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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

좀좀이 2018. 8. 2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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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스타벅스 음료는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에요.


후오비 코리아에서 받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음료가 있는지 살펴보던 중이었어요. 맛있어 보이는 음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찾기 위해 메뉴를 쭉 보았어요. 이름이 어려운 음료는 많았지만 그렇게까지 희안할 것 같아보이는 것은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확 눈에 띄는 아주 희안한 조합의 음료가 보였어요.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


"이거 내가 아는 그 녹차 맞지?"


영어를 확인해 보았어요. Green Tea Banana Blended 였어요. 녹차 맞았어요.


바나나를 녹차에 말아먹어?


이건 정말 어렵다. 이런 조합을 생각해낸 인간이 세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어렸을 적, 밥을 보리차에 말아먹곤 했어요. 그러나 녹차에 말아서 먹을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보리차에 밥을 말아먹으면 구수한 맛이 나요. 보리차의 재료인 보리가 곡물이니 쌀과 섞인다고 해서 딱히 이질적일 것도 없어요. 보리차에 밥 말아먹는 것은 좋아했어요. 찬밥을 미지근한 보리차에 말아서 먹는 게 제일 좋았어요. 그러니 저도 밥을 차에 말아먹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보리차에 밥 말아 먹곤 했으니까요.


고등학교때, 일본인들은 말차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게 '오차즈케'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겁했어요.


녹차라면 그 쓰디 쓴 녹차 말하는 거잖아.


어렸을 적 마셨다가 충격받은 그 설록차. 진짜로 썼어요. 풀맛이 나고 쓴맛. 그 물에 왜 밥을 말아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건 미각의 차이가 너무 컸어요. 저라면 절대 안 말아먹을테니까요. 현미 녹차를 마신 것은 이후 정말 나중의 일이었어요. 현미 녹차는 맛있게 잘 마셨어요. 그러나 현미 녹차에 밥을 말아먹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도 매우 어색하거든요. 그래도 일본에서는 그렇게 먹는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있대요. 여기까지는 좋아요. 그들에게는 그것이 맛있나보죠. 개인의 특이한 취향이 아니라 엄연히 문화로 존재하는 거니 그러려니 해야죠. 저만 그렇게 안 먹으면 되는 거구요.


그런데 이건 바나나와 녹차의 조합.


밥을 녹차에 말아먹는 이야기는 들어봤어요. 그렇지만 바나나를 녹차에 말아먹는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아무리 바나나가 어디 들어가든 존재감이 엄청 강한 과일이라지만, 그리고 여러 가지와 좋은 조합을 이루는 과일이라지만 녹차와 바나나를 섞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건 왠지 무슨 게임 벌칙으로 등장할 것 같은 조합 같았어요. 딱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뭔지도 모를 조합이었어요.


설익은 바나나 맛이 나려나?


녹차는 싱그러운 향이 있으니 바나나와 섞이면 설익은 바나나? 제 상상력의 한계는 거기까지였어요. 이건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어요.


마침 후오비 코리아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또 보내주었어요. 벌써 4장째였어요. 쿠폰이 들어온 김에 궁금했던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를 마셔보기로 했어요.


스타벅스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는 이렇게 생겼어요.


스타벅스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


말차 라떼 비슷한 싱그러운 연초록빛 음료였어요.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


스타벅스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 가격은 7200원이에요. 열량은 295kcal, 용량은 473 kcal 이에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에 대해 '진한 그린 티와 신선한 바나나1개가 통째로 들어간 든든한 과일 블렌디드'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거 양 엄청 많네?"


스벅 음료


바나나 껍질까지 같이 먹는 거 같아...


메인이자 중추가 되는 맛은 바나나였어요. 바나나가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바나나 자체가 향도 강하고 맛도 강하고 존재감 자체가 애초에 상당히 강한 과일이거든요. 먹을 때는 모르지만 다른 것과 섞어놓으면 바나나가 확 느껴져요. 그런데 이건 바나나가 통째로 한 개 들어간 음료였어요. 용량이 많다 해도 조그만 몽키 바나나 한 송이가 아니라 큼직한 바나나 한 송이를 다 집어넣은 것이다보니 바나나 비중이 컸고, 바나나 맛과 향이 음료 그 자체라 해도 될 정도였어요. 솔직히 바나나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는 식재료는 의외로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초콜렛 정도에요.


녹차의 향은 살짝 느껴졌어요. 바나나향을 싱싱한 바나나향으로 업그레이드시켜주었어요.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바나나 자체가 좋은 바나나에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마트에서 아주 싱싱한 바나나를 사와서 바로 먹었을 때 느껴지는 그 향기 정도였거든요.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바나나가 아주 푹 익어버린 거라면 의미가 크겠지만, 계산대에 놓여 있는 바나나가 딱 봐도 그런 바나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기 매우 어려웠어요.


맛에서 의외로 녹차 맛이 존재감 있었어요.


쓸 데 없이 쓴맛 내고 있어.


향이 강하게 나고 맛이 죽어야 하는데 반대가 되었어요. 향은 별 존재감 없고 쓴 맛이 꽤 잘 느껴졌어요. 이 쓴맛 때문에 바나나를 알맹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껍질째 다 먹어치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버렸어요. 원숭이도 바나나 껍질을 까서 먹는데 만물의 영장 인간이 바나나를 껍질째 와구와구 먹는 거 같았어요. 그래요, 어쩌면 바나나 껍질이 바나나 알맹이보다 더 맛있을 수 있어요. 설령 그렇다 쳐도, 그런다면 옥수수 수염처럼 바나나 껍질을 약재로 사용할 거에요. 그냥 먹지는 않구요.


양이 많은 것은 만족스러웠어요. 그러나 바나나와 녹차의 조합은 제가 못 들어본 이유가 있었어요. 이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러니 메뉴로 계속 팔리고 있겠죠. 하지만 제게 그린티 바나나 블렌디드는 원숭이조차 시도하지 않는 바나나 껍질째 먹기를 하는 기분을 안겨준 음료였어요. 그래도 아주 이상한 것까지는 아니고 바나나를 맛있게 먹다 간간이 거슬리는 쓴맛이 느껴지는 정도라 별 불만없이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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