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국어는 터키어이죠. 그래서 터키의 터키어 교과서라 하면 터키의 국어 교과서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터키어'라고 하면 배우기 매우 쉬운 언어로 알려져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문법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죠.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터키어와 한국어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들은 어렸을 때 한국어와 터키어는 같은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배웠지요. 물론 지금은 한국어와 터키어를 한 어족으로 묶지 않습니다. 교과서는 어떨지 모르지만요. 설령 아직까지도 한국어와 터키어가 같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주장한다 해도, 이 경우는 한국어가 알타이 어족에서 제일 먼저 떨어져 나온 후, 많은 언어 변화를 겪으며 이제는 비슷한 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언어가 되었다고 해요. 학계에서 한국어와 터키어를 같이 묶은 '알타이어족'은 폐기된 가설 취급 받는답니다.
어쨌든 터키어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어 다음으로, 또는 일본어만큼 쉬운 언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일본어가 아무리 쉽다 해도 한자 알레르기와 띄어쓰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일본어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거든요.
하지만 제게 터키어란 '극악으로 어려운 언어'. 영어 다음으로 어려운 언어였어요. 여러 번 도전했다 포기하고, 심지어는 공부해야 하는데도 포기했던 언어. 도대체 어떤 구조를 가진 언어인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한없이 어렵고 당최 뭔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였어요. 터키어 교재를 펼칠 때마다 중학교때 영어 5형식 문장구조 배울 때 그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우즈베키스탄 가서 같은 튀르크 어족인 우즈베크어를 배운 후, 그나마 감이 잡히고 이해를 하게 된 언어에요.
터키의 국어는 터키어이기 때문에 모든 터키인들이 터키어를 잘 할 것 같지만, 터키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바로 터키 동남부의 쿠르드인들이죠. 즉 시작점이 달라요. 터키인 어린이에게 터키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올바른 표준어를 가르치는 것이에요.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사투리 심한 지역 어린이들이 표준어로 된 방송 듣고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들이 쓰는 말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자각이 없을 뿐이죠. 하지만 쿠르드인들에게는 '터키어' 그 자체를 가르쳐야하죠.
이 글에서 다룰 책은 터키의 1학년 1학기 터키어 교과서에요.
어떤 지문들이 있는지는 http://turkiclibrary.tistory.com/category/터키어/Türkçe%20-%200101 에 들어가시면 볼 수 있어요.
교과서 첫 페이지에는 터키 공화국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사진이 나온답니다.
글씨 쓰기 연습. 이렇게 동그라미 연속으로 그리기라면 저도 자신있어요.
이렇게 글씨 쓰기도 하고 단어를 맞추게 하기도 한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어요.
먼저 첫 번째로, 2인칭 단수 명령형부터 가르친다는 것. 그 이유는 튀르크 언어들은 교착어 (첨가어)라서 동사 어간 (어기)에 계속 접사를 추가하며 뜻을 덧붙여 말을 만들어 가거든요. 그리고 동사 어간 그 자체는 2인칭 단수 명령형이랍니다. 그래서 2인칭 단수 명령형이 가장 먼저 나와요. 그 다음에 기초적인 상을 나타내는 접사들 - yor, dİ, mİş, Ar 이 나오죠. 예를 들어서
gidiyorum 나는 간다
gittim 나는 갔다
gitmişim 나는 갔다 (정확하지는 않음)
giderim 나는 (규칙적으로, 습관적으로) 간다
기본적으로 현재시제에, 동작이 어떤 모습인가를 나타낼 때에는 상을 나타내는 접사와 인칭접사만으로 표현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1학년 1학기에서는 과거의 동작의 모습 (터키어 문법에서는 흔히 복합시제라고 합니다)을 나타내는 법은 나오지 않아요. 그 이유는 추측하건데 터키어를 잘 모르는 터키인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일 거에요. 대표적으로 쿠르드인들이 있지요.
두 번째 특징으로는, 예전에는 터키어는 항상 정자체로만 썼어요. 아타튀르크가 문자개혁을 한 이후, 터키인들은 라틴 알파벳으로 자신들의 말인 터키어를 표시했는데, 그렇다고 필기체까지 같이 도입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또박또박 정자체로 썼죠. 그런데 1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는 라틴 알파벳 필기체를 가르치고 있어요. 모든 지문이 필기체로 되어 있답니다.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점이죠.
일단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아요. 단지 이게 문맥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일 뿐이죠. 지문이 매우 짧고 말장난이 많다보니 무턱대고 덤벼들면 의외로 어렵답니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튀르크 언어 지식이 있다면 사전을 가지고 혼자 볼 만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