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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29

바람은 남서쪽으로 - 28 베트남 하노이 유교 문화 유적 문묘 Văn Miếu

방에서 친구에게 줄 선물을 정리했어요. 베트남인 친구는 곧 결혼할 거라고 했어요. '축의금이라도 줘야 하나?' 지금껏 결혼식 축의금을 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주변에서 장례식이 있으면 찾아가서 조의금을 내고 온 적은 몇 번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 친구, 동기 결혼식은 가본 일도 없고 있어도 안 갔어요. 축의금을 내지도 않았어요. 장례식은 갈 수 있으면 반드시 찾아가지만 결혼식은 제 가족 결혼식 아닌 이상 안 갔어요. 그 원칙은 항상 지켜오고 있었어요. 세상에 장례식은 오직 한 번이에요. 아무리 의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나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방법은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장례식이란 인생에서 단 한 번 있는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친구의 가족이 사망해서 장례식에 가야 한다면 갈 수 있는 한 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7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서욱교

슬리핑 버스 안에서 계속 잤어요. 잠자리가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슬리핑 버스 좌석은 어정쩡하게 상반신이 들려 있었어요. 몸을 전혀 뒤척일 수 없는 구조였어요.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누워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더 불편했어요. 조금만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바로 잠이 깨었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으려니 몸이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이건 앉아 있기도 불편했어요. 어떤 자세도 답이 없었어요. 밤새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깨기를 반복했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어요. 시끄러워서 깨거나 어디에 버스가 정차해서 깬 것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슬리핑 버스에서 누워서 자다가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깨었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기절하..

바람은 남서쪽으로 - 26 슬리핑 버스로 베트남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길

"이제 숙소 돌아가야겠다." 어느덧 오후 1시였어요.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호이안 일정의 끝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호이안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는 숙소를 통해 예약해놨어요. 숙소에서는 택시로 슬리핑 버스를 탑승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숙소에서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여행사로 달려가야했을 거에요.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호이안을 돌아다녔어요. "이 놈의 비는 또 오네." 베트남 호이안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이런 곳은 떠날 때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아요. 그러나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요. 눈꼽만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쪽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었어요. 빗줄기가 다시 슬슬 굵어지고 있었어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5 베트남 호이안 푸젠 화교 회관 Hội quán Phúc Kiến

장기 한 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베트남 와서 장기 뒀다!" 계획에도 없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베트남 현지 문화를 하나 체험했어요. 매우 큰 소득이었어요. 베트남 와서 베트남 민속 놀이인 장기를 두어봤으니까요. 이런 일은 여행 중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호이안이 내가 불쌍해서 이런 이벤트 하나 준 건가. 베트남 호이안 일정은 정말 안 좋았어요. 대충 둘러볼 것은 거의 다 둘러봤어요. 그렇지만 정말 운이 참 없는 일정이었어요. 날씨는 엄청 안 좋았어요. 중요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노트북 가방은 끈이 떨어져버렸어요. 신발은 물에 완전 푹 젖었어요. 숙소에서 드라이기로 간신히 말리기는 했지만요. 기념품으로 구입한 전통의상 입은 인형은 목이 다 끊어졌어요. 밤에 쏟아진..

바람은 남서쪽으로 - 24 베트남 전통 민속 놀이 중국식 장기 꺼 뜨엉 Cờ tướng

뭔가 사당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입구에는 한자가 적혀 있었어요. 아래에는 베트남어로 작게 Chùa Ông Hội 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베트남어로 ông 은 '할아버지'라는 뜻이에요. 연장자를 높여 부르는 말인 '어르신, 선생님'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Chùa 는 베트남어로 절, 사원이니까 Chùa Ông '어르신 사원'쯤 될 거에요. 안에는 연못이 있었어요. 계속 내부를 둘러봤어요. 골목길이 있었어요. 골목길은 매우 비좁았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크게 인상을 끄는 것은 없었어요. 이건 아무리 봐도 제가 상상하던 동남아시아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타이완 여행 갔을 때 봤던 중국 문화와 너무 닮았어요. 중국 문화에는 정말 관심 없었어요. 중국 문화를 보고 싶다면 타이완을 다시 갔을 거에요. 저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3 베트남 호이안 중앙 시장 Chợ Hội An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잤기 때문에 정말 깊게 잤어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원래 잠을 매우 깊게 자거든요. 한 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요. 심지어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계속 자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동네방네 잠자는 사람 다 깨울 정도로 시끄러운 알람이어야 잠에서 깨어나요. 세상에서 잠자는 것이 제일 좋고 잠자는 것은 정말 잘 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자요. 너무 짜증나거나 화가 나면 잠이 오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호이안 일정이 비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푹 잤어요.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노트북 가방 끈이 떨어져서 답 없어진 상황이라는 사실, 신발이 완전히 푹 젖어버렸다는 사실은 제게 자장가가 되었어요. 실낱 같은 ..

바람은 남서쪽으로 - 22 베트남 꽝남성 호이안 야시장

"빨리 돌아가야겠다." 어깨에 옆으로 메는 노트북 컴퓨터 가방은 끈 거는 고리가 완전히 끊어져버렸어요. 여기에 하늘에서는 비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우산 쓰고 걷는 것조차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보조가방을 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려니 조금만 걸어도 진이 빠졌어요. 투본강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던 빛나는 종이등은 모두 싹 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어요. '앞으로 여행 어떻게 하지?' 머리 속이 엄청나게 심란했어요. 노트북 컴퓨터 가방은 계속 들고 돌아다녀야 했어요. 여기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어요. 저의 전재산이라고 해도 될 것들이 싹 다 들어 있었어요. 노트북 컴퓨터, 여권, 돈, 디지털 카메라, 항공권 다 노트북 컴퓨터 가방에 넣고 옆으로 ..

바람은 남서쪽으로 - 21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야경

'일본인 다리도 갔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고...이제 대충 다 봤나?' 일본인 다리도 건넜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을 한 바퀴 대충 둘러본 것 같았아요.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일단 대충 다 봤고, 사진도 그럭저럭 찍었거든요. '정말 운 좋았어.' 아마 다낭은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을 거였어요. 비구름보다 제가 빨랐어요. 비구름은 호이안으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일기예보상 호이안은 이날 비가 내릴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호이안 올드타운을 대충 다 둘러보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예쁜 호이안 올드타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비가 안 내려서 사진 찍으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크게 감..

바람은 남서쪽으로 - 20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이제 광동회관 들어가야지."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주변을 돌아다니다 슬슬 안에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하늘을 한 번 쳐다봤어요.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운이 정말 좋다면 이대로 비구름이 비를 뿌리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어 보였어요. '빨리 다 돌아봐야겠다.' 일단 광동회관까지 보면 호이안 돌아보는 것은 대충 마무리될 거였어요. 주요 관광지 중 꼭 가봐야하는 곳은 대충 찾아가본 셈이었거든요.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비가 올 지도 신경써야 했고, 날 자체가 어두워지는 것도 신경써야 했어요. 사진기는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고 제게 계속 알려주고 있었어요. 사진을 안 흔들리게 촬영하려고 하면 셔터스피드를 올려야 했고, 그러면 사진이 시커멓게 나왔어요. 반대..

바람은 남서쪽으로 - 19 베트남 호이안 전통 마을 회관 딘 캄 포 사원 Đình Cẩm Phô

"저거 왠 나무 뿌리지?" 벽에 나무 뿌리가 많이 매달려 있었어요. 뭔지 궁금해서 다가갔어요. "이거도 기념품이네?"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이었어요. 나무 뿌리는 사람 얼굴의 수염 모양을 만들고 있었어요.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은 모두 삼국지 관우 얼굴처럼 생겼어요. 잘 찾아보면 삼국지 장비처럼 생긴 얼굴도 있었어요. 얼굴 모양은 전부 동양인 얼굴이었어요. 자세히 봤어요. 기념품 모두 웃는 얼굴이었어요. 관우, 장비와 다른 얼굴이었어요. '저거 사가는 사람 있을 건가?' 집에 기념품으로 걸어놓고 불 끄고 자다가 저거 보면 깜짝 놀라게 생겼어요.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저 얼굴 보면 할아버지 귀신이 머리만 공중에 둥둥 떠있는 모습일 거였거든요. 길에는 사람들이 아까 처음..

바람은 남서쪽으로 - 18 베트남 호이안 내원교 (일본인 다리) Lai Viễn Kiều (Cầu Nhật Bản)

숙소에서 나왔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14년 12월 21일 오후 1시 44분이었어요. "점심 먹어야겠네." 호이안에 원래 계획보다 매우 늦게 도착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도착해서 점심까지 다 먹고 돌아다니고 있어야 했어요. 계획상 그랬어요. 현실은 오후 2시 다 되어서야 일정을 시작하게 생겼어요. 일정 시작 전에 점심을 먹어야 했어요.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한 끼 한 끼가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이 기회도 호이안 구경만큼 중요했어요. 솔직히 갈등되었어요. 후에에서 엄청난 비를 뿌리고 있는 비구름이 호이안으로 넘어오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호이안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어요. 비가 안 내리는 동안 호이안을 다 둘러봐야 했어요. 분명히 그 망할 비구름..

바람은 남서쪽으로 - 17 베트남 훼에서 다낭 거쳐 호이안 가는 길

"벌써 6시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었어요. 새벽 6시였어요. 조금만 더 잘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잠기운이 영 가시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어나야만 했어요. 껌헨을 먹어야 해. 후에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 껌 헨을 못 먹었어요. 이것을 먹고 훼를 떠나고 싶었어요. 후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가 알려준 것이었기 때문에 껌 헨을 포기하고 훼를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잠기운에 패배해서 껌 헨을 포기한다 해도 일어나야만 했어요. 아침 8시에 호이안 가는 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호이안 가는 버스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아무리 졸려도 호이안 일정까지 통째로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씻고 나와 짐을 정리했어요. 이렇게 2014년 12월 21일 아침이 시작되었어요. 껌 헨은 아침 노점에..

바람은 남서쪽으로 - 16 베트남 후에 동바 시장

이제 남은 일정은 드래곤 보트를 타는 것이었어요. 가이드가 버스에서 관광객들에게 알려주었어요. "이제 드래곤 보트를 타러 갈 거에요. 보트에서 내리는 것으로 일정이 끝나요. 이 차로 돌아오지 않아요. 그러니 모두 짐을 다 갖고 내리세요." 어? 뭔가 이상한데? 시간 관계상 생략인 거야? 이 투어 설명을 처음 들을 때였어요. 호텔 아주머니께서는 버스를 타고 가서 쭉 구경을 한 후, 버스가 다시 숙소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이드 지시 사항에 따르면 이 버스는 딱 드래곤 보트 선착장까지 가는 버스였어요. 그 이상 안 갔어요. 그렇기 때문에 버스에 짐을 놓고 드래곤 보트를 타면 절대 안 되었어요. 어디에 내려줄 지는 모르겠지만 숙소에서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놓지는 않을 것이었어요. 후에..

바람은 남서쪽으로 - 15 베트남 후에 뜨득 황제릉 Lăng Tự Đức

버스 기사가 버스에 시동을 걸었어요. 가이드가 버스에 사람들이 다 탄 것을 확인한 후 이야기했어요. "뜨득 황제릉 가기 전에 다른 곳 한 곳 들릴께요." 그 정도 시간 여유가 되나? 지금 이미 늦어도 꽤 많이 늦었을텐데? 아직도 일정이 남아 있었어요. 뜨득 황제릉도 가야 했고, 보트를 타는 코스도 남아 있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뜨득 황제릉에 가 있어야 했어요. 그래야 투어 설명에 나와 있던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관광이 끝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뜨득 황제릉은 가지 못했고, 이제 막 카이딘 황제릉에서 출발했어요.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는데 투어 코스에 없던 곳 하나가 추가된 것이었어요. 뜨득 황제릉 방문이 어찌 되든 별 관심 없었어요. 제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했던 카이딘 황제릉은 잘 봤거든..

바람은 남서쪽으로 - 14 베트남 후에 카이딘 황제릉 lăng khải định

내가 베트남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 계몽사에서 출판한 학습그림사회. 어렸을 적 제가 가장 좋아했던 책이었어요. 이 책이 저희집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 책이 있는 이웃집에서 책을 빌려서 보곤 했어요. 그 중 '동남아시아'권에 수록된 베트남 편을 보면 카이딘 황제릉 사진이 나와요. 하도 오래전에 본 책이라 어떤 그림과 사진들이 있었는지 다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카이딘 황제릉'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어요. 그게 카이딘 황제릉이라는 것은 몰랐지만요. 그러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그것이 바로 카이딘 황제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순간부터 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바로 '카이딘 황제릉 방문'이 되었어요. 어째서인지는 몰라요. 어렸을 적 그 책에 실린 카이딘 황제릉 사진을 ..

바람은 남서쪽으로 - 13 베트남 후에 민망 황제릉 Lăng Minh Mạng

차는 후에 신시가지 근처의 작은 식당 앞에 멈추어섰어요. 가이드가 차량에 탑승중인 승객들 모두에게 내리라고 했어요. 차에서 내렸어요. "음식은 부페식이니 가져다 먹으면 되요. 그러나 음료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지불하셔야 해요." 머리 꽤 잘 쓰는데? 밥값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음료값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진짜 머리 잘 굴렸어요. 무릎을 탁 쳤어요. 매우 기발한 발상이었어요. 두 가지 이유로 이런 제도는 참 굉장했어요. 먼저 밥을 먹는데 음료를 안 마실 사람은 없을 거에요. 자기가 생수를 사와서 마시지 않는 한요. 특히 부페식이라면 더더욱 생수와 먹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콜라라도 시켜서 마시죠. 음료를 따로 팔면 식당 입장에서는 음료 가격으로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어요. ..

바람은 남서쪽으로 - 12 베트남 후에 티엔무 사원 Chùa Thiên Mụ

"티엔무 사원 관람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거에요." 가이드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점심 시간을 알려주었어요. 차가 출발했어요. 얼마 간 것 같지도 않은데 차가 주차했어요. 가이드는 사람들에게 티엔무 사원 도착했으니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어요. '벌써 도착했어?' 시계를 보니 11시 조금 넘었어요. 티엔무 사원에 도착했다고 해서 차에서 내렸어요. 가깝다고 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차로 가니 금방이었어요. 체감상으로는 걸어서도 얼마 안 걸릴 바로 옆 동네 같았지만, 실제 걸어갔다면 꽤 걸렸을 거에요. 차가 신나게 달렸으니까요. 차에서 내리자 기념품점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어요. 작은 기념품점 몇 곳 있는 정도가 아니라 조그마한 시장급으로 모여 있었어요. 가이드가 앞서서 티엔무 사원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걸어올라..

바람은 남서쪽으로 - 11 베트남 여행 - 후에 안 히엔 가든하우스 Nhà vườn An Hiên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가이드는 다음 목적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다음에 갈 곳은 아름다운 전통 가옥들이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원래 전통 가옥이 몇 채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가장 유명한 가옥만 갈께요." 이 투어의 두 번째 일정표에서 두 번째 방문지는 'Garden House Village'라고 적혀 있었어요. 가이드는 원래 이 마을에 있는 가옥 5개를 모두 보는 코스였지만, 점심 식사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후, 이 가옥 5채 가운데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또한 가장 아름다운 전통 가옥인 안 히엔 가든하우스를 보고 다음 목적지인 티엔무 사원으로 이동할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알았다고 대답했어요. 사실 이 코스..

바람은 남서쪽으로 - 10 베트남 후에 황성 Hoàng thành Huế

'오늘은 무조건 사진 똑바로 찍어간다.' 10만 5천동이나 내고 들어가는 후에 황성. 사진을 또 망칠 수는 없었어요. 전날 사진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망쳤어요. 사진을 예쁘고 아름답게 찍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대충 확인한 것이 문제였어요. 흔들렸는지 안 흔들렸는지 정확히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다시 성에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진을 찍은 후 흔들렸는지 똑바로 확인하기로 결심했어요. 가이드는 사진을 찍으며 넓게 퍼져서 다니던 관광객들을 한 곳으로 모았어요. 사람들 모두 오문 앞에 섰어요. 가이드 말에 의하면 옛날에는 이 성채에서 동문은 여자만, 서문은 남자만 다닐..

바람은 남서쪽으로 - 09 베트남 쌀국수 향기의 비밀

베트남 쌀국수에서 나던 그 샴푸 같은 냄새는 무엇이었을까?후에 왕궁은 또 들어가야하는 걸까? 저 두 가지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어요. 베트남의 하루는 매우 일찍 시작되었어요. 베트남 친구와 채팅을 하며 베트남인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요. 그래도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침 일찍 하루가 시작된다고 해서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날 후에 도착했을 때 한산한 거리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이번 여행에서 볼거리 상당수를 놓쳐버릴 수도 있었어요. 아침과 점심 사이에 후에에 도착했으니 애매한 시각이기는 했지만, 거리에서 쌀국수 파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아침..

바람은 남서쪽으로 - 08 베트남 후에 야시장

원래 제 생각은 베트남 친구와 저녁까지 같이 먹고 야시장을 같이 둘러보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친구는 돌아갔고, 날은 이제 어두웠어요. 이렇게 어두워진 날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녁을 먹고 야시장이나 구경하는 것 정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왕궁 구경을 마치니까 비가 싹 그쳤다는 것이었어요. 진작에 좀 그칠 것이지. 진작에 그쳤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했을 텐데 친구랑 구경 다 끝나고 날도 깜깜해져서 사진 찍을 것도 별로 없어지니까 그때 되어서야 그치네. 진짜 날씨가 얄미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베트남 친구 말로는 동바 시장은 이 시각에 문을 닫았고, 야시장은 저녁 7시나 되어야 슬슬 문을 열 거라고 했어요. 지금 시각은 저녁 6시. 한 시간 동안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 했..

바람은 남서쪽으로 - 07 베트남 후에 왕궁

여행 중 비 내리는 것이 주는 장점은 딱 하나 있어요. 카메라 배터리 절약시켜줌.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 가는 길에 창밖 풍경을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창문에는 빗방울이 맺혀서 밖에 깔끔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택시는 빠르게 달리는데 밖이 밝지가 않아서 셔터 스피드가 나오지도 않았어요. 여행할 때 이동중 창밖이 잘 보이면 셔터를 난사하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이니 셔터를 난사할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카메라 배터리는 아주 잘 절약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은 전혀 절약하지 않아도 좋은데! 지금 보조 배터리도 빵빵하게 완충되어 있는데!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에 도착했어요.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중이라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어요. 비는 비록 부슬비였지만, 우..

바람은 남서쪽으로 - 06 베트남 후에에서 친구 만나기

버스는 슬슬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제 눈 뜨면 후에인가?' 하지만 버스는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어요. 버스가 가면서 몇몇 곳에서 사람들을 계속 태우고, 물건도 싣고 그랬거든요. 창밖을 통해 베트남 야간 풍경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창가가 아니라 버스 한가운데 자리이다보니 창문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버스는 물건을 싣는다고 자꾸 멈추어섰고, 그때마다 몇 분씩 시간이 걸렸어요. 앞자리에 있는 베트남인들이 버스가 정차할 때 눈치껏 내려서 담배를 태우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어느 곳에서인가 버스 정차 시간이 길어지자 백인 여자가 2층에서 내려가더니 밖으로 나갔어요. 기사는 나가지 말라고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백인 여자는 이것을 무시하고 나가서 바로 옆 가게로 ..

바람은 남서쪽으로 - 05 베트남 하노이 입국하자마자 슬리핑 버스 타기

친구는 새벽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왔어요. 11시 5분 비행기이니 수속은 9시에 할 것 같았는데, 친구가 온 시각은 8시 15분. 친구는 아침을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서 햄버거를 시켰어요. 친구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고, 저는 그냥 앉아 있었어요. 아까 인천공항 도착하자마자 햄버거를 먹었기 때문에 딱히 햄버거를 또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김밥천국이 있다면 가서 김밥이나 돈까스를 하나 사먹을텐데 인천공항에 김밥천국은 없었어요. "너, 뭐 빠뜨린 건 없지?""응. 그리고 나 핸드폰 충전기 안 가져왔어.""왜?""어차피 나는 거기에서 핸드폰 안 쓸 거라서." 생각해보니 친구는 핸드폰을 크게 쓸 일이 없었어요. 저는 가자마자 핸드폰 심카드를 사서 끼울 것이었지만,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제가 현지에서 친구..

바람은 남서쪽으로 - 04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새기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너 비행기표 제대로 산 거 맞니?""예.""비행기표 왜 그렇게 싸? 혹시 사기 당한 거 아니니?""아니에요. 제대로 산 거 맞아요." 어머니께 베트남 여행 간다고 전화드리고 비행기표를 43만원에 구입했다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혹시 사기 당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알아본 결과, 이 표는 그냥 평범한 비엣젯 항공의 표였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이것은 잘못 산 것도 아니고, 사기도 아니고 그냥 딱 제 값 주고 산 것이라고 말씀드리자, 어머니께서는 베트남이 좋으면 나중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오자고 하셨어요. "너 비행기는 몇시니?""오전 11시 5분 출발이요.""그러면 거기서 몇 시에 출발해야 해?""아마 첫 차 타야할 거에요.""그러면 차라리 공항에서 밤을 보내..

바람은 남서쪽으로 - 03 베트남 여행 준비

친구에게 빨리 카톡으로 여권 표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비행기표 구입을 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여권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여권 사본까지 보낼 필요는 없었고, 그저 여권 정보만 있으면 되었기 때문에 여권 사본 파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최대한 빨리 폰카로 대충 글자만 알아볼 수 있게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바로 학원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세요." "원장님, 안녕하세요!" 원장님께 죄송하지만 비행기표가 정말 좋은 것이 떠서 사흘 결근하면 안 되겠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원장님께서는 약 10초간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표 예매에 들어갔어요. 참고로 예전에는 12월이 매우 비행기표 잡기 어려운..

바람은 남서쪽으로 - 02 베트남 여행 결정

베트남에 꼭 가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베트남에 언제 갈 지 결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여행도 한 번 가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베트남은 우리나라도 아니고 외국. 15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비행기표 가격 자체가 비싸고, 비행기표 가격이 비싼 만큼 최대한 오래 체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머무르려고 하면 학원 업무가 문제였어요. 학원 업무는 학교 시험에 맞추어서 돌아가기 때문에 넉넉한 날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때는 바로 기말고사와 방학 사이 뿐이에요. 중간고사 끝난 후에도 일이 어느 정도 널널해지기는 하지만 기말고사 진도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며칠을 결근하기에는 좋지 않아요. 2학기 기말고사 끝난 후에는 정말로 쉴 수 있는 틈이 주어져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

바람은 남서쪽으로 - 01 타이완과 의정부가 베트남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다

꽤 오래 전 일이에요. 친한 동생이 갑자기 태국에 푹 빠지더니 제게 같이 태국어를 공부하자고 꼬셨어요. "형, 태국어 같이 공부해요. 제가 다 알려드릴께요.""설마 성조 있어?""태국어 성조요? 아...그거 쉬워요.""그런데 태국어 배워서 뭐해?""태국에 미녀 많아요!" 그 당시 이런 저런 외국어를 손대보고 조금 해보다 때려치는 일의 반복 속에 있었기 때문에 천 삽에 한 삽 더 얹는다는 기분으로 태국어를 손대보았어요. 이때 친한 형이 무슨 동영상을 보여주었어요. NHK 아시아어락기행 (アジア語楽紀行) ! 그 당시 전세계적인 호황에 일본 NHK도 힘을 얻었는지 아시아 몇몇 국가들의 언어를 간략히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제작해서 내보내고 있었어요. 친한 형은 제가 동생의 마수에 걸릴까 말까 하는 때에..

바람은 남서쪽으로 - 프롤로그

첫 여행은 북아프리카였어요. 아직도 기억해요. 마드리드 공항에 나오자마자 나던 그 매우 이질적이었던 냄새. 그리고 공항에서의 첫 노숙. 제대로 된 여행의 시작인 튀니지. 그날 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한국어가 안 통하는 세상을 제대로 느끼고 대륙의 서쪽 끝 모로코로 갔지요. 그 당시의 꿈은 바로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 서쪽 끝에 와서 대서양을 보던 그때, 조만간 노력해서 모리타니, 세네갈도 가 보고 더 나아가 언젠가는 소말리아를 꼭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프리카에 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소말리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여행금지국가이구요. '왜 나는 지금 동쪽으로 가고 있지?' 분명 저의 꿈은 아프리카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