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잡담 - 책 좀 치우자

좀좀이 2017. 6. 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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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친구와 이야기하다 우연히 내가 아주 예전에 썼던 판타지 소설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가 나보다 그 소설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다. 나는 그거 쓴 이후 새로운 스토리 못 만들어내서 판타지 소설 쓰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데...친구에게 '확 주인공이 다 때려부수고 성공하는 먼치킨물이나 쓸까'라고 장난으로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어차피 넌 먼치킨물 못 써. 넌 결함이 있는 걸 좋아해서 포기 못해. 그래서 소시민에 집착하는 거고."


아주 예전,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할 때 알게 된 누나를 만났다. 긍정과 호기심의 에너지가 항상 넘치는 누나인데, 10년 넘게 연락만 간간히 드리다 이번에야 다시 만났다. 누나를 만나니 또 뭔가 마구 도전하고 싶어졌다. 지금 벌려놓은 일도 너무 많은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써볼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발목잡고 있던 구상에서 좀 벗어나보자고 생각했다. 순간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안돼...나 아직 여행기도 엄청 밀려 있단 말이야! 여행기 쓰다가 너무 피곤해서 조금 쉬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 쓰는 거 하나 더 늘어나면 안 돼...


02


방에 있는 책을 정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감도 안 온다. 어렸을 적에는 집에 책이 많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는데, 이제는 하나도 안 부럽다. 왜냐하면 지금 나한테 책은 죄다 짐이니까. 이것들은 내 방에서 자가번식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물로 된 책이든 파일로 된 책이든 간에 한 권을 끝내면 꼭 몇 권이 구해진다. 이건 대체 무슨 업보인가...


03


내 블로그 글 제목을 쭉 보니 웃음만 나왔다. 내가 봐도 이게 뭔 블로그인지 모르겠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참 극단적으로 과격하게 인생의 방향을 바꿔왔다. 그리고 방향을 틀 때마다 책과 자료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다. 우리나라 책은 알라딘에 팔아치우고 버려버리는 식으로 꽤 정리했지만, 외국 서적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04


방 한쪽 벽에 쌓아놓은 책박스 속에서 책 하나를 꺼낼 일이 있어서 박스를 들어냈다. 한 번 필요없는 책을 싹 정리해서 버리고 팔아치워버렸는데도 아직도 책이 너무 많다. 내 방 이삿짐 다 챙겨봐야 내 모든 살림살이 다 해서 캐리어 큰 거 하나에 두 박스 나올까 말까인데 책만 10박스가 넘는다. 여행 다니면서 하나 둘 모으고 공부한다고 하나 둘 모으고 하다보니 이 지경이 되었다.


박스를 뒤지다보니 이 책 무더기가 나왔다.



대학교때 외국 여행이 너무 가고 싶을 때마다 하나 둘 사모았던 시리즈. 고시원 침대에 드러누워 잠깐 보다 자곤 했다. 저기 있는 것을 다 읽어보기는 했다. 물론 다 외우고 저 언어들을 다 할 줄 안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문과 문법 설명을 쭉 읽어보며 이 나라들로 여행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덕분에 외국어 실력은 안 늘고, 외국어 교재를 고르는 실력만 매우 성장했다. 여행 가고 싶어서 가이드북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처럼 나는 대학생 시절 이 책을 읽으며 여행 가는 꿈을 꾸곤 했다.


저 시리즈 중 몇 권 없는데, 그건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던 것들.


이 책들 리뷰나 하나씩 써볼까? 이거 리뷰 시리즈물로 만들어도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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