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에서 머물며 풀지 못한 2가지 궁금점

좀좀이 2013. 1.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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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머무르며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이런 저런 것을 들었어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 많은 궁금점들을 해결했고, 많은 것을 배웠죠. 우리나라 인터넷에 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관련 글 가운데 잘못된 정보도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구요.


하지만 여기에서 아직까지도 풀지 못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풀지 못하고 떠나는 우즈베키스탄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이 있어요. 이것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고 물어보고 했지만 납득이 갈 만한 답을 찾지 못했어요. 나중에 다시 이 나라에 오게 된다면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저장시설은 안 좋은데 고기 질은 낫다.


우즈베키스탄은 이제야 발전하고 있는 나라에요. 이 나라에서 지내다보면 '이 나라는 대체 20년동안 뭐한거야?'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요즘은 그나마 공업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얼마 안 된 일이에요. 아직까지 소련이 남긴 공장들이 100% 가동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건 이해해요. 고급 인력이 없으면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 20년 동안 게걸음치듯 제자리 수준에 맴돌다가 이제야 조금씩 공업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 더 정확히는 이제야 조금씩 경제 전체가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대체 20년간 뭐했나 싶어져요. 아마 우즈베키스탄에서 반년 이상 거주해보신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이 '20년 동안 이 나라는 대체 뭐했나'라는 말에 동의하실 거에요. 이것을 설명하는 여러 주장이 있는데 그것들은 나중에 자료가 충분히 모이면 따로 글을 쓰도록 할게요. 이게 아직은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보니 그럴듯하게 말하기는 쉬우나 확실히 이렇다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일단 제 생각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요소들이 이 20년간 주구장창 터지고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거에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나라는 이제 공업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포장하고 저장하는 기술은 많이 떨어져요. 어느 정도냐 하면, 가게 가서 똑같은 비스킷을 구입하는데, 포장이 안 되어 있고 종이 박스에 담겨 있는 과자는 먹을만하지만, 조잡한 비닐 포장이 된 비스킷은 맛이 확 떨어진다는 것이죠. 특히 식품류에서 어설픈 포장은 포장 안 한 만도 못하다는 것을 잘 아실 거에요.


타슈켄트에서 1년 살면서 고기를 냉장 및 냉동 운반하는 것은 단 한 번도 못 보았어요. 냉장 시설 및 냉동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정육점도 본 적이 있나 가물가물하구요. 그만큼 이 나라의 저장 및 포장 기술은 아직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여기는 고기를 사려면 아침에 시장을 가는 게 좋아요. 저장 시설이 안 좋으니 시간이 갈 수록 고기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아침 일찍 시장 가서 고기를 사는 것이 질 좋은 고기를 사는 방법이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나라의 양고기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터키, 아랍, 동유럽에서 먹었던 양고기보다 질이 좋고 냄새가 덜 난다는 것이에요. 이 나라에서 양고기 파는 거 보면 분명 양고기 냄새가 진동해야 하는데, 의외로 양고기에서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아요. 이것이 아직 풀지 못한 첫 번째 궁금점. 물론 저장 시설이 안 좋으니 조금만 도축해 바로 유통시켜버리거나, 향신료로 냄새를 잡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내놓을만한 답은 찾지 못했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는 하나, 이런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곳에서도 해당하는 해결방법이니까요.


단, 쇠고기는 한국보다 질기고 냄새가 많이 나요.


두 번째. 인터넷 환경이 안 좋은데 인터넷에서는 발달한 나라다.


첫 번째 의문은 그냥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에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이 나라에서는 빨리 잡아 빨리 먹어치운다고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하지만 이 두 번째 문제는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답조차 없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인터넷 상황이 썩 좋지 않아요. 일단 인터넷 요금 자체가 비싸고, 인터넷 속도도 느린 편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인터넷 서핑을 해보면 우즈베키스탄이 인터넷 강국처럼 보여요. 인터넷을 뒤지면 우즈베키스탄 노래, 영화, 책...못 구할 게 없어요. 심지어는 다른 나라의 책까지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서 공유하고 있어요. 우즈베크어 조금 안다면, 진짜 인터넷 뒤지면 이 나라 관련해서 못 구할 게 없어요. 심지어는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회사에서는 http://www.mtrk.uz/ 방송을 윈도우용과 맥용으로 나누어 실시간 감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폰에서도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회사의 방송을 별 무리 없이 그냥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죠. (실시간은 아니고 몇 초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고작 몇 초 차이이기 때문에 실시간이라 해도 무리가 없죠) 유투브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영화 및 드라마, 뮤직비디오가 많이 올라와 있어요. 정말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우즈베키스탄 자료는 다 구할 수 있어요.


즉, 인터넷 환경은 썩 좋은 편이 아닌데 인터넷 상에서는 이 나라가 인터넷이 엄청나게 발전한 나라처럼 되어 있다는 것. 이런 대량 업로드 하려면 돈이 꽤 많이 들어갈텐데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지? 그리고 업로드는 둘째치고, 다운로드는 어떻게 하는 것이지? 다 피씨방 가서 다운로드하나? 이것이 바로 두 번째 풀지 못한 궁금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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