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에서 환전하는 방법

좀좀이 2013. 1.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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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재미있던 것 중 하나는 우즈베키스탄 관련 글을 읽는 것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바로 여기 온 사람들이 얼마에 환전했는가였어요. 누구나 알듯 여기는 암시장(?)에서 환전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 그리고 정보성 글을 작성할 때에는 관광객들이 얼마에 환전하는가도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구요.


어떤 사람은 그냥 무서워서 공식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현지어 좀 한다고 으스대다 바가지 쓴 사람도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여행다니며 관광객들끼리 '나 얼마에 바꾸었어'라고 서로 자랑하는데 옆에서 보며 '호갱님 되셨구나'라고 속으로 웃기도 했죠. 이런 것을 보며 언젠가 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저도 여기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동안 이건 안 쓰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귀국을 하기 때문에 이 '우즈베키스탄에서의 환전'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저 역시 이 글에서 100% 다 알려드리지는 못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관광객은 호구이자 호갱님


이건 솔직히 부인할 수가 없어요. 특히 물가 및 환율 변동이 심한 곳에서는 답이 없죠. 솔직히 관광객은 얼마나 많은 이득을 보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얼마나 호구잡히지 않느냐가 관건이니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현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구요. 말이 통한다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아니죠. 만약 말 통한다고 현지 사정을 잘 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는 편이니 영어를 쓰는 모든 나라의 현지 사정을 다 잘 아는 편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정이 참이 되어버리고 말죠.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나라도 외지인이 놀러오면 호구 왔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다른 나라라고 그러지 않을 리 없죠. 단지 자기가 호구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확인이 어려워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일 뿐이죠.


먼저 2012년 타슈켄트에 불어닥친 환전 암시장계의 변화(?)


2012년 초, 타슈켄트 암시장계에 쓰나미급 태풍이 불었어요. 여기 한국인들 대부분이 환전을 하던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일명 '파란 대문집'. 한국인들이 '파란 대문집'이라고 부르던 암달러상이 있었어요. 이름이 '파란 대문집'인 이유는 이게 일반 가정집이었는데, 대문이 파란 색이었거든요. 들어가면 숨이고 달러고 마구 쌓여있어서 돌아다니기 불편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 집을 비밀경찰이 급습해 벌금을 어마어마하게 물려버리며 이 집이 문을 닫았어요.


이 파란 대문집이 문을 닫기 전에는 파란 대문집이 타슈켄트 암시장 판도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이 집이 망하며 군웅할거의 시대가 펼쳐졌죠. 예전 파란 대문집이 장사할 때에는 대부분이 이 파란 대문집에 가서 환전을 하고, 나머지 소규모의 환전상들은 그냥 알음알음으로 하는 식이었는데, 파란 대문집이 폭삭 망하며 모두가 소규모 기업(?)과 거래를 하게 되었지요.


시장에서의 암시장 구조는 먼저 센터(도매상)가 있어요. 이 센터를 찾는다면 말 그대로 대~~~박~~~. 그리고 이 센터에서 돈을 가져다가 주변에서 장사하는 암달러상들이 있어요. 암달러상은 소매상이다보니 도매상보다는 가격이 못하죠. 도매상을 찾을 수만 있다면야 당연히 여기에서 하는 게 좋지만, 도매상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게다가 도매상이 과거 '파란 대문집'처럼 대놓고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위장 영업을 하는 집들이 많아요. 모르고 보면 평범한 가게인데 알고보니 도매상이었다...이런 식이죠. 그런다고 이게 무슨 특정 분야의 가게도 아니고 다 제각각이라서 서로 알음알음으로 알아가지 않는 한 찾기도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이 나라 사람들이 사실상 '전부' 달러를 어느 정도씩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율 얼마에요?'라고 일일이 돌아다니며 탐문수사하듯 찾을 수도 없구요.


참고로 여기 있는 모든 외국인이 자기가 거래하는 거래처(?)가 있어요. 이건 아쉽게도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물어보셔도 못 알려드립니다. 관광객이야 호구 한 번 잡히면 끝이지만,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 되니까요.


그러면 왜 굳이 암시장에서 환전해야 하는가?


우즈베키스탄은 외화 관리가 상당히 엄격해요. 일반적으로 입국 카드에 적은 외화보다 더 많은 외화를 반출할 수도 없을 뿐더러 환율도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어요. 정부 공식 발표의 시장과 실제 시장 사이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것이죠. 이러다보니 별별 기형적인 모습이 다 존재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식 환율과 암시장의 환율 차이는? 대략 30% 정도 차이나요. 대충 2000 : 2700 수준이에요. 저기에 얼마 더 붙거나 빠지죠. 암시장 환율도 공식 환율도 종종 바뀌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다! 라고 단정지어서 이야기는 못 하지만, 저기에서 얼마 더 더해지는 수준이에요. 2012년에는 암시장 환율이 거의 2900숨까지 육박했었죠.


암시장에서 재수없게 경찰에게 걸리면 그 자리에서 환전상과 고객님의 돈 모두 압수당하나, 이거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는 상인이라면 그 능력을 의심해보아야죠. 당연히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환전상은 경찰에게 얼마 좀 쥐어주고 장사하는 것이죠. 그래도 거래할 때 최대한 경찰의 눈을 피해서 해야 합니다.


자, 그러면 이 암시장.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위에서 말했듯 환율 차이가 엄청나요. 관광객들은 얼추 30%를 더 이익보죠. 정부가 국민들이 달러로 거래하는 것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우즈베키스탄 숨을 많이 사용하게 되요. 그런데 이렇게 환율로 이득본 만큼 물가가 저렴해집니다. 공식환율로 가면 여기도 물가가 저렴하지는 않아요. 특히 관광객 입장에서는요. 관광객들이 꼭 가는 사마르칸트만 해도 입장료 내다 보면 몇십 달러 훅 빠져요. 공식 환율로 계산하면 여기 가격을 2로 나누면 한국돈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래도 싸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하지만 여기에서 500달러 쓸 것을 400달러만 쓴다면 작은 돈은 아니지요. 실제로는 이거보다 더 많이 절약이 되구요. 달러 소액권을 잔뜩 가져와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러면 여러 모로 손해에요.


암시장 환전은 어디에서?


일단 환전은 무조건 타슈켄트에서 끝내는 게 최고입니다. 지방으로 가면 환율이 많이 낮아져요.


먼저 가방을 준비해가세요. 예쁜 핸드백 소용 없어요. 무슨 10달러, 20달러 할 것도 아니고, 100달러 넘어가면 그런 병아리 눈물만한 가방에 돈 다 들어가지도 않아요. 게다가 500숨짜리 뭉치로 주면 부피는 두 배!


예전에 관련 글을 썼지만, 먼저 언어에 자신있다면 타슈켄트행 비행기에서 시장 환율을 확인하세요. 확실히 잘 확인했다면 택시 기사에게 환전해도 상관은 없어요. 물론 택시기사가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들고 다닐지는 의문이지만요. 만약 자신이 없다? 그러면 택시기사한테는 최대 10달러 환전하세요. 공식으로 해도 10달러면 2만숨인데, 이 정도면 다음날 환전할 때까지 전~~~혀 문제 없어요. 아침부터 레스토랑 가서 칼질하고 싶어도 아침에 칼질 할 수 있는 식당이 없거든요.


만약 나는 정말 무서워서 못하겠다? 호스텔 주인에게 환전해달라고 하세요. 호텔 환전소는 공식 환전소이므로 하지 마시구요. 공식 환율은 http://www.ems.uz/ 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홈페이지 화면을 보면 이런 창이 있는데, 오른쪽 보면 1993.53 이라고 숫자가 적힌 부분이 있어요. 바로 이 1993.53이 1달러에 대한 공식 환율이랍니다. 무조건 이것보다는 못해도 1달러당 500숨은 더 받아야 해요. 공식환율보다 못해도 30%는 더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러면 위의 환율 기준으로 2591.589숨. 약 2600숨에 환전하셨다면 관광객으로는 환전을 괜찮게 하셨다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암시장 환율이 2700숨보다 조금 더 높거든요.


관광객의 동선상 가까운 시장은 딱 세 군대 있어요. 초르수 바자르, 가스피탈리 바자르, 올로이 바자르이죠. 가스피탈리 바자르는 암달러상이 그렇게 많지 않고, 위치도 관광객 동선에서 애매하기 때문에 제가 추천하는 곳은 초르수 바자르 또는 올로이 바자르에요. 관광하러 간 김에 돈도 바꾸는 것이죠. 시간도 절약하고 환율 우대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랄까요.


먼저 초르수 바자르. 여기는 뭐 말이 필요 없어요. 철수 바자르라고도 많이 알려진 곳이죠. 가는 방법은 지하철역 Chorsu. 초르수 바자르 가는 건 타슈켄트에서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교통의 요지라서 어디든 여기 가는 버스와 마슈르트카가 있거든요. 주변 관광지는 초르수 바자르, 하스트 이맘 모스크, 쿠켈다쉬 마드라사. 그리고 나보이 거리.


그 다음은 올로이 바자르. 보통 알라이스키 바자르라고 합니다. 여기는 지하철 Abdulla Qodiriy 역에 있어요. 지하철 Abdulla Qodiriy 역과 타슈켄트 중앙우체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압둘라 코드리역쪽 시장 정문에는 Oloy bozori 라고 적혀 있어요. 인접한 주요 관광지로는 바로 근처에는 없고, 중앙우체국쪽 큰 길로 나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당 겸 카페인 Torento,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내려가서 오른쪽 - 즉 이포테카 방크 Ipoteka bank 쪽으로 가면 아미르 테무르 광장 및 아미르 테무르 박물관, 브로드웨이 거리가 나와요.




우즈베크어로 환율을 물어보는 법은 Kursi qancha? (쿠르스 칸차?) 에요. 그리고 달러는 무조건 새 것! 달러 액수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달러가 헌 것이면 안 받아줘요. 이유는 헌 달러는 위조지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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