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단양구경시장 돈까시 맛집 시장돈까스
충청북도 단양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이때는 지인과 같이 갔어요. 지인이 운전면허가 있고, 지인이 워낙 운전을 하고 싶어해서 이때는 쏘카를 빌려서 돌아다녔어요.
여행 준비 제대로 한 거 맞습니까?
지인이 자기가 단양 여행을 다녀온 적 있으니 자기만 믿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인을 믿기로 했어요. 지인이 알아서 가자는 곳으로 갔어요. 지인은 단양 구인사를 가자고 했어요.
구인사?
거기 멀 건데?
단양 구인사는 불교 천태종 본산이에요. 엄청나게 큰 절이에요. 저도 한 번도 안 가본 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워낙 큰 절로 매우 유명한 것은 알고 있어요. 천태종이 절을 크게 짓는 것으로 유명한데, 절 크게 짓기로 유명한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는 얼마나 크겠어요. 단양 구인사를 다녀온 다른 지인 말로는 너무 커서 다니기 힘들고 절 다운 맛이 없는 절이라고 했어요.
단양 구인사가 큰 것은 둘째치고 단양 구인사는 아예 구인사 가는 버스가 따로 있어요. 단양 구인사 가는 버스가 따로 있다는 말은 단양 읍내에서 거리가 꽤 된다는 점을 의미했어요. 단양 구인사가 단양 읍내에서 가기 편하고 가까운 곳이라면 제가 저 혼자서라도 한 번은 가봤을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게 엄청나게 크고 유명한 절이라고 하니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
지인이 단양 잘 안다고 했고, 지인이 단양 일정을 원하는 대로 짜기로 했기 때문에 지인한테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지인이 맨 처음 데려간 곳은 도담삼봉이었어요. 도담삼봉은 단양의 유명한 관광지에요. 도담삼봉을 본 후, 점심을 먹고 구인사로 갔어요.
역시 예상이 맞았다.
구인사는 하나도 안 가까웠어요. 그리고 컸어요. 구인사 갔다 오니까 시간이 매우 많이 지나갔어요. 구인사에서 다시 단양 읍내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를 한 곳 들렸어요. 카페에서 또 너무 오래 있을 수 없었어요. 카페에서 가볍게 앉아 있다가 단양 읍내로 돌아왔어요. 단양 읍내 돌아오자 저녁 먹고 쏘카 반납하고 기차역 가면 맞을 시간이었어요.
하루 종일 본 게 도담삼봉과 구인사 뿐이라니!
지인이 자기 믿으라고 해서 믿었더니 다녀온 곳이 도담삼봉과 구인사였어요. 여기 말고 단양에 좋은 곳 꽤 있고, 단양 읍내에서 가까운 곳에 좋은 곳 여러 곳 있는데 하필 구인사 가는 바람에 단양에서 본 게 도담삼봉과 구인사 둘 뿐이었어요. 지인은 차를 몰고 다니니까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였어요. 오히려 더 못 봤어요. 차라리 버스 타고 돌아다니고 걸어다녔으면 이것저것 훨씬 많이 봤을 거였어요. 그렇게 다녔다면 단양 읍내 및 그 주변에서만 놀았을 거였고, 바로 이쪽에 볼 것들이 여럿 있었어요. 단양이 1년에 1000만 넘게 방문하는 관광지인데 관광지가 다 엉뚱한 곳에 들어가 있으면 어떻게 1000만명이 단양을 가요. 상식적으로요. 대중교통, 뚜벅이 다 몰려가야 채우는 숫자가 1000만이에요.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이라서요.
역시 여행은 언제나 방심하면 안 됩니다.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하루 종일 차 탄 것 뿐. 방심했어요. 역시 절대 방심하면 안 되요. 하루 일정을 되짚어 생각해볼 수록 짜증났어요. 여행을 온 건지 명절 귀성길 예행연습하러 온 건지 분간 안 되는 하루였으니까요. 진짜 하루 종일 차만 타고 이동했어요.
저녁은 단양구경시장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어요. 단양구경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단양구경시장을 조금 구경한 후 차를 반납해야 했어요.
가는 날이 휴장일이냐?
하필이면 단양구경시장 간 날은 휴일인 상가가 여럿인 날이었어요. 날짜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어요. 시장은 열려 있었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이쯤 가면 대체 나는 왜 내 피 같은 돈을 써가며 이 지인과 여행을 왔는지 의문이었어요. 운전 중 재미라도 있었으면 몰라요. 지인은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었어요. 물론 운전 중 막 떠들며 가라는 건 아니지만, 돌부처 앞에서 랩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게 하루 종일 그랬어요. 차 안에서도 그랬고, 차 밖에서도 그랬어요. 그런데 시장은 하필 휴일인 가게가 많은 날.
이때 얼마나 많이 짜증났냐면, 사진 찍은 것도 별로 없어요. 저는 나중에 블로그에 글을 쓸 것을 생각해서 여행 가면 사진을 매우 많이 찍어요. 그런데 이때는 정말 짜증나서 사진조차 거의 안 찍었어요.
단양구경시장에서 마늘은 많이 봤어요.
단양구경시장에서의 식사는 맛집을 찾는 게 아니라 우선 영업하는 곳을 찾아야 했어요. 시장을 돌아다녔어요. 돈까스 가게가 한 곳 있었어요. 원래는 가게 들어가기 전에 가게 입구 사진을 촬영하지만, 이때는 가게 입구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어요.
돈까스 가게 이름은 시장돈까스였어요.
자리에 앉아서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돈까스를 주문했어요.
돈까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옆을 봤어요.
단양에 볼 게 이렇게 많은데 하필 간 곳이 단양에서 제일 외진 곳에 있는 구인사였어요. 그런데 제가 준비를 안 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지인이 단양 한 번 다녀왔다고 자기가 단양 아니 믿으라고 했어요.
돈까스가 나왔어요.
다행이다.
돈까스는 맛있다.
천만다행으로 돈까스는 맛있었어요. 속으로 짜증이 꽤 많이 나 있었지만, 돈까스는 짜증난 상태로 먹어도 맛있었어요. 그러니 잘 하는 집이었어요. 짜증난 상태였지만 맛있게 먹었다면 안 짜증난 상태였으면 매우 맛있게 먹었을 거였어요.
단양 시장돈까스가 맛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나름 추억의 집이 되었어요.
그러다 어제였어요. 예전 글감 중 어떤 것을 글로 쓸지 찾아보다가 시장돈까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냥 없어진 건 또 아닌 것 같았어요. 찾아보니 시장돈까스가 있던 자리에 '영이네 식당'이라는 식당이 들어섰는데,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보니 '구 시장돈까스'라고 적혀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 같았어요.
역시 우리나라는 식당 간 건 글을 빨리 써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