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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스 57

아제르바이잔 2016년 7월 6일~7일 라마잔 바이람 (이드 알 피트르 명절)

사진 출처 : http://apa.az/ 아제르바이잔은 오늘 - 7월 6일과 7일은 라마잔 바이람이에요. 이슬람에서 말하는 라마단 끝난 후 이를 기념하는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Ramazan bayramı 에요. 아제리어로 왜 라마단이 아니라 '라마잔'이라고 하냐 하면 라마단은 원래 아랍어인데, 라마단에서 D 가 아랍어 고유의 인두음화된 d 발음이에요. 이 발음이 이란으로 넘어가면서 z로 바뀌었고, 이란인들이 튀르크인들에게 여러 문화, 이슬람을 전해줄 때 같이 넘어갔기 때문이에요. 오늘 7월 6일 현지시각 아침 9시 (한국 시각 13시)에 명절 예배 (bayram namazı)가 실시될 것이고, 이후 명절 축제가 시작되요. 카프카스 무슬림 협회 Qafqaz Müsəlimanları İ..

아르메니아 노래 Mihran Tsarukyan - Ov Imanar

외국 노래를 찾을 때 괜찮은 노래와 가수 한 명만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이렇게 저렇게 찾아볼 수 있어요. 즉 처음 한 명, 한 곡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순전히 근성의 문제에요. 왜냐하면 유튜브에서 좋은 노래 하나 찾아내면 그 다음부터는 옆에 나오는 추천 영상들을 하나씩 틀어보면 되거든요. Mihran Tsarukyan 은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남자랍니다. 참고로 저 장면은 뮤비 중 한 장면으로, 공연 준비 하는 장면이지요. Mihran Tsarukyan 는 아르메니아에서 정말로 유명한 가수라고 해요. 그리고 아르메니아 가요 중에서 제일 먼저 올렸던 노래도 이 가수의 노래이지요.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Ov Imanar 라는 노래랍니다. 후렴부로 가면 묘하게 중독되는 리듬이 나온답니다..

조지아 노래 ახალი კლიპი რაჭაზე - Welcome To Georgia, Racha

카프카스 3국 중 조지아는 우리나라에서 영어식 이름을 쓰는 국가에요. 예전에는 '그루지야'라고 불렀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조지아 정부에서 정식으로 국명을 러시아식 이름이 아닌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달라고 요청해서 '조지아'로 바꾸었지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조지아 관련 정보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해요. 왜냐하면 미국 조지아주가 매우 유명하기 때문이죠. 영어로 검색해 보아도 Georgia 를 검색해보면 국가 '조지아'도 많이 검색되지만 미국의 '조지아'주도 상당히 많이 검색된답니다. 조지아의 전통 가락은 매우 특이해요. 좋고 싫고를 떠나서 정말로 특이해서 '어? 뭐지?'라는 생각부터 들어요. 이번에 소개할 조지아 가요는 조지아 전통 가락을 들을 수 있는 노래 중 너무 어색하지 ..

아제르바이잔 노브루즈 바이람

튀르크 민족 및 페르시아 민족 사이에는 우리나라의 설날 (구정)과 같은 명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노브루즈 바이람이에요. 우리나라 설날과의 차이라면, 노브루즈 바이람은 춘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설날에는 두꺼운 한복과 눈 쌓인 지붕을 떠올리는 데에 비해, 노브루즈 바이람은 봄옷과 풀이 돋아난 풀밭을 떠올리게 되지요. 이 동영상을 보면 아제르바이잔에서의 노브루즈 바이람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요. 아제리어로 된 방송이지만, 장면만 보아도 '아,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노브루즈 바이람을 이렇게 지내는구나' 하고 알 수 있지요. 참고로 이 방송은 아제르바이잔 Ntv 에서 찍은 것이에요. 나흐치반 방송이지요. 나흐치반은 아제르바이잔의 제주도 같은 곳으로써, 본토와는 떨어져 있는 지역이지요. 풍경이 아름답기..

아제르바이잔 가요 Ramal - Sevirəm

외국어를 공부하다보면 교재 말고 다른 것을 통해 공부하고 있는 외국어를 접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이때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래'이죠. 예전에 잠깐 아제르바이잔어를 공부할 때, 발음도 익히고 귀도 즐겁게 할 겸 해서 아제르바이잔 가요를 찾은 적이 있었어요. 음...어렵다... 아제르바이잔 가요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단지 제 취향과 너무 맞지 않았을 뿐. 너무 전통 가락이 강해서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었어요. 이건 일단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어요. 결국 아제르바이잔 가요를 듣는 것은 포기.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제르바이잔 같은 경우는 터키와 매우 가까운데다 사이도 아주 좋고, 언어도 많이 비슷해서 그냥 터키 문..

두 개의 장벽 - 45 바쿠에서 다시 타슈켄트로

"야, 빨리 일어나!"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깨웠어요. 2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아마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을 거에요. 잠을 조금 자나 싶었는데 친구는 저를 흔들어 깨웠어요. "왜!" "택시기사 왔어!" "몇 시인데?" "8시!" 전날. 우리는 택시기사에게 아침 11시 25분 비행기이니 호스텔에 8시에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택시기사는 공항까지 금방 가니 아침 9시에 오겠다고 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9시에 바로 출발하면 2시간 즈음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그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9시에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아무 말 없이 아침 8시에 왔어요. 택시기사는 자기는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짐 끌고 그쪽으로 오라고 말하고 호스텔에서 나갔어요. 친구가 빨리 준비하라고 재..

두 개의 장벽 - 44 아제르바이잔 바쿠

오늘은 뭐하지? 아직 실내는 어두웠어요. 돌아갈 날이 내일이라 일찍 일어나지는구나. 짐 싸는 거야 금방 싸겠지? 짐을 한 두 번 싸본 것도 아니니까. 여행 가기 전에도 짐은 후다닥 싸는데 이 정도 쯤이야. 무게를 맞추기 위해 친구 짐과 섞어서 싸긴 해야 하지만 정 안 되면 친구 짐까지 내가 싸 버려야지. 둘 다 부서질 것은 없으니 책만 잘 나누어 넣고 나머지는 다 쑤셔박고 때려박아도 돼. 짐 싸고 나서 무엇을 할까? 그냥 시내나 돌아다닐까? 아니면 바쿠 외곽에 있는 예쁜 모스크? 세데렉 시장? 전날 오늘은 푹 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오늘이 되자 그냥 얌전히 집에서 쉬기는 뭔가 아쉬웠어요. 여기를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초청장 받는 것도 문제고 비자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결정적으로 여..

두 개의 장벽 - 43 아제르바이잔 바쿠 현충공원

모스크 구경을 마무리하고 현충공원으로 향했어요.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어요. 현충공원에서 보는 아제르바이잔의 타오르는 푸른 불...저 건물은 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저게 진짜 타오르는 불이었다면 진짜로 볼 만 했겠죠. 정말 다행히도 진짜 타오르는 불이 아니에요. 푸른 불이라...국장의 불꽃 색깔은 붉은 색인데 저것은 푸른 색. 저 건물을 진짜 붉은 색 유리로 만들었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보기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여름에는 정말 보기만 해도 더 덥게 느껴졌겠지? 붉은 색 건물이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거대한 불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곳이 현충공원인 이유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때 전사 및 사살된..

두 개의 장벽 - 42 아제르바이잔 바쿠 셰히들릭 모스크

버스는 우리가 아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갔어요. 버스가 간 길은 큰 길이 아니라 이맘 후세인 모스크 옆 길로 들어갔어요. "이 버스, 원래 여기로 다니는 버스 맞나?" 이맘 후세인 모스크 주변은 버스가 다니게 생긴 길이 아니에요. 물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만 버스가 다니기에는 일단 길이 너무 좁았어요. 오늘도 현충공원으로 가는 무료 전동차가 운행하지 않는 것과 버스가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맘 후세인 모스크에서 내려서 현충공원까지 걸어가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 게다가 지금은 낮이라 그렇게 걷기에는 더웠어요. 버스는 동상이 있는 로타리에서 공원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더니 버스를 세웠어요. '혹시 여기에서 내려서 가라는 건가?' 다행..

두 개의 장벽 - 41 아제르바이잔 바쿠

잠 못 드는 밤. 이제 여행이 진짜 끝나간다는 것이 진짜 실감났어요. 그 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모레면 돌아가는구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요. 정말 다행이에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것은? 이것은 꿈 속의 꿈. 정말로 행복한 꿈.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 꿈 속으로 돌아가기. 사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것에 비한다면 별 거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리 꿈 속이라도 행복한 꿈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자각몽이라 하더라도 그 꿈이 즐겁다면 깨고 싶지 않은 것 처럼요. 마음이 심란하니 잠이 오지 ..

두 개의 장벽 - 40 아제르바이잔 바쿠 중앙우체국

중앙우체국에 가려고 한 이유는 혹시 아제르바이잔 전통의상 우표가 있는지 보러 가기 위해서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앙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를 따로 팔아요. 단연 우즈베키스탄 뿐만 아니라 체코,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타지키스탄에서도 그랬어요. 알바니아는 직접 중앙우체국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티라나에서 간 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 사려면 중앙 우체국에 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중앙우체국 가서 우표를 사면 좋은 점이 거리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싸요. 우리나라는 아예 액면가에 팔구요. 아까 우체국에서 중앙우체국은 이쪽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대학교는 그냥 본 거 하나 늘리고 시간 때울 셈으로 간 거에 비해 여기는 보다 확실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찾자마자 재빨리 우체국을 찾기 시작했어요. "중앙우체국..

두 개의 장벽 - 39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 대학교

밤새 자다 깨다 반복했어요. 조금 자다 깨어났고, 또 조금 자다가 깨어났어요. 오랜만에 자판기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그럴 리는 전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판기로 커피를 뽑아 마시지 못했을 뿐이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믹스 커피는 항상 잘 마시고 있었어요. 단순히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잠을 못 자는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불빛 때문에? 책을 볼 수 있는 불빛이었지만, 그렇다고 신경쓰이게 밝은 불빛은 아니었어요. 책도 불빛에 비추어야 보이는 것이지, 그냥 책 읽듯 보면 안 보일 정도의 불빛. 그 정도 불빛에 일어날 저라면 늦잠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없죠. 이것도 아니고. 결론은 오직 하나. 낮에 아파서 쓰러져 있었더니 잠이 안 오는 것. 그래서 조금 자다 깨어나고 조금 자다 깨어나고를 반복한 것이라 ..

두 개의 장벽 - 38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침에 일어났는데 콧물, 목 아픔. 어지러움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친구가 약 사줘서 먹고 다시 잤다. 오후 5시에 깨서 정신 차렸는데 우리가 자는 넓은 2인용 침대에 예약한 손님들 왔다고 혹시 비켜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비켜주었다. 원래 우리도 좁은 2층 침대에서 자야 하는데 우리보고 편히 자라고 넓은 침대 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엽서 2장 사고 밥 먹으러 갔다. 아제리에서는 엽서고 선물이고 암 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된다.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타지키스탄에서 보낸 엽서 몇 글자 해석 불가라 해서 이번엔 작정하고 예쁘게 썼다. 학원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에게 썼다. 모처럼 예쁘게 글자 쓰려니 힘들었다. 투르크멘서 보낸 건 어찌 읽으려구. 그때는 서..

두 개의 장벽 - 37 아제르바이잔 바쿠 기차역

2012년 7월 11일의 아침이 밝았어요. 오늘은 일찍 일어났어요. 목에 가래가 껴서 잠에서 일찍 깨어났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전날보다 더 아프고 머리가 무거웠어요. 일어난 김에 일단 씻고 차를 끓여서 밖으로 나갔어요. 자전거 여행 중인 프랑스 아저씨가 드디어 출국한다고 하셨어요. 아저씨는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가는 배가 없어서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호스텔에 머물고 계셨었어요. 프랑스 아저씨는 체크 아웃한 후, 관청에 가서 벌금을 물고 배를 탈 거라고 자신의 일정을 알려주셨어요. 혹시 오늘 배가 뜨지 않으면 다시 호스텔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기며 호스텔에서 나가셨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보내지 못한 둘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한 명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한 ..

두 개의 장벽 - 36 아제르바이잔

꽤 춥다고 생각하며 잤어요.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았다면 정말 추워서 잠을 들지 못했을 거에요. 친구가 깨워서 일어났어요. "목이 왜 이렇게 아프지?" "갑자기 왜?" "모르겠어. 목이 아파. 지금 일어나야 해?" "아니, 아직 여유 있어." "그러면 나 조금 더 누워 있을게." 목이 헐어서 그런지 아팠어요.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시 침대에 누웠어요. 조금 누워 있으면 금방 좋아질 것 같았어요. 어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오늘은 또 다시 정말 맑은 날. 그래도 가는 날은 맑아서 다행이었어요. 아브토바그잘로 갈 때 어제 그 폭우가 내렸다면 정말 돌아가는 내내 고역이었을 텐데요. 보나마나 차에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 것이고, 그러면 바쿠 도착하는 내내 추위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

두 개의 장벽 - 35 아제르바이잔 셰키

원래 예정대로 숙소 근처에 있는 유리 가가린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은 노천에서 먹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 비싸지 않을까?" "어쨌든 숙소비 아꼈잖아." "한 번 정도 여기 음식 먹어볼까?" 바쿠에서 외식은 상상도 못했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래서 레스토랑 같은 곳은 당연히 절대 안 갔어요. 우리가 항상 끼니를 때운 곳은 메르신 카페. MUM 옆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게다가 맛도 좋았구요. 정말 이럴 때 아니면 아제르바이잔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없었어요. 바쿠에서 먹는다면 정말 몇십 마나트 나올테니까요. 앞서 말했듯 1달러가 0.785 마나트 정도 되요. 1마나트가 0.785 달러쯤 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에요. 일단 한 사람 당 음식을 하나씩 시켰어요. 저는 ə..

두 개의 장벽 - 34 아제르바이잔 셰키 시내

이름으로 보아서 이 모스크는 셰키에서 가장 큰 중요한 모스크 아닐까 생각했어요. 항상 이런 생각이 딱 맞아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주메'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은 있는 모스크이거든요. 대박은 보장 못하지만 중박은 보장해주는 이름. 아잔이 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친구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혼자서 들어갔다 올까? 예배가 잠깐 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망설여졌어요. 제대로 구경하려면 예배가 끝나야 하는데, 예배가 짧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렇다고 무슬림들 예배드리고 있는데 들어가서 사진 찍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구요. 정문 옆에는 이렇게 수돗가가 있었어요. 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모스크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어요. ..

두 개의 장벽 - 33 아제르바이잔 셰키 구시가지

구시가지로 돌아가는 길은 칸사라이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가는 길. 그러므로 길은 당연히 내리막이었어요. 매우 빨리 구시가지로 가는데 별로 힘들지도 않고 숨이 차지도 않았어요. 내려갈 때에는 올라갈 때와 달리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올 여유는 없었어요. 이제 시간이 늦었거든요. 성문 앞에서 사진 찍었을 때가 저녁 5시 50분. 하늘만 보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보였지만 시간을 확인해보면 그렇지 못했어요. 카라반사라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53분이었어요. 내리막길이라고 신나게 내려왔더니 3분만에 내려왔어요. "이제 천천히 가자." 친구가 천천히 가자고 했어요. 저도 빨리 갈 마음이 없었어요. 카라반사라이부터는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거든요. 카라반사라이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에요. 지금도 ..

두 개의 장벽 - 32 아제르바이잔 셰키 칸사라이

우리가 머물 숙소 위치가 매우 이상한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카라반사라이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칸사라이부터 갈까?" 이미 4시였어요. 여기도 밤은 늦게 찾아올 거에요. 하지만 밤이 늦게 온다고 해서 가게와 박물관도 늦게 문을 닫는 것은 아니었어요. 큰 길로 걸어나가는 길. 이미 여기에서부터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칸사라이는 큰 길을 타고 쭉 올라가야 했어요. 칸사라이부터 신시가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있는 길이었어요. 칸사라이쪽은 올라가는 쪽. 푸른 산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중앙아시아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이었어요.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산지라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았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어올라갔어요. 셰키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말 유..

두 개의 장벽 - 31 아제르바이잔 셰키

아침 일찍 씻고 호스텔에서 나왔어요. 호스텔에서 나와 주인 아저씨께서 알려주신대로 버스를 탔어요. 이체리 셰헤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 이체리 셰헤르 역 앞 버스정거장에서 137번 버스를 타면 버스 터미널까지 바로 가요. 아침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많았어요. 버스는 익숙한 길을 지나 낯선 길로 접어들었어요. 하지만 왠지 본 듯 했어요. "이거 작년에 바쿠에 도착했을 때 그 버스정거장이다!" 처음 가는 길인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에 갔던 그 길이었어요. 창밖에 28 May 역이 나타났어요. 만약 굳이 전철로 버스 터미널에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이 역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들어가야 해요. 터키 청년은 아마 이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겠죠. 그렇게 전철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까요. 하지만 주인..

두 개의 장벽 - 29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르메니아 교회, 러시아 교회

오늘도 어김없이 분수 광장으로 가는 길. 이체리 셰헤르를 감싸고 있는 성벽을 한 장 찍었어요.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성벽. 하지만 이 성벽에서 중요한 것은 돌이 아니라 돌 사이에 시멘트처럼 발라져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랍니다. 작년에 왔을 때 여기에서 아제르바이잔 친구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성벽을 지을 때 계란을 섞어서 돌을 쌓았다고 했거든요. 그때는 이런 것을 찍을 생각도 못했어요. 그때는 갑자기 기온이 껑충 뛰어서 그거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거워했을 때였어요. 더욱이 그때 머물렀던 숙소는 지하철 하타이 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하는 애매한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구요. '오늘은 무엇을 해야 시간을 잘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 분수 광장에 가는 이유는 할 게 없어서. 이체리 셰헤르 ..

두 개의 장벽 - 28 아제르바이잔 바쿠 처녀의 탑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느긋한 일요일 아침. 여행 계획을 짤 때 정말 신경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여행을 처음 할 때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안 썼고, 그로 인해 낭패를 크게 본 적이 있었어요. 일요일을 조심하라. 바로 이거에요. 일요일은 정말 조심해야 해요. 반드시 여행 계획 짤 때 필히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일요일에 문 여는 가게들이 많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이야기. 특히 유럽은 일요일에 당연히 놀아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는 정말 최악으로 심심한 시간.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만큼 심심했던 시간은 많지 않아요. 일요일은 뭘 해도 심심하고 흥이 안 나요. 더욱이 환전 문제까지 걸려 있다면 더더욱 최악. 월요일은..

두 개의 장벽 - 27 아제르바이잔 바쿠 테제 피르 모스크

호스텔에 돌아와보니 우리와 같이 놀던 터키 청년이 짐을 싸고 있었어요. "오늘 가?" "응. 버스로 조지아 가려구." "지금?" "아니, 이따 밤에." 터키 청년은 야간 버스 이동을 해서 조지아 트빌리시에 갈 거라고 했어요. 트빌리시 도착하면 새벽 2시라고 했어요. "너 러시아어 알아?" "아니." 이 녀석 정말 걱정되네. 이 터키 청년의 계획은 버스에서 내려 밤을 새고 공항으로 가는 것. 러시아 가는 비행기표가 그 시각에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한다고 했어요. 오늘 바쿠를 구경하고 가느라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했어요. 너 어제도 머물렀잖아? 야간 이동 자체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야간 이동은 피곤해서 문제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트빌리시 도착 시각. 이게 새벽 2시라고 했어요. 이건 피..

두 개의 장벽 - 24 아제르바이잔 바쿠

이제 여기에서 남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용하는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 구입. 타지키스탄도, 우즈베키스탄도, 투르크메니스탄도, 아제르바이잔도 전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해요. 물론 러시아어도 사용하구요.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러시아어가 아주 널리 광범위하게 쓰이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그렇지 않아요. 이것은 국민을 구성하는 민족의 비율, 그리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민족과 그 외 민족의 힘에 따라 달라져요. 투르크메니스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투르크멘인들과 아제리인들은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에 비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박멸하려고 하면 박멸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 게다..

두 개의 장벽 - 23 아제르바이잔 바쿠

배가 항구에 정박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여권!" 배에 탈 때 여권을 걷어갔어요. 그 여권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어요. 이제 곧 내려야 할 텐데 여권이 없었어요. 똑똑똑 선원이 우리에게 내릴 준비하고 방에서 나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열쇠를 가져갔어요. 짐은 이미 깔끔히 다 쌌어요. 여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이었어요. 일단 나오라고 해서 나갔어요. 출구쪽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는데 크게 북적이지는 않았어요. 단지 통로가 좁아서 그 적은 인원으로도 북적거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선원이 사람들 이름을 호명했어요. 호명된 사람이 선원에게 가면 무슨 종이쪼가리가 꼽힌 여권을 주었어요. 드디어 우리 차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실..

뜨거운 마음 - 후기

서울로 돌아와 학원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이스 타이밍! 그냥 폭우 좍좍. 도저히 밖에 나갈 날씨가 아니었어요. 의정부에 있는 학원에 찾아가기는 커녕, 집에 가기 위해 공항에 가는 것도 힘들어 보였어요. 물론 가려면 갈 수야 있었지만, 노트북도 들고 가야 했고, 역까지 가는 동안 비바람이 워낙 세게 몰아쳐서 역까지 가는 동안 온몸이 쫄딱 젖게 생긴 날씨였어요. 그래서 집에 내려가는 날도 결국 하루 미루고, 학원도 찾아가지 못했어요. 그저 원장선생님께 전화로 잘 다녀왔다고 인사만 드리고, 찾아가려고 했으나 날씨가 너무 나빠 고향 갔다가 올라와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고향에 내려왔는데 하나도 덥지 않았어요. 부모님께서는 계속 너무 덥다고 하시며 제게 덥지 않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덥지..

뜨거운 마음 - 36 조지아 트빌리시

계획 단계에서의 실수. 저는 여행 계획을 칼 같이 짜지 않아요. 그쪽에 소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차피 빡빡하고 칼같이 짜봐야 실제 여행할 때 더 피곤하게 된다는 것을 여행을 해보며 깨달았거든요. 어차피 계획대로 다 되지 않는 게 여행이다보니 그냥 적당히 대충 짜는 편이에요. 오히려 칼같이 짜서 다녀봐야 그 일정 따르려고 스트레스 받고, 그 일정대로 안 되는 경우도 태반이거든요. 그래서 일정을 칼 같이 짜지 않는 대신, 여분의 시간을 조금 넣어 놓아요. 만약 시간이 부족하면 가져다 쓸 수 있게 여분의 시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죠. 이 여행 계획을 짤 때 여분의 시간을 하루 주었어요. 아무래도 국경을 5번 넘어야하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문제가 터질 거 같아 여분 시간을 하루 주고, 그 이상으로 여분의 ..

뜨거운 마음 - 35 조지아 트빌리시 구시가지

낯익은 얼굴 셋은 같은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는 에스토니아인들. 그리고 매우 낯선 처음 보는 여자는 아마 그 에스토니아인의 애인일 거였어요. 이것들 여기서 노가다 알바 뛰었나... 넷이 바닥에 널부러져 앉아 있는데 온몸이 먼지투성이였어요. 하도 먼지를 뒤집어써서 몸에서 반짝이는 부분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뿌연 덩어리들. 무슨 관광을 그리 험악하게 했길래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어서 이렇게 널부러져 앉아 있나 궁금했어요. "물 꼭 사서 가! 위에 가게 없어!" 막노동 뛰다 잠깐 쉬는 인부들처럼 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바닥에 주저앉아 물을 마구 들이키던 에스토니아인들이 우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반드시 물을 사서 올라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에스토니아 청년들의 조언대로 근처 가게에서 1.5리터 물을 ..

뜨거운 마음 - 33 조지아 트빌리시 마마다비티 교회

트빌리시에 다시 도착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제 어떻하지?" 므츠헤타를 다 보려면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는데 므츠헤타가 트빌리시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인데다 생각보다 큰 곳도 아니라서 금방 보고 돌아올 수 있었어요. 오늘 일정을 여기에서 끝내기에는 저나 친구나 모두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멀리 가자니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만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멀리 가자니 시간이 부족한 아주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우리 그 교회나 갔다가 돌아갈까?" 전날 가보면 좋을 거 같은데 꽤 걸어 올라가야 할 거 같아서 안 간 교회가 하나 있었어요. 교회 이름은 마마다비티 Mamadaviti 교회. 얼핏 보아서는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될 거 같기는 했는데 길이 직선이 아니라 섣불리 가기 ..

뜨거운 마음 - 32 조지아 므츠헤타

호스텔에 돌아갔는데 외국인 세 명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한 명은 노르웨이인 청년이었고, 두 명은 우크라이나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 아가씨들이었어요. 게다가 이 세 명은 우리와 같은 방이었어요. 노르웨이인 청년은 우리를 보고 매우 반가워했어요. 왜냐하면 이 노르웨이인 청년은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있는 엔보이 호스텔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가볍게 인사만 했는데 이 작은 호스텔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엔보이 호스텔은 워낙 커서 친목질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로버 호스텔은 매우 작고 아담해서 완전 여행자와 호스텔 직원들이 친목질하기 매우 좋은 구조였어요. 방은 좁아서 2층 침대만 들어가 있어서 자거나 책 읽을 게 아니라면 그냥 나와서 거실에서 노는데, 거실도 크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