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16 베트남 후에 동바 시장

좀좀이 2018. 10. 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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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일정은 드래곤 보트를 타는 것이었어요. 가이드가 버스에서 관광객들에게 알려주었어요.


"이제 드래곤 보트를 타러 갈 거에요. 보트에서 내리는 것으로 일정이 끝나요. 이 차로 돌아오지 않아요. 그러니 모두 짐을 다 갖고 내리세요."


어? 뭔가 이상한데? 시간 관계상 생략인 거야?


이 투어 설명을 처음 들을 때였어요. 호텔 아주머니께서는 버스를 타고 가서 쭉 구경을 한 후, 버스가 다시 숙소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이드 지시 사항에 따르면 이 버스는 딱 드래곤 보트 선착장까지 가는 버스였어요. 그 이상 안 갔어요. 그렇기 때문에 버스에 짐을 놓고 드래곤 보트를 타면 절대 안 되었어요. 어디에 내려줄 지는 모르겠지만 숙소에서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놓지는 않을 것이었어요. 후에 성에서 숙소까지 그렇게 많이 멀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엉뚱한 곳에 관광객을 던져놓고 간다면 모두 항의를 엄청나게 했겠죠.


나는 동바 시장에만 가면 된다. 오늘 동바 시장 꼭 가야 한다.


베트남 후에 친구가 기념품을 동바 시장에서 구입했다고 했어요. 동바 시장에 가면 기념품을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드래곤 보트에서 내려서 무조건 동바 시장으로 가야 했어요. 동바 시장에 가서 기념품을 구입할 계획이었으니까요. 이 배가 동바 시장 근처에 내려준다면 그렇게 크게 불만을 가질 것 없었어요. 오히려 그게 더 나았어요. 버스로 숙소에 내려주면 숙소에서 동바 시장까지 걸어가야 했으니까요. 동바 시장과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서로 강 건너편에 있었어요. 거리가 가깝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숙소 아주머니 설명과 가이드 말이 달라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드래곤 보트 선착장은 뜨득 황제릉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오후에 합류한 분들은 따로 비용을 내고 보트에 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해요."


오전 처음부터 이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지불한 비용에는 드래곤 보트 삯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오후에 참여한 사람들은 드래곤 보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오후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 번에 다 같이 합류한 것도 아니었어요. 일부는 민망 황제릉에서 합류했어요. 이들은 드래곤 보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래곤 보트를 타려면 돈을 추가로 더 내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어요. 대부분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드래곤 보트에 탑승했어요.


베트남 드래곤 보트


"뭐야? 그냥 보트잖아!"


드래곤 보트라고 해서 아시안게임 종목 중 하나인 용선 비슷한 전통 배를 타고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제가 타고 가야 할 보트는 평범한 현대식 배였어요. 단지 선두만 용 모양이었어요. 드래곤 보트라고 용 두 마리가 배 양 가에 붙어 있었어요. 배를 타고 강을 질러 가는 경험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현대식 배라 그저 웃음만 나왔어요.


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자 배는 잔잔한 흐엉강을 질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가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가는 드래곤 보트가 보였어요.


베트남 민가


"저기는 비 조금 많이 오면 다 쓸려가는 거 아니야?"


강에 아주 찰싹 붙어 있는 집이 보였어요. 저기는 흐엉강이 조금만 불어나도 바로 쓸려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람이 안 사는 집도 아니었어요. 빨래도 걸려 있었고 사람들도 보였어요. 저렇게 강에 찰싹 붙여서 집을 지어놓은 모습을 보니 신기했어요. 그리고 보는 제가 불안했어요.




배는 기분좋게 강 위를 달려갔어요.



어떤 배는 조용한 강 위에서 쿵짝거리며 시끄러운 음악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어요. 드래곤 보트를 하나 빌려서 하루 종일 쿵짝거리며 노는 사람들도 꼭 있을 것 같았어요.


드디어 보트가 선착장에 정박했어요.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빨리 동바 시장 가야 해!


친구 말로는 6시쯤이면 시장이 슬슬 닫기 시작할 거라 했어요. 동바 시장은 야시장이 크게 열리는 시장이 아니랬어요. 동바 시장에서 기념품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할 계획이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전혀 급할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이 투어가 한 장소를 거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늦어지다보니 진짜 빨리 뛰어가야 시장이 닫기 전에 시장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달려간다고 해서 시장이 다 열려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어요. 그래도 일단은 달려가기로 했어요.


가이드에게 동바 시장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가이드가 방향을 알려주었어요. 가이드에게 머냐고 물어보았어요. 멀지 않다고 대답했어요. 부지런히 빠른 걸음으로 가이드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오후 5시 30분을 넘겨서야 간신히 동바 시장에 도착했어요. 천만다행으로 선착장이 동바 시장에서 멀지 않았어요.


후에 시장


대체 어디서 기념품을 파는 겁니까? 설마 저 야채가 기념품은 아니겠죠.


"여기 기념품 파는 시장 맞아? 이거 아무리 봐도 그냥 시장인데?"


동바 시장




이런 과일을 기념품으로 사갈 수 없잖아! 이거 사들고 가면 검역에서 잡힌다구!


베트남 과일


"얘는 대체 기념품을 어디에서 사온 거야?"


제 친구는 제게 기념품을 분명히 동바 시장에서 구입했다고 이야기했어요. 제가 온 곳은 분명히 동바 시장 맞았구요. 그러나 기념품을 파는 곳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평범하고 큰 시장일 뿐이었어요. 여기 어디에서 대체 기념품을 샀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여기는 작은 시장이 아니니 어딘가 기념품 파는 곳이 모여 있는 곳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속 시장 안을 돌아다녔어요.




베트남 전통 소세지를 팔고 있었어요. 이것은 후에 와서 처음 먹어본 것과 같은 것이었어요. 이제 어떤 맛인지 알기 때문에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베트남 전통 소세지


베트남 차를 커다란 묶음으로 파는 곳도 있었어요.



"찾았다!"



베트남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찾았어요.


'여기는 별 거 없는데?'


동바 시장 안에서 기념품 파는 가게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베트남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만 판매하고 있었어요. 가격 문제를 떠나 구입하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게다가 친구가 구입해서 제게 선물로 준 것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늦게 와서 그 가게는 문 닫았나?'


충분히 가능했어요. 제가 시장에 왔을 때는 시장에 있는 가게들이 슬슬 문을 닫고 있었거든요. 이미 문을 닫은 가게들도 있었구요. 낮에 왔다면 조금 달랐을지 몰라요. 저도 원래 여기를 이렇게 늦게 올 생각이 전혀 없었구요. 투어 시간이 원래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늦게 끝나면서 이렇게 된 것이었어요. 어딘가에는 아마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을 거에요. 그러나 제가 갔을 때에는 없었어요.


기념품을 사러 왔는데 마땅히 구입할만한 기념품이 없었어요. 이 시장에 온 목적이 없어졌어요. 여기에 과일을 사거나 차를 사러 온 것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어디까지나 기념품을 사러 온 것이었어요. 다음날 후에를 떠날 것이기는 했지만, 그게 베트남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후에 동바 시장에서 구입할 것이 전혀 없었어요. 아직 호이안도 있었고, 하노이도 있었어요. 기념품은 그런 곳에서 사도 충분했어요. 다음날 이동을 위해 먹을 것을 따로 구입해야 할 이유도 없었어요. 일단 후에와 호이안은 거리상 그렇게 멀지 않거든요.


시장을 계속 둘러보았어요.



꼬릿꼬릿한 냄새가 났어요.


베트남 젓갈


냄새의 원인은 바로 젓갈이었어요. 베트남도 젓갈을 먹어요. 느억맘 소스가 피쉬 소스라 하는데, 만드는 방법을 보면 젓갈 국물 같은 거에요.







시장을 다 둘러보니 저녁 6시 반이 넘었어요. 이제 아주 깜깜했어요. 슬슬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이 되었어요.




"그냥 여기에서 먹어야겠다."


고기 굽는 냄새가 저를 유혹했어요. 길가에 낮은 식탁과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난쟁이 의자가 가득했어요. 사람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어요.


베트남 후에 노상 식당


음식을 주문했어요.


베트남 훼 음식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국수였어요. 야채가 참 푸짐했어요. 꽤 맛있었어요. 이 음식은 후에 지역 음식 중 하나인 '분 팃 느엉' Bún thịt nướng 이라는 음식이었어요.


'이제 뭐 하지?'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어요. 이대로 베트남 후에 여행을 마치기는 많이 아쉬웠어요.


'친구는 뭐 하고 있을 건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어요. 친구는 찻집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우리 만날까?"

"응. 여기로 올래?"

"거기 어디인데? 나는 지금 동바 시장이야."

"동바 시장에서 멀지 않아.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친구가 지도를 보내주었어요. 친구가 보내준 지도를 보며 찻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야! 너는 오토바이 타고 다니니까 안 멀지!


친구는 멀지 않다고 했어요. 그러나 멀었어요. 동바 시장과 친구가 있는 찻집 사이에는 후에 성이 있었어요. 이말은 곧 후에 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참고로 후에성은 절대 작지 않아요. 비록 내부는 베트남 전쟁 테트 공세때 홀라당 다 파괴되고 불타서 휑하다 하지만 그 성 자체가 작은 것은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커요. 경복궁 끝에서 끝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요.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면 아마 가까운 거리일 거에요. 그러나 저는 걸어가는 중이었어요. 친구는 제가 걸어올 거라 생각을 못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오토바이 잡아타고 오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이기는 했으니까요. 당연히 걸어오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올 거라 생각했을 거에요. 친구에게 거기 걸어가겠다고 했어요. 친구가 그러라고 했어요. 역시나 별로 먼 거리가 아니라고 했어요. 멀었어요. 진짜 멀었어요. 2km가 넘는 거리였어요. 이 거리를 가깝다고 하지는 않아요. 2km면 도보로 한 시간 거리에요. 인간이 한 시간에 4km 정도 걷는다고 하지만 이건 무슨 중량천 산책길 같은 거 걸을 때나 그런 거고, 실제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 특히 모르는 거리를 걸어갈 때에는 2km 정도 걸어가요. 실제로 이렇게 계산하고 다녀야 실제 소요 시간과 비슷해요.


거진 한 시간 걸어갔어요. 거리에는 사람들도 차도 별로 없었어요. 간혹 보이는 차는 신나게 속도를 내고 있었어요.


'이역만리에서 이게 뭐하는 거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찍으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는 건 하나도 없는데 계속 친구를 만나러 걸어가야 했거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성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길을 찾아 헤멜 필요는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뭐가 보이든 말든, 갈림길이 나오든 말든 무조건 앞으로만 걸어가면 되었어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친구가 있는 찻집에 도착했어요. 친구가 반가워하며 인사했어요.



이런 찻집이었어요. 내부 사진 찍는 것은 까먹고 안 찍었어요. 이때만 해도 ISO를 올려서 찍으면 된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거든요. 어두워서 사진 찍어봐야 어차피 다 흔들리고 못볼 꼴로 나올 거라 생각해 밥 먹은 후부터 사진을 안 찍다보니 여기서도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해버렸어요.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친구가 해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트남어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베트남어는 북부, 중부, 남부 발음에 차이가 있어요. 북쪽으로 갈 수록 딱딱 끊어지는 발음이고, 남쪽으로 갈 수록 부드럽게 이어지는 발음이에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중국어와 베트남어를 구분할 수 없지만, 두 언어를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듣다 보면 이게 중국어인지 베트남어인지 구분이 되요. 베트남어 북부, 중부, 남부 발음은 몇 개 자음 발음에서 차이가 있어요. 친구 말에 의하면 중앙 방송 뉴스에서는 모두 북부 발음을 사용한대요. 그런데 몇 년 전에 중부 발음을 사용하는 앵커가 등장해서 모두 매우 신기해했대요. 그리고 중부 발음의 특징 중 하나로 받침 t를 k로 발음하는 것이 있대요. 예를 들어 베트남어로 '1'이 một 이에요. 발음은 '못'이에요. 그런데 중부에서는 t 받침이 k 받침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목'처럼 발음된대요. 그리고 받침 n은 ng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구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한 시간 걸어온 보람이 있었어요. 문제는 숙소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찻집에서 숙소까지는 동바 시장에서 찻집보다 훨씬 더 멀었거든요.


"택시 타고 가. 내가 도와줄께."


친구가 택시를 불러주었어요. 가격 흥정도 다 해주었어요. 덕분에 숙소 돌아갈 때는 편하게 택시를 타고 돌아왔어요.


숙소로 돌아와 아침에 예매한 다음날 호이안 가는 버스표를 받았어요.


"아침 8시 15분에 픽업하러 올 거에요."


방으로 올라갔어요.


후에 야경


이걸로 후에도 마지막이구나.



많이 아쉬웠어요. 그동안 그렇게 궁금해하고 한 번 가보고 싶어했던 베트남. 그 첫 번째 여행지가 바로 후에였어요. 비록 하노이로 입국하기는 했지만, 하노이에서는 바로 슬리핑 버스 타고 후에로 이동했기 때문에 하노이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 뿐이었어요. 베트남 여행에 대한 제대로 된 첫 번째 기억은 바로 여기, 후에였어요. 게다가 후에는 여행 중 현지인 친구를 만난 것 때문에도 의미가 있었어요. 채팅으로 대화를 주고 받던 외국인 친구를 외국 여행 가서 만나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거든요. 이런 이유로 정말 잊을 수 없는 곳이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었어요. 더 있고 싶었거든요. 맑은 하늘 아래에서 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더 찍고 더 많은 것을 구경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제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어요.


이제 제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비 오지 마라!


후에 사는 친구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다음날 비가 내릴 예정이었어요. 그나마 다행히도 제가 후에 있는 동안 비가 마구 퍼붓지 않았어요.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가 내릴 것이었지만 비가 저를 기다려 주었어요. 첫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후에 일정은 하루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호이안은 이야기가 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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