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스스로 세우는 계획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만 가고 여행기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네요. 여행기를 다 쓴 후 다른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여행기 쓰는 게 쉽지는 않네요. 노력과 실력이 비례한다고 하는데 그런 거 같지도 않구요. 항상 여행기 쓰는 시간은 엄청 많은데 결과물은 제가 상상하던 것과 다른 녀석이 나오네요. 보자마자 제가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문체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이건 더 어렵구요. 무언가 진짜 여행을 다니며 이야기해주는 그런 느낌의 문체를 만들고 싶은데 정말 어렵네요.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그런 문체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그냥 줄줄줄줄줄줄 예전 쓰던 문체로 쓰고 있어요. 처음 목표가 8월에 여행기 다 쓰기였는데 또 밀렸네요. 여행 돌아와서 작년 여행기를 마무리짓고 올해 여행기 쓰기 시작했는데 여행 가기 전에 작년 여행기를 반드시 다 끝내놓고 가야했다는 후회가 들어요.


이 블로그 만든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2011년 3월에 만들었으니까요. 그 전에도 티스토리를 하기는 했었어요. 그때는 다른 분들과 팀블로그로 다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팀블로그를 하다 보니 저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다른 계정으로 이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만들고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어요. 일상 이야기를 쓸까? 아르바이트 하는 이야기? 그건 아니야. 아기자기 재미있게 꾸미고 싶은 블로그를 그런 이야기로 가득 채울 수 없어! 하지만 그거 빼면 쓸 게 없었어요.


그래서 방치. 그러던 어느 날. 여행했던 기억들이 점점 흐릿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장면 하나에 집중하면 생생히 살아나지만 세세한 것들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영상은 떠오르는데 그 지명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구요.


'여행기를 써야겠다.'


이러다가는 제가 아끼던 모든 추억이 다 흐릿해지고 뒤섞일 판. 나중에는 사진 보며 '아...그랬구나'하는데 뭐가 어땠는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나마 이것을 늦추는 방법은 여행기를 쓰는 것. 여행기를 쓰며 다시 기억해내고, 기억이 안 날 때 여행기를 보며 다시 기억을 살려내는 것이었어요.


여행기를 하나씩 쓰는데


내가 엄청나게 밀렸구나.


언제부터인가 용두사미식으로 조금 쓰다가 때려친 여행기들만 잔뜩 있고, 제대로 쓴 여행기는 하나도 없는 시간이 지속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이것을 쓰려고 하니 밀린 것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국내여행은 아예 손도 못 댈 지경. 국내여행은 사진까지 마구 섞여 있어서 도저히 복원이 불가능했어요. 그나마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지리산을 다녀온 '삼대악산'은 최근 이야기라서 복원이 가능했고, '무계획이 계획'은 이렇게 한 여행이 없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서 살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외 여행들은...


우즈베키스탄 오기 전에 밀린 여행기를 다 쓰려고 했는데 결국 '뜨거운 마음' 쓰다가 우즈베키스탄에 왔어요.


그리고 '월요일에 가자'를 쓰며 깨달았어요. 밀린 여행기를 끝내지 않으면 이건 끝도 없이 밀리는구나. 그래서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여행기를 쓰려고 했으나...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인터넷을 하고 싶고, 잠깐만 한다는 인터넷은 정신차려보면 잠 자야 할 시간일까요?


그래도 그럭저럭 이런 저런 여행기를 쓰고 올리고, 여기 이야기도 써서 올리다보니 나름의 모양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제 블로그의 모습은 이래요.



제가 봐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는 사진이네요.


일단 기본적으로 제 마음대로 꾸미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싶은 그런 곳이에요. 광고를 달아놓기는 했지만요. 가끔 손님들이 흘리고 가는 동전을 노리는 매의 눈이라고 해두죠.


뭐 보여줄 게 있어야 하는데 그거는 여행기. 무언가 통일된 진열된 물건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이 가본 곳에서 수집한 물건. 아무 것도 없으면 아무도 안 오니까요. 물론 그냥 달라고 하면 안 줘요. (퍼가기 금지) 그리고 한쪽 벽에는 잡상인 출입금지를 크게 붙여놓구요. (티스토리 로그인한 사용자만 댓글 허가)


손님 와서 잠깐 구경해도 되냐고 하면 90도 인사하며 어서오세요. 손님이 '어머 멋있어요!'하면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실래요?' 라고 바로 대화할 사람 생겼다고 얼씨구나 좋구나. 물론 커피는 당연히 인스턴트 커피. 흡연도 괜찮아요. 하지만 쓰레기 (악플)는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대화를 나누며 (댓글, 방명록) 얻는 즐거움.


제가 상상하는 제가 꿈꾸고 제가 만들어가려고 하는 제 블로그는 이런 모습이에요.


여행기 쓰다 글이 안 나와서 제 블로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타슈켄트는 많이 선선해졌답니다. 아침에는 쌀쌀해요. 모두 즐겁고 월요병 없는 월요일 맞이하세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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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으면서고 끄덕끄덕였어요..ㅎ 저도 블로그에 대해서 어떻게 꾸미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아직은 뼈대가 잡히지가 않고 있어요.. ㅎㅎ 그냥 제 생활, 여행, 쇼핑등등 제 개인적인 생활을 담을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도 잘 안되네요..ㅎㅎ

    2012.08.27 09: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블로그를 하다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꾸며놓았지? 하고 뒤돌아보게 되구요. 저는 앤나님 블로그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ㅎㅎ 앤나님, 월요병 없는 월요일 되세요^^

      2012.08.27 11:50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12.08.27 19:17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2.09.03 00:06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아직 멀고 멀었답니다^^; 블로그도 해보니 생각할 것이 끝이 없더라구요. 사실 소재도 문제구요. 항상 무엇을 쓸 지 생각해야하니까요. 그런데 항상 특수한 쓸 거리가 나오는 건 아니라서요 ㅎㅎㅎ;; 잡담도 쓰고, 써보고 괜찮은 것 있으면 그것도 올리고 하기도 해요. 카페라고 커피만 있으면 쥬스 좋아하는 사람은 못 오잖아요. 그래서 지금 저는 큰 뿌리는 여행기와 우즈벡 이야기로 잡고 이런 저런 글감을 뒤져서 찾아 쓰고 있답니다. 웬만하면 뿌리에 맞추어 글을 쓰려 하지만 가끔 스마트폰에서 앱 받아서 써보다 좋은 거 있으면 '이거 괜찮네요. 이럴 때 쓰면 괜찮게 쓸 수 있어요'라고 간단한 리뷰도 남기고 그래요 ㅎㅎ;; 물론 한국 가면 또 바뀌겠지요. 사실 너무 뿌리만 잡고 있으면 글감도 금방 떨어져 버리고 블로그도 금방 실증나 버리더라구요. 사람들도 잘 놀러오지 않구요. 지금까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제 경험인데, 처음부터 큰 뿌리를 그리고 해서 큰 뿌리가 생긴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그쪽으로 뿌리가 자라나고 커지더라구요. 마치 갓난 아이를 '너는 대통령으로 키울 거야!'라고 처음부터 결정하고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크는 것을 보며 '너는 이쪽을 잘하고 좋아하니 이쪽으로 키워야겠다'고 결심을 내리는 것처럼요.

      그리고 블로그 하다 보면 꼭 풍파가 한 번씩은 닥쳐요. 전에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를 검색 안 되게 손대었던 적도 있었고, 총선 때에는 '총선'이라는 핵폭탄급 이슈에 완전 밀려버렸었죠. 저도 아직 일일 방문자를 단 한 번도 1000명을 못 찍고 있는 블로거이지만, 정말 블로그는 꾸준한 관심과 남들과의 소통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아직도 좌충우돌 초보나 마찬가지인 블로거인데 말을 참 많이 했네요^^;;;;;

      기운내시고 멋진 블로그 가꾸어가시기 바래요! 화이팅!!!!! ^^

      2012.09.03 02:43 신고 [ ADDR : EDIT/ DEL ]
  4. 반갑습니다....^^

    2012.09.03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