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노원구 노원역 돈까스 맛집 - 또또와

좀좀이 2018. 11. 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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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돈까스 맛집은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노원역 근처에 있는 또또와에요. 여기는 돈까스 전문점은 아니고 분식집이에요.


노원역 근처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밤을 새고 점심 즈음에 밖으로 나왔어요. 슬슬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거든요. 졸리기도 하고 집중도 하나도 안 되고 배도 고팠어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카페에 더 있어봐야 시간만 날리고 피로만 더 쌓일 것이 뻔했어요. 이럴 때에는 억지로 뭘 해보려고 하는 것보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것이 훨씬 나아요.


'밥이나 먹고 들어갈까?'


집에 가서 뭘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가서 잠을 자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어차피 집에 돌아가서 무언가를 먹는다고 해봐야 라면 끓여먹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피곤해서 그 라면조차도 안 끓여먹고 잘 게 뻔했어요. 아침도 안 먹었고 저녁은 아마 자느라 거를 게 분명했기 때문에 한 끼는 먹어야 했어요. 그래서 밖에서 뭔가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의정부에서 밥을 먹을지, 노원에서 밥을 먹을지 결정해야 했어요. 의정부역 근처에도 식당이 여러 곳 있어요. 의정부역 지하에는 6천원짜리 뷔페식당도 있구요.


'노원역에서 뭐 먹고 돌아가야지.'


의정부에서 밥을 먹을 거라면 패스트푸드 가서 햄버거를 사먹거나 의정부역 지하에 있는 6천원짜리 뷔페식당에 가거나 할 거였어요. 그런데 둘 다 그렇게까지 확 끌리지 않았어요. 뷔페식당 갈 정도로 많이 배고픈 것도 아니고, 햄버거를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거든요. 이럴 때 제일 만만한 것은 돈까스. 이왕이면 돈까스 무한리필. 그러나 노원역에 있는 돈까스 무한리필을 또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여기는 전에 갔을 때 그렇게 맛있지 않았거든요.


'노원역 근처가 작은 곳도 아닌데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있겠지.'


노원역 근처에는 식당, 술집이 많이 있어요. 나름 유흥가거든요. 점심을 못 먹을 일은 없었어요. 단지 제가 먹고 싶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문제였을 뿐이었어요.


돈까스가 먹고 싶기는 한데 김밥천국에 가서 돈까스를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오밤중이라면 몰라도 백주대낮에 김밥천국 가서 돈까스 먹는 것은 솔직히 돈이 아깝거든요. 그래서 뭐 없나 주변을 둘러보며 노원역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일단 돈까스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돈까스 무한리필 식당에 가기는 늦어버렸어요. 그렇다고 뭔가 확 끌리는 식당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어요.


'돌아다니다 뭐 없으면 의정부 뷔페식당이나 가야겠다.'


가고 싶은 식당이 안 보였어요. 그래서 정 가고 싶은 식당을 발견하지 못하면 의정부역 지하에 있는 뷔페식당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왕 돌아다니는 것, 골목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또또와 분식


"어? 왕돈까스 4500원? 싸잖아!"


아주 허름하게 생겼고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게 티나는 집 2층에 분식집이 있었어요. 왕돈까스 4500원. 이 문구가 제 마음을 확 사로잡았어요. 돈까스 4500원이면 어지간해서는 실망하기 어려워요. 최소한 김밥천국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게다가 중요한 것은 돈까스 앞에 '왕'이라는 글자가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분식점 돈까스 중 그래도 불만없이 먹을 수 있는 돈까스를 고르는 요령 중 하나는 바로 그냥 '돈까스'가 아니라 '왕돈까스'라고 적힌 집을 가는 거에요. '왕돈까스'라고 적힌 집을 가면 최소한 양은 어느 정도 보장되요. 양이 보장되기 때문에 맛이 조금 별로라 해도 불만이 그렇게까지 큰 경우는 거의 없어요.


또또와


입구에는 입간판이 서 있었어요. 2층이 분식점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개점시간


노원구


또또와 입구


'여기 망한 거 아니야? 이런 곳이 분식집이라고?'


아무리 봐도 이건 일반 가정집. 2층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대체 어디를 봐서 여기가 분식집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일단 안으로 들어가보았어요.


분식집


'어? 분식집 맞잖아!'


입구까지 전혀 분식집처럼 생기기 않은 곳이었지만 내부는 분식집보다는 일반 식당에 가까운 인테리어였어요.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당연히 왕돈까스를 주문했어요.


노원 맛집


왕돈까스를 주문하자 단무지, 김치, 국물이 나왔어요.


반찬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왕돈까스 4500원'이라는 문구에 끌려 들어온 것이었거든요.


조금 기다리자 돈까스가 나왔어요.


서울 노원구 노원역 돈까스 맛집 - 또또와


헉! 여기 진짜 맛집이다!


돈까스는 고기가 얇은 돈까스였어요.


고기가 얇은 돈까스 중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돈까스 중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돈까스 특징이 있어요. 고기가 두툼한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기가 얇은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둘 다 좋아해요. 두툼한 건 두툼한 것대로 특징이 있고, 얇은 것은 얇은 것대로 특징이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두툼한 것은 두툼한 것의 특징을 잘 살렸는지, 얇은 것은 얇은 것의 특징을 잘 살렸는지에요. 이 특징을 못 살리면 그냥 맛없거든요.


칼로 돈까스를 먹기 좋게 다 잘랐어요. 돈까스를 써는 동안 칼에 심이 하나도 걸리지 않았어요. 고기에 심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기가 괜찮다는 거에요. 싸구려 돈까스 특징이 고기에 심이 많고 튀김옷과 고기가 이 심 때문에 써는 동안 다 찢어지고 뭉개지고 난리가 난다는 점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심이 하나도 없었어요.


돈까스는 매우 바삭했어요. 고기까지 바삭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얇은 돈까스가 갖는 특징인 경쾌한 바삭거림을 매우 잘 살려놓았어요. 얇은 돈까스를 이렇게 바삭거리고 치아의 신경을 자극하는 식감으로 즐겁게 만드는 집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질긴 건 또 아니었어요. 질기지 않고 바삭거렸어요. 고기 잡내도 없었구요. '얇은 돈까스'의 장점과 특징을 극대화시켜놓은 돈까스였어요.


김치를 먹어보았어요.


여기 돈까스 제대로 아네!


돈까스를 먹다 김치를 집어먹어보았어요. 다시 한 번 감탄했어요. 여기는 돈까스 맛집이라고 추천해줘도 전혀 무리없는 집이었어요.


김치에서 젓갈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맵기는 꽤 매운 편이었어요. 이게 아주 중요한 점이에요.


보통 돈까스 맛집이라 하더라도 김치는 젓갈 냄새 많이 나는 김치를 내놓기 마련이에요. 김치의 매운맛이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까지는 좋아요. 문제는 젓갈 냄새가 심하면 입 안에 젓갈 냄새가 남기 때문에 돈까스와 같이 먹기 매우 안 좋다는 거에요. 입에 젓갈 및 발효 냄새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돈까스를 입에 넣으면 두 냄새가 섞여버리거든요. 그러면 돈까스 맛을 앞서 먹었던 김치 냄새 때문에 망쳐버릴 수 밖에 없어요. 솔직히 이렇게 되면 내가 지금 돈까스를 먹는 건지 꿀꿀이죽 잡탕을 먹는 건지 분간이 안 가요. 그런데 이 문제에 신경쓰는 돈까스 가게는 본 적이 없어요. 돈까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조차 김치는 똑같았고, 김치를 먹는 순간 돈까스는 입 안에서 김치 냄새와 섞여 돈까스인지 음식쓰레기인지 분간이 안 되게 되어버리곤 했어요.


여기는 김치 냄새를 최대한 억제하고 매운 맛은 다른 분식집에 비해 훨씬 강하게 끌어올렸어요. 그래서 돈까스와 김치를 같이 먹는데도 김치 냄새로 돈까스 맛을 망치는 일이 입 안에서 벌어지지 않았어요. 이것만으로도 여기는 추가점수를 무지 많이 줘도 되었어요. 김치를 아예 안 내놓는 돈까스 가게를 제외하고는 '돈까스와 김치의 밸런스 문제'에 대해 신경쓰는 집은 여기 말고 보지 못했거든요.


노원역 근처에 있는 허름한 분식집인 또또와는 돈까스가 정말 맛있었어요. 얇은 돈까스 맛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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