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상당히 큰 일이 생겼어요. 바로 2026년 7월 7일에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어요.
우즈베키스탄 관영통신사인 UzA(Oʻzbekiston Milliy axborot agentligi)는 2026년 7월 8일 아침에 전날 우즈베키스탄 하원에서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정안이 통과되었다고 보도했어요. 기사 제목은 'O‘zbek alifbosidagi Gʻ, Oʻ, Sh, Ch harflarining qo‘llanilishiga aniqlik kiritilmoqda'에요.

우즈베키스탄 하원은 우즈베크어의 라틴 문자로의 변환 법률인 Lotin yozuviga asoslangan o‘zbek alifbosini joriy etish to‘g‘risida”gi O‘zbekiston Respublikasi Qonuni 에 대한 개정안을 통과시켜서 상원으로 송부했어요. 'Lotin yozuviga asoslangan o‘zbek alifbosini joriy etish to‘g‘risida”gi O‘zbekiston Respublikasi Qonuni'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라틴 문자에 기초한 우즈베크어 문자를 도입하는 것에 관한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법률'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하원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Lotin yozuviga asoslangan o‘zbek alifbosini joriy etish to‘g‘risida”gi O‘zbekiston Respublikasi Qonuniga o‘zgartirish kiritish haqida”gi qonun - 즉 ''라틴 문자에 기초한 우즈베크어 문자를 도입하는 것에 관한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법률'을 변경시켜 도입하는 것에 관한 법률'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부드럽게 번역한다면 '라틴 알파벳에 기초한 우즈베크어 알파벳 도입에 관한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법률에 대한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26년 7월 24일, 상원 과학, 교육, 보건 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하원에서 상원으로 송부된 문자 개정안 법안이 처음으로 논의되었어요.
이번에는 정말 바뀌는가? 절차상으로 추측해보기
이번에는 드디어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가 개정되는지에 대해서 먼저 절차상으로 추측해볼께요.
당시 통과 과정을 보면 하원에서는 3차례 심의를 걸쳤고, 표결에서는 반대 0표, 기권 2명에 불과했다고 해요.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건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점이고, 이러면 상원에서도 웬만하면 통과될 것이라 전망하는 쪽이 확률적으로 매우 유리해요. 이쯤 가면 '형식적 절차'에 가까운 수준의 압도적 통과니까요. 이건 뭐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뤄진 국가인지 따질 필요도 없어요. 상원과 하원이 정확히 100% 완벽히 서로 정반대의 정당이 장악하고 있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게 아니라면 사실상 내부에서는 다 합의되었고 절차만 밟아가는 중이라 봐도 별 상관없어요.
상원도 독자적인 심의 권한이 있고, 상원 표결은 하원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원에서 부결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된다면 대체로 내부 합의의 문제보다는 외부적으로 이미 내부적으로는 다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밟는 거 아니냐는 비난을 의식한 것이거나, 상원의 자존심 세우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상원과 하원을 완벽히 100% 장악한 정당이 서로 정반대에 대립하는 구도가 아닌데 하원에서 만장일치 나왔다면 상원도 모를 리 없고, 상원에서도 사실상 통과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보는 게 맞니까요.
1993년 라틴 문자 도입 이후 여러 차례 알파벳 개정안이 제안되었어요. 그러나 매번 초안 공개, 공청회, 전문가·국민 의견수렴 단계에서 멈추거나 철회되었어요. 정말로 우즈베키스탄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송부된 사례는 이번(2026년 7월 7일)이 처음이에요.
이러면 지금까지 있었던 개정안들과는 급이 완전히 다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혁안에 대한 초안 공개, 공청회, 의견수렴 등은 계속 있어왔어요. 그렇지만 이게 정식 법안으로 작성되어서 의회 표결로 간 적 자체가 없어요. 매번 여러 의견이 분분했고, 초안 만들다가 끝났어요. 정부가 라틴 문자 표기의 수정 버전을 발표한 적도 있지만, 항상 언제나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법률 개정까지 간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최근에 가장 많이 진전된 것이라면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2021년 3월, 개정 법률안 초안을 작성해서 법률안 공개,의견수렴 포털 사이트인 regulation.gov.uz 에 게시한 일이었어요. 그러나 이 제안된 초안은 정식 개정안이 되지 못하고 초안으로 남아 있었어요. 이후 별 진도가 나가지 않던 상태였어요.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이었어요.
이번에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공청회, 토론회, 의견 수렴 같은 절차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말 그대로 하원에서 통과되었다고 '갑자기' 보도되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아요. 정말 큰 일은 소리 없이 갑자기 확 찾아와요. 공청회니 토론회니 시끄럽고 요란하면 그냥 안 한다고 보면 되요. 어느 날 갑자기 눈 떠보니 뜬금없이 한다고 공식 발표해버리는 일이 꽤 많아요. 먼 옛날 우즈베키스탄에서 5000숨권을 공식 발행하기 시작할 때도 그랬어요. 몇 년 동안 5000숨 발행할 거라고 기사 나오고 사람들이 기대하다가 흐지부지 되어서 아무도 5000숨 발행을 기대 안 하게 되었고, 2013년에는 아예 5천숨권 발행 이야기가 아예 없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5천숨권 발행이 공식 발표되어서 현지인들도 어리둥절해했어요. 우즈베키스탄을 보면 이런 게 종종 있어요. 큰 일은 조용히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보면 아무 말도 행동도 사전 여론 수렴도 없다가 갑자기 하원에서 통과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정말로 바꿀 수 있어요.
만약 상원까지 빠르게 통과된다면 아마 올해 안에 승인된다고 가정했을 때 9월 1일 독립기념일 Mustaqillik Kuni, 아니면 12월 8일 헌법제정일 Konstitutsiya Kuni 일 가능성이 높아요. 정치적,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날에 승인해서 발표하지 않을까 해요. 더 봐야 겠지만,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면, 상원에서도 아마 별 무리 없이 통과될 거에요. 그리고 이것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는 아예 볼 수 없구요. 당장 2021년 개정 초안은 대통령 이름으로 제안되었는데요.
이번 개정안 핵심 내용
이번 개정안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있어요.
1. 문자 개혁
우즈베크어에서 끝없이 문제가 제기되던 4글자 - ch, sh, o', g' 가 각각 단일 문자 ç, ş, ö, ğ 로 바뀌어요.

또한 ng의 단일 문자 지위를 폐지하기로 했어요.
즉, 총 5글자가 바뀌어요.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던 사람들 중 ng가 단일 글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꽤 많을 거에요. 하지만 그동안 ng는 단일 문자 지위가 주어져 있었어요. 이것을 폐지하는 것도 이번 문자 개혁에 포함되요.
2. 향후 전환 관련
이번에도 우즈베키스탄은 문자 개혁에 대해서 급진적인 개혁이 아니라 단계적 도입이라고 전환 과정에 대해 설정했어요. 우즈베키스탄 하원은 '예산 낭비 없는 단계적 도입'을 약속하며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기존 서류 및 시설물을 일괄 교체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전환해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정부 기관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재정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혁 추진하기로 했어요.
하원에서는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식 성명을 발표했어요. 이 공식 성명에 의하면 새로운 문자의 적용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특히, 법 시행 전에 발행된 문서, 화폐 및 증권은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어요. 그리고 국가 기관 및 단체의 상징, 로고 및 기타 속성은 지정된 기간 동안 변경 없이 사용될 거라고 덧붙였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공식 라틴 문자 개정의 필요성
이건 뭐 말할 필요가 없어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공식 문자 중 4글자 - ch, sh, o', g' 는 말 그대로 '악의 축'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문제를 야기한 문자였거든요. 이 네 글자 - ch, sh, o', g' 가 우즈베키스탄의 독립 후 현재까지 우즈베키스탄 공식 우즈베크어 표기에서 모든 문제를 다 일으켰어요.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의 전환과 정착 문제부터 IT 관련 입력 문제까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저 글자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이 때문에 항상 문자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처에서 쏟아져 나왔어요.
각 문자의 문제점
1. ch
이 문자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키릴 문자 ч 가 개정되며 지정된 문자에요. 문제는 키릴 문자로는 단 한 글자인데 라틴 문자로 쓰면 두 글자에요. 당연히 ch는 ч에 비해서 경제성 논리에서 상당히 불리한 글자에요. 한 글자 쓰면 끝나는 것을 두 글자 써야 하니까요.
여기에 더 문제는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체 c가 없는데 ch는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키보드 자판에서 c는 원래 있을 필요가 없는데 오직 ch 입력하기 위해 존재하는 글자에요.
혹자는 ц 를 c에 배정하면 되지 않았냐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우즈베크어에서 ц는 원래 우즈베크어에는 없던 발음이고, 순전히 러시아어 차용어를 러시아어 원어 철자에 맞춰서 표기할 때만 사용되던 글자였어요. 이후 ц는 일괄적으로 s로 통합되었어요.
2. sh
이 문자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키릴 문자 ш 가 개정되며 지정된 문자에요. 문제는 ch와 마찬가지로 키릴 문자로는 단 한 글자인데 라틴 문자로 쓰면 두 글자라는 점이에요.
더 문제는 우즈베크어에서 sh는 무지막지하게 많이 사용하는 글자라는 점이에요. sh들어가는 단어 자체도 많을 뿐더러, sh는 sh가 들어가면서 많이 사용하는 접사들이 있어요. 우즈베크어는 교착어이고, 많이 사용하는 접사에 들어가는 발음들은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요. 그런데 ш - sh 는 우즈베크어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는 접사들의 발음에 들어가 있는 발음이에요. 대표적으로 동명사화 -sh (~하기), 동사 3인칭 복수 표현 -sh- (그들이~하다) 등이 있어요.
튀르키예어, 아제르바이잔어만 공부한 사람들은 3인칭 복수 표현 -sh- (그들이~하다)이 이해가 안 될 거에요. 상호태 접사 아닌가 할 거에요. 하지만 우즈베크어에서는 3인칭 복수 표현을 뒤에 lar를 붙이는 게 아니라 시제 접사 앞에 -sh-를 붙여요. 예를 들어서 '그들은 집에 갑니다'라고 할 때 튀르키예어, 아제르바이잔어처럼 Ular uyiga boradilar 라고 하는 게 아니라 Uyiga borishadi 라고 해요. 그러니 튀르키예어, 아제르바이잔어보다도 sh를 더 많이, 더 자주 써요.
3. g', o'
이 문자들도 문제가 심각해요. ch, sh는 입력은 가능하지만 길고 지저분해보이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러나 g', o' 는 아예 입력 자체가 문제에요. 얼핏 보면 작은 따옴표 1개 같지만, 이게 잘 보면 ( 이런 모양이에요. 왼쪽을 닫는 괄호 모양이에요. 이 점을 '오키나' 라고 해요.
문제는 당연히 웬만한 워드 프로그램에서 저 점 하나만 입력할 방법이 없어요. 정확히 왼쪽을 닫는 작은 따옴표 기호여야 하는데, 이 모양이 정확히 찍히며 쓰게 되어 있는 문서 프로그램이 거의 없거든요. 게다가 텍스트 편집기에서는 아예 제대로 지원 안 되구요. 억지로 유니코드 입력하는 거 아니라면요.
그러니 결국 우즈베크어를 라틴 문자로 사용하려면 저렇게 작은 따옴표를 자꾸 집어넣어야 해요. 이는 온라인에서 우즈베크어 표기를 뒤죽박죽으로 쓰이게 하는 원흉 중 하나가 되었어요. 심지어 이 글자는 우즈베키스탄 정식 국명에도 들어가요. 우즈베키스탄이 우즈베크어로 O'zbekiston 이거든요. 자국 명칭을 입력하는데도 다 규정 무시하고 작은 따옴표로 대충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더 나아가서, 이게 단순히 g', o'에만 국한된 문제라면 상관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우즈베크어에는 또 다른 작은 따옴표 같은 기호가 있어요. 이것은 정확히는 ) 이런 모음이에요. 오른쪽을 닫는 괄호 모양이에요. 한국에서는 이 점을 '역점'이라고 많이 불러요. 이 역점은 자음 뒤에 사용되면 목구멍을 살짝 닫는 소리가 되고, 모음 뒤에 사용되면 모음을 길게 늘리는 소리가 되요. 원래 키릴 문자에서 ъ로 표기하던 것인데, 라틴 문자로 오면서 기호로 바뀌었어요.
그러니 우즈베크어를 전산상 입력하려고 하면 이 점 방향 때문에 난리가 나요. 당연히 웬만한 글자 입력 프로그램에서 따옴표는 자동으로 서로 묶어서 쓰게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g', o'를 방향 맞춰서 쓰려고 해도 다 틀어져요. 심지어 아예 이 방향을 분간 안 되게 ' - 이렇게 점 딱 하나 찍어주는 것들도 많구요. 게다가 자동으로 문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이 점들은 혼란을 야기하기 딱 좋아요.
중앙아시아에서의 우즈베크어의 위상과 정반대인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에요. 우즈베크어를 공부한 사람들도 이 부분은 그렇게까지 잘 알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크어의 위상은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크어 화자가 다른 튀르크 언어 화자들보다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중앙아시아에서 사용되는 각각의 언어들과 화자 수를 1:1로 비교하면 아예 비교할 수준이 아니에요. 일단 그 화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요. 게다가 우즈베크인들이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구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남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쪽으로는 카자흐스탄, 동쪽으로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서쪽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에도 우즈베크인들이 살고 있어요. 일단 인구 자체가 우즈베크인이 다른 중앙아시아 튀르크인 개별 민족 수보다 훨씬 많아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원래부터 중앙아시아의 핵심부이고, 중앙아시아 3대장이었던 코칸드 칸국, 히바 칸국, 부하라 칸국이 합쳐져서 수립된 국가이고, 소련 시절에도 중앙아시아의 중심부였다는 등 역사적으로 들어가고 문화적으로 어느 나라가 더 발전했느니 어쩌니 따질 필요도 없어요. 그냥 사용 인구 수가 압도적이에요. 우즈베크인들이 퍼져 있는 곳도 상당히 넓구요. 언어는 일단 화자수가 깡패에요. 이 논리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크어의 위상에 확실히 적용되요.
또한 우즈베크어는 여러 중앙아시아 튀르크 언어들 사이에서 교통어적 성격도 상당히 강해요.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크인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문화는 크게 코칸드 한국, 히바 한국, 부하라 한국에 따라 세 가지 문화로 구분되요. 세 문화권의 말도 방언 차이가 있구요. 그래서 소련 시절 문법 정형화 과정에서 우즈베크어는 예외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는 쪽으로 진행되었어요. 구어체, 방언을 배제하고 최대한 일관되고 수학처럼 공식에 따라 딱딱 들어맞는 쪽으로 정형화가 이뤄졌어요. 이래서 우즈베크어는 튀르크 언어 중에서도 상당히 쉬운 언어가 되었어요. 반대로 구어체를 상당히 많이 반영한 위구르어는 같은 카를룩 어파이고 우즈베크어와 비슷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언어가 되었구요.
이런 정형화 과정의 특성도 더해져서 우즈베크어는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일종의 교통어 역할도 하고 있어요. 빠르게 배우고 널리 보급하기 위한 목적도 정형화 과정에서 고려된 사항이거든요.
이렇게 우즈베크어의 위상은 중앙아시아에서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의 위상은 정반대에요.
우즈베키스탄이 독립 후 우즈베크어 문자를 라틴 문자로 개혁했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4개 글자에서 큰 문제가 있었어요.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내부에서도 키릴 문자 사용이 계속 선호되었고, 라틴 문자는 제대로 잘 사용되지 않았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던 2012년만 해도 사실상 모든 표기가 다 키릴 문자로 이뤄지고 있었고, 지금은 라틴 문자가 많이 보급되고 잘 사용된다고는 하나 여전히 키릴 문자도 꽤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오죽하면 채팅에서 우즈베크인들이 ch는 ч에서 비롯한 4로, sh는 ш에서 비롯한 w로, o'는 6으로 입력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을 정도에요.
더 충격적인 것은 우즈베키스탄이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문자개혁을 단행한 것이 1993년, 현재 사용되는 라틴 문자가 도입된 것은 1995년 5월 6일이에요. 그러니 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러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즈베키스탄 내부에서의 혼란은 우즈베크어 문자가 아예 통일되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보통 언어의 문자 표기를 보면 이렇게 문화, 세력의 중심이 되는 쪽에서 사용하는 문자로 수렴하기 마련이에요. 일단 사용자 수가 많아야 하고, 문화 및 세력의 중심이 되면 그쪽에서 사용하는 글자로 점진적으로 통일되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을 보면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표기가 30년째 완벽히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 하다 보니 우즈베키스탄 외의 우즈베크인들이 사용하는 우즈베크어 문자는 제각기 달라요. 단순히 문화적으로 다른 글자를 사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식 표기 문자 자체가 달라요.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크어 공식 표기 문자는 여전히 키릴 문자에요. 그래서 교육도 키릴 문자로 이뤄지고 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즈베크어 공식 표기 문자는 여전히 아랍 문자에요. 그래서 교육도 아랍 문자로 이뤄지고 있어요.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우즈베크어 공식 표기 문자는 여전히 자기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혀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식 표기 문자인 라틴 문자로 수렴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니 우즈베크어의 위상과 달리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의 위상은 낮다고 할 수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문자 개정안에 대한 현재 반응
현재 반응은 의견이 분분한 상태에요. 지금까지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인식했지만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의견 통합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었고, 이 의견 통합은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는 편이거든요.
이렇게 모두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의견 통합이 안 되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첫 번째, 문자 개혁에 대한 피로
소련 붕괴 후, 라틴 문자로의 문자 전환을 실시한 국가로는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있어요. 이 중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성공적으로 라틴 문자가 잘 정착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30년째 제대로 정착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이에요.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개혁으로 인한 혼란은 라틴 문자로의 전환을 고려하던 이웃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까지 매우 신중하고 망설이게 만들었어요. 문자개혁 잘못 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즈베키스탄이 역사적으로 몸소 증명해버린 꼴이 되었으니까요.
그나마 문자 개혁한 지 30년이 되니까 라틴 문자 보급이 어느 정도 되기는 했어요. 그런데 또 글자를 바꾼다고 하니 사람들 반응이 좋을 수가 없어요. 30년 동안 문자 혼란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번에 또 바꾸면 또 그만큼 대혼란을 겪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하거든요.
두 번째, 개혁안 자체에 대한 이견들
개혁안 자체에 대한 이견들도 있어요. 먼저 우즈베크어에서 x와 h는 이론적으로는 발음이 구분되지만,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발음이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었어요. 한국어의 '에'와 '애'처럼 글을 쓸 때는 확실히 구분해야 하지만, 말할 때는 완벽히 통합되어서 전혀 구분이 안 되고 있는 발음이에요. 그래서 x와 h를 통합하자는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두 번째는 소련 시절 우즈베크어 정형화 과정에서 일종의 교통어 역할도 고려하다 보니 애매한 부분들은 제외하는 쪽으로 진행되었고, 이 때문에 모음 조화도 완전히 무시되는 것으로 진행되었어요. 문제는 우즈베크어에 모음조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우즈베크어를 공부할 때 i 모음과 o' 모음은 발음이 여러 개에요. 이 이유가 바로 구어체에 남아 있는 미묘한 모음조화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모음 조화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어요.
만약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고 승인되었을 때의 전망과 영향
이번 개정안을 보면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4글자 - ch, sh, o', g' 만 각각 ç, ş, ö, ğ 로 바꾸기로 했어요. 그러니 우즈베크인들의 우려와 달리 그렇게 큰 혼란은 아마 없을 거라 보고 있어요.
이유는 라틴 문자에서 4글자를 바꾸는 것이고, 이 문자들이 더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일단 두 글자로 입력해야 하던 것을 한 문자로 사용할 수 있어요. 또한 ç, ş, ö, ğ 는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문자이며, IT쪽에서 문자 입력하기 매우 편해요. 글자를 바꾸자마자 특별한 어플이나 프로그램 설치 없이 바로 입력할 수 있는 문자들이에요.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인들이 문화적 자존심을 위해 굳이 자기들만의 키보드 자판을 만들고 싶다면, 저렇게 딱 4글자만 바꾸었을 때 놀고 있는 w에 역점을 배정하는 식으로 할 수도 있어요. 이러면 정말로 깔끔하게 우즈베크어를 예쁘게 입력할 수 있게 되요. 사실 따지고 보면 역점도 문제이거든요. 일단 o', g'를 없애면 역점은 `로 쓰면 되기는 하는데, 타이핑 칠 때는 귀찮아서 작은 따옴표로 대체해서 사용하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도 일단 오키나만 없애면 기본적으로 우즈베크어를 매우 예쁘고 깔끔하게 입력할 수 있게 되요.
라틴 문자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습득도 매우 빠르구요. 처음에는 조금 헷갈릴 수 있겠지만, 라틴 문자를 이미 알고 있다면 익히고 적응하는 데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와 더불어서 여전히 키릴 문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디어 키릴 문자와 완벽히 1:1 대응이 되는 라틴 문자가 보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라틴 문자를 수용하기 더욱 좋아지구요. 최소한 라틴 문자를 쓰는데 키릴 문자를 써야 할 경제적 이유는 확실히 해소되요.
그래서 하원에서는 이미 통과되었고, 상원에서 심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상원도 통과되고 대통령 승인까지 난다면 아마 기존의 라틴 문자보다 보다 쉽고 빠르게 잘 정착하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을 보면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의 1:1 대응이 되기 때문에 라틴 문자가 잘 정착되었으니까요. 더욱이 우즈베키스탄이 자국의 우즈베크어 문자를 처음 라틴 문자로 전환했던 1995년에 비해 영어와 라틴 문자의 위상과 보급, 친숙함의 정도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구요.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이 만약 이 문자 개정안이 통과되고 드디어 30년간 우즈베키스탄의 난제였던 라틴 문자 보급과 전환이 확실히 성공한다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도 라틴 문자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할 거에요. 특히 카자흐스탄은 계속 라틴 문자로의 추진을 실시하려 했지만 계속 머뭇거려왔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장밋빛 전망과 영향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속도의 차이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도 있다
1995년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개혁이 우즈베키스탄에 현재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유는 4글자 - ch, sh, o', g' 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라틴 문자 보급에 정부의 열의가 너무 미지근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어요.
문맹률이 낮은 사회에서 문자란 강력한 습관이자 생활 그 자체의 일부에요. 글자가 오직 책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니까요. 광고에서도 사용되고, 디자인에서도 사용되고, 별별 곳에 다 사용되요. 문자 개정, 문자 개혁이란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사용되는 문자를 다 뒤엎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즉, 문자 개혁, 문자 개정의 성공을 위한 변수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열의도 상당히 중요해요. 게다가 강제성도 상당히 중요하구요.
한국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습니다'와 '짜장면'이 있어요. 먼저 '습니다'는 문교부가 1988년 1월 9일, 새로운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을 기습 고시했고, 실제 학교와 사회 전반에 전면 시행된 날은 1989년 3월 1일이에요. 이때는 상당히 강제적으로 진행되었어요. 그래서 빠르게 정착했어요. 그러나 아직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매우 드물지만 '읍니다'를 써놓은 종이가 보여요. 온라인에서 노인들이 쓴 것처럼 쓰려고 일부러 '읍니다'를 쓴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여전히 '읍니다'를 쓰는 사람들이 극소수이나 있다는 거에요.
한편 짜장면은 1986년 정부가 새로운 외래어 표기법을 고시하면서 외래어 표기법에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 때문에 자장면이 맞는 표기이고 짜장면은 틀린 표기라고 규정되었어요. 그러나 이것은 특별히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전국민이 맹렬히 비난했고,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끝까지 짜장면으로 쓰고 자장면을 거부했어요. 이 때문에 결국 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31일 복수 표준어 제도를 통해 '짜장면'도 '자장면'과 함께 공식 표준어로 인정했어요. 이 과정에서 방송 등을 동원해서 억지로 자장면을 사용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전부 다 실패했어요. 그 결과, 국립국어원의 위상은 엄청나게 실추되었어요. '자장면' 하나 때문에 전국민이 싫어하고 '억지로 트집 잡고 아무도 안 쓰는 쓰레기 같은 말이나 만드는' 국립 국어원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에요. 이게 과장이 아니라 진짜에요.
이렇게 강제성의 유무, 급진성의 유무는 결과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 우즈베키스탄의 라틴 문자 수정안을 보면 역시 또 점진적, 단계적 적용 내용이 들어가 있어요. 이 부분이 우려스러운 부분이에요. 만약 상원에서 통과되고 대통령도 승인한다면 어떻게든 빠르게 적용시킬 방법을 찾아야 해요. 입력 방법이야 문제될 부분이 없으니, 언론매체, 공식 표지판 등은 최대한 빠르게 갈아치워서 새로운 문자에 강제로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안 그러면 또 혼란이 일어날 수 있어요. 물론 이번 개정안이 기존 라틴 문자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라틴 문자 자체에 대한 거부감 및 이질감이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기는 하지만, 최소한 기존 라틴 문자로 된 것의 증식 속도는 따라잡아야 단계적 도입이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정안이 통과될지의 여부와 더불어서 만약 최종 승인된다면 동시에 얼마나 강력하고 빠르게, 그리고 어떻게 문자를 보급할 지도 관심거리에요. 일단 현재 라틴 문자에 비해 확실히 더 좋아진 것은 맞지만, 단순히 과거의 것보다 나으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선택할 거라는 안일한 판단은 위험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 개정안이 최종 승인되고 잘 보급되어서 우즈베크어 문자 혼란에 종지부가 찍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