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시잖아!" 족자카르타 왕궁인 크라톤을 다 보고 나니 12시였어요. 원래 계획대로 딱딱 맞아들어갔다면 이 시각에 저는 이쪽에서 볼 것을 다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가야 했어요.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 하고 파쿠알라만 크라톤을 보고 2시쯤 프람바난 사원으로 출발하는 게 이상적인 계획이었어요. 계획을 수정하든가 이제부터 뛰어다니며 보든가 선택을 해야 했어요. 적도 근처에서 마주하는 정오의 햇볕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어요. 저를 굴복시킬 수는 없었지만 저를 충분히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어요. 선글라스도 모자도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존재들이라 짐 속에 쑤셔넣고 들고 나오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머리카락은 달구어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습하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땀은 비오듯 쏟아졌어요. 땀이 비오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