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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35

타지키스탄 타지크어 문자개혁 과정

중앙아시아 국가 중 타지키스탄은 타지크어가 국어에요. 중앙아시아 5개국 -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중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보통 묶여서 다루어지기는 하나, 나머지 네 국가와 많이 달라요. 왜냐하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튀르크인의 국가이지만, 타지키스탄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타지크인은 튀르크인이 아니거든요. 타지크어 또한 튀르크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어에 속해요. 타지크어는 이란어와 매우 비슷한 편이에요. 실제 이란인과 타지크인들은 자신들 고유의 언어로 대화해도 의사소통이 무리 없이 가능해요. 이것은 두 언어를 비교해봐도 드러나고, 제가 타지키스탄 여행 중 실제 목격한 장면이기도 해요. 이란인, 타..

2016년 이란계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 신년 축제 나브루즈 바이람

지난 3월 21일 월요일, 이란, 터키, 중앙아시아에서는 신년 축제인 나브루즈 바이람이 있었어요. 나브루즈 바이람은 원래 페르시아인들의 풍습인데, 페르시아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던 튀르크인들에게까지 이 풍습이 넘어가서 지금은 페르시아계 및 튀르크계의 명절이 되었어요. 나브루즈 바이람 자체가 농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풍습이기 때문에 원래 유목민족이던 튀르크계와는 그렇게 큰 상관까지는 없는 명절이었거든요.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계 국가인 타지키스탄에서도 나브루즈 바이람 축제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렸어요. 다음은 올해 타지키스탄의 신년 축제 사진들로, 출처는 http://khovar.tj/ 랍니다. 우즈베크어와 철자가 똑같아요. 차이라면 y 위에 긋는 선이 곡선이냐 직선이냐 차이에요. 저것은 두샨베에 있는 소..

타지키스탄 전래 동화 - 영리한 수탉과 여우

한 번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누구나 그 사람의 말을 안 믿기 마련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전래동화를 보면 사실 수탉이 똑똑하다기 보다는 워낙 여우가 못된 짓을 많이 해서 간단히 퇴치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만약 여우가 아니라 평소 닭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랍니다. 영리한 수탉 배고픈 여우가 길을 지나가다 나무 위에 살찐 수탉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우는 수탉에게 말했습니다. "멋진 수탉아, 너 소식 들었어? 새들과 들짐승들 사이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어! 이제 나무에서 내려와! 우리도 친구가 되고 앞으로 형제처럼 지내자!" 그러나 수탉은 고개를 뻗어 여우가 있는 쪽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러니? 왜 나를 보지 않고..

타지키스탄 전래동화 - 목동과 나쁜 양 주인

오늘 소개할 전래동화는 타지키스탄 동화랍니다. 그런데 배경은 이라크 바스라에요. 악행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지요. 남을 속이는 행위는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답니다. 악행의 결과 옛날 옛적에, 바스라에 양을 키우고 젖을 짜서 파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양젖에 물을 섞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양젖을 팔기 전에 물을 섞는 모습을 본 목동이 말했습니다. "이봐요, 그런 짓 하지 마요. 그런 악행은 좋지 않아요!" 그러나 양주인은 이 말을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어느 날, 그의 양이 산 언저리에서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물은 금새 불어나 사나운 급류를 형성했습니다. 그 급류는 산 언저리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든 양을 쓸어갈 것..

타지키스탄 전래동화 - 늑대와 재칼

이번에 소개할 전래동화는 타지키스탄 전래동화로 '늑대와 재칼' 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재칼이 맞는지 자칼이 맞는지 참 햇갈리네요. 어쨌든 생각없이 따라하는 것은 참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늑대와 자칼 어느 깜깜한 밤에 재칼이 주변을 조심조심 살피며 슬금 슬금 숲속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덤불 뒤에서 늑대가 나왔습니다. "우우우우우우!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어이, 자칼아!" "맞는 말을 하는군요, 늑대님. 당신은 저를 잡아먹을 거에요. 당신의 할아버지께서 제 할아버지를 잡아먹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늑대는 재칼의 말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으르릉, 으르릉! 뭐? 말해! 네 할아버지 이야기를 말이야. 한 번 들어주마." 재칼은 늑대에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할아버지는 먼저 주둥이로..

타지키스탄 전래동화 - 여우와 늑대

전래동화를 보면 늑대는 거의 100% 멍청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혹시 사자나 호랑이와 늑대가 같이 나오면 거기에서는 똑똑한 짐승으로 그려질까요? 영리한 여우와 멍청한 늑대 어느 날, 여우와 늑대가 친한 친구가 되어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침 출출하던 차에, 그들 앞에 과수원이 나타났습니다. 과수원 담장은 견고했고, 담장 위에는 가시가 있어서 담장을 뛰어넘을 수 없었습니다. 여우와 늑대는 과수원 주위를 뱅글뱅글 돌다가 과수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찾아내었습니다. 이 구멍은 여우가 통과하기에는 널널할 정도로 컸고, 늑대가 통과하기에는 약간 좁았습니다. 그래서 여우는 안으로 쉽게 들어갔고, 늑대는 겨우 들어갔습니다. 과수원 안에는 다양한 포도와 색색의 과일들이 있었습니다. 영..

타지키스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타지크어 교과서

중앙아시아에는 다섯 나라가 있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이죠. 이들 5개 국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국토가 넓지 않은데 그나마도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지로 되어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 모두 남쪽과 북쪽을 산맥이 가르고 있다는 것이에요.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유일하게 튀르크 언어가 아닌 페르시아어계에 속하는 타지크어를 사용하는 국가랍니다. 즉, 언어적으로 상당히 많이 달라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한국어와 영어 만큼 다른 것은 아니에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튀르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페르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교류가 많아서 어휘, 문법 면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누가 영향을 많이 주었냐고 물어본다면 ..

타지키스탄 가요 Farzonai Khurshed - Mano Bebakhsh

오랜만에 다른 노래를 찾아 돌아다니다 타지키스탄 노래는 무엇이 있나 궁금해졌어요. 이란어 (페르시아어, 타지크어)는 별명이 '동양의 프랑스어'. 확실히 여자가 말하면 그냥 녹여버릴 듯한데 과연 노래는 어떨까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 타지키스탄 노래를 몇 곡 들어보았는데 대부분은 역시나...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흐엉흐엉 히앵히앵...포기해야 하나 하면서 뒤지고 있는데 이 노래를 찾아내었어요. 들어보니 왠지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엽서

우즈베키스탄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냈어요. 그 엽서는 한 달 걸려서 도착했어요. 이 정도면 그냥 일반적인 속도. 그 다음은 타지키스탄. 여기는 정말 우리나라에 언제 도착할지 궁금했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 와서 바득바득 맨 처음에 타지키스탄을 가려고 한 이유는 이 나라가 한국에서는 꽤 가기 어려운 나라였기 때문이었어요. 직항 노선은 당연히 없고, 대사관도 없는 나라인데, 그나마 대사관이 있는 나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자를 받아 가야 하는 나라들이었거든요. 그래서 타지키스탄을 가장 먼저 가기로 했고, 가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부쳤어요. 엽서를 부친 날짜는 2012년 5월 14일. 당연히 한 달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달이 넘어서도, 제가 새로운 여행을 출발할..

소련의 건물 복사

며칠 전 타지키스탄 후잔드에 있는 에흐손 호텔 앞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타지키스탄 후잔드에 있는 에흐손 호텔 앞을 지나갈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에흐손 호텔이 아파트 짓다가 무슨 이유로 인해 호텔로 용도를 바꾸었기 때문이에요. 위의 사진은 타슈켄트에 있는 아파트고 아래 사진이 후잔드에 있는 에흐손 호텔 사진이랍니다. 똑같은 디자인이죠. 구소련 국가에는 '소련식 아파트'라고 엄청 삭막하게 생긴 아파트들이 많은데, 이렇게 디자인이 눈에 띄는 건물조차 다른 지역 가서 또 볼 수 있어요. 정말 ctrl+c, ctrl+v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똑같아요. 정말 건물 복사죠. 구 소련 지역 다닐 때 아파트들도 유심히 구경해 보세요. 전부 삭막한 '소련식..

월요일에 가자 - 28 타지키스탄 여행 후기

집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아쉬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보통은 여행 다녀와서 며칠 쉬다가 여행기 작성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아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날이 2012년 5월 18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012년 5월 27일. 여행은 총 8일 일정이었는데, 여행기를 쓰는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에요. 아마 블로그에 올라가는 것은 며칠 더 걸리겠죠. 아직도 아름다운 두샨베를 다시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행은 끝났어요. 그리고 여행기 작성도 이 후기를 마치면 끝나구요. 타지키스탄은 관광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요.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고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이 정신없이 '니하오'를 외치는 것도 알고 보면 그저 동양인..

월요일에 가자 - 27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

아침 7시. 눈을 떴어요. 어제 저녁 6시부터 계속 잤어요. 13시간 그대로 뻗어 있었어요. 방이 추워서 커튼을 걷어 보았어요. 밤에 비가 내렸어요.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답을 알고 있었지만 갑과 을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제 시르다리오 근처 공원 이후부터는 둘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후잔드 관광까지 어쨌든 끝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늘 타슈켄트 돌아가자." "그래."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정리했어요. 갑은 을이 오늘 귀국하는 친구 배웅해주러 가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변명. 을은 샤흐리스탄을 넘기도 전부터 매우 피곤해했고, 샤흐리스탄을 넘은 후에는 체력 고갈로 인해 계속 쉬고만 싶어 했어요. 갑은 이스타..

월요일에 가자 - 26 타지키스탄 후잔드 누리 이슬롬 모스크, 후잔드 성

부제 :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레닌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Komil Khojandi의 동상이 나타났어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길을 걸으며 누리 이슬롬 모스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저는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정말 가기 싫어했어요. 아까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화를 내면 여행이 지옥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둘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둘을 데리고 가야할 이유도 없었어요. 이번 여행은 제가 계획했어요. 여행 일정, 경로, 비자 준비 등 모든 것을 제가 계획해서 둘을 데리고 타지키스탄에 왔어요. 여행을 제안하고 계획한 사람의 입장으로써 이 도시의 관광을 끝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같이 다니다보면 체..

월요일에 가자 - 24 타지키스탄 후잔드

후잔드 성에 가기 위해 마슈르트카에서 내렸어요. 이렇게 분수가 있고 이 분수 옆길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우체국이 나온답니다. 우체국 옆면을 보면 소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생각해보니 이스타라브샨도 그렇고 후잔드도 그렇고 중심 거리의 이름은 '레닌 거리'. 타지키스탄까지 포함해서 구 소련 국가 5개국을 다녀보았지만 타지키스탄처럼 소련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도 없었어요. 우체국을 지나 계속 걷다보면 이와 같은 벽화가 나와요. 그리고 이 벽화가 있는 건물 바로 옆에 극장이 있어요. 타지키스탄 역시 모자이크, 부조 같은 것은 확실히 볼 만 했어요.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 의도 - 즉 선전의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었거든요. 제대로 최대한 아름다워 보이도록 ..

월요일에 가자 - 23 타지키스탄 후잔드 셰이크 맛살 앗딘 묘소

"돌아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시장으로 향했어요. 이스타라브샨 중앙 시장 옆에는 이런 그림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보다가 이걸 보니 그저 웃음만 나왔어요. 시장 옆으로 왠지 유적 같이 생긴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하얀 뭉치들은 이불에 들어가는 목화솜. 안에서 보면 이래요. 무너져서 천장이 없는 것인지 원래 천장이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밖에서 볼 때만 멋있었어요. 이것은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이 문을 들어가면 시장이에요. "이제 택시타고 가자. 늦었다." 택시를 타고 후잔드로 돌아가기 위해 시장쪽으로 가는데 상인들이 저희를 잡았어요. 이분들은 우즈벡어를 거의 몰랐어요. 그래서 대화하기 매우 어려웠어요. 하지만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고 차도 주시고 하시며 어떻게든 우..

월요일에 가자 - 22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성채와 동상이 있는 언덕으로 가는 길. 언덕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레닌 거리에서 길을 찾아가다 보면 언덕을 뱅 돌아서 언덕 옆편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어요.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정면에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보였는데 그 길로 가는 입구는 찾지 못했어요. 대신, 큰 길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산행 비슷한 것조차 할 필요가 없었어요.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이스타라브샨의 상징물들이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기념으로 하나 떼오고 싶었지만 그러면 후잔드로 가는 게 아니라 이스타라브샨 경찰서로 갔겠죠.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 해도 경찰서 유치장 체험, 타지키스탄 경찰서 피의자 체험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 얌전히 사진만 찍었어요. 저 걸려 있는 그림만 보면..

월요일에 가자 - 21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가 보니 그냥 식당이었어요. 하지만 근처에 왠지 있어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우리 저 건물로 가볼까? 모스크 같은데." 입구에 적혀 있는 것은 'مسجد جامع حضرت شاه'였어요. "이거 하즈라티 샤 모스크잖아!" 하즈라티 샤 모스크 Hazrat-i-Shah Mosque는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모스크들 중 하나였어요. 이걸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 동네 여행은 왠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어요. 지나가던 청년이 모스크를 따라 왼쪽으로 계속 돌아가면 입구가 있다고 했어요. 동네는 왠지 타슈켄트 하스트 이몸 모스크와 초르수 바자르 근처에 있는 올드 타운과 비슷해 보였어요.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며 집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까지 불렀어요. 아이들을 뒤로 ..

월요일에 가자 - 20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산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일정이 망했어요. 원래는 오늘 아침 이스타라브샨을 보고 오후에 후잔드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전날 산에서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이스타라브샨에서 숙소를 찾지 못했고, 결국 이스타라브샨을 지나 후잔드로 들어왔어요. 아침 8시. 눈을 떴어요. 이스타라브샨 Istaravshan 을 못 본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리고 억울했어요. 여기는 과거 이름이 우로 테파 Уро Тепа. 타지크인들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동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론니플래닛에서는 꽤 비중있는 도시에요. 비록 지도는 실려 있지 않지만 무려 한 페이지 전체에 걸쳐 이스타라브샨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평가도 매우 좋았어요. 문제는 론니플래닛에 후잔드에서 이스타라브샨..

월요일에 가자 - 19 타지키스탄 샤흐리스탄

"안조브도 가뿐히 넘었는데 샤흐리스탄 정도 쯤이야." 이미 넘기 어렵다는 안조브도 넘었고 길이 고약한 이스칸다르 쿨도 다녀왔어요. 그래서 간이 부었어요. 샤흐리스탄 Shakhristan이 지도상 안조브보다 더 높았고, 기사 아저씨 말씀으로는 해발 3600미터라고 했는데 별 거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스칸다르 쿨 만큼 하겠어?" 적당히 포장된 길로 올라가고 멋진 설경이나 구경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속도라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이스타라브샨에 도착할 것이고, 그러면 호텔을 찾아 짐을 풀기도 꽤 쉬울 거라고 생각하니 오늘 여행이 다 마무리된 것처럼 아쉬움도 들었어요. "마지막 고비이기는 하지만 별 거 없을거야." 론니플래닛에서 이 길은 정말로 힘든 길이라고 했는데 양놈들 엄살..

월요일에 가자 - 18 타지키스탄 아이니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아이니 Ayni. 여기는 산골 마을이에요. 아이니에는 자라프숀 강 Zarafshan river강과 폰강 Fon river이 흘러요. 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산골 마을. 그리고 후잔드를 가기 위해 들려야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길이 좋았기 때문에 차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어요. 아이니 시내로 들어갔어요. 그냥 평범했어요.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한데 차로 휙휙 지나가면서 보았고, 이스칸다르 쿨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그다지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이스칸다르 쿨처럼 무언가 확 끄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스칸다르 쿨로 가는 길처럼 길이 너무 안 좋아서 긴장하는 것도 없었어요. 드디어 아이니를 벗어나는 길. 사진 속..

월요일에 가자 - 16 타지키스탄 안조브

아침.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하며 호텔 아래로 내려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친구분께서 동의하셨어요?" "응. 친구가 동의했어요. 이스칸다르 쿨 거쳐서 후잔드까지." "후잔드 말고 이스타라브샨이요. 우루 테파." "아! 우루 테파까지." 그런데 친구분의 2003년식 무쏘가 보이지 않았어요. "친구분은 어디 계세요?" "친구는 세차하러 갔어요. 잠깐만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차에 타라고 하셨어요. 친구분과 만나기로 한 곳까지 공짜로 데려다주기로 하셨어요. 잭키 할아버지 차를 타고 장소를 옮겼어요. "저 차에요." 거리에 지프 한 대가 서 있었어요. 막 세차를 해서 그런지 새 차 같았고 왠지 믿음이 갔어요. 우리를 후잔드까지 데려가줄 기사 아저씨는..

월요일에 가자 - 15 타지키스탄 월요일 두샨베

그것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후 4시. 비가 그쳤어요. "이제 빅토리 파크 가자." "어떻게?" "걸어서." 당연히 걸어서 갈 생각이었어요. 지도를 보니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걷다가 발견한 전통 음식점 간판.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었어요. 먼저 여자아이의 땋은 머리. 우즈벡어로는 코클 kokil이라고 해요. 이 지역에서 머리를 땋는 이유는 옛날에 여자들이 머리를 길게 길렀는데 (지금도 신문에 가끔 어떤 여자애가 머리카락을 얼마나 길렀는지에 대해 나와요) 머리가 길면 감기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땋아서 머리를 감았대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가늘고 여러 가닥 많게 땋은 머리를 만들고 결혼한 여자는 굵게 두 세 개 땋은 머..

월요일에 가자 - 14 타지키스탄 월요일 두샨베 샤 만수르 시장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오늘은 제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있는 날이에요. 월요일에 월요일! 타지키스탄 수도인 두샨베 Душанбе 자체가 월요일이라는 뜻.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 그러므로 저는 월요일에 월요일에 있는 거에요. 이러면 월요병이 두 배로 느껴질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월요일에 월요일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왠지 가슴이 떨렸어요. 잠에서 깨어나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하는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어요. '영어-타지크어 사전은 분명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커다란 크기에 비해 너무 부실하고 없는 단어가 많아. 과연 사야 할까?' 러시아어를 안다면 당연히 러시아어-타지크어 사전을 구하면 되요. 이건 구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월요일에 가자 - 13 타지키스탄 바르조브

"저거 잭키 하우스." 역시나 오쉬를 먹고 바르조브에 가기 위해 루다키 거리를 지나가는데 잭키 할아버지의 농담은 끊이지 않았어요. 잭키 아저씨의 구호는 바로 Jacky is strong! 이 구호와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농담들. 계속 웃다보니 어느덧 루다키 거리 끝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 도착했어요. 여기 와서 알루미늄 공장도 보고, 면직물 공장도 보고, 벽돌 공장도 보고, 시멘트 공장도 보았네요. 타지키스탄 산업 시설 중 웬만한 건 다 본 것 같아요. 사실 타지키스탄에서 생산된 전력의 3/4를 소비하고 있는 알루미늄 공장을 보았다면 더 이상의 공업시설은 봐도 무의미할 듯 했어요. 톨게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바르조브로 들어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차를 폭포 앞에서 세우셨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물방울이 ..

월요일에 가자 - 12 타지키스탄 히사르 카라반 사로이

히사르에서 볼 것은 히사르성과 그 앞에 다 있어요. 마드라사는 이렇게 생겼어요. 마드라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는 이렇답니다. 마드라사는 지금 박물관이에요. 입장료는 외국인만 한 사람당 5소모니. 박물관 내부에는 유물들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단, 설명은 하나도 없어요. 현지인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대충 짐작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유물들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셨어요. 이것은 옛날 외적이 히사르 성에 쳐들어왔을 때 아래로 굴렸던 돌이래요. 잘 굴러가라고 동그랗게 갈아 놓았어요. 성 외부에 작은 홈이 있는데 그 홈으로 이 돌을 아래로 굴렸대요. 이것들은 옛날 유물들. 흙을 구워 만든 인형과 토기들이에요. 이건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 박물관 내..

월요일에 가자 - 11 타지키스탄 히사르

잭키 택시 Jacky Taxi - 두샨베 호텔 포이타크트 Hotel Poytaxt 앞에 계심. - 연락처 : 91 900 62 88 - 영어를 할 줄 아심. 외국인들을 잘 도와주심. - 두샨베 근교 - 히사르, 바르조브 갈 때 좋음. (특히 히사르. 만약 육로로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가게 되면 바르조브를 거쳐서 감.) 아침 9시. 친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호텔 앞으로 나가 보았어요. 전날 약속한 잭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잭키 택시는 빨간색 승용차. 잭키 할아버지의 차는 보이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차를 세우고 잠깐 어디 가신 것 같았어요. 일단 날씨는 매우 좋았어요. 전날 흐렸던 것에 비해 오늘은 햇볕이 쏟아지는 아침이었어요. 잭키 할아버지와 약속할 때 '비가 오면 안 ..

월요일에 가자 - 10 타지키스탄 두샨베 하지 야쿠브 모스크

두샨베를 돌아다니며 미묘한 느낌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우즈벡이랑 뭐가 다른 거지?" "참...애매하네..."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지만 어쨌든 여기는 타지크인의 나라. 옛날에는 우즈벡인과 타지크인들이 서로 교류도 많고 많이 섞여 살았고,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에 많은 타지크인들이 살고 있고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확실히 달라요. 결정적으로 언어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예 다른 어족에 속하는 언어에요. 하지만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한 언어처럼 보이는 것처럼 서로의 문화도 왠지 똑같아 보였어요. 하지만 절대 같지는 않았어요. 뭔가 미묘하게 달랐어요. 일단 여자 전통 의상. 얼핏 보면 우즈벡 여자 전통 의상과 타지크 여자 전..

월요일에 가자 - 09 타지키스탄 두샨베 루다키 거리

호텔 포이타크트라면 이 나라에서 나름 꽤 좋은 호텔. 위치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정말 이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어요. 관건은 오직 하나 - 가격이었어요. "90달러." 친구들이 러시아어로 프론트 직원과 이야기하더니 1박에 90달러라고 했어요. 3인 1실이고 하루에 90달러 - 즉 한 사람당 1박에 30달러였어요. 방을 가서 보았어요. "이 정도면 꽤 좋은데? 물 잘 나와?" "응. 따뜻한 물 잘 나와!" 1박 30불이면 저렴한 숙소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일단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에서 저렴한 숙소는 물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최악의 숙소.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의 숙소는 확실히 양극화에요. 아주 저렴하고 대신 아주 괴롭거나, 비싼 대신 지낼 만 하거나 둘 중 하나에요. 물론 혼자 90..

월요일에 가자 - 08 타지키스탄 두샨베 가는 길

군인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여권을 보여주니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먼저 세관 검사. 아직 제대로 업무가 시작되지 않아서 건물 안에서 멍하니 서 있자 직원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라고 세관 신고서를 건네 주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숨도 적어야 하나요?" 저희는 한 사람당 5만숨씩 챙겨 왔어요. 환율은 타슈켄트가 가장 좋기 때문에 타슈켄트에서 환전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숨으로 내는 것이 유리했거든요. 참고로 타슈켄트에서의 암시장 달러 환율은 다른 지역보다 200~300숨 더 비싸요.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달러에요. 유로 따위는 안 먹어줘요. "30만숨 미만은 안 적어도 되요." 30만숨이면 암시장에서 100달러 조금 넘는 돈이고, 공식 환율로는 150달러 조금 넘는 돈이에요. 그래서 5만숨은 ..

월요일에 가자 - 07 우즈베키스탄 레가르 국경

개인적으로 여행다닐 때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것은 철저히 피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그 이유는... 입맛이 쓰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현지 사정을 알면 현지인에게 신세지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요. 왜냐하면 다음날 그 집에서 나오며 돈을 굳혔다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가난한 집에 민폐를 끼쳤다는 뱉어낼 수 조차 없는 쓴 맛이 계속 맴돌거든요. 어쩌다 남는 음식에 숟가락 올리거나 차 한 잔 얻어 마시는 정도라면 몰라도 남의 집에 신세지며 손님을 위해 일부러 차린 저녁 푸지게 얻어먹는 것은 현지 사정 알면 못 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이 저 만의 원칙이 중요한 때가 아니었어요.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빛이라고는 오직 자동차 헤드라이트 뿐. 게다가 노면 상태가 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