 팀은 에스토니아 애들. 저와 가장..

뜨거운 마음 - 33 조지아 트빌리시 마마다비티 교회

트빌리시에 다시 도착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제 어떻하지?" 므츠헤타를 다 보려면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는데 므츠헤타가 트빌리시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인데다 생각보다 큰 곳도 아니라서 금방 보고 돌아올 수 있었어요. 오늘 일정을 여기에서 끝내기에는 저나 친구나 모두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멀리 가자니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만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멀리 가자니 시간이 부족한 아주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우리 그 교회나 갔다가 돌아갈까?" 전날 가보면 좋을 거 같은데 꽤 걸어 올라가야 할 거 같아서 안 간 교회가 하나 있었어요. 교회 이름은 마마다비티 Mamadaviti 교회. 얼핏 보아서는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될 거 같기는 했는데 길이 직선이 아니라 섣불리 가기 ..

뜨거운 마음 - 31 조지아 트빌리시

벼룩시장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트빌리시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루스타벨리 Rustaveli 거리를 걸으며 서점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이것은 로버 호스텔 근처에 있는 성당이에요. 그냥 작은 성당인데 왠지 무언가 있어 보였어요. 유럽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독교 역사가 매우 깊은 지역이라서 동네 조그만 성당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보다 훨씬 오래되고 볼 게 많은 경우가 많아요. 조지아도 유럽 국가 중 하나로 당연히 이 경우에 해당되요. "응?" 그냥 웃고 말았어요.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 트빌리시를 방문한지 며칠이 되었다고 그새 국회의사당은 보수 작업에 들어갔어요. 이 건물을 잘 보면 이렇게 소련의 흔적을 어렴풋 볼 수 있답니다. 소련 시대 국장은 이미 지워져 있었어요. 이 지역 ..

뜨거운 마음 - 04 조지아 (그루지야) 트빌리시

트빌리시 공항에 들어가며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요. 여기는 그루지야. 드디어 구 쏘련의 영토. 구 소련 영토라 무서운 것이라면 딱 두 가지 이유였어요. 첫 번째, 영어가 정말 안 통하기로 악명이 높다는 것. 두 번째, 경찰이 돈 요구하기로 악명 높다는 것. 그리고 부수적으로 사진 찍으면 안 되는 곳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것. 과거 동구권 국가들 가운데 폴란드를 제외하고 전부 다녀보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공항 안에는 기념품점이 많이 있었어요. 조금 구경하려 했으나 시간이 없고 공항 안에 있는 가게는 비쌀 거라는 생각에 대충 훑어보기만 했어요. 예쁜 기념품들이 참 많았어요. 시내에 가면 더욱 많겠지? 내심 기대했어요. 공항에서 약간의 돈을 현지화인 라리로 바꾸고 밖으로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