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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6

겨울 강행군 - 26 이탈리아 베니스

"너는 오늘 뭐했어?" 친구는 박물관을 3곳 다녀왔다고 했어요. "엄청 힘들었겠다." "너는?" "나? 그냥 돌아다녔어." 정말 다리가 아팠어요. 미친듯이 걸어다녔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걸었어요. 비엔나 여기 저기 많이 보기는 했지만 몸은 완전 꽁꽁 얼어있었고 다리는 얼얼했어요. 몸을 녹인 거라고는 잠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그 정도였어요. 교회에 들어가 잠시 앉아서 쉬던 것도 몸을 녹인 거라면 몸을 녹인 거겠죠. 하지만 교회도 추웠어요. 안 추운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바깥보다 덜 추웠을 뿐이었어요. 기차에서 정신없이 잤어요. 국경 심사 따위는 없었어요. 친구도 저도 각자 매우 힘든 마지막 하루 일정을 소화했어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기절하듯 잠들었어요. 아침. 베니..

겨울 강행군 - 03 이탈리아 베니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오후 2시 출발. 그래서 아침, 점심 합쳐서 빵 1개 먹고 공항에 왔어요. 티라나행 지연. "뭐라고!" 베니스발 티라나행 비행기가 2시간 지연이라고 전광판에 떴어요. 공항에 12시에 도착해 비행기 타기만을 기다리던 우리에겐 정말 힘빠지는 소식. 사진 재활용. 창밖을 보니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리고 있었어요. 도무지 그칠 기색이 아니었어요. "설마 오늘 결항되나?" 숙소를 예약하고 다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결항된다고 해서 일정이 크게 꼬이는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공항에서 하룻밤 또 노숙을 해야 한다면 정말 돌아버릴 일. 날이라도 따뜻하면 어떻게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전날 이 공항이 얼마나 추운지 경험했기 때문에 그냥 눈 앞이 깜깜했어요. 눈이 어느 정도로 많이 내리고 있었냐하면 ..

겨울 강행군 - 02 이탈리아 베니스

"여기서 쉴까?" 아무리 난방이 없다고 해도 바깥보다는 매우 따뜻했어요. 밖에는 바람도 불고 눈도 내리고 있었어요. 여기는 베니스. 바닷가 동네라서 해풍이 슁슁 불어요. 그 차가운 바닷바람에 눈까지 내리는 끔찍한 바깥. 차가운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확실히 따뜻했어요. "뭐 하나 먹자." 양심적으로 자판기에서 뭔가 하나 뽑아먹어야겠지? 그래서 고른 것이 가장 가격이 싼 과자였어요. 혹시 주인이 와서 쫓아낼 지도 모르니 과자를 하나하나 세어 가면서 먹었어요. 입에 넣고 녹여가며 재료와 양념의 맛을 하나하나 음미했어요. 친구는 짐에서 옷을 꺼내 껴입었어요. 저는...신발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어요. 양말이 축축하게 젖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는 몰랐지만 확실히 신발에 문제가 있었어요. "혹시 그..

겨울 강행군 - 01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뉴스에서는 불안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었어요. 유럽 본토에 폭설. "야, 유럽에 계속 폭설 내린다는데?" "엄청 춥겠다." "옷 최대한 껴입고 가야겠는데?" 2010년 12월 19일. 드디어 여행 당일이 돌아왔어요.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렸어요. 아침부터 짐을 싸고 발레타에 갔어요. 발레타 입구 앞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버스를 루카 공항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어요. 우리 둘의 짐은 제 캐리어 한 개와 백팩 2개가 전부. 저가 항공이라 짐을 하나 부칠 때에도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나 액체류를 사게 되면 보낼 용도로 제 캐리어 한 개만 부치기로 했어요. 나머지 짐은 전부 가방에 우겨넣고 최대한 껴입었어요. 짐이 적으니 다행히 엄청나게 작은 몰타..

7박 35일 - 49 이탈리아 베니스

기차에 타는데 이탈리아 학생들 한 무리와 선생님 몇 명이 올라탔어요. "오늘 잠 잘 자기는 글렀다." 침대칸이었기 때문에 아무 자리나 가서 앉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좌석에 가서 앉아 있다가 누워야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표를 아침에 구입했어요. 기차에 올라타서 지정된 좌석에 가서 앉았어요. "실례하지만 좌석 좀 바꾸어줄 수 있나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좌석 좀 바꾸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느 좌석과 바꾸어달라고 하는지 가서 보았어요. 바꾸어달라고 하는 객실에는 엄청난 체취를 풍기고 있는 인도인 가족 4명이 타고 있었어요. 문제는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체취도 문제였지만 인도인 가족의 짐이 너무 많았어요. 객실 한가운데에 정말 '산 처럼' 쌓아 놓았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짐은 배..

7박 35일 - 46 이탈리아 베니스

우리가 탈 기차는 새벽 2시 반 기차였어요. 류블라냐 밤거리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역시나 작은 동네.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계속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어요. "우리 기차역으로 돌아가요." 후배가 기차역 대합실에서 앉아서 쉬다가 기차를 타자고 했어요. 날이 어두워진 유럽의 거리는 우리나라처럼 안심하고 돌아다닐 거리는 확실히 아니었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짓을 그만하고 기차역으로 가서 쉬기로 했어요. 어두컴컴한 대합실. 잠을 자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요.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도 뚝 떨어져 갔어요. 말이 새벽 2시이지, 기차역에 들어온 시각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긴 시각이었어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어요. 가끔 후배와 잡담하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