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게 골아떨어졌어요. 저는 그리스 문자를 열심히 외우기 시작했어요. "알페, 베타, 감마..." 하지만 그리스 문자는 정말 쉽지 않았어요. 대소 문자 구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알파 같은 것 몇 개 빼면 모양도 낯설었어요. 글자 모양이 라틴 알파벳과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도 있었지만 발음까지 라틴 알파벳과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글자 모양이 이상하게 제 신경을 박박 긁었어요. 뭔가 둥글둥글하면서도 뾰족뾰족한 게 있고 흘려쓴 듯 한 느낌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어요. "외워야 해!" 말은 모르지만 글자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최소한 글자는 읽어야 표지판이라도 읽으며 돌아다니니까요. 글자를 겨우 다 외웠을 때, 버스가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