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18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태백버스터미널에서 운탄고도1330 9길 시작점 삼척 신기역 신기터미널 가기

좀좀이 2023. 3. 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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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씻고 나가야겠다."

 

부래실비식당 가서 육회비빔밥 먹고 출발하려면 샤워만 하고 바로 나가야 했어요.

 

'아침밥 포기할까?'

 

전날 물닭갈비를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어요. 2인분을 혼자 먹었기 때문에 아직 배가 안 고팠어요. 아침밥을 반드시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아무 것도 안 먹고 하루종일 걸으면 힘들겠지만 운탄고도1330 9길은 운탄고도1330 3길과 달랐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운탄고도1330 8길과도 달랐어요. 어떤 점에서 달랐냐 하면 운탄고도1330 9길은 삼척시로 들어가는 길이에요. 삼척시 들어가면 식당이 있을 거였어요. 그 전에 동네 슈퍼 하나는 있을 거였어요. 미로역 근처에 미로우체국도 있고 뭔가 이것저것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은 석항역에 식당가가 있다고 하지만 제가 갔을 때는 전부 문을 닫았어요. 운탄고도1330 8길은 전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끝까지 아무 것도 없어요. 만약 운탄고도 8길을 걷는다면 하루 종일 굶으며 걸어야하니 아침을 반드시 챙겨먹으러 나가야했지만 지금 걸으러 가는 길은 8길이 아니라 9길이었어요.

 

'아침밥 먹으러 가기도 귀찮다.'

 

한숨 자고 일어나자 다리와 발의 통증이 거의 다 사라졌어요. 통증이 살짝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통증이 완전히 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걸음이라도 덜 걸어야 했어요. 부래실비식당은 성지사우나에서 1.5km 떨어져 있었어요. 성지사우나에서 부래실비식당을 갔다가 태백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은 2.5km라고 나왔어요. 2.5km라면 널널하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지금 다리와 발 상태가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데다 운탄고도1330 9길은 무려 25.15km였어요. 25.15km로 끝이 아니었어요. 소망의 탑에서 숙소가 있는 삼척해수욕장까지 추가로 더 걸어가야 했어요. 소망의 탑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거리는 3.1km였어요. 그러니 30km 넘게 걷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리 찜질이나 열심히 하고 나가야겠다.'

 

30km가 넘는 길을 걸으면 다리와 발 통증이 장난 아닐 거였어요. 멀쩡한 상태에서 걸어도 많이 걷는 건데 지금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다리와 발 통증을 냉찜질로 조금이라도 더 덜어야 했어요. 태백시에서 신기터미널 가는 버스는 새벽 5시 50분 출발. 지금 시각은 2022년 10월 21일 새벽 4시 20분. 새벽 5시 조금 넘어서 찜질방에서 출발하면 널널할 거였어요. 어쩌면 그것도 너무 빨리 출발하는 거일 수 있었어요.

 

찜질방에서 나와서 아랫층 사우나로 내려갔어요. 스마트폰을 옷장에 집어넣고 옷을 벗고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어요. 찜질방 직원분께서 이른 새벽에 사우나를 다시 한 번 청소하고 새로 물을 받아놓고 있었어요. 온탕은 물이 이제야 발목까지 찰랑찰랑 차오른 정도였어요. 온탕에 들어가서 몸을 푹 담글 수 없었어요. 다행히 냉탕은 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냉탕에 들어갔어요. 몸을 완전히 담그지는 않았어요. 냉탕 벽에 앉아서 종아리와 발만 냉탕에 담갔어요. 냉찜질이 매우 잘 되었어요. 살살 올라오려고 하던 통증이 다시 확 가라앉았어요.

 

냉탕에 다리를 담그고 있자 추웠어요. 냉탕에서 나와서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몸에 뿌리며 체온을 끌어올렸어요. 다시 냉탕으로 가서 다리를 냉찜질해줬어요. 온탕에 들어갈 수 있다면 5시 넘어서까지 냉찜질을 했겠지만 온탕이 이제 물이 채워지고 있는 중이라 냉찜질을 긴 시간 동안 많이 할 수는 없었어요.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옷을 입었어요. 사우나 안에는 아직 새벽 5시도 안 되었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하고 있었어요. 부래실비식당을 안 갈 거라면 굳이 이 시각에 나갈 이유가 없었어요. 저도 대화에 끼어들었어요.

 

"요즘 24시간 하는 식당 없죠?"

"아뇨. 저기 황지자유시장 가면 한 곳 있어요. 부래실비식당 가면 육회비빔밥이랑 해장국 팔아요."

"아, 그래요? 저는 전에 다른 곳 밤 늦게까지 한다고 해서 갔는데 문 닫아서 허탕쳤었어요."

 

한 명이 새벽에 밥 먹을 곳 있냐고 물어보자 부래실비식당 있다고 알려드렸어요.

 

"거기 혹시 할머니가 하는 곳이에요? 황지시장 입구 쪽에."

"예, 맞아요."

"거기 육회 맛있어요."

"그래요?"

"예, 거기 원래 육회 잘 하는 집이에요. 고기도 맛있구. 갑자기 나도 육회 먹고 싶네."

 

다른 한 명이 부래실비식당이 태백시 황지동에서 원래 맛집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저는 24시간 식당이 부래실비식당 뿐이라 거기 간 거였는데 알고 보니 원래 거기가 주민들한테 인정받는 맛집이었어요. 부래실비식당은 맛집인데 24시간 영업까지 하는 식당이었어요.

 

"거기 가격 얼마에요?"

"육회비빔밥이 12000원이었어요. 양이 막 많지는 않은데 정말 맛있어요."

"역시 태백은 물가가 비싸."

 

부래실비식당 식사 가격을 물어보셔서 육회비빔밥이 한 그릇에 12000원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바로 태백은 물가가 비싸다고 하셨어요.

 

"전국에서 태백이 물가 제일 비싸요."

 

갑자기 대화 주제가 살벌하게 비싼 태백 물가로 바뀌었어요. 강원도 남부에서 악명이 자자한, 모르면 간첩 수준인 살벌하게 무서운 태백시 물가 이야기였어요.

 

"옛날부터 태백이 물가 제일 비쌌어요. 서울이 이번에 물가 폭등하니까 태백이랑 좀 비슷해진 거지."

"진짜요?"

"정말이에요. 서울은 올해 물가 막 폭등했잖아요. 여기는 그래도 안 오르고 서울이 폭등하니까 좀 비슷해졌더라구요."

"그러니까 태백은 오른 게 별로 없는 게 이 정도에요?"

"맞아요."

 

와...진짜 태백시 물가는 어메이징 그 자체구나!

 

태백시 사람들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2022년, 전국이 물가 폭등으로 뒤집혔어요. 이렇게 물가 폭등으로 나라가 뒤집힌 적은 10년만에 겪는 일이었어요. 2012년에 물가가 무지막지하게 폭등했었어요. 그 당시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 어학연수중이라 국내 상황을 잘 몰라요. 하지만 기억하는 게 2012년에 국내에 거주중인 지인들과 채팅으로 대화할 때마다 한국은 물가 미치도록 폭주중이라고 아우성이었어요. 그 이후 찾아온 물가 폭등기가 바로 2022년이었어요. 정말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뛰어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하루는 과자가 오르면 다음날은 기름이 오르는 등 난리도 아니었어요.

 

2022년에 전국적으로 물가가 폭등했고, 이는 서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서울이 물가가 폭등하니까 상대적으로 물가가 덜 오른 태백시와 비슷해졌다고 했어요. 2022년 물가 폭등으로 전국이 얼마나 난리였는데요. 괜히 다른 강원도 남부 지역 사람들이 태백시 물가에는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태백시는 물가 살벌하게 비싼 동네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요. 태백시 물가 비싸다는 말은 강원도 남부 올 때마다 들었지만 이렇게 서울 물가 폭등하니까 태백시 물가와 비슷해졌다고 태백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들으니 충격이었어요.

 

"여기는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어요."

 

한 명이 태백시는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맞는 말이었어요. 태백시는 타지역과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곳이에요.

 

"여기는 시장이 작아서 그런 거도 있는 거 같아요. 자급자족되는 것도 별로 없구요."

"그것도 맞아요."

 

제가 태백시는 시장이 작고 자급자족되는 것도 별로 없어서 더욱 그런 거 아니냐고 물어보자 그것도 맞다고 했어요. 규모가 되어야 규모에서 오는 할인이 있는데 태백시 및 주변 지역 다 해도 인구가 얼마 안 되요. 소량 구매면 대량 구매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해요. 배송도 마찬가지구요.

 

전에 왔을 때 통리시장 및 황지자유시장에서 상당히 주의깊게 봤던 점은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 중 태백시에서 생산된 것이 거의 안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생선이야 태백시에 바다가 없으니 그러려니 쳐요. 야채도 태백시에서 생산된 것이 별로 안 보였어요. 태백시 도처가 산인데 산나물조차 태백시 것은 안 보이고 경상북도나 인접 지역 것이었어요. 태백시에서 자급자족되는 거라고는 석탄과 고랭지 배추 밖에 없어 보였어요.

 

"태백시 분이세요?"

"아니요. 제주도에서 왔어요. 조금 이따 도계 가려구요."

"도계에 직장 있으세요?"

"아뇨. 운탄고도 걸으러 가는데 도계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요. 여기에 24시간 찜질방이랑 식당 있어서 여기서 자고 첫 차 타고 도계 넘어가려구요."

 

도계에 아무 것도 없어서 태백에서 1박하고 도계로 넘어가려고 한다고 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무리 태백시가 과거에 비해 쇠락했다고 해도 옆동네 도계와 비교할 바는 아니에요. 과거 석탄산업이 호황이었던 시절에는 도계도 컸어요. 그러나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태백시가 도계보다 작았던 적은 없어요.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가 과거에 삼척군 중심지였다고 해도 당연히 태백시보다 규모가 작았어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2022년 10월 21일 새벽 5시 8분,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에서 나왔어요.

 

어둠 속에서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영월보다 안 춥네?'

 

태백시 새벽 날씨는 전날 영월 새벽 날씨보다 매우 안 추웠어요. 태백시보다 영월군이 더 추운 곳이라서가 아니었어요. 이날 전국적으로 기온이 조금 올랐어요. 당연히 같은 시각에 태백시는 영월군보다 더 추워요.

 

"저기 지금 영업하네?"

 

태백월마트가 있었어요.

 

 

'아침으로 먹을 거 좀 사가야겠다.'

 

부래실비식당 가서 육회비빔밥 먹는 것은 포기했어요. 그래도 아침으로 뭔가 먹기는 해야 했어요. 운탄고도1330 9길 걷는 동안 마실 음료수도 하나 구입해야 했어요. 태백월마트 안으로 들어갔어요.

 

빵과 콜라를 하나 집어든 후 계산하러 갔어요.

 

"여기 24시간 영업하나요?"

"24시간은 안 하고 아주 새벽에 열어요. 새벽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 있어서요."

 

사장님께 24시간 영업하는 가게냐고 여쭈어보자 사장님께서는 24시간 영업하는 것은 아니고 매우 이른 새벽에 문을 열고 장사 시작하신다고 하셨어요. 아주 이른 새벽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 위해서 새벽에 문을 연다고 하셨어요.

 

"여기는 밤에 매우 조용하네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놀았어요. 그런데 거리두기 하니까 그때부터 사람들이 다 일찍 들어갔어요. 그런데 거리두기를 오래 했잖아요. 사람들이 이제 일찍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오래까지 잘 안 놀아요."

 

사장님께서는 역병 사태 이전에는 태백시에서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놀았다고 하셨어요. 역병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자 사람들이 밖에서 밤 늦게까지 놀지 못하게 되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자 사람들이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는데도 밖에서 늦게까지 잘 안 논다고 하셨어요.

 

"지금 일하러 가세요?"

"아뇨, 여기 여행왔는데 도계 가려구요. 운탄고도 걸으러 도계 갈 건데 첫 차 타려고 일찍 나왔어요."

 

사장님께서는 운탄고도1330에 대해 잘 모르시는 눈치였어요. 그럴 만 했어요. 운탄고도1330 태백시 구간은 운탄고도 6길과 운탄고도 7길이에요. 이 중 7길은 아직 미개통이었고, 6길만 개통되어 있었어요. 운탄고도 6길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걷는지 모르겠지만 6길 종점이 태백시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이에요. 운탄고도1330 7길도 개통되었다면 운탄고도1330 걷기 위해 태백시로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태백시가 시작점인 7길은 미개통 상태이고 태백시가 종점인 6길만 개통된 상태이니 운탄고도1330이 그렇게 와닿지 않을 거였어요. 영월군에서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달랐어요.

 

태백월마트에서 콜라와 빵을 사서 태백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어갔어요.

 

 

길가에 생선이 매달려 건조되고 있었어요.

 

 

전에 태백시 왔을 때 새벽에 똑같은 길로 걸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사진을 찍고 구경할 것이 없었어요. 길에서 구경하며 시간 허비하지 않고 바로 태백버스터미널로 갔어요.

 

 

 

2022년 10월 21일 새벽 5시 24분, 태백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태백역은 1층만 불이 켜져 있었어요. 태백역에서 동해시로 가는 첫 번째 여객열차는 오전 11시 16분에 있어요. 태백역에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첫 번째 여객열차는 오전 7시 1분에 있어요. 그러니 아직 열차 승객들이 태백역으로 올 시각이 아니었어요.

 

태백버스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어요. 무인발권기로 신기 가는 표를 구입하려고 했어요. 태백시 버스 무인발권기는 캐시비에서 운영하고 있었어요.

 

 

"왜 5시 50분 차 없지?"

 

태백버스터미널 승차권 자동 발매기로 신기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려고 하자 태백에서 신기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40분과 오후 7시 50분만 있다고 나왔어요.

 

"이럴 리가 없는데?"

 

 

여행 출발하기 전에 태백시 대중교통정보 사이트에서 버스 노선 및 시간을 조회했어요. 태백시 대중교통정보 사이트에 의하면 태백버스터미널에서 삼척시 신기면 신기터미널 가는 버스는 05:50, 07:00, 08:30, 12:10, 14:40, 16:40, 18:20, 19:50에 있다고 나왔어요. 태백버스터미널 승차권 자동 발매기에 나와 있는 신기터미널 가는 버스보다 훨씬 많은 버스가 있었어요.

 

매표소는 아직 영업을 개시하지 않았어요. 터미널 안 가게는 문이 열려 있었어요.

 

"사장님, 혹시 여기 신기 가는 버스 5시 50분거 없나요?"

"신기? 삼척 신기? 5시 50분 강릉행이 신기 섰다 가요."

"저기 승차권 발매기에서는 없다고 나와서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관리자 나왔으니까, 사무실 가봐요."

"사무실 어디 있어요?"

"승차장 가면 있어요."

 

사장님께서 제게 승차장에 있는 사무실 가서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버스 승차장에 있는 사무실로 갔어요. 노크를 하자 관리자분께서 나오셨어요. 관리자분께 인사하고 5시 50분 버스가 신기 안 가냐고 여쭈어봤어요. 관리자분께서는 확인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잠시 후 버스 기사님이 오셨어요. 직원분께서는 기사님께 5시 50분 강릉 가는 버스가 신기 거치지 않냐고 물어보셨어요. 버스 기사님께서 신기 정차했다가 간다고 하셨어요. 버스 기사님께서는 왜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듯한 말투였어요.

 

"저기 발권기에서 없다고 나와서요."

"그게 도중에 세워주는 거에요."

"그러면 표가 없는데 어떻게 타나요?"

"현금으로 내시면 되요."

"티머니 교통카드는 안 되나요?"

"그건 될 지 잘 모르겠네요."

 

버스 기사님 말씀에 의하면 태백버스터미널에서 새벽 5시 50분에 출발하는 강릉행 버스는 도계, 신기도 정차했다가 가요. 신기에서 정차하기는 하지만 발권기에서 발권이 안 되기 때문에 버스 탈 때 목적지 말하고 현금으로 내면 되요.

 

티머니 버스카드가 안 먹히면 버스를 못 타기 때문에 괜히 티머니 되는지 실험하지 말고 얌전히 현금으로 내기로 했어요. ATM에서 1만원을 인출했어요. 아까 가게로 갔어요. 1만원 지폐를 헐기 위해 코카콜라 500mL 한 통을 구입했어요.

 

"신기는 등산하러 가세요?"

"운탄고도 걸으려구요."

"운탄고도요?"

"예, 강원도에서 이번에 예전 석탄 나르던 임도들 가지고 트레킹 코스 만들었거든요."

"아, 그거 TV에서 본 적 있어요."

"그 길 걸으러 가고 있어요. 8길이랑 9길은 등산은 아니고 하고사리, 고사리 등 기차역 가는 길이에요."

"기차역이면 고사리, 하고사리, 마차, 신기, 상정, 미로, 도경리, 동해...이렇게 내려가는 길이네요."

"미로까지는 기찻길이랑 같이 가는데 마평교에서 운탄고도는 도경리로 안 가고 삼척시내로 들어가요. 오십천 따라서요."

 

가게 사장님과 소소한 잡담을 나눴어요. 가게 사장님은 기찻길 따라 간다고 하자 기차역을 쭉 꿰셨어요. 사장님께서 기차역을 전부 쭉 줄줄 말하시는 게 매우 신기했어요. 또한 저는 북쪽으로 가는 길이니까 올라간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는 계속 내려가는 길이라고 하셨어요. 사장님께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하신 이유는 태백이 고지대고 태백부터 삼척 바닷가까지 계속 저지대로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계속 지도 중심으로 방위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백에서 삼척으로 가는 길이 내려가는 길이라는 표현이 매우 어색했어요. 전에 왔을 때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갱에서 뵌 직원분께서도 도계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을 내려간다고 하셔서 어색했었어요. 아직도 이 지역에서 지형 기준으로 올라간다 내려간다 표현하는 데에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사장님, 예전에 도계 너머에도 탄광들 있었나요? 신기, 미로 같은 곳이요."

"도계는 있었고...도계 넘어서에는 없었어요. 신기에 석회석 광산 있었구."

"아, 상정, 미로 이런 데에는 광산 아예 없었나요? 도경리랑요."

"그쪽에는 없었어요."

 

사장님께서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너머부터는 탄광이 없었다고 하셨어요. 신기면에는 석회석 광산이 있었지만 폐광했고, 신기역 너머 상정, 미로, 도경리 같은 곳에는 광산이 아예 없었다고 하셨어요.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터미널 안을 돌아다녔어요.

 

 

제가 타고 갈 새벽 5시 50분에 태백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강릉으로 가는 버스였어요.

 

 

이 버스 자체는 지난 번 운탄고도1330 8길 걸으러 왔을 때 타봤어요. 그때는 도계 터미널에서 하차했어요. 이번에는 도계 터미널 지나서 신기터미널에서 내리는 것이 달라진 점이었어요.

 

 

제가 타고 가야 하는 태백시에서 출발해 도계, 신기, 삼척, 동해를 경유해 강릉 가는 버스 앞에 서 있었어요. 버스 기사님께서 오셨어요. 버스에 탔어요.

 

"신기요."

"4500원이에요."

 

4500원을 딱 맞춰서 버스기사님께 드렸어요.

 

"이 버스 신기터미널에서 정차하나요?"

"신기터미널이 아니라 신기 정류장에서 세워요. 거기에서 내리시면 되요."

 

버스기사님께서는 신기터미널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신기 버스정류장에서 세워주신다고 하셨어요.

 

 

자리에 앉았어요. 5시 50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했어요. 역시 또 너무 위험해서 죽어도 안 걸어가겠다고 다짐한 험난한 통리에서 도계 넘어가는 도로를 지나갔어요. 다시 봐도 이건 맨정신으로 걸을 길이 아니었어요. 운탄고도1330 7길도 버스가 통리에서 도계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걸어가도록 되어 있지는 않아요. 버스가 통리에서 도계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험하기도 엄청 험한데다 도로 폭도 매우 좁거든요. 운탄고도1330 7길은 대신에 산길을 따라 넘어가도록 되어 있어요. 도로 따라 가는 길이라면 운탄고도 7길도 시도해봤겠지만 운탄고도 7길은 근처 차도가 도저히 인간이 걸어갈 길이 아니었고, 산길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답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운탄고도 7길은 정식 개통하면 그때 걷기로 다짐했어요.

 

도계 터미널에서 승차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왠지 내려야할 것 같았지만 아니었어요. 저는 신기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어요.

 

'내가 걸었던 길 그대로 가네?'

 

버스는 신기 터미널을 향해 달려갔어요. 운탄고도 8길 걷는다고 걸었던 길과 거의 비슷하게 갔어요. 확실히 길이 달라진 점이라면 대평리에서 저는 대평리로 들어가서 철도와 오십천 따라 걸어갔고, 버스는 대평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424번 국도 타고 달렸어요.

 

 

2022년 10월 21일 오전 6시 27분, 버스가 신기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신기 버스정류장은 신기터미널 대각선 맞은편에 있었어요. 터미널 안에 들어가지 않고 길가에 세워진 정류장에 세워주었지만, 버스 정류장과 신기터미널 자체가 얼마 안 멀었어요.

 

"이제 아침이네."

 

운탄고도1330 9길 걷기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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