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2012.01.06 08:10

기차에 올라타서야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 크로아티아에서 너무 고생해 버려서 바로 의자에 드러누워 자고 싶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탄 기차라서 누울 수는 없었어요. 이 기차는 자그레브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아니라 다른 도시를 거쳐 자그레브를 지나가는 기차였어요.



기차가 부다페스트 동역 (켈레티역, Keleti pu.)에 도착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역에서 나와 환전소를 찾았어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환전소를 찾아갔어요. 환전소는 켈레티역에서 나와 길을 건넌 후, 오른쪽으로 쭉 가다보면 하나 있어요. 여기 환율이 켈레티역 환전소 환율보다 좋아요. 환전을 하는데 체코 돈도 환전해 준다고 적혀 있었어요.


"체코돈 살 수 있어요?"

"예."


그래서 체코돈도 조금 구입했어요. 원하는 만큼 구입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보다 조금 많이 구입했어요. 왜냐하면 환전소에서 가지고 있는 체코 지폐가 얼마 없어서 그 지폐에 맞추어 환전을 해야 했거든요. 이것은 전날 자그레브 대참사를 겪은 후의 학습 효과.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을 때 최소한의 체코 현지화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날 대참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한 번 실수는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는 건 멍청한 짓. 그래서 환율이 체코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나쁘더라도 예방주사 맞는 셈 치자고 생각하며 부다페스트에서 체코 돈을 구입했어요.


환전 후 지하철역으로 가서 교통수단 1일권을 구입했어요. 1일권을 샀기 때문에 전철은 마음껏 무제한으로 탈 수 있었어요. 일단 우리가 가야할 곳은 네플리게트 장거리 버스 터미널. 켈레티역은 3호선이고 네플리게트 장거리 버스 터미널은 2호선에 있었어요. 부다페스트는 전철 환승이 너무 쉬웠어요. 환승하려면 무조건 데아크 페렌츠 테르 역 (데아크 페렌츠 떼르, Deák Ferenc tér) 으로 가야 해요. 여기서 1,2,3호선이 다 만나는데, 환승역이 이곳 외에는 없어요.



"뭐 이렇게 빨라?"


부다페스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우리나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랐어요. 사진 속 에스컬레이터는 모스크바역 (Moszkva tér)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요. 경사가 급하고 우리나라 것보다는 훨씬 빠른데다 덜컹 덜컹 흔들렸어요. 에스컬레이터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어요. 무섭지는 않았지만 놀랄 만 하기는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빨리 에스컬레이터 돌렸다가는 당장 뉴스에 '엘리베이터 속도 문제 많다'라고 나왔을 거에요.


네플리게트 장거리 버스 터미널 (Népliget Autóbusz Állomás)로 갔어요. 원래 계획은 버스 이동이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까지 버스로 이동할 생각이었어요. 가이드북을 보니 네플리게트 장거리 버스터미널에 가면 프라하행 버스가 있다고 했어요. 비록 부쿠레슈티-베오그라드 구간과 자그레브-부다페스트 구간은 기차로 이동했지만 원래 계획인 '버스로 야간 이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버스로 이동할 생각이었어요.


"오늘 없어요."

"예?"

"오늘 프라하행 버스 없어요."


네플리게트 장거리 버스터미널에서 프라하행 버스가 있기는 있는데 매일 가는 버스가 아니라 일주일에 몇 대 운행하는 버스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버스는 오늘 없었어요.


결국은 기차 이동. 켈레티 역으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가이드북을 보니 서역 (뉴가티역, Nyugati pu.) 옆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로 불리는 화려한 맥도날드가 있다고 나와 있어서 일단 뉴가티역으로 갔어요. 햄버거 먹으러 가는 길에 뉴가티역도 구경할 겸 프라하행 기차표도 구입할 생각이었어요.


뉴가티역에서 프라하행 표를 사려고 했지만 프라하행 기차는 켈레티역 가서 사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왕 온 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나 먹고 가기로 했어요.


맥도날드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햄버거를 구입해서 자리를 찾는데 좋은 자리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나마 앉아서 먹을 자리가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에서 먹는 햄버거의 맛은?


그냥 햄버거 맛이었어요.


가게가 아름답다고 햄버거 맛까지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 먹는 햄버거랑 별 차이 없었어요. 건물이 아름답기는 했으나 따뜻하지는 않았어요. 확실히 겨울엔 아름다운 것보다 따뜻한 게 우선이에요.


햄버거를 다 먹고 켈레티역으로 돌아와서 표를 샀어요.



켈레티역 앞은 공사중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공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려는데 담장이 재미있게 생겨서 가 보았어요.


"공사장도 신경 많이 쓰네."


처음에는 공사장도 미관을 생각해서 담장을 세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다가서 보니 사람 얼굴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공사장 내부를 볼 수 있었어요. 왜 이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였어요.


헝가리 와서 느낀 것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헝가리 물가는 그렇게까지 비싼 편은 아니에요. 그러나 지금까지 다닌 곳은 발칸 유럽. 사실 발칸 유럽이 유럽답지 않게 물가가 매우 싼 것이었어요. 헝가리부터는 중부유럽이에요. 확실히 헝가리로 넘어오자 물가가 확 비싸진 것이 느껴졌어요.


"보급을 많이 해서 올 걸 그랬구나..."


물론 자그레브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물품 - 특히 물을 많이 보급할 겨를이 없었어요. 자그레브에서 현지화가 부족했고, 헝가리 물가가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어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부다페스트에서는 교통수단 1일권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었어요. 도시가 워낙 크다보니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무리였어요. 확실히 1일권을 사니 부다페스트에서의 이동이 매우 편했어요. 만약 걸어다니려고 했다면 켈레티역에서 뉴가티역까지 가다가 포기해버렸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영어가 잘 통해서 신기했어요. 헝가리어는 다른 유럽언어들과 전혀 다른 언어에요. 더욱이 언어개혁 후, 외래어를 꾸준히 자국어로 대체해서 단어를 보고는 당최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말이 안 통하면 어떻하나 많이 걱정했어요. 루마니아어는 그래도 계통상 불어와 같은 라틴어족에 속해서 때려맞출 수 있는 것도 종종 있었지만 헝가리어는 때려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언어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헝가리에서는 영어가 매우 잘 통했어요. 헝가리어 알파벳에서 매우 재미있으면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s와 sz. 헝가리어에서 s는 영어의 sh 발음이고 sz가 s 발음이에요. 그리고 두 개 이상으로 된 자음은 앞의 자음만 두 번 써줘요. 즉 sz + sz 는 szsz가 아니라 ssz에요. 이 정도만 알면 대충 표지판은 읽을 수 있어요. 나라 이름부터 영어로 'Hungary'는 'Hungry', 헝가리어로 'Magyar'는 '머저리', 수도인 Budapest는 '부처님 흑사병'으로 장난치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알파벳도 만만치 않아요.


일단 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왕궁의 언덕으로 갔어요.



왕궁의 언덕 입구부터 걸어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빈 문 (Bécsi kapu)을 지나자 마리아 마그돌나 탑 (Mária Magdolna torony)이 나왔어요.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동상.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Kapisztrán János은 이탈리아 출신 프란시스코 수도회 소속 성직자로 1456년 오스만 튀르크 군대의 베오그라드 포위 당시 70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스만 튀르크 군대에 대항하는 십자군을 이끌었다고 하네요.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John_of_Capistrano)


왕궁의 언덕 뒤편은 이렇게 생겼어요.



그냥 평범한 도시였어요. 부다페스트는 도시가 커서 유명한 관광지 간의 거리가 멀어요. 그 사이는 그냥 평범한 도시에요.


계속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삼위일체 광장 (Szentháromaság tér)에 도착했어요. '스젠싸로마삭 테르'가 아니라 '센트하로머샥 테르'에요. 잘못 읽으면 전혀 이상한 발음이 되는 이름. 헝가리어 단어들이 이래요. 잘못 읽으면 전혀 엉뚱한 발음이 나요.



이건 정말 무슨 동상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유럽에서 비수기에 여행다니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어요. 기차에 승객이 적어서 2인실 침대칸처럼 쓸 수 있다는 점도 있고, 아무래도 소매치기 같은 것들이 적어요. 비행기표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성수기에 비해 매우 저렴하죠. 그렇다면 유럽에서 비수기에 여행다닐 때 정말 안 좋은 점은?



아놔...수리중...


비수기에 여행 다니면 매우 높은 확률로 '수리중', '보수중'에 걸릴 수 있어요. 마차슈 교회 지붕은 도자기로 유명한 졸나이 제품으로 장식되어서 매우 화려해요. 그 화려한 지붕은 다행히 볼 수 있었지만 첨탑은 보수중...



보수중인 마차슈 교회 앞 삼위일체상. 중세 유럽을 거의 포멧시켜버린 흑사병 유행이 끝난 것을 기념해 18세기에 만들었대요. 부다'페스트'에서 '페스트'와 관련된 것이에요. 참고로 부다페스트는 Buda 지역과 Pest 지역이 합쳐져서 된 도시.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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