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이란 다름아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 벌써부터 시간을 보낼 생각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불과 30분만에 시장을 거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골목골목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그 '풍기 인삼시장'이라는 곳만은 얼추 본 셈이었다. 이제 무엇을 하지? 무엇을 하지? 돈만 있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게 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아무리 탈탈 털어보아야 H군에게서 빌린 3만원 가운데 차비를 제하고 받은 7천원과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2천원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벌써 약간 써서 슬슬 위기가 몰려오고 있었다. 나 혼자라면 왕복 차비가 있고, 돈 7천원 정도 있으면 최소 이틀간은 실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