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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이야기 - 비트코인캐시 전쟁과 비트코인 폭락, 그리고 리플, 이오스와 탈비트코인 움직임

좀좀이 2018. 11. 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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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이야기는 현재 진행중인 비트코인캐시 BCH 전쟁과 그로 인한 비트코인 폭락, 그리고 이와 관련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리플과 이오스 및 탈비트코인 움직임이에요.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세하락장 속에 빠져 있어요. 1월 한국 박상기의 난으로 거침없는 폭락을 시작한 암호화폐 시세는 몇 차례 반등하나 싶었지만 계속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어요. 그러다 9월부터 비트코인은 한국 원화 기준 700만원대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횡보가 길어지면서 비트코인이 기나긴 횡보의 끝에 상승으로 방향을 잡을지 하락으로 방향을 잡을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비트코인의 기나긴 횡보의 끝에 존재하는 것은 대폭락이었어요. 대폭락의 원인은 비트코인캐시를 둘러싼 우지한과 크레이그 라이트의 분쟁이었어요.


애초에 비트코인캐시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쓰레기였어요. 비트코인 채굴업자 우지한이 채굴업자들의 채굴 수익성을 위해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해 만들어낸 가상화폐였거든요.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원래 회사가 하나 있는데 안에서 경영진끼리 싸우다 한 무리가 자기 잇속을 위해 똑같은 회사 하나 더 만들어 갈라져 나왔다고 보면 되요. 비트코인캐시는 현재까지도 시세 변화가 투기 수준을 넘어 도박 수준이었고,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남자의 코인', '우지한의 x알을 건 펌핑' 이야기를 하며 절대 장기투자해서는 안 되는 코인 중 하나로 악명 높아요.


그래도 비트코인캐시가 어찌어찌 시장에 안착하나 싶었어요. 전송이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태생이 그러하니 당연히 싸움이 안 나면 이상한 것이었어요. 이번에는 채굴업자 우지한과 암호화폐 투자자 크레이그 라이트가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여기에서 알아야할 것은 우지한이 단순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채굴업자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ASIC 이라는 장비가 필요해요. 이 ASIC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 우두머리가 바로 우지한이에요. 크레이그 세력도 우지한의 ASIC 제조 회사인 비트메인에서 ASIC을 구입해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채굴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실제 아마 그럴 거구요.


우지한은 비트코인캐시ABC, 크레이그는 비트코인캐시SV로 갈라서서 해시 전쟁을 시작했어요. 각자 비트코인캐시를 채굴해서 먼저 1000개를 채굴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었어요. 우지한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드포크해서 갈라서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크레이그는 그런 것 없고 비트코인캐시ABC, 비트코인캐시SV 중 하나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이건 솔직히 바보가 아닌 이상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지한이 결국은 이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어요. 우지한은 단순한 채굴업자가 아니라 그 채굴에 필요한 채굴장비 ASIC을 개발, 생산하는 회사의 주인이니까요. 크레이그는 ASIC 제조회사 대표가 아니니 당연히 게임이 될 수 없죠. 실제로 해시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크레이그는 우지한에게 상대가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그러자 크레이그는 트위터에 자기는 승리할 때까지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아치워댈 거고, 암호화폐 시장을 붕괴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글을 써서 올려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진짜로 지지부진하게 횡보만 하던 비트코인은 대폭락하기 시작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크레이그가 괜히 꼬장을 부린다든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든가 중2병 짓을 하고 있다는 등 크레이그가 맛이 가서 이판사판으로 나온다는 글이 거의 전부이나, 제 생각에는 달라요.


애초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크레이그가 우지한을 이길 방법은 아예 없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지한은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채굴 장비 개발/생산 회사 대표에요. 우지한도 돈이 적은 인간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자체 생산장비 개발/생산력을 갖고 있는 우지한이 일반 투자가 및 채굴집단 연합한테 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에요. 그렇다고 크레이그가 평이 좋은 인물이라 엄청난 채굴자 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구요. 자기 자신을 비트코인을 만든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주장하면서 제대로 된 증거를 공개하지 못해 여기저기에서 '페이크 사토시' (한국에서는 줄여서 '짭토시') 소리 듣던 인간이에요. 사실 증거랄 게 진짜 별 거 없어요. 거창한 서류니 뭐니 다 필요 없이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지갑이라 알려진 그 지갑을 열어보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결정적으로 그 인간이 뭔 소리를 지껄이든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지갑을 못 열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짭토시 소리를 듣고 있어요. 


저는 크레이그가 택한 전략은 우지한의 자본을 공격하는 방식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크레이그가 먼저 비트코인을 시장에 마구 던져서 비트코인 시세를 박살내는 것이에요. 크레이그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볼 것도 없어요. 원래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것이고, 만약 정말 잘 된다면 자기는 폭락한 이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사서 모아도 되니까요.


반면, 이렇게 공격을 당하는 우지한 입장에서는 일반 비트코인 투자자와 달리 이중 공격을 당하게 되요. 먼저 우지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해 자본이 쪼그라들어요. 여기에 우지한은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채굴 장비 개발/생산 회사를 보유하고 있어요.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지면 당연히 비트코인 채굴장비가 안 팔려요. 즉 우지한의 회사도 같이 공격을 받는 것이에요. 게다가 우지한도 크레이그와 계속 해시 전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소유의 비트코인을 일부 팔아야 하는데, 크레이그가 먼저 시세를 박살내놓았으니 훨씬 적은 돈을 받고 덤핑 세일하는 수 밖에 없어요. 기술력이 안 되니 상대의 돈 자체를 말려버리는 것이죠.


비트코인 폭락


위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불과 열흘 만에 700만원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500만원선으로 시원하게 떨어져 버렸어요.


이번 비트코인캐시를 둘러싼 우지한과 크레이그의 해시전쟁, 그리고 이 해시 전쟁으로 인한 비트코인 시세 폭락은 올해 있었던 다른 폭락들과는 차이가 매우 커요.


올해 몇 차례 비트코인 시세 폭락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성장통 같은 것이었어요. 하락장이 길어지며 투자자들 모두 극도로 피곤해지고 손실이 계속 쌓여만 가는 상황이었지만,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 거쳐야할 관문들이라 생각하며 넘길 수 있는 문제였어요. 단순한 대세하락장이 아니라 대세폭락장으로 만들어버린 박상기의 난도 한 번은 거쳐야할 일이기는 했어요. 그게 미개한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 중국조차 안 할 소리가 한국 법무장관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던 것이었구요. 노무현 시절 바다이야기 사건을 겪어 이런 쪽에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 문재인 정부가 그 트라우마를 보여준 사건이에요. 그래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고,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기다리다보면 좋아질 거라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번 폭락은 달라요.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리 좋게 생각하더라도 마지막에 남는 찝찝한 문제 - 초기 선점자들이 시장에 자신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와르르 쏟아내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를 드러낸 것이었어요. 이번 폭락 전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하면 누구나 조심스럽게 살살 팔아가지, 미쳤다고 그걸 앞뒤 안 가리고 쏟아내버리겠냐고 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미쳤다고 그걸 앞뒤 안 가리고 쏟아내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에요.


이는 단순히 많이 가진 개인이 시장에 비트코인을 쏟아버렸다는 문제로 국한되지 않아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채굴을 통해 획득할 수 있어요. 이를 POW 방식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쉽고 저렴하게 많이 획득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나중에는 어렵고 비싸고 조금 획득할 수 있어요. 갈 수록 채굴 난이도가 상승하거든요.


어떤 방식이든 '마이닝' 방식이라면 이 '先채굴자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컴퓨터 연산을 통해 채굴을 통해 획득하는 경우든, 요즘 유행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트레이딩 마이닝 코인이든 똑같아요. 초기에 저렴한 값에 엄청나게 많이 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에요. 단순한 권력 문제가 아니라 시세를 조작할 수 있음으로 협박을 가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요.


탈중앙화를 외쳤더니 오히려 초기 채굴/투자자에게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권력이 주어져버리는 모순이 발생해버린 것이에요.


물론 독재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최상의 선택은 독재에요.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차선이고 차악이지, 그게 최선은 아니에요. 당장 기독교 성경 봐보세요. 하느님이 대천사 가브리엘, 미카엘 등등 모아놓고 국회의장 예수 앉혀서 다수결 붙여서 뭘 결정하나요? 그냥 하느님이 알아서 다 결정할 뿐이죠. 여기에 반기 들면 그게 사탄이구요. 문제는 독재의 경우, 독재자가 무능하면 최악이 된다는 점이에요. 독재자가 하느님이라면 독재당하는 입장에서는 천국에서 사는 것이지만, 독재자가 사탄이면 독재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옥에서 사는 것이지요.


선채굴자/초기투자자가 모두 하느님 같다면 딱히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요. 채굴자 모두 자기의 욕심을 위해 채굴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튈 지 예측이 100% 되지 않아요. 감정이 이성을 앞설 때도 있고, 평범한 선택을 보지 못하고 이상한 선택을 하는 때도 있어요. 또는 누구도 생각치 못한 비범한 선택을 하는 때도 있구요. 평균적인 것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것을 벗어난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측 밖의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 수 알 수가 없어요. 더욱이 시세 자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힘을 갖고 있는 선채굴자/초기투자자가 예측 불허의 행동을 할 경우 큰 문제가 되죠.


우지한과 크레이그의 싸움에서 크레이그가 먼저 비트코인을 시장에 마구 던지며 폭락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우지한도 이 치킨게임에 말려들 수 밖에 없어요. 선무당 차트쟁이들이 아무리 선 긋고 3k 간다, 1k 간다, 곧 반등한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현재 전혀 무의미해요. 우지한이 파산하든가, 크레이그의 비트코인이 다 떨어지든가, 아니면 둘이 쌍코피 흘리며 악수하고 적당히 싸움을 마무리하든가 셋 중 하나가 일어나지 않는 한 하락의 공포가 쉽게 진정될 수가 없거든요. 우지한, 크레이그 모두 차트를 박살내버릴 수 있는 비트코인 물량과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저 둘은 상방이라면 모르겠지만, 하방으로는 '차트를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 중 하나가 대놓고 시세를 박살내 버리겠다고 행동하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쓴 이유는 올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는 脫비트코인 움직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에요.


올해 암호화폐 시세 특징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 - 즉 알트코인 시세가 비트코인을 맹목적으로 쫓아간다는 점이에요. 비트코인이 오르면 알트코인도 오르고, 비트코인이 떨어지면 알트코인도 떨어졌어요.


이는 매우 나쁜 현상이에요. 단순히 비트코인 자체에 권력이 너무 쏠려 있다는 정치적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게 성과가 있든 호재가 있든, 반대로 상과가 없든 악재가 있든 비트코인 시세를 따라가다보니 발전이 일어날 수가 없는 거에요. 자기들의 암호화폐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차라리 투자받은 금액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상승시키는 게 더 나을 지경이니까요. 어떠한 결과와도 상관없이 시세가 비트코인 시세 변화에만 따라가니 제대로 된 발전이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러니 한탕주의 중국제 사기 ICO가 엄청나게 판치는 것이구요.


더욱이 현재 비트코인은 대체 그것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초기에는 이것이 화폐라고 했어요. 그러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하기에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고 전송속도도 느려요. 가치의 저장수단이라고 하지만, 이번 비트코인캐시 해시 전쟁에서 드러났듯 시세가 초기 채굴자/투자자에 의해 너무 쉽게 조작될 수 있음이 드러나 버렸어요.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보면 '비트코인 탈레반', '비트코인 IS'라 불러도 될 비트코인 극단주의자들이 있어요. 이들조차도 비트코인에 대해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말 외에는 비트코인이 뭔지 말을 못해요.


비트코인이 자기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똑바로 알려줘야 하는데, 현재는 오히려 비트코인이 우왕좌왕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기는 누구냐고 물어보고 있는 꼴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돌려줄 대답은 간단하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 바보냐?"


냉정히 이야기해서 현재 비트코인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면 그 수가 2100만개 뿐이라는 것 뿐이에요. 비트코인 탈레반, 비트코인 IS는 이 말 보고 거품 물고 반박하려 들겠지만, 사실이 이래요. 비트코인 탈레반, 비트코인 IS는 암호화폐가 난립하며 자본이 분산되어 비트코인 상승에 방해가 된다 하나, 근본적으로 비트코인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지금같이 뭔지 알 수가 없다면 오히려 다른 알트코인,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과 상승을 방해하는 존재에 불과할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탈비트코인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것이 올해 암호화폐 세계의 모습이에요. 더욱이 이번 비트코인 시세 폭락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그래도 지켜줄 줄 알았던 초기 투자자의 만행에서 비롯된 거라 더더욱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올해 암호화폐 대세하락장 속에서 이러한 탈비트코인을 원하는 한 무리는 아마 암호화폐 거래소들일 거에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시세가 움직여줘야 거래가 발생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이왕이면 상승장이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요. 똑같은 거래라 해도 700만원짜리 1건과 500만원짜리 1건 중 수수료 수입은 전자가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비트코인 시세 변화에 따라 알트코인 시세가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고, 비트코인은 대세하락중이었어요. 수많은 알트코인 시세들 거의 다 비트코인 시세만 쫓아갔어요. 호재가 있든 말든 상관없이요. 각각의 코인이 개별적으로 시세가 변해야 거래소도 돈을 꾸준히 잘 버는데 이게 하락하는 비트코인을 다 따라가버리니 수입이 확 줄어버렸죠. 단순히 우리나라 정부가 뒤에서 은행에 실명 가상계좌 발급을 해주지 말라고 강한 압력을 넣어서 암호화폐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무슨 암호화폐고 올해는 안 하는 게 돈 버는 것이었고, 그 이유는 모든 암호화폐 시세가 비트코인의 하락하는 시세에 완벽히 종속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인 경우가 많은데, 당장 이 비트코인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정작 작년에 비해 올해 더 뭔지 알 수 없어져버렸기 때문이구요. 비트코인이 엄한 알트코인들까지 전부 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꼴이지요. 물론 '그나마 비트코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알트코인이 연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지만요.


올해 이런 현상에서 유독 억울한 암호화폐가 둘 있어요. 바로 리플과 이오스에요. 이 둘은 현재 나름대로 가격 방어를 잘 하고 있는 편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리플과 이오스 모두 위에서 길게 언급한 비트코인캐시 해시 전쟁으로 인해 드러난 POW 방식의 문제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고, 한편 그로 인해 POW방식 예찬론자들에게 그간 돌을 엄청나게 맞아대었던 암호화폐라는 점이에요.


리플


리플.


암호화폐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유명한 암호화폐. 한때 별명이 '리또속'이었어요. 이게 오르나 싶다가 푹 떨어지곤 해서 영 못 오르다보니 리플에 잘못 투자했다가 물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런 사람들 보고 '리플에 또 속았냐'라고 리플 별명이 '리또속'이었어요. 리플 개발자는 2017년 말까지 리플은 1000원이 될 거라 몇 번이고 강조했으나, 현실은 2017년 내내 200원 초반이었어요. 리플이 200원이었을 때, 빗썸에 가입하면 가입 축하금으로 1000원을 주었어요. 이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게 리플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리플을 접해본 사람이 꽤 있을 거에요. 저도 맨 처음 접한 암호화폐가 이런 식으로 리플이었구요.


그러다 진짜로 2017년 12월 중순에 1000원을 돌파했어요. 리플의 폭등 소식에 암호화폐에 무지한 사람들이 리플은 이제 분명히 뜰 거라고 묻지마 투자를 했고, 리플은 개당 4000원까지 치솟았어요. 4000원은 그 당시 솔직히 광기였지만, 1000원은 아래 설명할 리플의 용도와 가치를 보면 상당히 적절한 가격이긴 했어요. 리플은 4천원을 찍은 이후 암호화폐 거품이 박상기의 난으로 인해 푹 꺼지면서 리플 시세도 푹 꺼져버렸어요.


리플은 작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세계에서 매우 안 좋게 평가된 코인이었어요. 결정적으로 이건 채굴 방식이 아니었거든요. 작년만 해도 채굴원가가 암호화폐 가치를 담보한다는 채굴업자들의 되도 않는 논리가 잘 먹히던 시절이었어요.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나, 가격은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죠. 제 아무리 원가가 1억이라 해도 아무도 안 사주면 0원이에요) 게다가 리플은 리플 개발사가 갖고 있는 물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 회사가 눈 까뒤집고 뭔 짓을 할 지 항상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다고들 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현재 비트코인이 크레이그가 던져대며 대책없이 폭락중이죠.)


리플은 올해 호재도 여럿 있었어요. 회사는 열심히 리플의 발전을 위해 성실히 노력중이구요.


결정적으로 리플은 모든 암호화폐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암호화폐에요.


리플의 장점은 빠른 전송과 낮은 수수료에요. 리플 전송을 한 번 이용해보면 계속 이용하게 되요. 암호화폐와 무관한 사람들은 별로 쓸 일이 없긴 해요.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여럿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로 자신의 돈을 전송할 때 리플을 사서 전송하는 것이 한쪽에 현금 인출 걸고 다른 쪽에 현금 입금 걸어놓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해요. 그래서 암호화폐 거래소간 자금 이동에 지금도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어요.


보통 거래소에서 리플 전송에 매긴 수수료는 1리플이에요. 1리플이 현재는 500원 정도에요. 당장 타행 이체 수수료가 1000원인 걸 감안하면 리플로 전송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에요. 게다가 해외 송금으로 가면 리플을 이길 방법이 없어요.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외환 수수료 나가고, 카드 수수료 나가고, 전송에도 시간 걸려요. 리플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만약 상대방 거래소 리플 지갑으로 송금한다면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수수료 1리플만 지불하면 바로 전송되요. 두 거래소 모두 멀쩡한 거래소라면 전송 시간에 1시간을 넘기는 일이 절대 없어요. 제가 국내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을 위해 리플을 사용해보았을 때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15분~30분 정도였어요. 거래소에서 처리해주는 시간이 문제였지, 리플 전송 자체는 무지 빨랐어요. 이 정도 속도라면, 리플 시세가 폭락하고 있는 중만 아니라면 송금은 리플로 해주는 게 훨씬 나아요.


한 가지 딜레마라면, 리플 시세가 오른다면 리플 수수료도 올라간다는 점이에요. 그러나 리플이 일단 1000원 미만이라면 그 유용함보다 훨씬 저렴한 게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타행 계좌 이체 수수료가 천원이니까요. 해외 송금으로 간다면 그 내재가치가 더 높아질 거구요.


리플01


리플은 이번 하락장에서 원화 시세는 하락했으나, 비트코인 기준 시세로는 오히려 상승했어요.


그리고 이오스.


이오스


올해 시세가 묻지마 비트코인 시세인 것에 리플보다 훨씬 더 억울할 코인은 바로 이오스에요.


이오스도 한때 가격이 참 안 오른다고 '망오스', 'ㅈ오스'라고 불리던 토큰이었어요. (지금은 자체 블록체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코인이에요) 이오스 창시자 댄 라리머는 블록체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스팀잇'을 만든 개발자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주목을 상당히 많이 받았어요.


이오스 또한 채굴 방식이 아니에요. 여기는 DPOS 방식 (위임지분증명방식)이에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블록체인은 거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럿이 확인해줘야 해요. 이걸 이오스는 일단 이오스 토큰을 가진 사람들이 투표로 대표 몇 명을 뽑고, 이 대표들이 거래의 진실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오스의 DPOS를 간접민주주의에 비유하곤 해요.


이오스는 이더리움 예찬론자들에게 특히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먼저 이오스는 이더리움 킬러로 손꼽히곤 해요. 이더리움은 채굴 (POW 방식) 암호화폐이나, 이오스는 그렇지 않거든요. 여기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채굴꾼들에게 미움을 받았어요.


두 번째로, 이오스는 이오스 플랫폼 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인 Dapp을 돌리기 위해 Dapp 운영자가 이오스를 갖고 있어야 해요. 대신 사용자는 무료에요. 그러나 반대로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인 Dapp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가 이더리움을 지불해야 해요. (흔히 GAS 비용이라고 해요) 유저 입장에서 이오스 기반 프로그램은 무료 사용, 이더리움 기반 프로그램은 유료 사용이라 보면 되요. 어느 쪽이 더 낫냐고 양쪽에서 설전을 벌였어요.


뭐가 더 나은지는 몰라요.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건 이더리움은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리플의 딜레마라고 했던 것과 똑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거에요. 누구나 이더리움 기반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더리움 가격이 저렴해야 해요. 그래야 이용자들이 필요한 만큼 이더리움을 소량, 그것도 매우 싼 값에 사서 이용할 테니까요. 그러나 채굴자들과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시세가 비싸지기를 원해요. 그래서 이더리움 개발자인 비탈릭과 이더리움 채굴자 및 투자자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있어요. 비탈릭은 이더리움 시세에 대해 항상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나, 이와 같은 이더리움의 딜레마를 놓고 보면 비탈릭이 단순히 암호화폐 시세 거품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더리움 가격이 저렴해야 사람들이 이더리움 기반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이래야 이더리움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확산될 수 있거든요. 물론 투자자 및 채굴자는 이더리움 저렴해진다는 소리 들으면 게거품 물고 뒷목잡고 쓰러지겠지만요.


세 번째로 이오스는 이더리움 ICO 를 통해 개발 자금을 모집했어요. 이후 이오스 재단은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 이더리움을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딱히 규칙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자기들 비용 필요할 때마다 이더리움을 시장에 던지고 현금으로 바꿔가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올 상반기 내내 이더리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오스는 이더리움 시세 상승에 대한 악재로 여기고 있었어요. (물론 그렇게 ICO 자금 모집 용도로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한 거고, 그렇게 쓰라고 해서 그렇게 쓰는 건데 그걸 욕하면 제정신이 아니죠)


이오스는 올해 가장 뜨겁고 주목받는 신성 암호화폐에요. 그러나 크게 상승하나 싶더니 역시나 비트코인에게 멱살잡혀 같이 지옥가고 있어요.


이오스01


그래도 비트코인 기준 이오스 시세를 보면 나름대로 가격 방어를 잘 하고 있는 편이에요.


리플, 이오스의 강점은 둘 다 '미국 암호화폐'라는 점이에요. 이는 매우 중요한 점 중 하나에요.


만약 탈비트코인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리플 마켓, 이오스 마켓을 구축하고 비트코인 마켓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모습으로 시작될 거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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