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Vientiane 8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90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베트남 절 방 렁 사원 (왓 반 렁)

역시나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라오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올라서야 하는 2015년 6월 27일이 밝아버렸어요. 아무리 저항해도 대자연의 섭리, 시간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어요.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바로 씻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다른 날에는 피곤하고 몸이 아파서 침대에 누워 조금 더 쉬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어요. 이날은 달랐어요. 출국일이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버려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일찍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블로그 지인분과의 점심 약속은 오후 1시. 그 전에 전날 밤에 발견한 베트남 절이나 적당히 다녀올 계획이었어요. 그래도 마지막날에 '베트남 절'이라는 곳이 남아 있어서인지 다른 여행 때와는 달리 그렇게까지 체념하거나 만사 될 대로 되라..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9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메콩강 야경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친구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어요. 버스를 탔어요. 저와 친구가 앉은 자리의 뒷자리에 동독대 여대생이 앉았어요. 왠지 영어를 알 것 같았어요. "Do you know english?""Yes." 행운이 연속으로 터졌어요. 행운이 터지기 시작하니 계속 터졌어요. 라오스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유독 많이 필요했나봐요. 단순히 절에 가서 절만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나봐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다녀야만 그 정성이 더해져서 발동하는 특수한 이벤트였나봐요. 왠지 모범생 느낌이 드는 외모라 한 번 말을 걸어본 것이었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어요. 이 기회 또한 놓칠 리 없었어요. 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8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라오스 국립대학교 (동덕대, NUOL)

"그나저나 붓다파크 가는 길이 너무 안 좋아." 이제 남은 일정은 붓다파크와 라오스 국립대학교인 동덕대. 붓다파크 가는 길을 찾아보았더니 한결같이 여기는 가는 길이 고약하다고 나와 있었어요. "너가 결정해. 내일 나는 동덕대만 가면 돼. 나머지 일정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붓다파크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 해.""내일?" 저는 동덕대만 가면 비엔티안의 모든 일정이 끝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아무 계획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리고 영어를 아는 라오인 친구 만들기를 위해 라오스 국립대학교만은 꼭 가야 했어요.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 이상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솔직히 친구가 숙소에서 남은 시간 잠이나 실컷 자고 떠나자고 해도 좋다고 할 생각이었어요. 진심으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7 라오스 비엔티안 왓 씨므앙, 메콩강 야시장

"이제 어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되었어요. 지금 동덕대 가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동덕대는 다음날 갈 예정이었어요. "일단 딸랏싸오 터미널 가보자. 내일 동덕대 가려면 딸랏싸오 터미널 가야 하잖아." 기껏 생각해낸 것이 일단 딸랏싸오 터미널이나 가보는 것이었어요. 어차피 타논 란 쌍을 따라 메콩강 쪽으로 걸어가야 했고, 딸랏싸오는 그 길 근처에 있었어요. 친구도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 가보자고 했어요. 탓 루앙 사원에서 타논 란 쌍을 따라 딸랏싸오로 갔어요. 가는 길에 관광서들을 참 많이 보았어요. 하지만 관공서를 보는 것은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관공서 안에 일일이 들어갈 것도 아니고 건물만 밖에서 보며 지나치는 것이었거든요.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6 라오스 비엔티안 탓 루앙, 왓 탓 루앙 타이, 왓 탓 루앙 느아, 왓 넝 번

'어떻게 하지? 지금 탓 루앙으로 걸어가면 못 볼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탓 루앙을 내일로 미룰 수도 없고...' 방법은 하나 뿐이었어요. 탈 것을 이용해서 빨리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뚝뚝을 찾아보았어요. 빠뚜싸이 옆에는 뚝뚝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뚝뚝 기사에게 다가갔어요. "어디 가요""탓 루앙요.""25000낍.""버! (아니요)" 25000낍을 부르자 바로 안 간다고 대답하고 다른 뚝뚝 기사를 찾으려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어요. "얼마?" 빠뚜싸이에서 탓 루앙은 2km 정도. 그리고 탓 루앙이 조금 후면 문을 닫을 테니 1만낍만 불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흥정하며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았어요. "15000낍.""가요." 뚝뚝을 탔어요. 뚝뚝..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4 라오스 비엔티안 자미아 모스크, 왓 씨싸켓, 왓 프라깨우, 탓 담

기대의 뒷면은 절망. 그 절망은 나락으로 인도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나락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바닥 아래로 더 깊은 심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충격이 너무 컸어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버렸어요. 아무리 좋게 말하려 해도 좋은 표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렇게 자국어로 된 책이 없는 나라는 처음이었어요. 책이 비싸면 복사해서 볼 것이고, 복사비도 비싸면 공책 들고 와서 베껴적을 거에요.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아예 책이 없었어요. 책이 있어야 이 나라 사람들이 복사를 해서 본다든지 필요한 부분 베껴적어서 볼 거라는 상상이라도 해보죠. 책 자체가 없었어요. 지금껏 여행한 국가 중 이렇게 자국어로 된 책이 없는 나라는 투르크메니스탄 이후 처음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 갔을 때 책이 없었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3 라오스 비엔티안 왓 옹뜨, 왓 하이쏙, 왓 미싸이, 라오스 국립 도서관

왓 인펭에서 나오니 앞에 왓 옹뜨가 있었어요. "이 근처에 서점 하나 있지?" 지도를 보니 이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서점부터 가서 본 다음에 왓 옹뜨 가자." 이러다 왓 옹뜨가 왜 자꾸 간만 보냐고 화내는 거 아냐? 왓 옹뜨를 계속 지나가고 있는데 정작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들어갈까 말까만 하다가 안 들어가고 있었어요. 제대로 왓 옹뜨를 간보고 있었어요. 왓 옹뜨가 그만 간보라고 화낼 정도로 계속 주변만 맴돌고 있었어요. 일부러 간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왓 옹뜨 위치가 그렇게 생겼어요. 일단 서점을 가본 후 왓 옹뜨를 보고, 셋타틸랏 거리를 따라 왓 씨싸켓으로 가기로 했어요. "서점 이쯤에 있어야 하지 않나?"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데 서점 위치에 서점이 없었어요. 이 근처에 하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2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왓 짠, 왓 인뼁

버스에서 도시락을 하나씩 나누어주었어요. "이건 이따 배고플 때 먹어야겠다." 저녁에 국수 한 그릇을 먹었는데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태국처럼 국수 한 그릇이 병아리 코딱지만큼 적지 않았거든요. 분명히 이따 휴게소에서 쉬라고 버스가 정차할 거였어요. 그때 내려서 엉뚱한 것 사먹지 말고 이 도시락을 까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락을 한쪽으로 치우고 여행 기록을 계속 정리했어요. 슬슬 잠이 몰려왔어요. 이번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할 수 없었어요. 일단 여행 기록을 후다닥 정리한 후, 짐을 정리했어요. 혹시 흘린 것 없는지, 모든 것을 가방에 잘 집어넣었는지 몇 번을 확인했어요. 역시나 버스에 라오인들이 계속 탔어요. 이들은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서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