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얕아 보이지만 얕지 않은 못을 가진 제주 천지연폭포

좀좀이 2013. 8. 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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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대 폭포로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룰 폭포는 천지연 폭포랍니다.


이 폭포는 초등학생때 현장학습으로 몇 번 갔었고, 최종적으로 수학여행때 갔어요. 수학여행때 딱 한 번 갔었던 정방폭포와 달리 이 폭포는 몇 번 가본 익숙한 폭포. 그래서 폭포보다 물보라가 더 기억에 남아 있었던 정방폭포와 달리 이 폭포는 이번에 또 가보기 전에도 그럭저럭 기억이 나는 폭포였어요.


이 폭포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라면 일단 폭포가 폭포처럼 생겼다는 것. 딱 보면 규모도 크고 (높이 22m) 물도 콰콰콰 떨어지고 폭포까지 들어가는 길도 예뻤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들어가지 마시오. 수심 18m'


이렇게 적혀 있는 경고 표지판이었어요. 지금은 20m라고 하는데, 예전 제가 초등학생때 현장학습으로 가서 본 표지판에는 수심 18m라고 적혀 있었어요. 폭포 높이가 22m인데 폭포 앞 못의 깊이가 20m. 그런데 이게 그 당시에 보았을 때에는 아무리 보아도 18m 깊이 연못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깊어야 2m 정도? 못의 깊이가 보이기로는 잘 해야 3m 될 거 같은데 경고 표지판에는 18m라고 하니 어린 생각에 사람들 못 들어가게 하려고 일부러 수치를 엉터리로 써 놓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수심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배워서 알지만 천지연 폭포 앞 연못은 아무리 보아도 18m 연못으로 보기에는 무리.


일단 20m 자체가 장난 아닌 높이에요. 게다가 이 연못이 무지무지 큰 연못도 아니구요. 물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폭포 꼭대기에서 연못 바닥까지는 40m가 넘어요. 40m 낭떠러지면 정말 자비 없는 낭떠러지.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이번에 천지연폭포를 가며 들은 궁금한 것 하나가 또 있었어요.


'왜 정방폭포는 수학여행때만 가고, 천지연폭포는 현장학습으로 종종 갔을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1년에 소풍 2번을 가고,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한 번씩 '현장학습'을 갔어요. 대체로 현장학습은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두세 곳 구경하고 오는 것이었어요. 3학년이었던 해인지 4학년이었던 해인지 햇갈리는데, 딱 한 해만 관광버스를 대절하지 않고 학교 뒤에 있는 오름으로 현장학습을 갔어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아주 거지같았던 현장학습이었죠. 애들 모두 쓰레기같은 현장학습이라고 욕하고 실망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그 오름은 1주일에 한 번 - 전 반이 모여서 간단한 시합을 하는 합동체육 시간에 툭하면 올라가던 오름이었거든요. 툭하면 올라가던 학교 뒷동산 같은 오름을 현장학습이라고 갔으니 실망은 이마저마한 게 아니었어요.


1년에 두 번 가는 현장학습에서 종종 간 곳이 천지연 폭포였어요. 정방폭포도 있고, 천제연 폭포도 있고, 그거 말고도 가볼 만한 곳이 여러 개 있었는데 왜 천지연 폭포를 그렇게 자주 갔을까? 생각해보면 참 궁금한 일.



천지연폭포_입구


천지연폭포 입구.



천지연폭포_길


이렇게 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요. 길이 하나라서 길을 잃어버릴 것도 없어요.


'아! 길이 하나구나!'


답은 길이 하나라는 것에 있었어요. 뒤에서 양떼 몰듯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앞으로 보내면 아이들은 알아서 폭포까지 갔다 올 수 밖에 없어요. 길은 외줄기, 천지연폭포니까요. 애들을 뒤에서 천지연폭포까지 몰고 갔다가, 나올 때 역시 입구까지 애들 뒤에서 몰아가면 되니 이렇게 학생인솔하기 편한 곳도 없어요. 게다가 길 양 옆은 깊은 개천과 절벽이니 애들이 다른 곳으로 튈 수도 없구요. 정방폭포는 폭포 바로 앞이 바다라 애들이 바다 들어가서 놀겠다고 뛰어들 수 있지만, 여기는 애들이 길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한 마디로 맨 뒤에서 느긋하게 걸어갔다가 걸어나오는데 애들 통솔은 다 되는 그런 선생님들을 위해 매우 좋은 구조.



천지연폭포_개천


그렇다고 여기가 지루하고 볼 것이 없는 곳도 아니에요.



천지연폭포_물고기


이렇게 물 속에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으니까요. 천지연폭포는 무태장어 서식지이기도 한데, 무태장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헤엄치는 고기들은 항상 있었어요.



천지연폭포


천지연폭포와 바로 그 수심 20m 깊이의 연못.


이날은 물이 어렸을 때 본 것보다 탁해서 어렸을 때 그 의심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보았던 경고 표지판을 찾아보았지만 그것은 이제 없더군요. 천지연 폭포 설명에는 연못 수심 20m 라고 적혀 있었구요.






물고기와 더불어 새도 볼 수 있었어요. 사진 속 오리는 흰뺨검둥오리로, 천지연 폭포의 텃새라고 해요.


폭포까지 많이 걸어가는 길은 아니지만 나름 우림 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폭포 자체도 꽤 볼만한 편이랍니다. 그리고 뻥 뚤린 바다로 쏟아지는 정방폭포와는 달리 천지연 폭포는 '산 속에 있는 거대한 폭포'라는 상상에 잘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개인적으로는 국민학교 현장학습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수학여행 때 또한 천지연폭포를 갔다왔는데, 수학여행때에는 천지연폭포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오직 '수학여행때에도 천지연폭포를 갔다'는 것만 기억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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