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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9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6 태국 치앙콩 - 라오스 훼이싸이 국경 넘기

'이제 진짜 라오스 간다!' 중간에 들리기로 한 치앙라이 왓 롱쿤 관람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태국 치앙콩 - 라오스 훼이싸이 국경을 넘는 일 뿐이었어요. 이 국경만 넘으면 라오스 일정이 시작될 거고, 밤새도록 차에서 자다보면 다음날 아침 라오스 여행 첫 번째 목적지인 루앙프라방에 도착할 것이었어요. 아직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어요. 치앙라이 왓 롱쿤을 기사가 말해준 것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 관람을 생략하거나 관람 시간을 말도 안 되게 조금 주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이런 지역 여행할 때는 모든 게 제 시각에 칼 같이 도착하고 출발할 거라 기대 자체를 하지 않아요. '오후 4시 넘겨서 도착할 건가?' 라오스 국경 출입국사무소는 오후 4시면 업무 종료. 그래서 근무 외 시간에 ..

두 개의 장벽 - 05 우즈베키스탄 - 투르크메니스탄 파라브 국경

더위에 지쳐 잠들었지만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자다 깨어서 눈을 떠보니 창밖에 별이 빽빽하게 많이 떠 있었어요. 은하수를 볼 수 있나 하고 창밖을 내다 보았지만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어요. 창 밖에 떠 있는 별을 감상하다 다시 잠을 청했어요. 그래도 새벽이 되니 그나마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객실이 시원해지기는 했어요. 그래도 이것은 아까 하도 극악으로 더운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원해지고 잠을 청할 수 있는 정도였지, 정말로 시원해서 잠을 청할 수 있는 정도는 절대 아니었어요. 겨우 잠들었다가 또 깨어났어요. 창밖을 보니 동이 트고 있었어요. 그래서 세수하러 화장실로 갔어요. 이것은 대체 어떻게 쓰는 수도꼭지란 말인가! 이 수도꼭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사진에 보이는 수도꼭지에서 기역자로 꺾인 부..

두 개의 장벽 - 04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파라브 국경 가기

투르크메니스탄 비자가 늦게 나왔기 때문에 비자가 나온 후부터 여행 가는 날까지 많은 날이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행 준비라고 특별히 할 것이라고는 비행기표와 기차표 구입 밖에 없었고, 이것이 너무 쉽게 풀려서 특별한 준비나 준비하기 위해 시간이 촉박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여행 정보를 계속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바쿠에서의 Caspian Hostel 외에는 특별한 성과가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지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지역이 아니니까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거의 대부분 경유비자 받아서 급히 보고 나가는 국가이니 당연한 것이에요.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은 다른 카프카스 국가들인 조지아, 아르메니아에 비해 물가가 엄청..

뜨거운 마음 - 18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가는 길

편하게 가기 위해 조수석에 앉아 야간 이동을 하는 마슈르트카를 탔지만 정신이 이상할 정도로 맑았어요. 물론 차가 심하게 흔들려 머리를 자꾸 흔들어대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다고 못 잘 제가 아니에요. 상모 돌리기에서 헤드뱅잉으로 업그레이드할지언정 잠자기를 포기하는 법은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기사 아저씨는 졸지 않기 위해 담배를 태우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았어요. 그래서 더더욱 잠을 청할 수 없었어요. 고요한 밤길 속에서 차의 흔들림만이 소리를 만들 뿐? 천만에요. 노래가 크게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도 늦은 시각이었는데 계속 떠들고 있었어요. 야간 이동을 한다고 하면 보통 정신없이 자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열심히 뒤에서 떠들다가 마음에 안 드는 노래가 나오면..

월요일에 가자 - 27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

아침 7시. 눈을 떴어요. 어제 저녁 6시부터 계속 잤어요. 13시간 그대로 뻗어 있었어요. 방이 추워서 커튼을 걷어 보았어요. 밤에 비가 내렸어요.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답을 알고 있었지만 갑과 을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제 시르다리오 근처 공원 이후부터는 둘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후잔드 관광까지 어쨌든 끝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늘 타슈켄트 돌아가자." "그래."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정리했어요. 갑은 을이 오늘 귀국하는 친구 배웅해주러 가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변명. 을은 샤흐리스탄을 넘기도 전부터 매우 피곤해했고, 샤흐리스탄을 넘은 후에는 체력 고갈로 인해 계속 쉬고만 싶어 했어요. 갑은 이스타..

뜨거운 마음 - 16 터키-조지아 (그루지야) 포소프 국경, 아칼쯔케

으으드르에서 카르스로 들어온 것 자체가 바투미로 가기 위해서는 잘못된 선택이기는 했지만, 조지아로 들어갈 방법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일단 급한 대로 방법을 알아보니 딱 한 가지 방법이 아직 남아 있었어요. 포소프 Posof 국경 터키에서 바투미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사르피 Sarpi 국경을 넘어야 해요. 하지만 일단 조지아로 넘어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르다한 Ardahan 을 거쳐 포소프 Posof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도 있었어요. 바투미는 조지아에서 크고 유명한 도시. 그러므로 조지아에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다는 계산이 섰어요. 터키 카르스에서 굳이 바투미로 바로 들어가겠다고 든다면 무려 이틀을 또 날려야 했어요. 먼저 카르스에서 바로 트라브존까지 갈 방법이 없었으므로 카르스에서 1..

월요일에 가자 - 07 우즈베키스탄 레가르 국경

개인적으로 여행다닐 때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것은 철저히 피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그 이유는... 입맛이 쓰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현지 사정을 알면 현지인에게 신세지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요. 왜냐하면 다음날 그 집에서 나오며 돈을 굳혔다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가난한 집에 민폐를 끼쳤다는 뱉어낼 수 조차 없는 쓴 맛이 계속 맴돌거든요. 어쩌다 남는 음식에 숟가락 올리거나 차 한 잔 얻어 마시는 정도라면 몰라도 남의 집에 신세지며 손님을 위해 일부러 차린 저녁 푸지게 얻어먹는 것은 현지 사정 알면 못 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이 저 만의 원칙이 중요한 때가 아니었어요.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빛이라고는 오직 자동차 헤드라이트 뿐. 게다가 노면 상태가 엉..

월요일에 가자 - 04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사마르칸트에서 펜지켄트 국경으로 가기 위해서는 레기스탄 광장에 가야 했어요. 레기스톤 광장에 펜지켄트 국경까지 가는 마슈르트카가 있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역시나 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기사들이 얼씨구나 좋다고 바글바글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레기스톤! 레기스톤!" 사방팔방에서 택시기사들이 '레기스톤'이라고 외쳐대는데 그 와중 속에서 누군가 '앞으로 쭈욱 가면 레기스톤 가는 버스 있어!'라고 알려 주었어요. 우리 모두 우즈벡어를 알았기 때문에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택시 기사들 때문에 정신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일단 자리를 벗어났어요.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긴가 민가 했어요. 중요한 것은 어쨌든 역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는 것보..

뜨거운 마음 - 05 아제르바이잔

드디어 아제르바이잔 국경 검문소에 들어갔어요. 비자 발급 받을 때에는 초청장, 여행 바우처, 호텔 컨펌 레터를 준비해야 해서 아제르바이잔 입국 심사도 꽤나 까다롭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별 것 없었어요. 비자를 자세히 보는 것 같았지만 특별히 꼬투리 잡거나 그런 것은 없었어요. 입국 도장을 찍어주며 입국 심사관이 말했어요. "웰컴 투 아제르바이잔." 국경을 넘어 아제르바이잔 땅에 들어왔어요. 이제부터는 아제르바이잔. 이번 여행의 핵심인 지역이었어요. 여행이기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공부에 필요한 자료 수집이 가장 중요한 목표. 원래 계획은 아제르바이잔 본토의 셰키, 이스마일르, 겐제, 바쿠를 보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막상 계획을 세우니 이번에는 자료 수집 때문에 가는 것이기도 했지만 여행이기도 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