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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진짜 문제 - 홍명보 감독이 옳았다

좀좀이 2026. 8. 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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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논란이 매우 시끄러워요. 2026년 월드컵이 끝났지만, 이 논란은 계속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요. 오히려 온갖 과거 사례들까지 다 들춰보며 일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일단 밝혀진 바에 의하면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이견이 없어 보여요. 그러니 절차상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맞을 거에요.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의 전술, 전략은 틀렸는가?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봐야 해요. 선임 절차는 선임 절차이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의 전술, 전략이 틀렸는지는 또 다른 문제에요. 만약 이게 틀리지 않았다면 절차상 다른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지명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결과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니까요. 홍명보 감독이 옳았다면 누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은 비슷한 전술, 전략을 들고 나왔을 거라는 거고, 약간의 차이만 존재했을 거라는 점이에요. 그 약간의 차이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 논란을 야기한 원인은 똑같이 존재했을 거라는 점이에요.

 

공격하고 골 넣는 손흥민이 현재 국대에서 가능한가?

손흥민 중심 전술로 운영되는 팀이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가능한가?

 

바로 이 문제에요. 이것은 분명히 잘 살펴봐야 해요. 만약 이 질문에 YES라면 홍명보 감독 선임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고, NO라면 홍명보 감독 선임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큰 그림은 맞았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큰 그림이 맞았다면 누가 감독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에서 야기하는 축구팬 및 대중들의 불만은 똑같이 야기했을 거구요. 그러면 어쩌면 결과는 좋지만 감독과 축구팬, 대중이 크게 충돌하고 선수들도 상처입는 모두에게 비극적이고 결과만 좋은 결과도 가능하니까요.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진짜 문제는 바로 이 문제에요.

 

손흥민과 이강인이 공존 가능한가?

 

 

1.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성향이 있다.

2. 손흥민은 가운데에 있다.

3. 상대는 가운데만 틀어막으면 된다

4. 손흥민을 왼쪽에 세워도 손흥민은 가운데로 간다.

5. 손흥민이 사이드에서 개인기로 측면을 뚫고 슈팅하는 선수가 아니다.

6. 손흥민이 거친 몸싸움과 등 지고 하는 플레이를 보이는 정통 스트라이커도 아니다

 

-> 상대팀은 가운데만 꽉 틀어막으면 한국팀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있다

 

1차적인 문제가 바로 이 문제에요. 손흥민과 이강인을 공존시켜야 하는데 공존시킬 방법이 안 나와요. 역습 상황이라면 이강인이 뻥 차주고 손흥민이 미친 듯 전력질주하는 방법으로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 수가 있어요. 하지만 지공 상황이라면 (역습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격 상황) 둘이 공존이 아예 안 되요.

 

이는 오직 전술적으로는 해결이 안 나는 문제에요. 왜냐하면 이강인 선수는 왼발잡이이지만 오른쪽에서 출발하는 라이트 윙어일 때 파괴력이 극대화되요. 왼발잡이이다 보니 개인기나 턴을 하면 자연스럽게 위치가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뛰다 보면 어느새 오른쪽에 있어야 할 이강인 선수가 제일 왼쪽 끄트머리까지 가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실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보면 이렇게 이강인 선수가 왼쪽 끝까지 가 버린 장면을 간간이 목격할 수 있었어요. 이런 특징 때문에 이강인 선수는 오른쪽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프리롤처럼 움직였구요.

 

반면 손흥민 선수는 레프트 윙어이지만 현재 중앙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어요.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고 있는 지 꽤 되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손흥민 선수가 등 지고 하는 플레이, 거친 몸싸움 등으로 선수들을 헤집고 골을 넣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레프트 윙어로 봐도 자기가 왼쪽 사이드에서 개인기로 다 뚫고 헤집고 들어와서 슈팅을 날리는 선수가 아니구요. 손흥민 선수를 보면 왼쪽에 세워도 결국 중앙으로 향해요.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해요. 이강인 선수는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손흥민 선수는 왼쪽에서 중앙 또는 처음부터 중앙에 위치해 있어요. 이러면 상대 수비는 가운데만 틀어막고 있으면 이강인, 손흥민 둘 다 널널하게 막을 수 있어요. 밀집 수비라는 것도 허접한 팀이 아닌 이상 오프사이드 트랩 맞춰서 뛰며 골대에서 헤딩 공격 하기 어려운 거리 두고 밀집해서 대열 갖추고 틀어막는 거라 이러면 정말 답이 아예 안 나오게 되요.

 

소위 말하는 "동선이 완전히 겹쳐버리는 문제'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법은 결국 전술적 해결보다는 선수 조합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요. 4-3-3이든 4-4-2든 똑같아요. 어떤 포메이션을 써도 결국 둘이 동선상 겹치고 상대팀은 가운데만 틀어막으면 되기 때문에 동선을 쏠리지 않게 하든가, 가운데를 찢든가 해야 해요.

 

먼저 이런 전술 이야기할 때 토트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한국에는 해리 케인이 없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해요. 꼬우면 직접 해리 케인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데려오든가요. 아, 해리 케인은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 선수라서 전세계 모든 돈을 다 해리 케인한테 바치고 와달라고 해도 절대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로 뛸 수가 없어요.

 

또한 제 아무리 해리 케인을 데려온다 한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그리고 우리가 아시아 예선에서 흔히 보는 밀집수비+역습으로 나와버리면 답 없기는 마찬가지구요. 누가 공을 잡든 말든 우리는 박스 라인 근처에서 밀집수비하며 버티기만 하겠다고 해버리면 이건 해리 케인으로도 답이 안 나와요.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유형의 선수와 어떤 조합이 필요로 하는지 봐야 해요. 먼저 이강인 선수 중심으로 보면, 이강인 선수는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중앙, 심하면 아예 왼쪽 끝으로 가버리는 선수에요.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과 이강인을 역습 상황이 아닌데도 동시에 사용하고 싶다면 이런 왼쪽 본능을 억제시킬 선수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이강인 선수와 패스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왼쪽 사이드 깊숙히 침투해서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도 따라서 내려오게 만들며 왼쪽을 찢어발겨서 안쪽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있어야 해요.

 

이왕이면 가운데에서 몸싸움으로 버텨주고 밀집수비를 찢어버리는 역할을 하는 스트라이커까지 있으면 더욱 좋아요. 그런데 몸싸움과 개인기만으로 중앙 밀집수비를 찢어버리는 건 현대 축구에서는 엄격한 반칙 규정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니, 결국 헤딩을 잘 하는 선수가 들어가 있어야 해요. 이러면 왼쪽 사이드를 깊숙히 침투한 선수가 거기에서 무리해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 들며 그 혼잡한 공간 안에서 패스 주고받고 슈팅하고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냥 일단 닥치고 빠르고 체력 좋고 부지런하면 이강인한테 공 받아서 사이드 깊이 침투해서 거기에서 센터링을 올리든 페널티 에어리어 들어가서 슈팅을 날리든 침투해오는 동료 보고 짧은 패스를 날리면 되요.

 

한국 국가대표팀에 세계적 수준인 이런 선수가 누가 있을까요?

 

없어요.

없으니까 문제인 거에요.

 

그러면 이강인 선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거에요. 그러면 이번에는 손흥민 선수 중심으로 봐야 해요. 손흥민 선수는 의외로 사용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선수에요. 스피드를 앞세워서 공간 침투하는 선수이고 슈팅도 잘 하지만, 중거리 슈팅이 엄청나게 특출난 것도 아니고, 몸싸움 및 등지고 하는 플레이, 개인기가 좋은 것도 아니에요. 볼터치 투박하다는 점은 계속 지적받는 문제이구요. 그러니 손흥민 선수를 쓰려면 밀집수비에서 공간을 만들어 줄 선수가 무조건 있어야 해요. 손흥민 선수가 중거리 슛을 갈기든 안으로 침투하든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줄 선수 - 즉 수비수를 몰고 다니는 선수가 있어야 해요.

 

전술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손흥민 선수의 반대편인 오른쪽에서 이강인 선수와 호흡을 맞추며 마구 헤집고 찢어주는 선수를 떠올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한국에 그런 월드 클래스급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이미 쓴 데다,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어차피 이강인 선수와 손흥민 선수 동선이 꼬이는 건 마찬가지이고, 그 좁은 페널티 에어리어 박스 안에서 다이렉트도 아니고 이강인 선수 거쳐서 손흥민 선수에게 공을 보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게다가 공이 오른쪽에 있다면 아무리 손흥민 선수 쪽으로 공간이 생겨도 손흥민 선수가 공이 없으니 공격을 할 수가 없어요. 이거야 기본 상식이죠. 공이 있어야 일단 뭘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손흥민 선수를 사용하러면 결국 밀집수비 안에서 - 그것도 손흥민 선수 근처에서 수비수 여럿를 달고 움직여주는 선수가 따로 또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 명은 안 되요. 밀집수비라서 한 명만으로는 택도 없어요. 최소 두 명은 쫓아다녀줘야 손흥민 선수가 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요.

 

개쩌는 월클급 개인기 실력? 이런 거 한국에 없어요. 메시 데려오면 가능할 수 있긴 한데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이라 불가능해요.

우격다짐 몸싸움 미친 몸싸움? 이것도 한국 특기가 아니에요. 이런 건 북유럽이나 아프리카 쪽 주특기에요.

말도 안 되는 각도, 말도 안 되는 거리에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마구 떄려박는 선수? 이런 건 월클 수준이 아니라 현실 축구 자체에 없어요. 게임에서도 이런 거 있으면 욕먹어요.

 

하지만 한국이라고 이건 답이 없지는 않아요. 정확히는 옛날에는 답이 있었어요.

 

높이로 끌고 다닌다!

장신 타워를 박는다!

상대 수비수 여러 명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장신 타워!

 

이게 바로 손흥민 선수를 국대에서 사용할 때 정답이었어요. 장신 타워를 손흥민 선수 근처에 박아놓는 거에요. 일단 물리적 신장 자체가 압도적으로 커야 해요. 190대 중반은 되어야 타워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요.

 

전방에 장신 타워를 박아놓고, 역할을 헤딩슛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더라도 수비수들에게 무리한 점프를 강요하고, 또한 수비수 둘 정도 몰고 다니라고 하는 거에요. 그걸 손흥민 선수 근처에서 하구요. 이게 바로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역습이 아닌 일반적인 공격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를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에요.

 

김신욱!

 

이러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있을 거에요. 바로 예전 국대에서 김신욱 선수에요. 옛날에 김신욱 선수가 투입되면 전술 포기하고 우당탕탕 축구 한다고 싫어하는 축구팬들이 꽤 많았어요. 하지만 이때야 말로 국대에서 손흥민 선수가 제대로 날카롭고 위력적으로 잘 뛰었고, 어쨌든 결과는 좋게 잘 가져오곤 했어요. 손흥민 선수가 국대에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를 보면 역습 아니면 김신욱 선수가 우당탕탕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이용해 공격한 것이 대부분이에요.

 

조규성 선수도 헤딩을 잘 하니 타워로 쓸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거에요. 하지만 조규성 선수는 헤딩 잘하는 정통파 스트라이커이지, 타워가 아니에요. 타워로 기용하기에는 키가 너무 작아요. 장신 타워는 190 중반은 되어야 하니까요. 다른 종목이지만, 농구로 비유하자면 장신 타워란 센터에요. 그 중에서도 정통파 센터에요. 일단 키가 되어야 해요. 키가 안 되면 불가능해요. 조규성 선수가 아무리 헤딩을 잘 한다 해도 189cm 신장이라면 상대방 센터백도 그 정도는 해요. 그래서 손흥민 선수 곁에 놔도 수비가 쏠리며 손흥민 선수가 활동할 공간도 잘 발생하지 않고, 헤딩 경합을 통해 공이 우리 쪽으로 떨어질 확률도 낮으며, 아예 불규칙하게 진행되며 혼전 상황이 발생할 확률도 낮아요. 이러면 손흥민 선수를 활용하는 용도로는 소용이 없는 거에요.

 

오히려 조규성 선수는 이강인 선수와 공존이 맞아요. 이강인 선수는 헤딩 잘 하는 선수가 중앙에 있는 게 좋지만, 그게 꼭 장신 타워는 아니어도 상관없거든요. 또한 공을 받자마자 바로 차는 것보다는 한 번 접는 것을 선호하는 이강인 선수 특성상 수비가 보다 나은 자리로 위치를 잡았을 때 헤딩으로 해결이 가능한 중앙 스트라이커가 있는 게 더욱 좋구요. 이강인 선수의 경우, 조규성 선수의 위치가 좋다면 굳이 중앙으로 파고들지 않고 조규성 선수를 노리고 센터링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강인 센터링을 조규성이 헤딩하기vs손흥민이 헤딩하기'로 문제를 바꿔서 봐도 되는 문제라는 거에요.

 

하지만 언젯적 김신욱 선수에요. 김신욱 선수가 있었다면 아무 문제 없이 다 완벽히 잘 돌아갔겠지만, 김신욱 선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옛날 선수에요. 마치 박지성이 있었다면, 홍명보가 있었다면, 이런 급이라는 거에요. 괜히 절묘하게 김신욱 선수가 국대에서 사라진 후부터 국대에서 손흥민 선수 실력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고 커지게 된 게 아니에요. 한국 상황에서는 사용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손흥민 선수를 사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장신 타워로 공간 만들어내고 혼전 상황 만드는 거였는데, 그 방법이 사라지니 국대에서 손흥민 기용에 대한 답이 없어진 거에요.

 

 

실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보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 선수가 없을 때 공격이 훨씬 더 잘 되었어요. 체코전 후반전, 멕시코전 후반전, 심지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남아공전조차 손흥민 선수가 없던 전반전은 그래도 공격이 되었어요. 손흥민 선수가 투입된 후반전에서 공격이고 수비고 동시에 다 무너지며 난리가 났던 거죠.

 

남아공이 우습게 볼 팀이 아니었다? 이건 멍청한 소리구요. 당시 남아공 팀은 주전 2명이 출전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남아공-멕시코전의 그 남아공팀이 아니라 진짜로 한 수 아래의 남아공팀이었어요. 그러니까 한국팀이 그렇게 기괴하게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남아공이 아무리 역습을 해도 1:0 패배로 끝났던 거에요. 남아공도 참 못 했다는 건 그 경기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역습으로 인한 한국의 1실점 상황조차 한국 수비진은 제자리에 다 위치해 있었어요. 경기 내내 아무리 공격과 수비 사이 공간이 태평양 한가운데처럼 휑하니 비어도 그걸 다 충분히 커버하고 있었고, 커버를 못 하더라도 정말 골로 연결할 실력이 남아공에게는 없었어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상식적으로 본다면 정상적인 공격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는 공격으로 기용 안 되는 것이 맞아요. 그리고 홍명보 감독도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에요.

 

경기를 다시 봐봐라

홍명보 감독은 철저히 손흥민을 역습&견제 카드로만 사용했다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도 손흥민 선수의 국대에서의 기용 방법이 결국 역습 뿐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어요. 경기 내용들 보면 숨기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이게 뻔히 드러나요. 한국팀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때는 역습 및 견제 카드로 손흥민을 기용하고, 한국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때는 손흥민을 교체시키구요.

 

역습 및 견제 카드로는 손흥민이 아직도 괜찮은 편이에요. 나이에 비해 스피드가 많이 죽지 않았고, 이름값이 있거든요. 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과 비교해보면 명확히 손흥민 선수의 기용 방법을 알 수 있어요. 당시 전반전에 원래 상대팀인 알제리가 함부로 라인 올리고 무리하게 압박 못 하게 하는 역할을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 선수가 맡았어요. 즉, 날카로운 움직임과 공격으로 상대가 수비도 신경쓰게 만들어야 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박주영 선수가 계속 상대의 압박에 밀려 한없이 내려오며 기껏 공을 빼앗은 한국 선수들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 줄 곳을 못 찾아서 다시 뒤로 돌려대었어요. 이러며 수비가 순차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공이 나아가야 수비도 다시 라인을 정비하는데 공이 자꾸 뒤로 오니까 전방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어요. 이것이 당시 전반전 3:0의 원인이에요. 상대 견제 및 역습 카드의 부재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대응할 방법이 없고 갇혀서 두들겨 맞으며 수비진에 상당한 부담을 주거든요.

 

이는 체코전, 멕시코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어요. 한국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수비 안정에 최우선을 두었고, 상대가 2014년 알제리전처럼 무지막지하게 압박하며 밀고 내려오는 것에 대한 견제 및 역습 카드로 손흥민을 사용했어요.

 

이렇게 보면 남아공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김민재를 교체하고 벤치에 앉아버린 것도 다 이해가 되요. 후반전 시작하고 손흥민과 조규성을 투입한 건 누가 봐도 이제 라인 내리고 수비적으로 경기 운영하며 역습 노리라는 거에요. 애초에 이 경기는 한국이 무리하게 경기를 운영할 이유도 없는 경기였어요. 1무만 해도 32강 진출 확정이기 때문에 급한 건 남아공이지, 한국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손흥민은 애초에 역습에 강한 선수이고, 조규성도 롱볼 축구 목적으로 잘 기용되는 선수이니, 이러면 당연히 수비적 운영이라고 누가 봐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경기 전개는 아시아 예선에서 우리가 항상 보던 그 모습이었어요. 우루루 나가고 뒷공간 무한대의 우주 공간처럼 뻥 뚫리고 상대는 그 공간 이용해서 역습 나오구요.

 

즉,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전조차 의외로 경기를 정상적으로 잘 운영했어요. 남아공전에서 왜 굳이 그 싹싹덥고 습한 기후에서 선제 공격을 택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한국보다 승점, 팀원 구성 모두 훨씬 불리한 남아공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전반전에 할지, 후반전에 할지를 놓고 보면 어차피 전반에 남아공이 득점을 못 한다면 후반전에는 남아공이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와야 하니 후반전에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붙는 것보다는 후반전에 수비적으로 내려앉아서 역습 한 방 노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거에요. 게다가 만약 손흥민이 후반 역습에서 골을 넣는다면 그림도 매우 좋구요. 홍명보 감독이 전국민이 손흥민 팬덤화된 거 모르겠어요. 알아도 훨씬 더 잘 알았겠죠. 아니, 알 수 밖에 없었는데요.

 

모두가 손흥민을 찾고 있었고, 손흥민만 외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에요. 죄다 손흥민 출전시간이 왜 저렇냐, 손흥민을 왜 저렇게 기용하냐 맹비난했어요. 이게 바로 전형적인 스포츠 아이돌 팬덤화에요. 사람들은 한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선발 출전해서 멋지게 골 넣는 손흥민을 보고 싶어했던 거에요.

 

체코전에서 분명히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 기용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음은 명백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 문제는 깊게 보면 더욱 어려워요.

 

1. 한국 축구팬들은 손흥민 팬덤화가 되었다

2. 손흥민은 역습 외에 쓸 방법이 없다

3. 손흥민을 빼면 그 반발이 감당될 수준이 아니다

4. 손흥민과 이강인은 공존이 안 된다

5. 어떻게든 손흥민을 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

 

상대 공격에 두들겨 맞으며 수비만 하는 것은 못 참는다!

무조건 공격을 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한국 축구를 볼 때 무조건 공격을 해야 하고, 수비만 하는 건 절대 못 참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이에요. 당시 한국팀 첫 경기였던 스웨덴전에서 한국팀은 이미 당시 신태용 감독의 핵심 주전 여럿이 부상으로 사전에 낙마해서 팀이 사실상 붕괴된 수준이었어요.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팀 같지도 않은 팀' 상태였어요. 오죽했으면 그 당시 월드컵 마케팅을 한 곳이 아예 없을 지경이었고, 사람들이 월드컵 한국팀 경기 보는 이유가 대체 얼마나 대참패하는지 보고 신태용 감독 욕하기 위해서일 지경이었어요. 과장이 아니라 실제 그 당시에 정말 이랬어요.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의 한국팀은 철저히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용했어요. 수비 조직력이 붕괴된 상태로 맞는 첫 경기였기 때문에 아예 머릿수로 틀어막는 수준으로 경기했어요. 그 결과 필드골 실점 없이 페널티킥 1실점만 해서 1:0 패배로 마무리했어요. 그러나 카잔의 기적 독일전 2:0 승리와 무관하게 이 패배가 결국 신태용 감독을 국대감독에서 해임시키는 이유가 되었어요. 한국인들은 독일전은 선수들이 잘 한 거고 스웨덴전은 감독이 못 한 거라고 신태용 감독을 맹비난했거든요.

 

그러니 문제가 훨씬 더 어려워져요. 만약 전후반 내내 제대로 한국인들이 원하는 축구를 하려면 손흥민을 기용하면 안 되요. 손흥민을 넣고 공격적으로 나서면 공격이 꽉 틀어막히니까요. 그런데 손흥민을 기용하고 수비적으로 내려앉아서 손흥민 역습 한 방만 노리면 국민들이 공격 안 한다고 분노하고, 여기에 더해서 손흥민 선수가 그렇게 옛날 2018년 독일전처럼 90분 내내 전력 질주할 수 있지도 않아요.

 

수많은 - 사실상 모든 한국 축구팬들이 손흥민 팬덤화된 마당에 손흥민을 출전 안 시키면 그 분노 자체가 감당 어려울 뿐더러, 만약 이기지 못 하고 비기기라도 하면 분노가 폭발해버릴 거에요. 이미 봤잖아요. 체코전 잘 하고 이겼는데도 이긴 건 이겨서 좋은 거고, 그와 별개로 따로 손흥민 기용에 대해 비난하고 화내는 거요. 그렇다고 손흥민-이강인 공존은 한국 선수풀에서 그나마 가능한 방법을 찾아봐도 일단 과거 김신욱급 타워형 공격수가 있어야 하고, 사이드를 잘 찢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둘 다 없구요.

 

왜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을 체코전, 멕시코전에서 선발 기용 후 후반에 칼같이 교체했는지 이렇게 보면 다 이해되요. 이게 당시에는 최고의 선택지였으니까요.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이에요.

 

1. 월드컵 레벨에서 90분 내내 한국이 강공을 펼치는 것은 무리

2.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

3. 손흥민-이강인 공존은 역습 상황만 가능. 그 외에는 선수풀이 안 되어서 불가능

4. 한국 축구팬들은 손흥민 팬덤화되었음. 무조건 손흥민이 경기 출전해야 함

-> 손흥민 역습+수비 (아예 내려앉기) / 공격

 

그 상황에서 모든 변수 다 조합해서 보면 결국 이렇게 답이 도출되요. 한국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조차 오버래핑을 잘 나가는 성향을 고려하면 완전히 내려앉아서 공격은 손흥민 역습 하나만 바라보든가, 손흥민 빼고 이강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 하나 믿고 가든가요.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누가 당시 감독을 맡았더라도 결국 비슷한 스타일로 귀결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또한 문제의 남아공전도 이렇게 보면 후반전은 감독은 이제 수비 강화에 역습으로 나서라고 했지만, 남아공이 섣불리 공격으로 전환 안 하자 선수들이 다급해져서 우루루 닥돌하는 전형적인 고질병 답습해서 망한 거구요.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제기하게 되요.

 

손흥민 꼭 기용해야 해?

손흥민 중심으로 팀 전술이 돌아가야 하는 거 맞아?

 

더 나아가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등장해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데?

 

이 문제가 어떻게 보면 당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해야만 한다고 판단한 대한축구협회의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밥그릇 싸움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이유가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거든요.

 

성용이도 없고, 신욱이도 없고,

전국민이 손흥민 아이돌이 되었는데,

세대교체의 중심 이강인은 국민 밉상 등극했고,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

그놈의 탁구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완전히 망해버렸다!

 

이게 핵심 문제에요. 제일 중요한 문제에요. 대한축구협회에서 이임생이 독단으로 홍명보를 국대 감독으로 앉혔다는 말이 많은데, 그 당시 내부에서는 이런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홍명보 뿐이라고 답을 내렸을 거라는 거에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면 어떤 식으로든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를 안길 테니 이런 문제에 제일 잘 어울리는 홍명보로 이 단순히 축구 전술 뿐만 아니라 팀 내부 정치적, 마케팅적 문제까지 싹 다 해결하게 하자구요.

 

 

우리는 단체 스포츠를 왜 볼까요?

 

바로 협동, 단결,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나됨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요. 이것이 부정되는 순간, 단체 스포츠를 봐야 할 근본적 이유가 사라져요.

 

2010년대 한국 축구의 암흑기

단체 스포츠 관람 이유 자체가 무너졌던 시기

 

2010년대, 조광래 감독부터 한국 축구는 내분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순전히 이것 때문에 무너졌어요. 조광래가 취임하자마자 해외파 중심의 선발진과 국내파 중심의 벤치진의 차별을 가하며 선수단 전체에 불화와 내분이 발생하고 극심해졌어요. 여기에 최강희 감독 시절에 이 문제가 폭발해버렸구요. 즉, 국민들이 협동, 단결, 하나됨의 감동을 위해 보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졸지에 불화, 갈등, 분열의 온상이 되어 버렸어요.

 

이 문제를 간신히 1차적으로 틀어막았던 것이 2014년 월드컵 당시 홍명보였어요. 이미 완전히 와해되어버린 팀을 급히 런던올림픽 세대 중심으로 추스리고 내부 불화 문제를 덮었어요. 그러나 런던 세대의 폼이 저하되었고, 결정적으로 당시 박주영 선수 폼이 완전히 무너지며 알제리전 전반전 3:0이라는 대충격을 야기했어요. 그래서 당시 홍명보는 분열로 와해된 팀의 최우선 문제닌 불화 문제는 급히 진화했지만, 대신 자신이 산화해버렸어요.

 

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내부의 불화, 불협화음 문제가 해결된 것은 무려 한참 후인 신태용 감독 때 일이에요. 이때도 본인이 완벽히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히 의도해서 해결했다기 보다는, 불화 문제의 중심이었던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국대 은퇴하게 되면서가 꽤 컸어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내부적으로는 훨씬 이전에 불화 문제에 한해서는 정리가 되었겠지만, 국민들은 항상 불화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즉 팀 내부 불화 문제는 대한축구협회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 관심있는 모두에게 지독하고 극심한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되었어요.

 

이후 어찌저찌 잘 굴러가던 대표팀에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어요. 바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었어요. 전술 헤게모니에 대한 문제 - 즉 세대 교체 문제가 급부상했어요. 그 전까지는 손흥민 선수 중심의 전술 헤게모니로 팀이 운영되고 있었어요. 쉽게 말해서 한국 국가대표팀 전술의 중심은 손흥민 선수였어요.

 

문제는 2022년 월드컵에서 더 이상 손흥민 선수 중심의 팀 전술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어요. 이것은 손흥민 선수의 기량이 쇠퇴했다는 문제가 아니에요. 완전히 다른 문제에요.

 

축구는 한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에요. 11명이 동시에 뛰는 스포츠에요.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 간 조합이 엄청나게 중요해요. 중심이 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와 조합을 이루는 선수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팀이 되고 전술이 되요. 그런데 2022년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 중심의 팀 전술은 손흥민 선수와 좋은 조합을 만들 선수들이 없음이 드러났어요. 날카롭게 패스를 잘 찔러줘서 역습 능력을 살려주는 기성용 선수도 없고,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고 이들에게 무리한 점프를 강요하며 끌고 다니면서 우당탕탕 상황을 만들어 손흥민 선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줄 김신욱 선수도 없었어요. 이들이 없자 한국 선수풀로 짤 수 있는 전술들과 손흥민 선수가 안 맞게 되었어요. 굳이 만들자면 전부 내려앉아서 수비만 하고 손흥민 선수 한 명에게 역습 독박 씌우는 건데, 손흥민 선수에게 90분 내내 전력질주 역습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경기는 국민들이 이기든 지든 일단 분노해요. 주축 선수들 부상으로 수비 조직력 완전히 와해된 신태용 감독이 스웨덴에서 수비 몰빵해서 대참사 날 것을 필드골 없이 페널티킥 1실점으로 1:0으로 마무리지었는데 그 결과가 어땠는데요.

 

손흥민 선수 중심의 팀 전술을 짜는 것은 그 전술에 맞는 선수가 없어서 월드 클래스 무대 월드컵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이게 단순히 그런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더 이상 불가능하고 무조건 팀 전술 헤게모니를 손흥민에서 이강인으로 바꿔야 함이 드러난 사건이 바로 2023년 AFC 아시안컵이었어요. 이때 클린스만 감독은 매니저형 감독이었고, 경기는 이강인 선수의 창의적 플레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며 돌아갔어요. 그리고 손흥민 선수는 이 대회에서 극도로 부진했구요. 실력 문제 이전에 팀과 안 맞는 게 명확히 드러났어요.

 

손흥민 선수의 나이도 있어서 세대 교체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가 슬슬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데다, 손흥민 선수를 받쳐줄 기성용, 김신욱 같은 존재들도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이제 한국 축구 대표팀은 누가 봐도 이강인 선수 중심으로 전술이 돌아가야 했어요. 팀 전술 헤게모니가 손흥민 선수에서 이강인 선수로 옮겨가야만 할 때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손흥민 선수가 전성기처럼 날아다녀도 손흥민 선수와 좋은 조합을 만들고 받쳐줄 선수들이 한국 선수풀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하필 이때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충돌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어요.

그놈의 탁구 때문에요.

진짜 이 탁구가 만악의 근원이에요.

 

손흥민 선수 중심의 팀 전술에서 이강인 선수 중심의 팀 전술로 바뀌면 당연히 팀의 중심도 손흥민 선수에서 이강인 선수로 바뀌어요. 이렇게 변화해야 할 때 하필이면 한국인들이 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하극상' 형태로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가 충돌해버렸어요.

 

그 전부터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던 한국인들이 무지 많았어요. 축구팬이라면 국가대표 경기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열심히 뛰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에 반해서 손흥민 선수를 열심히 응원했어요. 원래 팬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선수였어요. 불화로 무너지고, 불협화음으로 무너지고, 경기 꼬라지가 말이 아니어도 '스포츠에서 보고 싶은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던 선수라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선수였어요. 한국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선수 계보에서 박지성 뒤이어 나온 선수가 손흥민이었어요.

 

문제는 팀 전술 헤게모니의 변화는 단순히 전술만 바꾸는 것이 아니에요. 결국 보는 사람이 없다면 축구란 그들만의 공놀이에 불과해요. 관객들이 있어야 '스포츠'에요. 즉, 팀 전술 헤게모니의 변화, 팀 중심의 변화란 팀에서 선수의 인기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손흥민의 인기가 자연스럽게 이강인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하필 탁구 사건으로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에게 하극상을 벌인 꼴이 되며 한국인들의 역린을 건드려버렸어요. 이 때문에 손흥민의 인기가 자연스럽게 이강인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흥민으로 더욱 결집하며 축구팬의 아이돌 팬덤화 - 한국 국가 대표팀 응원하는 국민들의 손흥민 팬덤화가 되어버렸어요.

 

즉, 손흥민에서 이강인으로 팀 중심, 팀 전술 헤게모니를 이동시키며 국민들의 선수 선호 및 인기도 그렇게 유도해야 하는데 둘이 충돌하며 오히려 손흥민에게 국민들의 선호 및 인기도가 다 쏠려버리고 이강인은 국민 밉상이 되어버렸어요. 단순히 축구 뿐만 아니라 이 관중들의 선호도 문제까지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업그레이드되었어요.

 

과거 기성용 선수를 중심으로 한 해외파의 내분은 최소한 그 선수들이 향후 한국 축구를 한동안 책임질 선수들이라 내분과 선수들간 불화만 어떻게 덮고 해결하면 되는 문제였어요. 국민감정이 어떻든 간에 국민들도 그들이 팀에서 중심이라는 건 동의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가뜩이나 손흥민에서 이강인으로 팀 중심, 팀 전술 헤게모니에 세대교체까지 해야 하는데 둘이 충돌하고 국민들이 죄다 손흥민을 쏠려버리며 문제가 비교할 수 없게 어려워진 거였어요.

 

단순히 성적만 잘 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국민 감정도 다 고려해야 하는 문제였다는 것이에요. 이게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었어요. 엄청 심각한 문제였어요.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찾아가서 사과하고 둘이 화해해서 둘 사이의 관계에서는 싸움이 끝났지만, 국민 감정은 그게 아니라는 거에요. 한국인들이 이런 건 진짜 끈질기게 잘 기억하고, 그 감정을 잊지를 않아요. 거짓말이 아니라 2010년 국대 기성용 선수에 대한 평가들을 보면 이 한국인들의 집념과 옹고집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어요. 기성용 선수 스타일 자체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그 이전에 일단 감정적으로 싫으니까 일단 싫어서 하는 비난도 엄청 많아요. 그게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펄펄 끓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구요.

 

만약 외국인 감독을 데려왔는데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감독으로 앉힌다면, 상당히 위험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당장 클린스만이 매니저 스타일 감독이라고 하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이 인기와 팀 내 영향력은 손흥민에게 있고 경기의 중심은 이강인에게 있다는 부조화, 그리고 손흥민에서 이강인으로 자연스럽게 인기가 이동해야 하는 사실을 하나도 고려 안 하고 놔두다가 결국 탁구 사건이라는 최악의 불화 폭발을 방치해버렸어요. 이게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크게 터질 문제도 아니었어요.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그래도 이강인 선수에게 주장에 선배 말을 안 들으면 되겠냐고 했을 거고, 그걸로 내부에서 정리되고 끝났을 문제였는데, 이걸 외국인 감독이 잘 하는 놈이 최고라는 식으로 놔뒀다가 망해버린 거죠. 한국인이라면 충분히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감독이 한국인이었다면 별 거 아닌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를 외국인 감독이 한국 정서 몰라서 핵폭탄으로 키워서 폭발시켜버렸다구요.

 

한국 선수풀을 보면 손흥민 중심으로는 더 이상 역습 외에 답이 안 나오고 이강인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에요. 그러면 한국 정서 및 이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흐름들을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가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상상도 하기 싫을 거에요.

 

만약 한국 선수풀을 보고 손흥민을 기용하지 않는다?

- 이미 손흥민 개인 팬덤화된 국민들이 대분노

- 게다가 아직 '하극상'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강인이 중심이다? 대폭발

- 설령 좋은 결과가 나더라도 결과는 좋지만 냉정하게 손흥민 내쳐버린 꼴이 되어서 국민들과 싸우고 국민 감정에 큰 상처 남기게 됨

 

만약 이름값 믿고 손흥민 중심으로 짠다?

- 역습 외에 노답

- 90분 내내 내려앉아서 처맞는 국대 꼴을 보라고? 대폭발

 

둘을 억지로 공존시킨다?

- 공존이 안 됨

- 심지어 역습조차 묘하게 안 맞음 (이 또한 둘의 동선 문제로 설명 가능)

- 상대는 가운데만 단단히 틀어막으면 끝

 

향후 한국 축구 미래는?

- 손흥민에서 이강인 중심으로 옮겨야 하는데?

-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야 하는데?

- 손흥민의 자연스러운 퇴장, 이강인으로의 중심 이동 그려줘야 하는데?

 

세대 교체는?

- 아무리 '만약' 붙여서 손흥민이 무한대로 전성기 폼 유지한다 치자

- 손흥민 받쳐주고 좋은 조합 이룰 선수들이 없는데?

- 팀 중심 변화와 더불어 세대 교체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문제를 한 번에 다 풀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하나라도 삐끗하면 또 국민 감정이 심하게 상하며 2010년대의 재림이 될 상황이었어요. 최악은 2차 내분이 폭발하며 또 팀이 와해되어버리는 거였구요.

 

단순히 승리를 위한 감독을 데려올 게 아니라 이런 복잡한 문제 - 심지어 기존과 다르게 국민 감정과 팀의 중심이 완전히 상반된 문제를 팀의 중심으로 해결해야 하는 고난이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일단 이런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축구 내부 및 한국인들 내부 문제까지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였을 거에요. 외국인 감독이야 망쳐도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폭탄을 다 뒤집어쓰는 건 결국 자기들이니 더욱 그랬을 거에요. 슈틸리케, 클린스만 등 폭망한 외국인 감독들 때마다 감독들은 돈 받고 떠나고 끝이었어요. 그러나 그 비난은 영원했고, 그 비난은 대한축구협회로 향했어요.

 

클린스만이 그렇게 문제 터뜨리고 돈만 받고 떠났잖아요. 그거 때문에 맹비난 받으며 감독 다시 뽑는 상황이었는데 멀리서 외국인 감독의 부정적 사례 찾을 거 뭐 있겠어요. 당장 그 문제 때문에 그 난리였던 거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게 있어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은 성적이 매우 안 좋았던 것은 기억하지만, 그 이전에 최강희 감독 뒷담화로 기성용 선수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사실상 국대에서 영원히 쫓아버리자는 분위기였는데 그거 수습한 게 홍명보 감독이라는 것은 잘 기억하지 못 해요. 당시 홍명보 감독이 자기는 신경 안 쓰니 그럴 필요 없다는 최강희 감독의 반응에도 무릅쓰고 기성용을 최강희 감독 앞에 끌고 가서 사과시키며 간신히 국민 감정 진정시켰던 건 거의 다 잊었을 거에요. 성적이 안 좋아서 문제였지, 당시 팀내 불화, 분란,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국민 감정은 어떻게 잘 덮고 해결했던 게 홍명보 감독이었어요. 그러니 이번에도 그런 문제라면 지난 번에 잘 해결했으니 이번에도 이 문제 해결할 적임자는 홍명보 감독이라고 판단했을 거에요. 이기는 것 이전에 심각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국민 감정 문제부터 깔끔하게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홍명보 감독은 이미 비슷한 종류의 폭탄을 한 번 처리해본 사람이었으니까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진짜 문제는 감독 문제가 아니에요.

 

팀 전술 헤게모니는 이강인으로 옮겨야 하는데, 국민 지지 및 팀 내 영향력은 손흥민에게 있어요.

손흥민에게 있는 압도적인 국민 지지 및 팀 내 영향력을 이강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야 해요

세대교체도 해야 하구요

 

한국 대표팀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동시에 겹쳤다는 것이 문제에요.

이걸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게 문제구요.

 

이게 진짜 문제에요. 남아공전에 앞서서 인터뷰 논란 때문에 팀 내에 작은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도 꽤 나왔는데, 이것도 이렇게 보면 이해할 수가 있어요. 현재 대표팀에서는 그런 별 거 아닌 일이 크고 작은 갈등으로 확 발전해버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이라 보면 되요. 이걸 정리해달라고 홍명보를 국대 감독으로 임명했고, 홍명보 감독은 최대한 해결하려 했지만, 마지막 남아공전 후반전에서 한국 축구 고질병 - 상대가 내려앉으면 우루루 돌진하며 수비와 공격 간격이 안드로메다로 벌어지고 역습 처맞아 패배하는 패턴이 터져버리며 안 좋게 끝났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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