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커피는 디에떼에스프레소 마닐라 라떼에요.


추석이라 청주로 내려갔어요. 의정부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청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 내려가는 동안 차가 많이 막히면 어쩌나 기대했어요. 걱정이 아니라 기대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버스 전용 차로를 타고 신나게 달려갈 거였거든요. 그런데 차는 막히지 않았어요. 뉴스에서 고속도로 길이 많이 막힌다고 했지만 막히는 구간은 하나도 없었어요. 버스가 출발할 때부터 길이 막힌다는 소리는 없었고, 시외버스터미널 도착할 때까지 길이 막히는 구간은 하나도 없었어요.


뭔가 시시했어요. 평소에는 길이 막히면 짜증이 나기 마련이지만, 명절에 내려가고 올라갈 때 길이 막히지 않으면 뭔가 명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주체할 수 없이 막히는 것은 좋지 않고 적당히 막히는 거요. 버스는 예정 도착시간에 단 1분도 어긋남없이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나와 청주 시내버스를 탔어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저 카페 뭐지?'


디 에떼 에스프레소.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름 때문이었어요.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했어요. 불어는 분명히 아니었어요. 불어에서 저렇게 쓰려면 '디 에떼'가 아니라 축약해서 '데떼'라고 써야 하니까요. 애초에 불어에 di 라는 전치사나 정관사가 없어요. du는 있지만 di는 없어요. 아무리 불어 공부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이건 아직도 기억해요. de, du, de la 등등으로 고생 좀 해서요.


카페 그 자체에 관심이 간 게 아니라 이름 때문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나 버스가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고, 제가 가는 목적지도 아니고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도 아닌 아주 애매한 곳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겼어요. 그 카페를 제가 직접 찾아갈 일은 왠지 없을 것 같았어요.


"어? 또 있네?"


창밖으로 디에떼에스프레소 카페가 하나 또 보였어요.


"체인점인가?"


지도에 '디에떼에스프레소'를 검색해 보았어요.


"어? 이거 뭐지?"


검색 결과가 매우 흥미로웠어요. 디에떼에스프레소는 프랜차이즈 카페였어요. 지점이 적은 것은 아닌데 주로 충청도에 몰려 있었어요. 충청남도, 충청북도, 대전, 세종시에 지점이 있고, 서울에는 지점이 2곳 있다고 나왔지만 전화번호로 검색해보니 없는 것 같았어요.


"여기 꼭 가봐야겠다!"


이런 거 정말 좋아요. 어찌 보면 최고라 할 수도 있어요.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 이런 건 여행 갔을 때 들려볼 만 해요. 일단 제가 살고 활동하는 지역에 없으니까요. '지역 커피'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추석 연휴 중 잠시 시간을 내서 디에떼에스프레소로 갔어요.


디에떼에스프레소


어떤 음료를 마셔볼까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았어요. 너무 흔한 아메리카노 같은 것은 제가 커피 맛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건 나중에 청주 또 오게 되면 그때 마셔보기로 했어요.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을 마셔보고 싶었어요.


마닐라 라떼?


이름이 '마닐라 라떼'였어요.


이건 필리핀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필리핀 수도는 마닐라. 그리고 필리핀이라 하면 망고와 바나나가 유명한 나라. 필리핀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선물로 잘 가져오는 게 건망고이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바나나 상당수가 필리핀 수입이에요.


'이건 뭐 건망고라도 갈아넣었나?'


뭔가 남국의 정열이 느껴질 것 같았어요. 필리핀을 가본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덥고 습한 나라인데다 열대 과일인 망고와 바나나가 유명한 나라니 커피도 그것과 관련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닐라 라떼를 주문했어요.


마닐라 라떼


필리핀의 쏘울을 느껴보자!


커피에 깨소금 과자가 같이 나왔어요. 이렇게 해서 일반 사이즈 가격이 3800원, 큰 사이즈 가격이 4800원이었어요. 제가 주문한 것은 3800원짜리 마닐라 라떼였어요. 이 정도면 일단 100점 먹고 들어가는 구성. 3800원에 무려 과자까지 나왔으니까요.


디에떼에스프레소 마닐라 라떼


컵에는 'ENJOY TASTY, HEALTHY ONLY DEETE. 건강한 한모금 디에떼 에스프레소'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디에떼에스프레소 커피


메뉴판에는 고소한 아몬드와 유기농 커피의 조합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디에떼 에스프레소 티슈


디에떼 에스프레소 마닐라 라떼를 한 모금 마셨어요.


"어? 뭐지?"


두 모금 마셨어요.


"어? 뭐지?"


맛이 달콤했어요. 끝맛에 쓴맛이 조금 느껴지기는 하나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었어요. 커피우유에서 느껴지는 쓴맛보다 조금 연한 정도에서 거의 같은 정도 수준이었어요.


살짝 아몬드향이 느껴졌어요. 곡물라떼 느낌도 조금 있었어요. 곡물라떼에 밀크커피를 섞으면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시다보면 작은 아몬드 조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커피만 마시기 부담스러울 때 마시면 괜찮을 거 같았어요. 두 음료의 맛이 섞여 있지만 확실히 커피 맞았다. 매우 부드러운 커피. 아침에 씨리얼에 커피를 조금 섞어서 마시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어요.


왜 마닐라 라떼야?


커피가 맛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왜 마닐라 라떼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필리핀이라 하면 망고, 바나나 아닌가?


필리핀 아몬드가 유명하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요. 어디에서 필리핀 마닐라의 느낌을 찾아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야말로 이름은 미스테리였어요.


디에떼에스프레소 마닐라 라떼는 곡물라떼 느낌이 살짝 드는 커피에요. 커피 자체는 참 마음에 드는 맛이었어요. 하지만 이름과 달리 망고, 바나나와는 거리가 먼 커피였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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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8.09.27 21:10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글 쓰려고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마닐라 라떼는 없더라구요. 그런데 저게 카페 앞 입간판에는 홍삼라떼랑 더불어 신제품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인터넷 검색해봤더니 다른 매장에서 드신 분들도 계시고 신메뉴 맞더라구요. 홈피 관리자가 빼먹었나봐요 ^^;;

      2018.10.04 15: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