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환류주의 철학

환류주의로 바라본 인간의 시간론 -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로 끌려가는 인간과 기억 평면의 왜곡

좀좀이 2026. 9. 3. 05:22
728x90

제11장 환류주의로 바라본 인간의 시간론

―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로 끌려가는 인간과 기억 평면의 왜곡 ―

초록

본 논문은 환류주의의 관점에서 인간과 시간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환류주의는 시간의 객관적 진행방향과 인간의 내적 시간적 방향성이 서로 반대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진행하지만, 인간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자체를 직접 바라보지 못한다. 인간에게 직접 주어지는 것은 이미 발생한 현실과 그 현실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이다.

따라서 인간이 미래를 생각하고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의식 속에서 형성되는 것은 미래 자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표상이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 현재 현실에 대한 관찰과 해석을 통해 미래를 추론하고, 그 추론을 바탕으로 선택한다. 선택의 결과는 새로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은 다시 과거가 되어 인간의 다음 판단에 입력된다.

그러나 인간이 과거를 바라본다고 해서 인간의 기억이 객관적인 시간의 순서와 동일한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균등하게 약화되는 평평한 평면이 아니라, 사건의 강도와 반복, 개인의 자유로운 해석과 판단, 강요된 감각적 경험에 따라 특정 사건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왜곡된 기억 평면을 형성한다.

따라서 인간은 과거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왜곡된 기억 구조를 통해 과거를 바라본다. 최근의 사건보다 오래된 사건이 더 강렬하게 현재에 가까운 것처럼 떠오를 수 있으며, 최근의 사건이라도 약한 기억은 매우 먼 과거처럼 희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억의 거리뿐 아니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와 진행순서에 대한 인식 역시 변형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은 인간의 판단을 기계적이고 일관된 함수처럼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조건이 된다. 인간은 동일한 과거를 동일한 방식으로 호출하지 않으며, 동일한 현실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강조하고 서로 다른 시간적 구조를 구성한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 판단은 고정된 입력값에서 동일한 출력값을 산출하는 기계적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기억과 해석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환류주의의 핵심 명제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등지고 과거를 바라보면서 시간에 끌려가는 존재다. 그리고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의 기억 평면 자체도 끊임없이 왜곡된다.

제1절 시간과 인간 의식의 역방향성

시간의 기본적인 진행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한다.

과거 → 현재 → 미래

이미 발생한 사건은 과거가 되고, 현재에서 발생하는 사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에 편입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은 미래에 속한다. 이러한 시간의 진행 자체는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된다.

그러나 시간의 진행방향과 인간의 인식방향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인간에게 직접 주어지는 것은 이미 발생한 현실이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기억하고, 현재에 남아 있는 결과를 관찰하며, 개인과 사회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자체는 현재의 현실로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은 미래를 향해 진행하지만 인간의 인식은 이미 발생한 현실을 향한다. 환류주의는 이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미래는 인간의 등 뒤에 있고, 과거는 인간의 앞에 있다.

이것은 인간의 신체적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시간적 현실을 접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인간은 미래로 이동한다. 그러나 인간이 직접 바라보는 것은 미래 자체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현실이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적 진행방향과 인식적 방향은 서로 다르다.

시간의 진행방향 → 미래 ↓ 인간의 인식방향 → 과거

인간은 이 두 방향 사이에서 존재한다.

제2절 미래 자체와 미래 표상

인간이 미래를 생각한다는 사실은 인간이 미래 자체를 보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미래 자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현실이다. 반면 인간이 미래에 대해 상상하고 예측하며 계획할 때 현재 의식 속에서 발생하는 것은 미래 자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표상이다.

인간이 내일을 상상한다고 해서 내일 자체가 현재 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존재하는 것은 내일에 대한 인간의 상상이다.

따라서 다음의 두 층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미래 자체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현재적 표상

인간은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현재의 의식 속에서 미래를 지시하는 하나의 표상을 생성한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 사고는 미래 자체에 대한 직접적 인식이 아니라 추론적 활동이다.

미래 표상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형성된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반복된 현상을 관찰하며, 이전의 결과를 비교하고, 현재의 조건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를 추론한다.

따라서 미래 표상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과거의 현실 → 현재의 관찰 → 해석 → 미래 표상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를 보고 미래를 추론한다.

제3절 과거의 전방성과 미래의 후방성

인간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은 순수한 현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현재의 개인은 과거의 경험을 포함한다. 인간의 기억과 지식은 과거에 의해 형성되고, 관계는 이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며, 사회제도는 역사적 과정의 결과다. 따라서 인간이 현재 바라보는 현실 자체에는 이미 과거가 축적되어 있다.

인간은 이러한 현실을 통해 대상과 사건의 구조를 파악한다. 어떤 대상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반복했는지, 어떤 결과를 발생시켰는지,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는 이미 발생한 현실을 통해 확인된다. 따라서 인간에게 본질 역시 미래에서 직접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현실을 통해 파악된다.

반면 미래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미래 자체를 현재의 현실로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에게 과거와 미래는 비대칭적인 위치에 있다.

과거 → 관찰 가능 │ 미래 → 직접 관찰 불가능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인간의 미래 인식은 본질적으로 추론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현실 → 본질과 구조의 파악 → 미래의 추론

인간은 앞에 놓인 과거의 현실을 통해 뒤에 있는 미래를 짐작한다.

제4절 기억 평면의 왜곡

그러나 인간이 과거를 바라본다고 해서 인간의 기억이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과 동일한 형태로 저장되고 호출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인간의 기억이 하나의 평평한 시간 평면 위에 사건의 발생 순서대로 균등하게 배열되어 있고, 시간의 흐름이 모든 기억에 동일하게 작용한다면 인간의 기억은 현재에 가까운 사건일수록 크고 강렬하게, 오래된 사건일수록 작고 희미하게 느껴질 것이다.

즉 기억의 구조는 단순히 다음과 같이 배열될 수 있다.

현재와 가까운 사건 → 강렬
시간적으로 먼 사건 → 희미

그러나 실제 인간의 기억은 이러한 균등한 평면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떤 사건을 시간의 경과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떠올린다. 특정 사건은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과 해석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어떤 경험은 강요된 감각적 강도와 충격에 의해 기억 속에서 과도하게 확대된다.

반대로 시간적으로 가까운 사건이라 하더라도 인간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면 빠르게 희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억의 강도는 절대적인 시간의 경과에 의해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사건이 발생한 객관적인 시간적 위치와 동일한 거리감을 유지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 현재에 가까운 것처럼 강렬하게 떠오를 수 있으며, 반대로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 이미 매우 먼 과거처럼 희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억이 평평한 시간적 배열을 유지하지 않고 인간의 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환류주의에서는 기억 평면의 왜곡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기억 평면의 왜곡은 단순히 기억의 강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의 사건을 객관적인 시간 순서대로 배열할 수 있다. 역사적 기록이나 사건의 발생 순서를 의식적으로 확인할 때 인간은 사건을 정배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특정 기억을 떠올리고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객관적 시간 배열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강렬한 사건은 매우 오래전에 발생했음에도 마치 최근의 사건처럼 떠오를 수 있고, 약한 사건은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매우 먼 과거처럼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억의 주관적 시간은 객관적 시간과 동일하지 않다.

객관적 시간 배열 → 사건의 실제 발생 순서
↓ 기억 평면 → 사건의 주관적 거리와 강도의 배열

이 두 구조는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제5절 기억의 왜곡과 시간적 구조의 변형

기억 평면이 왜곡되면 인간이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 역시 변형된다. 인간은 과거 전체를 동일한 거리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특정 사건은 의식 속에서 확대되고, 특정 사건은 축소되며, 특정 사건은 반복적으로 호출되고, 특정 사건은 거의 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는 인간에게 하나의 균일한 시간적 평면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는 강렬한 기억과 희미한 기억이 서로 다른 크기와 거리로 배치된 왜곡된 구조로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시간적 거리감뿐 아니라 사건 사이의 관계 역시 변형될 수 있다. 특정 사건이 지나치게 강렬하게 기억되면 인간은 그 사건을 이후의 여러 사건을 해석하는 중심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사건이 희미하게 기억되면 실제로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이후의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기억 속에서는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와 진행순서에 대한 해석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실제로는 여러 과정 중 하나였음에도 인간의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결과의 원인처럼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중요한 선행 사건이 희미해지면 인간은 이후 발생한 결과를 다른 원인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억 평면의 왜곡은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추론하는 전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적 구조의 문제다.

인간이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거를 들여다볼 때,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는 객관적인 과거 전체가 아니라 이미 선택적으로 확대되고 축소된 기억의 평면이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 판단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객관적 과거 → 기억의 선택과 강조 → 기억 평면의 왜곡
↓ 현재의 해석 → 미래 표상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론한다. 그러나 인간이 참조하는 과거 자체가 이미 인간의 기억 구조에 의해 변형되어 있다.

제6절 선택과 시간의 환류 구조

인간의 선택 역시 미래 자체를 직접 보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과거의 현실을 기억하고 해석한다. 그러나 그 기억은 균등한 시간적 배열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왜곡된 기억 평면을 통해 호출된다.

인간은 이러한 기억과 현재의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표상을 만들고, 자신이 구성한 미래 표상을 바탕으로 선택한다.

따라서 인간의 선택 구조는 다음과 같이 확장될 수 있다.

과거의 현실 → 기억 평면의 선택과 왜곡 → 해석 → 미래 표상 → 선택

그리고 선택은 새로운 현실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과거가 된다.

새로운 현실은 다시 인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새로운 과거 역시 인간의 기억 속에서 동일하게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은 강렬하게 확대되고, 어떤 사건은 빠르게 희미해지며, 어떤 사건은 반복적으로 호출되고, 어떤 사건은 거의 사라진다.

따라서 선택의 결과가 새로운 과거가 되는 순간, 그 과거는 다시 기억 평면의 왜곡 속으로 들어간다.

이로써 환류 구조는 다음과 같이 확장된다.

과거의 현실 ↓ 기억 평면의 왜곡 ↓ 해석 ↓ 미래 표상 ↓ 선택 ↓ 새로운 현실 ↓ 새로운 과거 ↓ 새로운 기억 평면의 형성 ↓ 재해석

시간 자체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미래를 향해 진행한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은 반복적으로 과거를 참조하며, 인간이 참조하는 과거는 기억 평면 속에서 선택적으로 확대되고 축소된다.

이것이 환류주의에서 말하는 시간적 환류 구조의 두 번째 조건이다.

제7절 시간이라는 기차의 역방향 좌석에 앉아 있는 인간

환류주의에서 인간과 시간의 관계는 시간이라는 기차에 역방향 좌석으로 앉아 있는 인간과 같다.

기차는 일정한 방향으로 달린다. 시간 역시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진행한다. 그러나 역방향 좌석에 앉은 인간은 기차가 향하는 방향의 풍경을 직접 볼 수 없다. 인간이 바라보는 것은 지나온 풍경이다.

새로운 풍경은 인간의 뒤에서 나타난다. 그 풍경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현재가 된다. 그리고 기차가 계속 움직이면 그 풍경은 인간에게서 멀어진다. 그 풍경은 과거가 된다.

그러나 인간이 바라보는 지나온 풍경이 모두 동일한 크기와 거리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풍경은 이미 멀리 지나갔음에도 인간의 기억 속에서는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크게 남아 있다. 어떤 풍경은 방금 지나갔음에도 빠르게 작아지고 희미해진다.

즉 인간의 기억 속에서 지나온 풍경의 거리는 실제 기차의 이동거리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환류주의에서 인간은 역방향 좌석에 앉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는 창문 자체가 왜곡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객관적인 거리 그대로 인간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강렬한 사건은 확대되고, 희미한 사건은 축소되며, 특정 사건은 반복적으로 눈앞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인간은 단순히 지나온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기억의 창을 통해 지나온 풍경을 본다. 그리고 그 왜곡된 풍경을 바탕으로 아직 직접 볼 수 없는 미래를 추론한다.

이 구조는 인간의 판단이 기계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반복하지 않는 이유와 직접 연결된다.

제8절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

인간이 미래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미래 판단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을 더욱 불규칙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 과거를 객관적인 형태 그대로 참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론한다. 그런데 인간이 참조하는 과거는 평평한 시간적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과거는 기억의 강도와 반복, 개인의 해석과 판단, 감각적 경험의 강제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확대되고 축소된 왜곡된 기억 평면이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 판단에는 두 개의 근본적인 조건이 작용한다.

첫째, 인간은 미래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둘째, 인간이 미래를 추론하기 위해 바라보는 과거 역시 균등하고 객관적인 형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시간-의식의 역방향성 ↓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론 ↓ 기억 평면의 왜곡 ↓ 선택적으로 강조된 과거를 통해 미래를 판단 ↓ 불규칙하고 비기계적인 판단

이 구조에서 인간은 동일한 입력값에 대해 항상 동일한 출력값을 산출하는 기계처럼 행동하기 어렵다. 인간은 동일한 사건을 매번 동일한 강도로 기억하지 않으며, 동일한 과거를 매번 동일한 방식으로 호출하지 않는다.

특정 기억은 반복적인 회상을 통해 확대될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은 기존 기억의 의미를 바꿀 수 있으며, 현재의 감정과 상황은 과거의 특정 사건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희미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은 단순히 과거의 객관적 데이터를 계산하여 미래를 출력하는 과정이 아니다. 인간의 판단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기억 평면 위에서 이루어진다.

제9절 불규칙성, 불안정성, 역동성과 환류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이 결합하면 인간의 판단은 고정된 공식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론한다. 그러나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는 객관적인 시간 순서 그대로 유지된 평면이 아니다. 강렬한 기억은 확대되고, 희미한 기억은 축소되며, 특정 사건은 반복적으로 현재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인간은 동일한 현실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심지어 동일한 인간 역시 시간에 따라 다른 기억을 강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의 판단은 기계적으로 일관된 함수값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이 반복되더라도 인간이 동일한 판단을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현재 판단을 위해 호출하는 기억의 구조 자체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불규칙성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규칙성은 인간의 판단을 하나의 고정된 상태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불안정성이 발생한다.

인간은 이전의 판단을 그대로 반복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억이 강조되거나 기존 기억의 의미가 변화하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역동성이 발생한다.

그리고 인간은 기존의 경험과 기억에서 직접 도출되는 대응방식을 넘어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창조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의 창조성과 역동성은 단순히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직접 볼 수 없는 인간이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 과거를 참조해야 하면서도, 그 과거 자체를 객관적으로 고정된 형태로 보존하지 못한다는 이중적 시간 조건에서 발생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바라본다. 그러나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는 기억 속에서 이미 왜곡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은 고정된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왜곡되고 재구성되는 과거를 통한 불규칙한 미래 대응이 된다.

제10절 환류의 새로운 구동 원리

환류주의에서 환류는 단순히 예측이 틀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환류의 근본적인 구동 원리는 인간의 시간적 위치와 기억 구조에 있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과거를 참조한다. 그러나 과거는 인간의 기억 속에서 균등하게 보존되지 않는다. 인간은 특정 사건을 확대하고 특정 사건을 축소한다. 기억의 시간적 거리는 객관적인 시간의 거리와 달라진다. 과거 사건의 인과관계와 중요성 역시 인간의 해석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은 고정된 과거에서 기계적으로 산출되지 않는다. 인간은 매 순간 변화하는 기억 구조를 통해 미래를 추론하고, 그 판단에 따라 선택한다.

선택의 결과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 새로운 현실은 다시 새로운 과거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과거는 다시 기억 평면 속에서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이전과 다른 과거를 참조하게 되고, 이전과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류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확장된다.

시간-의식의 역방향성 ↓ 과거를 통한 미래 추론 ↓ 기억 평면의 선택적 왜곡 ↓ 불규칙하고 비기계적인 판단 ↓ 새로운 선택 ↓ 새로운 현실 ↓ 새로운 과거 ↓ 새로운 기억 평면의 형성 ↓ 새로운 해석 ↓ 새로운 미래 표상 ↓ 환류

이 구조에서 인간의 불규칙성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환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만약 인간이 완전히 객관적인 과거 데이터를 동일한 방식으로 저장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항상 동일한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면 인간의 판단은 하나의 기계적 함수처럼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기억의 강도를 변화시키며, 특정 사건을 반복적으로 호출하고,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면서 기존의 과거를 다시 해석한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은 완전히 경직될 수 없다. 이러한 비고정성이 인간의 불규칙성을 만들고, 불규칙성이 새로운 선택을 만들며, 새로운 선택이 새로운 현실을 만들고, 그 현실이 다시 새로운 기억 구조를 형성한다.

바로 이것이 환류의 지속적인 구동 원리다.

제11절 다른 환류주의 이론들과의 구조적 대응

환류주의의 여러 이론은 각각 독립된 논의의 형태를 가지지만, 인간의 현실 인식과 선택이 환류한다는 공통된 구조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다룬다. 따라서 인간의 시간론에서 제시된 구조는 다른 환류주의 이론들과 직접적인 모순을 형성하기보다는, 각 이론이 다루는 문제와 서로 대응하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먼저 귀납적 환류주의와의 대응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현실과 판단의 관계다. 인간은 과거의 현실과 현재의 관찰을 통해 미래를 추론하고, 그 판단에 따라 선택하며, 선택의 결과로 새로운 현실을 맞이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가 형성된다.

과거의 현실 → 관찰 → 해석 → 미래 판단 → 선택 → 현실의 응답 → 새로운 관찰 → 새로운 판단

이때 인간의 기억 평면의 왜곡은 현실의 객관적 결과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결과를 어떻게 호출하고 해석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객관적 현실과 인간의 기억·해석은 구분될 수 있으며, 기억의 왜곡과 현실 자체의 왜곡을 동일한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 시간론에서 제시되는 기억의 왜곡은 현실의 응답을 부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인간이 현실의 응답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의 불규칙성을 설명하는 구조로 기능한다.

자살 환류주의와의 대응에서는 미래 표상과 현재 선택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인간은 미래 자체를 직접 볼 수 없지만 미래에 대한 현재적 표상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 표상은 현재의 선택을 조직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 안에서 형성된 미래의 궁극적 지향이 현재의 삶과 선택을 규정하는 구조 역시 시간론의 기본 구조와 양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 표상이 실제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이 미래에 대한 표상을 현재 의식 속에 형성하고 그 표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의도와 선택의 방향성이지, 객관적인 시간의 진행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시간은 여전히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진행한다. 따라서 미래 지향적 삶의 설계와 시간의 객관적 진행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이해될 수 있다.

카르마 환류주의와의 대응에서는 과거의 결과가 현재와 미래의 조건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중심이 된다. 인간의 과거는 단순히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행위가 발생시킨 결과와 흔적을 통해 현재의 조건에도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가 가능하다.

과거의 행위 → 결과 → 현재의 조건 → 현재의 선택 → 새로운 결과 → 새로운 미래 조건

이 구조는 기억 평면의 왜곡과도 양립한다. 인간의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지만, 기억이 왜곡된다고 해서 과거의 실제 결과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억의 소멸이나 왜곡과 객관적 결과의 소멸은 동일하지 않다. 인간에게 과거가 기억으로 남는 방식과 현실에 과거의 결과가 남는 방식은 구분될 수 있다.

순환적 환류주의와의 대응에서는 기억과 해석이 의미의 구성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중심이 된다.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현실을 해석하며 미래를 표상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기억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욕망과 의미의 정렬 방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연결이 가능하다.

과거의 현실 → 기억 평면의 왜곡 → 해석 → 의미와 욕망의 정렬 → 미래 표상 → 선택 → 새로운 현실 ↓ 새로운 현실 → 새로운 과거 → 새로운 기억 → 새로운 해석 → 의미의 재구성 → 새로운 선택

이때 기억 평면의 왜곡은 단순히 과거를 잘못 기억하는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과거가 확대되고 어떤 과거가 희미해지는가는 현재의 의미 해석과 미래 표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의미 체계가 형성되면 동일한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기억과 의미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환류할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독립된 네 이론은 인간의 시간적 환류 구조와 각각 다른 지점에서 대응한다.

귀납적 환류주의 → 현실과 판단의 환류
자살 환류주의 → 미래 표상과 현재 선택의 환류
카르마 환류주의 → 행위와 결과의 환류
순환적 환류주의 → 기억·해석과 의미 재구성의 환류

이 대응은 네 이론이 동일한 내용을 반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인간적 환류 구조를 서로 다른 문제 영역에서 바라볼 때 각각 다른 환류의 양상이 나타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를 하나의 종합적인 구조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의 현실 ↓ 기억과 관찰 ↓ 기억 평면의 선택과 왜곡 ↓ 해석 ↓ 현실에 대한 판단과 의미의 구성 ↓ 미래 표상과 목적의 형성 ↓ 현재의 선택 ↓ 새로운 현실과 결과 ↓ 새로운 과거 ↓ 새로운 기억과 해석 ↓ 환류

이 구조에서 각각의 이론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현실은 인간의 판단에 어떻게 응답하는가, 미래의 표상은 현재의 선택을 어떻게 조직하는가, 과거의 행위는 어떻게 현재의 조건으로 남는가, 기억과 해석의 변화는 어떻게 의미와 목적을 재구성하는가가 각각 다른 문제로 분화된다.

따라서 인간의 시간론에서 제시되는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은 특정한 하나의 응용 이론에 종속되는 개념이라기보다, 현실·기억·해석·미래 표상·선택이 서로 연결되는 환류 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시간론적 관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제12절 결론

환류주의의 인간 시간론은 인간을 단순히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존재로 규정하는 관점을 재구성한다.

시간의 진행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한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은 이미 발생한 현실을 향한다. 인간은 미래 자체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인간이 현재 의식 속에서 만드는 것은 미래 자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표상이다.

이 미래 표상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 현재 현실에 대한 관찰과 해석을 통해 형성된다. 따라서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과거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추론하는 존재다.

그러나 여기에서 환류주의의 시간론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 역시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과 동일한 형태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평평한 시간의 평면이 아니다. 강렬한 사건은 확대되고, 희미한 사건은 축소된다. 오래된 사건이 현재에 가까운 것처럼 떠오를 수 있으며, 최근의 사건이 매우 먼 과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기억 속에서 과거의 시간적 거리는 지속적으로 왜곡된다.

인간은 사건의 객관적인 시간 순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기억을 호출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강도와 반복, 해석과 감각적 경험에 의해 왜곡된 기억 평면을 통해 과거를 바라본다.

이로 인해 인간의 미래 판단은 단순한 계산 과정이 될 수 없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참조한다. 그러나 인간이 참조하는 과거 자체가 기억 속에서 선택적으로 확대되고 축소된다.

따라서 인간은 고정된 데이터를 입력받아 동일한 결과를 출력하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의 판단은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불규칙하게 변화한다. 동일한 인간이라도 다른 시점에는 다른 기억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동일한 조건이라도 다른 기억이 강조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새로운 현실은 기존 기억의 의미를 바꾸고, 새로운 기억은 다시 다음 판단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인간의 불규칙성과 불안정성은 단순한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동시에 환류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동력이다.

환류주의의 시간적 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과거의 현실 → 기억 평면의 왜곡 → 본질과 구조의 선택적 파악
↓ 해석 → 미래 표상 → 선택 → 새로운 현실 → 새로운 과거
↓ 새로운 기억 평면 → 재해석

따라서 환류의 근본적인 구동 원리는 단순히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바라보지만, 그 과거조차 기억 속에서 고정된 형태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 이중적 조건이 인간을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불규칙성이 새로운 선택을 만든다.

새로운 선택은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 새로운 현실은 새로운 과거가 된다. 새로운 과거는 다시 기억 속에서 왜곡된다. 그리고 인간은 다시 그 왜곡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론한다.

환류는 계속된다.

따라서 환류주의의 인간론적 시간 명제는 다음과 같이 확장될 수 있다.

인간은 미래를 등지고 과거를 바라보면서 시간에 끌려가는 존재다. 그러나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의 기억 평면 역시 끊임없이 왜곡되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은 기계적으로 경직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보다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볼 수 없기에 과거를 바라보지만, 그 과거조차 왜곡된 기억 평면을 통해 바라보기 때문에 결코 완전히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다. 바로 이 불규칙성이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현실을 만들고 환류를 지속시킨다.

그리고 인간의 시간적 위치를 가장 인간론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미래를 등지고 과거를 바라보면서 시간에 뒷목 잡힌 채 뒤로 질질 끌려간다. 그리고 인간의 앞에 펼쳐진 과거의 풍경조차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확대되고 축소되고 왜곡된다.

시간은 인간을 미래로 끌고 간다.
인간은 과거를 바라본다.
그러나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는 평평하지 않다.
기억은 왜곡된다.
판단은 흔들린다.
선택은 달라진다.
현실은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현실은 다시 과거가 되어 새로운 기억의 왜곡 속으로 들어간다.

인간의 시간-의식의 역방향성과 기억 평면의 왜곡은 인간을 기계적으로 경직된 존재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판단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불규칙성이 환류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다.

인간이 바라보는 과거 자체가 현실의 완전한 복사본이 아니다. 고차원적 현실을 자신의 기억 평면에 투영한 왜곡된 지도다. 절대 다 담을 수 없는 무한한 차원의 현실을, 인간의 한계와 의지로 비틀어 평면에 지도로 그린다. 현실은 지도에 대해 가차 없이 일방적으로 답변을 준다. 우리는 그렇게 현실의 답변에 부딪히고 깨지며 조금씩 더 진실에 가까운 지도로 수정해 나간다.

 

우리는 본질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본질이 존재하는 한 우리도 그만큼 계속 존재해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