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환율, 안정세로 가는가?

좀좀이 2012. 11.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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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환율 변화가 꽤 심했어요. 제가 2월에 왔을 때 1달러에 2800, 그리고 쭈욱 떨어져서 2700 근처까지 갔다가 여름이 되며 2850까지 치솟았어요.



Uzbekistan money누구든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오면 이 돈뭉치에 적응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아마 숫자로만 이야기하면 감이 잘 안 오실테니 약간의 이야기를 해 드리자면...


100달러를 바꾸었을 때 2700숨과 2850숨의 차이는 15000숨 차이가 나요. 일만 오천 숨 차이죠. 이 일만 오천 숨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대체로 일정한 공산품 및 식당 밥값으로 비교하는 법도 있어요. 이 경우 15000숨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에요. 시장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면 3~5끼 정도 나오죠. 시장에서 밥은 3000~5000숨 이거든요. 무엇을 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대체로 15000숨이면 3끼 나와요. 3000~3500숨 하는 밥에 차 한 주전자 시키면 대충 한 사람 먹을 정도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비교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나라는 저장시설이 안 좋은 나라. 농산물의 가격 변동이 무지 심해요. 장담컨데 향후 5년 내에 이 나라에서 각종 저장 시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겁니다. 저장 시설이 하도 안 좋아서 물가가 미친 듯 왔다 갔다 하거든요. 제 아무리 가스가 풍부하다 해도 가스 먹고 못 살아요. 밥 먹고 살아야지...


여름에는 감자 1kg 이 1000숨 해요. 그 아래로 살 수도 있구요. 즉 15000숨이면 한 여름 감자 가격으로 15kg 이라는 것이죠. 여름에는 아무리 비싼 농산물도 시장 가면 얼마 안 해요. 반면 겨울에는 2천숨은 넘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즉 이 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농산물 중 하나인 감자 가격을 놓고 보았을 때, 시기와 환율 변동을 대입해 보면 무려 감자 30kg 이상 차이가 났다는 거에요.


이렇게 고공행진하던 환율이 대기권 돌파하고 3000숨까지 올라갈 듯 했던 순간...8월 들어 갑자기 2650숨까지 폭락했어요. 이유는 몰라요. 온갖 소문만 무성할 뿐. 그중 가장 유력한 소문은 새로 자동차가 나와서 시중에 우즈베키스탄 숨의 수요가 폭증해 달러 가치가 폭락했다는 것이었어요. 여기 현지인들끼리는 달러로 거래 못해요. 걸리면 일 나요. 몰래 하기는 하지만, 몰래 한다고 해서 이것을 많이 대중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에요. 관광객이야 그러려니 하고 달러로 거래하기도 하나, 현지인들 간에서는 웬만해서는 숨으로 거래해요. 이유는 이걸 비밀경찰 풀어서 단속하거든요. 걸리면 뒤집어집니다.


이후 환율이 2650에서 2750 사이에서 미친 듯이 왔다갔다 했어요. 어느 정도였냐 하면 아무도 환율을 제대로 모르고, 환율 얼마라고 알려주기가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하면 될 거에요. 거의 매일 시장에서 환율이 바뀌었어요. 격동의 시기였음. 잠깐 왔다 가는 관광객에게 100숨 차이로 인해 100달러를 환전했을 때 발생하는 1만숨 차이야 한국돈 4천원 정도 차이이니 웃어넘겨도 될 일이겠지만 여기 사는 사람 입장에서 1만숨이면 크거든요. 1만숨이면 감자가 10kg 인데요.


우리나라 상황에 그대로 비교해서 설명하기도 어려운 것이, 여기는 농산물과 공산품의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커요. 우리나라처럼 돈 없어서 라면 먹는다 그런 나라가 아니에요. 감자 1kg이 1000숨인데 프링글스 한 통이 1만숨을 넘기는 그런 나라에요. 한국에서 감자 1kg과 프링글스 한 통을 비교해보면 아마 어느 정도로 가격이 많이 차이나는지 대충 감이 올 거에요. 그런데 관광객은 농산물을 살 일이 없으니, 또는 공산품을 살 일이 없으니 1만숨의 현지에서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죠. 솔직히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우즈베키스탄 숨뭉치 만지는 거 적응도 못하고 떠나갈 겁니다...여기에서 1만숨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말 푼돈이 되어버어 녹아버릴 수도 있고, 엄청난 거금이 되어 버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11월 들어서 시장에서 1달러가 꾸준히 2700숨으로 가고 있어요. 드디어 현기증 날 것 같던 환율 급변의 시기가 끝나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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