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세르비아 12

세르비아 역사 - 두샨 바타고비치

2009년 초 발칸유럽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때는 솔직히 '게스트하우스'가 뭔지도 몰랐지요. 매일 다른 나라에서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7박 35일 여행을 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숙박을 하게 된다면 호텔에서 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돈이 엄청나게 깨질 것이라 생각한 것도 매우 컸어요. 그때만 해도 크로아티아를 제외하면 발칸유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던 때. 물론 크로아티아도 지금에 비할 만큼 많이 가던 시절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지도 하나 보며 돌아다닐 때, 나름 구경하는 것은 잘 구경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어요. 두샨 바타고비치의 세르비아 역사...

세르비아 전래동화 - 달에게 외투가 없는 이유

이번에 소개해드릴 전래동화는 세르비아의 전래동화랍니다. 제가 세르비아어로 된 것을 읽은 것은 아니고,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더라구요. 이 이야기에 따르면, 달을 볼 때마다 '어머 야해라'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왜 달은 외투가 없을까요 (세르비아 이야기) 달은 자기가 입을 옷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두운 밤에 재단사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지어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재단사는 그녀의 치수들을 재었습니다. "일주일 뒤에 오세요." 재단사는 달이 입을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주일이 지났습니다. 달이 왔습니다. 달은 재단사가 만들어준 옷을 입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옷은 짧고 꽉 끼었습니다. "미안해요, 제가 실수했나 보네요." 재단사는 사과했습니다. ..

겨울 강행군 - 17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야, 그러면 일단 안경 맞추러 가자." "아 몰라! 이 거지 같은 나라, 당장 떠날 거야!" 일단은 머리 끝까지 열받은 친구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어요. 친구는 무작정 당장 베오그라드를 떠난다고 했는데 떠난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상황에서 몰타로 돌아갈 방법도 마땅찮았어요. 무조건 이 망할 베오그라드를 떠나자고 하는데,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려면 일단 베니스로 가야 했어요. 베니스로 가서 무작정 공항으로 간 후 표를 구해서 몰타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필 이 시기는 성수기 시즌이라 표가 없었어요. 두 번째, 원래 여행 경로를 앞당겨서 당장 위로 올라갈 경우 기다리고 있는 것은 높은 물가. 차라리 여기에서 일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경 문제 만큼은 해결해야 했어요. 여행 일정을..

겨울 강행군 - 16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소피아에서 기차를 타고 베오그라드 가는 것은 저도 처음이었어요. 기차에 타서 양말을 갈아신고 잠을 잘 준비를 했어요. 기차에 사람이 없어서 둘이 한 칸에 들어가 의자에 드러누워 잘 수 있었어요. "야, 귀중품 잘 챙겨." "알았어." "품에 지니고 자." "괜찮아. 가방에 자물쇠 채웠잖아." 친구에게 귀중품은 최대한 몸에 지니고 자라고 했지만 친구는 몸에 지니고 자면 불편해서 잘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도 여권과 돈이 든 목걸이 지갑은 목에 걸고 옷 속에 집어넣은 후 잤어요. 귀찮음과 피로가 팍팍 느껴지는 친구의 말에 그냥 놔두었어요. 저는 매일 그랬듯 귀중품을 전부 얇은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잠근 후, 외투를 잘 잠그고 그 위에 두꺼운 점퍼를 잘 껴입고 의자에 드러누웠어요. 곤히 자고 있는데 부스럭거..

7박 35일 - 54 세르비아 노비사드

"여기 왜 이리 크지?"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를 걸으며 크게 힘들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경치는 정말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하지만...이놈의 더위! 가뜩이나 피곤한데 날은 엄청나게 더웠어요. 푸른 풀이 돋아나서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조용히 연인과 걸으며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어요. 모든 조건이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조건이었어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네 번은 걸을 만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더워! 피곤해! 왜 끝이 안 보여!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저 문까지도 못 갔어요. 요새에서 내려다본 노비사드. 너무 강렬하지도, 너무 희미하지도 않은 적당한 아름다움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요새에서 노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

7박 35일 - 53 세르비아 노비사드

피곤한 것 치고는 기차에서 일찍 눈을 떴어요. 기차는 베오그라드에 거의 다 왔어요. 창밖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이 쓰레기 매립장같이 생긴 곳이 바로 집시 마을이에요. 집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집시는 이동하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거의 모든 집시들은 정착해서 살아요. 그리고 그들이 사는 동네는 말 그대로 빈민굴이에요. 여기가 바로 집시들이 사는 마을이에요. 기차가 빨라서 더 최악인 부분은 찍지 못했어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었어요'. 베오그라드역에 도착하자마자 노비사드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시각을 알아보았어요. 오늘 베오그라드를 또 본다면 베오그라드만 3일째 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도시에 가서 구경을 하고 부다페스트..

7박 35일 - 50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차에 올라탔어요. 베니스에서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 역시 침대칸만 있다고 해서 침대칸에 탔어요. 우리가 탑승하자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갔어요. 베오그라드까지 국경심사를 두 번 받아야 하는데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가 대신 국경심사를 받아준다고 했어요. 도중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점이었어요. 일반 객실과 침대칸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차표를 보니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어요. 그래서 승무원에게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승무원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기차 내부는 낡고 후줄근했어요. 발칸 유럽에서 타고 다니던 그 기차였어요. 씻으러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아마 세르비아 기차인 것 ..

7박 35일 - 32 세르비아 니슈

"프리슈티나행 버스 몇 시에 있어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어요. 프리슈티나에 가기 위해서는 사실상 바로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기껏 니슈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떠나게 생겼어요. 되도 않는 세르비아어와 불가리아어를 섞어가며 버스 시각 확인을 했어요. 매표소 직원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어요. 손짓 발짓 하고 펜으로 숫자를 써가며 알아낸 정보는 잠시 후 바로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16시에 있는 베오그라드행 버스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돌아간 후 21시 30분 버스를 타고 프리슈티나에 가는 것이었어요. 당장 버스를 타면 프리슈티나에 정말 엄한 시각에 떨어질 것이 뻔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프리슈티나에서 1박을 하든가 아니면 베오그라드로 돌아가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둘 중 하나를 ..

7박 35일 - 31 세르비아 니슈

기차에 타자마자 가방을 열고 수건과 세면도구를 꺼냈어요. 피곤해서 빨리 씻고 자고 싶었어요.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고, 지갑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그저 빨리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먼저 씻고 와요." "오빠는요?" "저는 오늘 양말도 빨아야해요. 그러니까 먼저 씻고 와요." 후배가 먼저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어요. 저는 그동안 일기를 썼어요. 잠시후, 세수하고 양치를 한 후배가 돌아왔어요. 이제 제가 씻으러 갈 차례. 양치하고 세수하고 발 씻고 양말을 빨 준비를 했어요. 신발을 벗고 자야 하는데 제 발냄새로 객실 안을 오염시킬 수는 없었어요. "혹시 모르니까 문 잠가놓고 있어요." 기차가 별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배에게 문을 잠가놓고 있으라고 했어요. 후배는 알겠다고 했어요...

7박 35일 - 17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성 사바 성당 Храм Светог Савe

생각보다 사바 교회를 찾는 것은 쉬웠어요. 하도 커서 멀리서도 보였거든요. "저건 슈퍼 뚱땡이다!" "예?" 제 말에 후배가 거리 한 가운데에서 배를 잡고 깔깔 웃기 시작했어요. "왜 웃어요!" "아니...센스 하고는...슈퍼 뚱땡이가 뭐에요!" 사바 교회는 둥글둥글 푸짐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그 크기가 불가리아 소피아의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보다 훨씬 더 커요. 얘도 '뚱땡이 교회'라고 별명을 붙여주고 싶은데 그 별명은 이미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가 가져갔어요. 그래서 붙여준 별명이 '슈퍼 뚱땡이 교회'. 교회 외관은 정말 깔끔했어요. 화려하지만 오래된 맛이 있었던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는 정반대였어요. 사바 교회를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 비교해서 보니 더욱 재미있었어요. 사바 교회는 정면에서 보면..

7박 35일 - 16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공화국 광장 Трг републике, 칼레메그단 요새 Београдска тврђава

"우와! 여긴 진짜 도시답다!" 시작부터 쏟아져나온 감탄사!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어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다 있나 싶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아름다움과 관련된 수식어를 다 사용해도 묘사할 수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유럽의 대도시에요. 거기에다 현재 비교대상은 티라나, 프리슈티나, 스코페, 소피아, 부쿠레슈티. 유럽 도시 인구 순위로는 베오그라드가 전 유럽에서 14위에요. 1위는 모스크바, 9위는 부쿠레슈티, 10위는 부다페스트, 15위가 오스트리아 빈이고 프라하는 23위에요. (유럽 도시 인구 순위 : http://www.citymayors.com/features/euro_cities1.html) 인구 규모는 부쿠레슈티가 더 크지만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놓고 보면 부..

7박 35일 - 15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부쿠레슈티 발 베오그라드 행 기차 안은 조용했어요. 확실히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보통은 열차에서 흡연은 절대 금지에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복도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뻑뻑 태워댔어요. "여기서 담배 태워도 되요?" "예. 되요." 그래서 저도 그 사람들과 같이 창문을 열어놓고 복도에서 담배를 태웠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보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경찰이 오더니 표를 내놓으라고 했어요. "여기서 담배 태우면 안 되나요?" "안 되요. 표 내놔요!" "잘못했어요!" 표를 주지는 않았어요. 왠지 표를 주면 표를 압수당하고 다음 역에서 쫓겨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어요. 그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