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를 가기 위해 전철을 탔어요. 하지만 밀려오는 잠. 친구와 사이좋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범어사를 3정거장인가 남기고 다시 일어났어요. 그러나 기억 안 나요. 다시 잔 것 같아요. 친구랑 저랑 엇박자로 깨었고, 서로 깨우지 않고 다시 잤어요.


눈을 떴을 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지하철 종점.

"야, 범어사 갈까, 말까?"

"가지 말게. 귀찮아."

정말 극도로 피곤했어요. 그냥 만사 귀찮았어요. 어디 드러누워서 푹 자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산에서 1박 하면 촉박한 여행 일정 때문에 일정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일정 하나하나가 상당히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우리집은 제주도!


그래요. 우리 둘의 집은 제주도에요. 가뜩이나 성수기라 비행기표를 겨우 잡았어요. 만약 비행기를 못 탄다면 정말 암울해져요. 공항에서 죽치고 대기해야 해요. 물론 제주-김포 구간은 비행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 두 자리야 나오겠지만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지옥. 더욱이 여행의 끝은 무조건 공항이 있는 도시로 끝나야 하는데 문제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이 있는 지역은 제주행 비행기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더욱이 이번 여행의 목표는 동해안 여행. 부산 앞바다는 동해안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남해안.


"그냥 버스 타고 강릉이나 가자. 버스에서 조금 자면 나아지겠지."

그래서 버스를 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둘이 사이좋게 골아떨어졌어요. 잠이 들어서 열심히 자다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이유는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갔기 때문이었어요.

"벌써 다 왔나? 내가 정말 깊게 잤구나."

창밖에는 장대비가 아주 굵게 내리고 있었어요. 아주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아...망했다! 왜 하필 오늘 비오는거야!"

하늘을 마구 욕하고 인상을 벅벅 쓰면서 창밖을 보았어요.

"엥?"

강릉이 아니었어요. 포항이었어요.

"버스가 포항에는 왜 왔지?"

하여간 버스가 정차한 곳은 포항. 비 내리는 포항 버스터미널. 아...망했구나. 동해안에 집중 호우라도 내리나보다. 잠이나 자자. 제발 일어났을 때 멈추어 있어라.


버스에서 자는 것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학교 다닐 때 매일 하루에 버스를 4~5시간씩 탔거든요. 그래서 버스에서 자는 것 정도는 몸에 익은 생활이라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잠에서 자꾸 깰 수밖에 없었어요.


망할 놈의 땀냄새


서로 책임전가할 필요가 없었어요. 버스에 냉방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지 더웠고, 자면서 땀을 흘려서 온몸에서 땀냄새가 풀풀 풍겨나오고 있었어요. 다른 것보다 두 명에게서 나는 땀냄새 때문에 자꾸 잠에서 깼어요. 깊게 잠이 들었다가 얕게 잠이 들려는 순간 어김 없이 잠을 깨우는 두 남자의 체취...그래서 잠에서 깨서 창밖을 보다가 다시 기절하는 일의 반복이었어요.


그렇게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망양 휴게소에 도착했어요.

역시 강원도 하면 군인!


"이야...저 바다 봐!"

진짜 옥빛 바다. 이것이 바로 동해안이란 말인가!


하지만 더워서 바로 버스에 기어들어가 다시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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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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