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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

좀좀이 2019. 1. 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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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에요.


"이천 햅쌀 라떼는 뭐야?"


스타벅스에서 신메뉴 음료가 나왔어요. '이천 햅쌀 라떼'였어요. 보자마자 이것은 대체 무엇인지 엄청 궁금해졌어요.


2018년, 우리나라 물가가 많이 올라갔어요.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야 매해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상당히 많이 뛰기는 했지만 물가 뛰는 게 어디 한두 해 이벤트성으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니까 이번에는 조금 심하게 올랐다고 여기는 것도 가능해요. 물론 그렇게 여기기에는 확실히 폭등했지만요. 그런데 전국민에게 '물가 폭등'을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바로 쌀값 폭등이었어요. 모든 국민들이 물가 상승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고 있던 쌀값마저 폭등해버리니 사람들 기분이 절대 유쾌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이제 집에서 밥 지어 먹는 일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더 나아가 쌀 소비 자체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해도요. 쌀값이 오른다면 쌀로 만든 모든 것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니 당연히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대체 이천 쌀 뭐 있나?


이천이 쌀로 유명한 곳이기는 해요. 임금님께도 진상했던 햅쌀이라고 광고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천'이라 하면 쌀이 떠올라요.


지금까지 태어나서 경기도 이천은 딱 한 번 가봤어요. 2017년 24시간 카페를 찾아 돌아다닐 때, 경기도 이천에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어서 거기를 찾아가본 것이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딱 한 번 있는 경기도 이천을 가본 경험이에요. 경강선 이천역에서 이천 시내까지 걸어가는 길에 논이 보였어요. 그런데 그것을 보며 감탄까지 하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 시골 가면 논 보는 것 어렵지 않으니까요. 저는 제주도 출신이라 막 대학 진학 때문에 육지 올라왔을 때 논 보고 매우 신기해했지만, 그건 엄청 오래 전 이야기에요. 육지에서 산 지 이제 엄청 오래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을 보고 신기해하지 않아요.


GS25 편의점에는 '이천 쌀밥 정식 도시락'이라는 편의점 도시락이 있어요. 이 도시락을 처음 보았을 때 '경기도 이천'이 반가워서 먹어보았어요. 그 쌀쌀하던 날 경기도 이천까지 가서 24시간 카페를 가봤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도시락 중에 '이천 쌀'을 내세우는 도시락이 있는 것은 이해해요. 애초에 쌀은 쌀밥 만들어먹는 용도니까요. 뻥튀기도 만들 수 있고, 떡도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쌀을 가장 많이, 그리고 흔히 소비하는 방법은 밥 지어 먹는 거에요. 그러니 이건 놀라울 것이 없었어요. 나중에는 철원쌀 도시락이 나올 수도 있겠죠. 쌀도 나름대로 지역마다 브랜드를 만들어 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이천 햅쌀 라떼'라는 것을 내놓자 신기했어요. 이천 햅쌀이 뭐 있나 싶었어요.


이천 햅쌀 라떼는 대체 무슨 맛일까?


이때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바로 엔제리너스 커피의 오트밀 라떼였어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셨다가 마지막에 컵 아래 수북히 쌓여 있는 오트말 떠먹으며 충격 받았던 그 음료요. 스타벅스가 이런 괴작 만들어 내놓는 것에 동참한 걸까?


아니면 아침햇살 끓인 맛? 우리나라에서 쌀음료 중 가장 유명한 음료는 아침햇살이에요. 아침햇살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쌀로 만든 음료로 유명했어요. 평도 괜찮았구요. 지금도 계속 팔리고 있죠. 아침햇살은 이름답게 아침에 마시기 좋은 음료에요. 배고프고 목마를 때 마시면 참 좋은 음료에요.


아침햇살이냐 오트밀 라떼냐, 아니면 제3의 길이냐.


스타벅스로 갔어요. 투명한 컵으로 받고 싶었어요. 광고 속 사진을 보니 투명한 컵에 담겨 있었어요. 하지만 알고 있어요. 대부분 매장에서 뜨거운 걸로 달라고 하면 속이 아예안 보이는 머그컵에 담아줘요. 투명한 컵으로 음료를 받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아이스로 주문해야 해요.


"이천 햅쌀 라떼 아이스 되나요?"

"그건 뜨거운 것만 있어요."

"뜨거운 건 투명한 컵으로 못 받나요?"

"예. 매장에서 드실 경우 뜨거운 것은 머그잔으로만 드려요."


지금 사람 놀리나.


직원에게 화난 것은 아니에요. 광고 사진은 투명한 컵으로 찍어놓고 정작 음료 주문하면 속이 아예 보이지 않는 컵으로 주는 이 현실이 짜증나는 거에요. 직원이 제게 투명한 컵 안 주려고 해서 안 주는 것도 아니고 매장에 뜨거운 음료 담을 수 있는 투명한 컵이 없는 것이니 직원에게 화낼 일은 절대 아니죠.


이천 햅쌀 라떼를 속이 하나도 안 보이는 하얀 머그잔에 받았어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는 이렇게 생겼어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


하얀색 거품 위에 하얀 쌀알 조각 같은 것이 조금 올라가 있어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이천 햅쌀 라떼에 대해 '우리 쌀로 만든 Non-Coffee 음료로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구수한 햅쌀 음료! 식사대용 햅쌀 라떼로 든든하게 즐길 수 있고 우리 햅쌀로 만들어 더욱 구수함이 느껴지는 라떼'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 가격은 Tall 사이즈가 6100원이에요. 열량은 Tall 사이즈 기준으로 250 kcal 이에요.


이천 햅쌀 라떼


뜨뜻한 쌀 미숫가루.


엔제리너스 커피의 오트밀 라떼처럼 해괴한 조합도, 아침햇살 데운 맛 버전도 아니었어요. 아침햇살을 뜨뜻하게 데워먹는 것과 비슷할 것 같기는 하나 아침햇살 맛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어요. 이건 오히려 쌀 미숫가루에 아주 가까운 맛이었어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쌀 미숫가루!'라는 생각이 팍 들었어요. 그것을 벗어난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냥 쌀 미숫가루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맛이었어요. '느낌'도 아니고 '맛'이요.


아직도 카페 음료에 적응이 안 덜 되었는지 '라떼'가 붙으면 왠지 커피가 1나노미터라도 들어가 있을 거 같아요. 사실 '라떼'라 하면 우유가 들어갔다는 의미인데, 제게 카페란 아직도 '커피 파는 곳'이기 때문에 '라떼'만 붙으면 커피가 들어갔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것도 커피가 조금 섞이지 않았을까 했어요. 아니었어요. 커피 맛은 미세먼지 한 알 만큼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음료 설명에도 커피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어요. 스타벅스 음료 구분에서도 이천 햅쌀 라떼는 '기타 제조 음료'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위에 올라가 있는 쌀 알갱이 같은 것은 쌀과자 같았어요. 이건 물기를 먹으면 찐득찐득하게 변했어요.


천천히 다 마시고 보니 바닥에 쌀가루가 수북히 깔려 있었어요. 이 곤죽이 된 쌀가루는 푹 불어서 흐물흐물해져버린 떡과 조금 비슷한 식감이었어요. 이 아래에 가라앉은 가루맛은 미숫가루보다 쌀가루 맛에 훨씬 더 가까웠어요.


바쁜 일상 식사 대용으로 즐기기 좋은 맛이기는 했어요. 하지만 식사 대용으로 마실 거라면 스타벅스에 아주 최강의 음료가 하나 있어요. 초콜릿 바나나 블렌디드요. 이건 마시면 바로 당이 머리로 쫙쫙 올라가고 힘 나거든요. 밥을 먹었으면 당연히 머리에 당이 올라가 머리 회전이 빨라지고 몸에 힘이 나야죠. 이천 햅쌀 라떼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미숫가루 마시는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어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는 아이를 데리고 스타벅스에 오는 손님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았어요. 이건 뜨뜻한 쌀 미숫가루니까 아이들에게 먹이기 좋거든요. 크게 자극적인 맛도 아니고 곡기도 들어가 있구요.


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는 뜨뜻한 쌀 미숫가루라고 생각하시면 거의 완벽히 상상한 맛과 일치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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