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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42

바람은 남서쪽으로 - 11 베트남 여행 - 후에 안 히엔 가든하우스 Nhà vườn An Hiên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가이드는 다음 목적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다음에 갈 곳은 아름다운 전통 가옥들이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원래 전통 가옥이 몇 채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가장 유명한 가옥만 갈께요." 이 투어의 두 번째 일정표에서 두 번째 방문지는 'Garden House Village'라고 적혀 있었어요. 가이드는 원래 이 마을에 있는 가옥 5개를 모두 보는 코스였지만, 점심 식사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후, 이 가옥 5채 가운데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또한 가장 아름다운 전통 가옥인 안 히엔 가든하우스를 보고 다음 목적지인 티엔무 사원으로 이동할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알았다고 대답했어요. 사실 이 코스..

바람은 남서쪽으로 - 10 베트남 후에 황성 Hoàng thành Huế

'오늘은 무조건 사진 똑바로 찍어간다.' 10만 5천동이나 내고 들어가는 후에 황성. 사진을 또 망칠 수는 없었어요. 전날 사진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망쳤어요. 사진을 예쁘고 아름답게 찍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대충 확인한 것이 문제였어요. 흔들렸는지 안 흔들렸는지 정확히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다시 성에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진을 찍은 후 흔들렸는지 똑바로 확인하기로 결심했어요. 가이드는 사진을 찍으며 넓게 퍼져서 다니던 관광객들을 한 곳으로 모았어요. 사람들 모두 오문 앞에 섰어요. 가이드 말에 의하면 옛날에는 이 성채에서 동문은 여자만, 서문은 남자만 다닐..

바람은 남서쪽으로 - 09 베트남 쌀국수 향기의 비밀

베트남 쌀국수에서 나던 그 샴푸 같은 냄새는 무엇이었을까?후에 왕궁은 또 들어가야하는 걸까? 저 두 가지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어요. 베트남의 하루는 매우 일찍 시작되었어요. 베트남 친구와 채팅을 하며 베트남인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요. 그래도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침 일찍 하루가 시작된다고 해서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날 후에 도착했을 때 한산한 거리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이번 여행에서 볼거리 상당수를 놓쳐버릴 수도 있었어요. 아침과 점심 사이에 후에에 도착했으니 애매한 시각이기는 했지만, 거리에서 쌀국수 파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아침..

바람은 남서쪽으로 - 08 베트남 후에 야시장

원래 제 생각은 베트남 친구와 저녁까지 같이 먹고 야시장을 같이 둘러보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친구는 돌아갔고, 날은 이제 어두웠어요. 이렇게 어두워진 날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녁을 먹고 야시장이나 구경하는 것 정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왕궁 구경을 마치니까 비가 싹 그쳤다는 것이었어요. 진작에 좀 그칠 것이지. 진작에 그쳤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했을 텐데 친구랑 구경 다 끝나고 날도 깜깜해져서 사진 찍을 것도 별로 없어지니까 그때 되어서야 그치네. 진짜 날씨가 얄미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베트남 친구 말로는 동바 시장은 이 시각에 문을 닫았고, 야시장은 저녁 7시나 되어야 슬슬 문을 열 거라고 했어요. 지금 시각은 저녁 6시. 한 시간 동안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 했..

바람은 남서쪽으로 - 07 베트남 후에 왕궁

여행 중 비 내리는 것이 주는 장점은 딱 하나 있어요. 카메라 배터리 절약시켜줌.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 가는 길에 창밖 풍경을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창문에는 빗방울이 맺혀서 밖에 깔끔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택시는 빠르게 달리는데 밖이 밝지가 않아서 셔터 스피드가 나오지도 않았어요. 여행할 때 이동중 창밖이 잘 보이면 셔터를 난사하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이니 셔터를 난사할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카메라 배터리는 아주 잘 절약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은 전혀 절약하지 않아도 좋은데! 지금 보조 배터리도 빵빵하게 완충되어 있는데!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에 도착했어요.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중이라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어요. 비는 비록 부슬비였지만, 우..

바람은 남서쪽으로 - 06 베트남 후에에서 친구 만나기

버스는 슬슬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제 눈 뜨면 후에인가?' 하지만 버스는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어요. 버스가 가면서 몇몇 곳에서 사람들을 계속 태우고, 물건도 싣고 그랬거든요. 창밖을 통해 베트남 야간 풍경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창가가 아니라 버스 한가운데 자리이다보니 창문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버스는 물건을 싣는다고 자꾸 멈추어섰고, 그때마다 몇 분씩 시간이 걸렸어요. 앞자리에 있는 베트남인들이 버스가 정차할 때 눈치껏 내려서 담배를 태우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어느 곳에서인가 버스 정차 시간이 길어지자 백인 여자가 2층에서 내려가더니 밖으로 나갔어요. 기사는 나가지 말라고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백인 여자는 이것을 무시하고 나가서 바로 옆 가게로 ..

바람은 남서쪽으로 - 05 베트남 하노이 입국하자마자 슬리핑 버스 타기

친구는 새벽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왔어요. 11시 5분 비행기이니 수속은 9시에 할 것 같았는데, 친구가 온 시각은 8시 15분. 친구는 아침을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서 햄버거를 시켰어요. 친구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고, 저는 그냥 앉아 있었어요. 아까 인천공항 도착하자마자 햄버거를 먹었기 때문에 딱히 햄버거를 또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김밥천국이 있다면 가서 김밥이나 돈까스를 하나 사먹을텐데 인천공항에 김밥천국은 없었어요. "너, 뭐 빠뜨린 건 없지?""응. 그리고 나 핸드폰 충전기 안 가져왔어.""왜?""어차피 나는 거기에서 핸드폰 안 쓸 거라서." 생각해보니 친구는 핸드폰을 크게 쓸 일이 없었어요. 저는 가자마자 핸드폰 심카드를 사서 끼울 것이었지만,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제가 현지에서 친구..

바람은 남서쪽으로 - 04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새기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너 비행기표 제대로 산 거 맞니?""예.""비행기표 왜 그렇게 싸? 혹시 사기 당한 거 아니니?""아니에요. 제대로 산 거 맞아요." 어머니께 베트남 여행 간다고 전화드리고 비행기표를 43만원에 구입했다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혹시 사기 당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알아본 결과, 이 표는 그냥 평범한 비엣젯 항공의 표였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이것은 잘못 산 것도 아니고, 사기도 아니고 그냥 딱 제 값 주고 산 것이라고 말씀드리자, 어머니께서는 베트남이 좋으면 나중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오자고 하셨어요. "너 비행기는 몇시니?""오전 11시 5분 출발이요.""그러면 거기서 몇 시에 출발해야 해?""아마 첫 차 타야할 거에요.""그러면 차라리 공항에서 밤을 보내..

바람은 남서쪽으로 - 03 베트남 여행 준비

친구에게 빨리 카톡으로 여권 표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비행기표 구입을 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여권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여권 사본까지 보낼 필요는 없었고, 그저 여권 정보만 있으면 되었기 때문에 여권 사본 파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최대한 빨리 폰카로 대충 글자만 알아볼 수 있게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바로 학원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세요." "원장님, 안녕하세요!" 원장님께 죄송하지만 비행기표가 정말 좋은 것이 떠서 사흘 결근하면 안 되겠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원장님께서는 약 10초간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표 예매에 들어갔어요. 참고로 예전에는 12월이 매우 비행기표 잡기 어려운..

바람은 남서쪽으로 - 02 베트남 여행 결정

베트남에 꼭 가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베트남에 언제 갈 지 결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여행도 한 번 가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베트남은 우리나라도 아니고 외국. 15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비행기표 가격 자체가 비싸고, 비행기표 가격이 비싼 만큼 최대한 오래 체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머무르려고 하면 학원 업무가 문제였어요. 학원 업무는 학교 시험에 맞추어서 돌아가기 때문에 넉넉한 날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때는 바로 기말고사와 방학 사이 뿐이에요. 중간고사 끝난 후에도 일이 어느 정도 널널해지기는 하지만 기말고사 진도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며칠을 결근하기에는 좋지 않아요. 2학기 기말고사 끝난 후에는 정말로 쉴 수 있는 틈이 주어져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

바람은 남서쪽으로 - 01 타이완과 의정부가 베트남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다

꽤 오래 전 일이에요. 친한 동생이 갑자기 태국에 푹 빠지더니 제게 같이 태국어를 공부하자고 꼬셨어요. "형, 태국어 같이 공부해요. 제가 다 알려드릴께요.""설마 성조 있어?""태국어 성조요? 아...그거 쉬워요.""그런데 태국어 배워서 뭐해?""태국에 미녀 많아요!" 그 당시 이런 저런 외국어를 손대보고 조금 해보다 때려치는 일의 반복 속에 있었기 때문에 천 삽에 한 삽 더 얹는다는 기분으로 태국어를 손대보았어요. 이때 친한 형이 무슨 동영상을 보여주었어요. NHK 아시아어락기행 (アジア語楽紀行) ! 그 당시 전세계적인 호황에 일본 NHK도 힘을 얻었는지 아시아 몇몇 국가들의 언어를 간략히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제작해서 내보내고 있었어요. 친한 형은 제가 동생의 마수에 걸릴까 말까 하는 때에..

바람은 남서쪽으로 - 프롤로그

첫 여행은 북아프리카였어요. 아직도 기억해요. 마드리드 공항에 나오자마자 나던 그 매우 이질적이었던 냄새. 그리고 공항에서의 첫 노숙. 제대로 된 여행의 시작인 튀니지. 그날 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한국어가 안 통하는 세상을 제대로 느끼고 대륙의 서쪽 끝 모로코로 갔지요. 그 당시의 꿈은 바로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 서쪽 끝에 와서 대서양을 보던 그때, 조만간 노력해서 모리타니, 세네갈도 가 보고 더 나아가 언젠가는 소말리아를 꼭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프리카에 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소말리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여행금지국가이구요. '왜 나는 지금 동쪽으로 가고 있지?' 분명 저의 꿈은 아프리카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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