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벚꽃 바람과 염불소리 (2018)

벚꽃 바람과 염불 소리 03 - 경기도 화성시 태국 불교 문화 - 태국인 절 왓풋타랑씨서울

좀좀이 2018. 4.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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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있는 몽골인 불교 사원과 스리랑카인 불교 사원을 다녀왔어요.


"다른 나라 사람들 절은 더 없나?"


분명히 있을 것 같았어요. 없을 것 같지 않았어요. 인터넷 검색 결과들을 보았을 때, 분명히 어딘가에 태국인 절도 있고, 베트남인 절도 있었어요.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절이 분명히 있을 것이에요. 그것이 우리가 상상하는 제대로 된 절의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니라 건물의 한 층, 한 실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라 하더라도요.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인데 그게 없을까 싶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의정부. 주말이 되면 외국인 노동자를 매우 많이 목격하곤 해요. 베트남인도 있고, 미얀마인도 있고, 태국인도 있었어요. 이들 언어는 성조 언어라 들으면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이 언어들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본 적은 많기 때문에 대충 분간은 해요. 그런데 절이 없다? 단순히 절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고 봐도 되요. 그건 이상했어요.


"어디 하나 있을 건데..."


베트남 절을 계속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쉽게 찾아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뉴스 하나를 보았어요. 우리나라의 태국인 불교도 특징은 여성이 많다는 점이래요. 그리고 절도 있대요. 더 궁금해졌어요. 분명히 태국인 절이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검색을 아무리 해도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단어 하나를 찾아 그 단어를 다시 검색하는 식으로 계속 범위를 좁혀갔어요.


"화성에 있네?"


경기도 화성시에 '왓풋타랑씨서울' 이라는 태국인 절이 있었어요. 드디어 찾아냈어요. 네이버 지도를 보니 지도에 위치도 나와 있었어요. 카카오맵에서 검색해보았어요. 안 나왔어요.


'여기 없어진 거 아니야?'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뉴스를 검색해보니 최근에 올라온 뉴스도 있었어요.


'다음이라 누락된 건가?'


다음은 네이버에 비해 DB 구축이 확실히 밀려요. 지난 모스크들을 돌아다닐 때에도 겪어본 것. 절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을 거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소로 검색해봤어요.


"아, 진짜! 이따위로 올려놨으니 못 찾지!"


다음 지도에는 왓풋타랑씨서울이 'KEB하나은행365태국사원'으로 등록되어 있었어요. 이따위로 올려놓으니 못 찾죠. 이렇게 올려놓으면 과연 몇 명이나 이걸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요.


'이거 언제 가지?'


그때 마침 제 태국인 친구와 연락이 되었어요. 그 친구가 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이 친구는 지난 2015년 태국 여행갔을 때 직접 만나보기도 한 친구에요.


"나 내일 아유타야 돌아가."

"왜?"

"내일 송크란이거든."


송크란? 태국의 전통 설?


친구에게 4월 13일이 송크란이냐고 물어보자 맞다고 대답했어요.


이 친구에게 송크란 기념으로 한국의 태국 절을 보여주어야겠다.


태국인들은 불심이 참 깊어요. 송크란이라고 제가 특별히 해줄 것은 없었어요. 절 사진 보여주는 수밖에요. 절 사진을 보여주면 좋아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있는 태국 절 사진을 보여주기로 결심했어요.


다음날 아침. 부지런히 씻고 지하철역으로 갔어요.


의정부역


신기할 것이 전혀 없는 의정부역.


의정부역 하행선


오전 9시 52분. 창동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했어요.


창동역


왓풋타랑씨서울까지 가는 길은 참 멀고도 먼 길이었어요. 게다가 이날 오직 이 절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도 몇 곳 더 갈 생각이었어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어요.


화성시를 이렇게 다시 가는구나.


예전에 24시간 카페를 열심히 돌아다닐 때 화성시를 가본 적이 있어요. 경기도 화성시에 24시간 카페가 두 곳 있거든요. 탐앤탐스 병점점과 탐앤탐스 동탄스타점이 있어요. 그때 화성을 다시 올 일은 아마 영원히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다시 한 번 생겼어요. 우리나라를 뒤지면 뭔가 모르던 세계가 하나씩 튀어나오고, 그거 찾아가다보면 내 인생에 인연이 절대 없을 것 같은 곳도 가보게 되요.


10시 45분. 사당역에 도착했어요.


사당역


사당역에서 왓풋타랑씨서울까지는 8155번 버스를 타고 가야 했어요. 8155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4번 출구로 나가야 했어요.



사당역 4번 출구로 나가면 8155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와요.


사당역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서 있는 것이 보였어요.


'에이, 설마 저건 아니겠지.'


빨간 버스가 서 있는 것을 보았지만, 왠지 그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타고 가야할 버스 번호를 확인해 보았어요.


8155번!


정류장에 서 있던 버스가 제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버스는 떠나버렸어요.


사당역 8155번 버스정류장


좋다 말았네.


버스를 기다렸어요. 버스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랬어요.


11시 8분. 8155번 버스가 정류장에 왔어요.


8155번 버스


버스에 올라탔어요.


8155번 버스 내부


제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은 해병대 사령부 정류장이었어요. 지도를 보면 해병대 사령부 정류장에서 어떻게 꼬불꼬불 작은 샛길로 들어가서 걸어가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러나 굳이 그렇게 가지 않고 덕우 저수지를 따라 걸어가도 갈 수 있었어요. 덕우저수지를 따라 걸어간다고 해서 얼마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었고, 길 찾아가기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더 좋아보였어요.


진짜 왜 이렇게 머냐?


사실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정도에 있기를 바랬어요. 거기는 제가 가기 쉽거든요. 그러나 이건 경기도 화성시. 제가 사는 의정부와 대각선으로 반대되는 곳. 경기도에 외국인 노동자 없는 곳이 있을 리 없지만, 확실히 남쪽과 서쪽에 특히 많이 몰려 있는 것 같아요.


해병대사령부 정류장


11시 44분. 해병대 사령부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걸어갔어요. 덕우저수지를 따라 쭉 걸어갔어요.


화성시 벚꽃길


덕우저수지 벚꽃


경기도 화성시 덕우저수지 벚꽃


"아직 벚꽃 안 지고 잘 남아 있네?"


경기도 화성시는 남쪽이라 벚꽃이 다 져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벚꽃이 참 많이 남아 있었어요. 벚꽃을 감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걸어갔어요.


봄날


벚꽃 풍경


"저기다!"


화성시 태국절


멀리 태국 특유의 지붕 모습이 보였어요. 바로 저기가 왓풋타랑씨서울이었어요.


경기도 태국 불교 사원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건물 앞으로 가자 태국 글자가 적힌 간판이 보였어요.


왓풋타랑씨서울 간판


"저 탑은 지난 강풍 때문에 넘어진 건가?"


왓풋타랑씨서울 사원


"저 탑은 무슨 띠 탑이지?"


태국에는 12간지별 탑이 있어요. 이것이 어떤 띠 탑인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탑을 보니 비슷하게 생긴 탑이 많아서 어떤 띠 탑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태국 사원 입구


입구는 란나 양식 같아 보였어요. 예전 태국 여행중 절을 참 많이 갔어요. 여행기 쓸 때 그 절 이야기를 하나씩 다 쓰다보니 방콕과 치앙마이 지역 사원 건축 양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건 치앙마이 지역의 사원 양식인 란나 양식과 비슷해 보였어요.


태국 불상


절 입구 오른쪽에는 불상과 지금은 사망한 푸마폰 국왕 사진이 있었어요.


태국 절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는 한국인 남성 두 분, 그리고 여러 태국인 여성분들이 계셨어요. 우리나라 태국인 불교 신도의 특징 중 하나가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들은 주로 여자라고 했는데 정말 절 안에 있는 태국인 대부분이 여성이었어요.


불단 앞으로 가서 삼배를 드리고 사진을 찍었어요.


벚꽃 바람과 염불 소리 - 경기도 화성시 태국 불교 문화 - 태국인 절 왓풋타랑씨서울


역시 태국 절에는 국왕 사진이 빠질 수 없지.


경기도 화성 태국 절


한쪽에는 스님이 계셨어요.


태국 스님


태국인들은 스님을 매우 공경해요. 그 모습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절 안에서는 송크란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돈나무다!"


태국 돈나무


태국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바트가 매달려 있었어요. 여기는 한국. 같은 나무라도 한국이니까 원화가 열리고 있었어요.


태국 요일별 불상


절 한쪽에는 태어난 요일별 불상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태국 불교에만 있는 것 같아요. 라오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그들은 이걸 잘 몰랐거든요. 미얀마 절 사진을 보았을 때도 이것을 발견하지 못했구요.




2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여쭈어보았어요. 2층은 스님의 거처라 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거나 물어볼까?'


안에 계시는 분들께 혹시 의정부에도 태국인 절이 있냐고 여쭈어보았어요.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태국 불교에는 탐마이윳과 탐마까이가 있대요. 탐마이윳은 스님이 정오 전에 아침 식사를 1번 드신대요. 탐마까이는 2번 드실 수 있대요. 왓풋타랑씨서울은 탐마이윳 절이고, 의정부에 있는 절은 탐마까이 절이래요. 의정부에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종파에 따라 다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어요.


절에서 나와 태국인 친구에게 왓풋타랑씨서울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친구가 매우 좋아했어요.


"탐마이윳과 탐마까이가 뭐야?"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친구는 그런 거 말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땀마이윳은 Dhammayuttika Nikaya, 땀마까이는 Dhammakaya Movement 를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경기도 화성시에는 태국인 불교 사원인 왓풋타랑씨서울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태국 불교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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