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설빙 빙수 - 딸기 트리 설빙

좀좀이 2018. 12. 26. 22:24
728x90

이번에 먹어본 설빙 빙수는 딸기 트리 설빙이에요.


지난 12월 24일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사람 구경이나 하러 나가볼까?'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연인들이 거리로 몰려나와요. 이때는 엄청난 성수기에요. 어디를 가나 자리가 없고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져요. 그리고 이 시기에는 숙박료가 갑자기 폭등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숙박료가 폭등해도 방이 없어요. 숙박업체들은 겨울 장사를 12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버는 것이 중요해요. 이때 번 돈으로 겨울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예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이 되면 진짜로 엄청나게 바빴어요. 예약은 꽉 차 있고, 혹시 방이 있냐는 문의 전화는 계속 왔거든요. 손님들이 체크인 시간을 잘 지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야간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도 체크인하는 손님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했어요. 청소도 많고 여기에 겨울이라 방 관리도 신경쓸 게 많았구요. 특히 결로 문제 때문에요.


크리스마스 이브는 연인들이 길을 점령하는 날이지만, 이날 거리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솔직히 길거리 구경은 사람 구경하는 재미니까요.


'명동이나 가볼까?'


올해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분위기가 정말 안 나요. 사람들이 괜히 지금 불황 걱정하고 IMF 걱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당장 거리에 나가보면 크리스마스 및 연말을 맞이해 가게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것만 봐도 이게 얼마나 경기가 안 좋은지 알 수 있거든요. 작년만 해도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에는 가게에서 행사도 이것저것 하고, 가게 내부를 이 시즌 분위기에 맞게 화려하게 장식해놓았어요. 그러나 올해는 그런 거 거의 없어요. 가게들을 봐도 기껏해야 조그만 트리, 크리스마스 장식 한 두 개 입구에 가져다놓은 게 끝이에요. 제가 때를 잘못 알고 있어서 이상한 건지, 세상이 시즌을 몰라서 이상한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요.


명동 및 종로 상권이 많이 죽었어요. 야심한 밤, 의정부 자취방으로 귀가하기 위해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로 가며 창밖을 보면 종로로 버스가 들어가는 순간 이게 서울인지 의정부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에요. 그만큼 종로 및 명동 상권은 엄청나게 몰락했어요. 솔직히 자정 즈음에는 종로 거리보다 의정부 로데오 거리가 더 번화해보일 지경이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명동. 명동에는 명동 성당이 있으니까요. 나름 상징적인 곳이 있어서 붐비는 곳이라 명동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명절이 되면 일이 있든 없든 시장 가서 시장 구경하는 것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명동 가서 명동 구경을 하기로 했어요.


"명동에 사람 왜 이렇게 없어?"


명동에 가서 본 거리 풍경. 보고 놀랐어요. 아무리 서울 중심이 강남으로 완벽히 이동했다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명동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어요. 아니었어요.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평범한 주말이라 해도 될 정도로 사람이 없고 한산했어요. 이게 크리스마스 이브가 맞나 싶을 지경이었어요. 사람들 많아서 걷는 게 아니라 쓸려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명동은 없었어요.


'추워서 사람들 다 안에 들어가 있나?'


명동 거리를 구경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어요. 추워서 사람들이 다 안에 들어가있나 가게를 보았지만 가게 안도 별 다를 것이 없었어요.


'설빙이나 가서 빙수 먹어야지.'


명동에 설빙이 있는 것이 떠올랐어요. 모처럼 설빙 가서 빙수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설빙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가 아주 많았어요. 널널했어요. 예전 크리스마스 이브때 명동 가면 어떤 식당이고 카페고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그럴 일이 없어보였어요. 그냥 다 널널해보였거든요.


어떤 설빙을 먹을까 보았어요. 시즌 메뉴로 딸기 트리 설빙이 있었어요. 가격은 13500원이었어요. 다른 설빙 빙수들 속에서 눈에 확 띄는 사진이라 딸기 트리 설빙을 주문했어요.


설빙 딸기 트리 설빙 빙수는 이렇게 생겼어요.


설빙 빙수 - 딸기 트리 설빙


아래에 채 썰린 딸기가 올라가 있고, 그 위에 녹차 아이스크림과 반토막난 딸기가 올라가 있었어요. 맨 위에는 생크림과 초콜렛이 올라가 있었어요.


초록색 녹차 아이스크림과 빨간 딸기, 그리고 하얀 생크림 색이 어울려 만드는 종합적인 모습이 크리스마스와 정말 잘 어울리고 꽤 먹어보고 싶게 생겼어요.


딸기 트리 설빙


설빙 홈페이지에서 딸기 트리 설빙에 대해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어메이징한 비쥬얼과  딸기의 상큼달콤함 그리고 녹차의 쌉싸름한 맛의 환상적 조화'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설빙 딸기 트리 설빙 열량은 1110kcal 이에요.


설빙 빙수


혼란에 빠지게 하는 맛.


설빙 녹차 아이스크림은 단맛이 매우 적고 쌉싸름한 맛이 강한 편이었어요. 생크림은 달고 부드러웠어요. 딸기는 당도 자체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으나 시럽이 뿌려져 있어서 달았어요. 그 아래에는 하얀 얼음이었구요.


쓴맛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딸기, 하얀 얼음을 같이 떠서 먹었어요.


이것은 맛있는 것인가, 맛 없는 것인가?


먹자마자 혼란에 빠졌어요. 이것은 대체 맛있는 걸까, 맛없는 걸까?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해요. 그래서 저도 글을 쓸 때 이 점을 항상 고려하면서 글을 써요. 저한테 최악이라 할 음식도 경우에 따라 진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존재하거든요. 물론 천사병 걸려서 뒤에서는 욕하면서 무조건 앞에서는 칭찬하는 사람, 허세 부리고 뭔가 반항적인 기질 보이려고 맛 없는데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엉터리들 말고 진짜로 엄청나게 맛없는데 그걸 맛있다고 몇 번을 찾아먹는 사람들이 존재해요.


그러나 이런 것은 '사람' 단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쓴맛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새콤달콤한 딸기.


내면에서 '이것은 맛있다'와 '이것은 잘못된 조합이다'가 한 스푼 떠먹을 때마다 오락가락했어요. '사람' 단위가 아니라 제 내면 - '자아' 단위에서 이 상반된 생각이 오락가락했어요.


일반적으로 쓴맛은 과일과의 조합에서 매우 안 좋아요.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에요. 생물학적 문제에요. 인간이 쓴맛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먹을 때 독성을 가진 물질들을 피하기 위해 쓴맛을 기피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하거든요. 잘 안 익은 과일, 상한 것일 수록 쓴맛과 신맛, 잘 익은 과일과 좋은 것일 수록 단맛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과일에 쓴맛을 섞는 건 상식선에서 기피해야 할 조합이에요. 어설프게 섞어놨다가는 욕만 바가지로 먹을 수 있거든요.


녹차의 쓴맛과 딸기가 섞였어요. 쓴맛과 딸기가 섞였으니 어지간해서는 좋은 말이 나오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건 잘못된 조합이야!'라는 소리가 입으로 뛰쳐나오려 했어요.


그런데 또 한 숟갈 먹어보면 의외로 녹차향과 딸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이것도 맛있었어요.


이 두 생각이 무한반복. 도돌이표. '맛있다'와 '맛없다'가 무한반복으로 튀어나왔어요. 이걸 맛있다고 해야 할지 맛없다고 해야 할지 당최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인간에 따라서'가 아니라 저 혼자 딸기 트리 설빙에 대해 맛있게 느껴졌다가 맛없게 느껴졌다가 정신없이 뒤바뀌었어요. 결국 다 먹을 때까지 맛있다고 해야할지 맛없다고 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 및 연말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어요. 이게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인지 아닌지 당최 알 수 없는 이 거리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았어요.


설빙 딸기 트리 설빙 빙수는 정신 분열에 걸리게 할 맛이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