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아랍어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6학년) 아랍어 교과서

좀좀이 2026. 3. 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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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외국의 아랍어 교과서는 방글라데시 중학교 아랍어 과목 1학년 교과서에요. 방글라데시는 한국과 학제가 달라요. 방글라데시는 초등학교가 5학년까지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은 방글라데시에서 중학교 1학년이에요. 이 교과서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이지만, 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 속하는 교과서에요.

 

"방글라데시도 아랍어 교과서 있겠지?"

 

인터넷을 하다가 동남아시아 이슬람 국가인 말레시이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아랍어 교과서를 찾았어요. 그러자 동남아시아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메카에 가까운 남아시아 국가들에 아랍어 교과서가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방글라데시 아랍어 교과서는 고사하고 말레시이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아랍어 교과서도 일부러 찾아서 구해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쩌다 보니 하나가 구해지자 줄줄이 구해지기 시작했고, 그러면 남아시아 쪽도 있는지 한 번 보기로 했어요.

 

방글라데시 아랍어 교과서를 찾아봤어요. 매우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 그렇지. 없을 리가 없잖아."

 

생각해보면 방글라데시 아랍어 교과서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어요. 인도에서 방글라데시가 분리된 이유 자체가 이슬람 때문인데요. 그러니 이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랍어를 학교에서 안 가르칠 거라 생각하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생각의 전개였어요.

 

방글라데시 아랍어 교과서는 6학년부터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방글라데시 아랍어 교육이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초등학교가 6학년까지 있어요. 방글라데시는 초등학교가 5학년까지 있어요. 이후 6학년부터는 중학교 과정이에요. 그래서 6학년 교과서이지만 동시에 중학교 1학년 교과서가 된 거였어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표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하늘색 표지였어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제목은 (সচিত্র আরবি পাঠ 이에요. '그림 아랍어 독본'이라는 말이에요.

 

그 아래에는 ষষ্ঠ শ্রেণি 라고 적혀 있어요. 이것은 6학년이라는 말이에요.

 

그 아래에는 ২০২৬ শিক্ষাবর্ষের জন্য পরিমার্জিত 라고 적혀 있어요. 이것은 '2026학년도를 위해 개정됨'이라는 말이에요.

 

 

그 다음에 이렇게 본문이 시작되요.

 

방글라데시는 벵골어를 사용해요. 아랍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글자부터 배우도록 되어 있어요. 글자와 더불어서 '이것은 ~입니다' 표현도 같이 배워요.

 

 

그 후에 이렇게 '~에 있습니다', '~를 합니다' 같은 간단한 표현을 배워요. 동사 변화를 전부 통째로 외우게 되어 있지는 않아요. 진도를 나가면서 동사 변화를 하나 둘 익혀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뒤쪽으로 가면 간단한 회화가 나와요. 인사하기, 흥정해서 운송수단 탑승하기 같은 대화가 나와요.

 

이렇게 기본 구성만 보면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그렇게 큰 특징은 없어 보여요. 글자 배우고, 간단한 표현 배우는 정도에요. 동사 변화도 집중적으로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표현'으로써 익히도록 되어 있어요. 이렇게 보면 아주 초급 레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에는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정확한 문어체 문법이 아랍인의 언어 사용 문화보다 훨씬 강조된다

아랍인의 언어 사용 문화가 문어체 아랍어 문법 학습을 위해 희생된다

 

이 점이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에서 상당히 독특한 점이에요. 보통 외국어 교재는 문법도 중요하지만, 실제 언어 사용 문화도 문법 못지 않게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요. 어학 수업에서는 회화에서 문법적으로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둘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괜히 회화 수업과 문법 수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회화를 다 문어체 문법에 끼워맞추고 문어체 문법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난해해지는 것들이 꽤 있고, 더 나아가 아예 설명이 불가능해서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있거든요.

 

또한 회화에서는 문화적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해요. 문법적으로는 분명히 맞지만,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멀쩡한 문제이지만 회화 측면에서 보면 매우 어색한 문장들이 꽤 있거든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에서 아래 지문이 이런 사례에서 대표적인 사례였어요.

 

이 지문은 가게 주인과 학생간의 대화에요. 벵골어로도 'দোকানদার ও একজন ছাত্রের মধ্যকার কথোপকথন'라고 적혀 있어요. 벵골어를 해석해 보면 '가게 주인과 학생 사이의 대화'에요.

 

الطالب : هل عندك قلم؟

학생 : 당신은 펜 갖고 있나요?

التاجر : نعم، أيّ قلم تريد؟

상인 : 응, 어떤 펜을 원해?

الطالب : قلم الرصاص.

학생 : 연필이요.

التاجر : كم قلما تريد؟

상인 : 연필 몇 개를 원해?

الطالب : كم قيمة قلم واحد؟

학생 : 연필 한 자루 가격은 얼마에요?

التاجر : ثلاث تاكا.

상인 : 3타카.

الطالب : هات أربعة أقلام.

학생 : 연필 4자루를 주세요.

التاجر : خذها.

상인 : 받아.

الطالب : شكرا، خذ قيمتها.

학생 : 감사합니다, 그것의 값 받으세요.

 

가장 먼저 어색한 점은 가게 주인을 تاجر (ta:jir) 라고 표현했어요. 아랍어 ta:jir 는 '상인'이라는 말이에요. 가게 주인도 상인이기는 해요. 하지만 아랍 세계의 아랍어 사용 문화에서 가게 주인한테 taji:r라고는 거의 안 해요. ta:jir는 '상인'이기는 하지만 무역 등 규모가 큰 거래를 하는 상인 뉘앙스가 매우 강해요. 대상, 거상 등을 주로 ta:jir라고 해요. 오늘날로 치면 무역회사 직원들 쯤은 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어요. 아랍 세계의 아랍어 사용 문화에서는 이런 지문에서는 ta:jir 가 아니라 بائع - '판매자'라는 표현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해요.

 

게다가 아래를 보면 학생이 가격을 물어보는데 كم قيمة قلم واحد؟ 라고 해요. 여기에서 이상한 부분은 qi:ma 에요. qi:ma 는 '가치'라는 뜻이에요. 문법적으로 이상할 것 없고, 의미도 통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어색한 표현이에요. 연필 한 자루 가격을 물어본다면 보통 بكم 을 써서 بكم القلم؟ 라고 물어보거나, 가격을 의미하는 단어인 سعر 를 사용해서 كم سعر القلم؟ 라고 물어봐요. 만약 단가를 물어보고 싶어서 정말 꼭 1개를 강조해야 한다면 بكم القلم الواحد؟ 이나 كم سعر القلم الواحد؟ 처럼 뒤에 '하나'를 표현하는 말인 واحد를 추가할 수 있어요. qi:ma는 '가치'라는 의미이고, '가격'으로 쓸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가격'의 의미로는 정말 잘 안 써요. qi:ma를 써버리면 전당포, 골동품 같은 데에서 감정받는 느낌처럼 되요. qi:ma 를 '가격'으로 사용하면 '이건 얼마나 가치가 있냐?'고 물어보고 '이건 몇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뉘앙스가 되요. 이것도 가격을 말하는 거니 가치나 가격이나 그게 그거인 상황이긴 하나, 분명히 뉘앙스가 달라요.

 

이와 더불어서 '주세요'를 هات 를 썼어요. 이건 한국어로 번역하면 '내놔!', '가져와!' 이런 뉘앙스에요.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안 어울리는 표현이에요. 의미는 통해요. 문법적으로도 맞아요. 그러나 심히 무례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보통 이럴 때는 أعطني (저에게 주세요) 라는 표현을 써요. 제 추측으로는 أعطني 는 문법적으로 더 설명해야 하는 게 꽤 있어서 편하게 هات를 쓴 거 아닐까 싶어요. أعطني 는 أعطى 동사 자체가 3근 약동사라서 마지막 자음이 어떻게 생략되는지 설명해야 하고, 1인칭 대격 접미사 ني 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거든요.

 

이후에는 상인이 خذها 라고 말해요. 이것도 문법적으로는 맞아요. 내용으로도 맞긴 해요. 하지만 상당히 어색한 표현이에요. 이때 보통 تفضّل 을 사용하거든요.

 

제일 마지막 학생의 말도 문법적으로 맞고 내용도 맞기는 하지만, 실제로 저렇게 말하지 않아요. 보통은 돈을 지불하며 건넬 때 شكرا، خذ قيمتها. 라고 하지 않고, 간단히 شكرا، تفضل 라고 해요. 또는 هذا ثمنها (이게 그것의 값이에요)라고 해요.

 

또는 실제 아랍어 회화 상황에서는 هذا لك (이게 당신의 것이에요)라고 해요. 단, هذا لك 는 상인에게 직접 돈을 낼 때만 사용해야 해요. 종업원한테 هذا لك 이라고 말하고 돈 주면 종업원이 자기 팁인 줄 알고 꿀꺽 삼킬 수 있거든요.

 

매우 정중하게 말하기 위해서 상인이 물건을 건네고 학생이 돈을 건넬 때 أخذ 동사의 명령형을 썼다고 본다면 학생이 위에서 '주세요'를 هات 라고 말한 게 설명이 안 되고, هات 를 학습 문법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본다면 이번에는 상인이 물건을 건네고 학생이 돈을 건넬 때 أخذ 동사의 명령형을 쓴 것이 설명 안 되요. خذ도 1근 함자가 탈락한 형태로, 명령형에서 예외적인 형태거든요.

 

위 지문은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특징이 매우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난 지문이에요. 바로 위에서 제가 지적한 부분들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 회화가 아니라 오직 문법에만 맞춘 지문이에요. 첫 문장 هل عندك قلم؟ 는 상황에 따라 쓸 수도 있어요. 가게 주인에게 판매하는 연필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물어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다음부터 문법적으로 맞고 말도 되기 때문에 어떻게 지적은 못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 안 쓴다는 말로만 지적하는 대화문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건 전형적으로 오직 문어체 규범 문법에만 중점을 두고 모든 것을 거기에 끼워맞추려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또는 현지 문화를 필터링 없이 그대로 다 옮기는 바람에 어긋나버리거나요. 굳이 지문을 다 안 읽더라도 가게 주인을 ta:jir에서 표현한 거에서 이런 현지 언어 문화를 아무 필터링이나 교정 없이 아랍어로 옮겼음을 볼 수 있어요. 여기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보면 선생님을 ممدّس (선생님)이 아니라 أستاذ (교수, 전문가)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이런 것도 현지 언어 문화를 아무 필터링이나 교정 없이 그대로 아랍어로 옮긴 사례 중 하나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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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그나룬,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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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지문은 위의 참그나룬 블로그스팟 블로그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어요.

 

방글라데시 중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문법과 구성을 보면 매우 초보를 위한 교과서였어요. 그러나 실제 아랍인들의 아랍어 언어 사용 문화보다 문법에 극도로 중점을 두고 있고, 방글라데시 현지 문화가 여과 없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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